Chapter 803 - #96. 진해솔 (107)
"좋아하신다면서요. 근데 그걸 저한테 대신 해달라고요?"
-저는...자신이 없습니다.
"해보면 되죠. 다른 사람 몸으로 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본인 몸은 정상이에요. 정신적인 트라우마만 해결하면 되는 거잖습니까. 거기다가 사랑하는 여자한테는 다르지 않겠어요?"
-저라고 이런 부탁을 하는 게 좋은 게 아닙니다. 함께 밤을 보내고 싶어 해서 시도를 해봤습니다. 그런데...
'잘 안 됐나 보네. 목소리가 시무룩한 게...어휴.'
트라우마가 있다고 말하고 싶어도 내가 이미 그녀와 섹스를 해버리지 않았는가?
그러니 트라우마에 대한 걸 고백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존재 자체를 언급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외간 남자한테 자기 여자를 맡긴다고? 물론 자기 몸으로 하는 거라지만 그게 어떻게 똑같아?'
사랑하는 여자와 밤을 보내는 걸 다른 사람에게 부탁한다는 게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라면 절대 상상조차 안 했을 일이다.
하지만 의뢰인이라면...
'이미 나한테서 한 번 경험을 하긴 했지.'
근데 그걸로 정말 만족할 수 있을까?
"상황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한테 그걸 맡기고도 질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마음이 있는 여자잖습니까."
-제가 못난 남자라서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못하고 있으니, 이런 식이라도 들어주고 싶을 뿐입니다.
"저는 좀 꺼려지네요. 괜히 안 좋은 감정이 쌓일 것 같아서."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그 약속을 못 믿겠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는 건 알지만, 저 의뢰인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게 꽤 되지 않은가?
누가 봐도 좋지 못한 선택인데, 본인이 그걸 감당 할 수 있다고 우기니까 난감하다.
'다른 여자들과는 섹스를 하는데, 사귀는 여자한테는 안 해주는 건 말이 안 되긴 한데.'
멀쩡하게 기능 잘 하는 놈을 갖고 있으면서 왜 사랑하는 사람과도 섹스를 못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 그 여자...?
-부탁 드립니다. 부디...그녀와 밤을 보내주십시오.
"...혹시 민진주씨가 압박 줍니까? 섹스 하자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남자인 이상 자기 여자를 다른 남자한테 맡기는 게 편할 리가 없다.
그런데도 어떻게 해서든 내게 그녀를 맡기려 드는 걸 보면 상황이 꽤 급박한 듯 싶었다.
하긴, 그때 섹스를 굉장히 좋아했으니 애인이 된 현재 관계에서 밤을 노리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말씀드리지 않아도 상황을 다 알고 계시네요. 예...계속 해달라고 하는데 제가 세우질 못하니까 그때처럼 좀비들을 잡아보는 건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그때는 좀비를 왕창 잡아서 아드레날린이 마구 붐비 됐던 상황이어서 그걸 세울 수 있었던 거라고 오해를 산 모양이다.
좀비를 아무리 잡아도 그가 성기를 세울 일이 없을 테니, 빼도 박도 못하고 고자라고 쾅쾅 도장이 찍힐 기세인 것이다.
"고자 도장 찍히기 전에 해명을 하겠다는 거네요."
-...상황이 급합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정말 괜찮으신 거죠?"
-예, 정말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밤에 빙의하겠습니다. 이번에도 빙의했는데 좀비랑 눈 마주치는 건 아니겠죠?"
-쉘터 안에 있을 예정이니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통화를 끊은 이후.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 인간 설마 특이 취향이 있는 건 아니겠지?'
자기 여자를 다른 남자한테 대여(?)해주고 그걸로 흥분하는 뭐 그런 끔찍한 취향 말이다.
나는 설마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그날 밤.
2주일 만에 다시 아포칼립스의 세상으로 돌아갔다.
♧ ♧ ♧
눈을 뜨니 천막으로 된 막사가 보인다.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져 임시 공간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기에 새삼스러운 광경은 아니었다.
의외였던 건 막사가 은근히 지낼 만하게 크다는 점이다.
여행 다닐 때 텐트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타닥 타닥-
화로에 불 길이 타오르고 있었고, 막사 안은 온기로 가득하다.
이 정도면 막사 안에서 겨울을 나도 될 것 같았다.
