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808화 (846/849)

Chapter 808 - #96. 진해솔 (112)

후끈 달아올랐던 섹스가 끝나고, 오랫동안 내 자지를 받아내느라 지친 그녀는 작은 코골이를 하며 잠에 빠져들었다.

평소였다면 굳이 다른 일을 하지 않고 