"어? 벌써 자는 거에요?"
그때, 막사 안으로 한 여자가 들어온다.
촉촉한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면서 당연하다는 듯이 안으로 들어오는데, 그 얼굴이 제법 낯익다.
"진주씨?"
"자면 안 돼요. 저랑 약속 했잖아요. 오늘 다시 해보기로."
그녀는 수건을 빨래통으로 보이는 곳에 넣어두고 내가 누워 있는 침대 안으로 쑥 들어왔다.
다만 침대 안에 들어오기 전,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지는 것이 예사롭지 않은 앞날을 예고했다.
"아웅~ 따듯하다. 역시 집이 최고인 듯."
그녀는 쉘터 생활에 벌써 적응을 한 것 같았다.
이불 속으로 거침없이 들어 온 그녀의 손도 대범하게 움직여서 내 몸을 더듬기 시작한다.
"제가 오늘 제법 괜찮은 방법을 하나 알아왔거든요? 남자들이 한 번 해주면 할배도 세운다는 말이 있어요."
"...할아버지요?"
"네! 한 번 해보지 않을래요?"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면서 기대감이 가득한 눈동자.
그 시선에는 2주일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진한 호감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됐습니다. 그럴 필요 없어요."
뭔지 모르지만, 굳이 알고 싶지도 않은 방법이었다.
그 방법은 내가 빙의하고 있을 때가 아닐 때 써먹길 바라며 그녀에게 성기를 세울 수 있다는 걸 알려주려고 한 순간이었다.
호감이 가득 차 있던 눈동자가 서늘해지고,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킨 그녀가 나를 노려봤다.
"오늘도 안 하겠다는 거에요? 정말 왜 이래? 내 몸이 그렇게 별로에요?"
"네?"
"그날에는 잘만 했잖아요! 아니, 싫으면 애초에 사귀자고 말하지라도 말던가! 그날은 짐승 같이 덮쳐줘 놓고, 정작 애인 사이가 되니 내외하는 건 뭐에요?"
내가 하지 말라고 했던 걸 오늘도 섹스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
"한 번 먹은 여자는 흥미가 떨어져요? 그래서 거기가 안 서는 거냐고요. 이럴 거면 그냥 헤어져요! 나 매력 없는 거 충분히 알았고, 이런 식으로 알려주지 않아도 됐거든요?!"
민진주씨는 정말 크게 화가 났는지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옷을 다 입기 전에, 손목을 붙잡아 침대에 풀썩 주저 앉게 했다.
"뭐하는 겁니까? 설마 그냥 나가려고요?"
"됐어요! 지금까지 충분히 나 답지 않았어요. 싫다는 사람한테 충분히 구질구질하게 굴었다고요. 이제 그만 할래요."
이래서 의뢰인이 그렇게 똥줄 탈 수밖에 없었구나.
왜 나한테 마음이 있는 여자까지 안아 달라고 했는지도 알겠다.
이런 식으로 구니까 점점 초조해진 걸 거다.
섹스를 해주지 않는 것을 자기한테 마음이 떠난 거라며 몰고 가니까.
'섹스 못하는 남자가 섹스 좋아하는 여자를 만났다라...'
서로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은 만남이 아닌가?
"제 말을 오해 한 것 같은데, 그 방법이 뭔지 몰라도 다음 번에 사용하자는 소리였습니다."
"다음 번 언제요! 매번 미루기만 했잖아요."
"뭐 언제든요. 적어도 지금은 할 필요 없습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아 이불 속에 있는 성기 쪽으로 가져갔다.
"어?"
기세등등해져서 바짝 힘을 받고 서 있는 녀석이 그녀의 손에 묵직하게 잡혀왔다.
그녀는 눈이 커지더니 이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이에요?"
"네. 커졌어요. 이미 이렇게 됐는데 세우겠다고 뭔가를 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대박. 진작 말했어야죠! 제가 화내서 식은 건 아니죠?"
그녀가 황급히 이불을 치워내고 힘을 받아 서 있는 녀석을 확인했다.
"와~ 이게 얼마 만이야. 퉁퉁 부어버릴 때까지 빨아도 안 서던 녀석이었는데!"
퉁퉁 부을 때까지 빨아봤다고?
그렇게 빨아 본 민진주씨도 대단하고, 그걸 견디면서 꿋꿋하게 세우지 못한 의뢰인도 대단했다.
"이거 이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되는 거죠?"
"마음껏 쓰세요."
2주일 동안 이 녀석을 세워보겠다고 고생 꽤나 한 것 같은데, 마음껏 고생한 보람을 느끼게 하기 위해 성기를 내어주었다.
그녀는 성기가 얼마나 단단하게 섰는지 재차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쉬었다.
"이제 다 갖고 놀았습니까?"
"네. 저 이거 넣어주세요. 너무 그리웠어요. 그날처럼 또 짜릿하게 안아줄 수 있는 거죠?"
"세웠으니까 얼마든지 가능하죠."
"근데 어떻게 한 거에요? 뭔가 비법이 있어요?"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저도 이 녀석 마음을 읽진 못하거든요."
"푸훗!"
아까 전의 서늘함은 어디로 간 건지.
민진주씨의 눈빛에 꿀이 뚝뚝 떨어졌다.
예사롭지 않은 광경이었다.
"그럼 할까요?"
"네!"
시작하자는 말을 하자마자 그녀가 냉큼 내 아래에 몸을 밀착 시켜 성기에 입을 가까이 가져다댔다.
그리고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모를 콘돔을 입으로 찢은 후, 안에 있는 콘돔을 꺼내 입에 물었다.
"움..쭙쭙! 쭈웁!"
성기를 입에 넣고 살았다는 게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입으로 콘돔을 끼우는 솜씨가 기가 막힌다.
그리고 이어지는 펠라는 능숙하고 요염하기까지 하다.
"후우, 언제까지 입으로만 먹을 겁니까?"
2주 동안 성욕을 해결하지 못한 몸은 금방 한계를 드러냈다.
이러다가 입으로 싸낼 것 같아 그녀에게 말했다.
민진주씨도 금방 내 상황을 눈치 챘는지 펠라를 그만하고 벌떡 일어났다.
"싸면 안 돼요!"
그녀가 바란다면 계속해서 세울 수 있었으나 이를 모르는 민진주씨는 다급했다.
그녀가 나를 침대에 눕히고 위로 올라와 성기를 자신의 구멍에 가져다 댔다.
"풀지도 않고 바로요?"
"바로 해도 괜찮아요. 씻을 때 준비 다 해놨어요."
쯔브븝ㅡ!
그녀가 괜히 자신만만해 하는 게 아닌 듯, 성기가 매우 부드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하으으...이거야. 이 단단함...그리웠어~"
"읏!"
안으로 들어가는 조임이 너무 좋았던 게 문제였다.
그야 말로 안에 넣자마자 찍! 하고 싸버린 것이다.
"..."
"..."
우리 두 사람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내 몸이 아니라서 조절하는 게 평소보다 힘든 게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무력하게 사정을 한 건 처음이었다.
"설마 이게 끝이에요?"
"..."
너무 당황해서 곧바로 대답을 못했다.
아니라고, 다시 세울 수 있다고.
내가 말이 없었던 게 그녀한테는 긍정으로 받아 들여졌는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이게 뭐하자는 거에요오!! 지금 나 놀리는 거죠?!"
"아니, 이건 진짜 오햅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또 세울 수 있어요."
"씨이...줬다 뺏는 것보다 더 최악이야!"
어쭈?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에 그녀의 몸을 번쩍 들어서 침대에 눕혔다.
그녀와 자리를 바꾼 나는 허벅지를 한 손에 하나씩 쥐고 양 옆으로 쫙 벌렸다.
정액이 들어 있는 콘돔을 빼내고, 새로운 콘돔을 찾아내 그걸 성기에 끼웠다.
슥슥-
손으로 성기를 흔들어서 자극을 주니 시간이 좀 걸려도 착실하게 크기를 키웠다.
"보십시오. 다시 설 수 있습니다. 오늘 바라는 만큼 해줄 겁니다. 그러니까 울지 말고 가랑이 벌려요."
"흣!"
울음을 터트린 그녀를 달랠 가장 좋은 방법은 하나였다.
그녀가 바라는 대로 안에 자지를 넣어주는 것.
그리고 예상대로 자지를 넣어주자 그녀의 울음이 뚝 그쳤다.
이제 남은 건 후끈한 밤을 보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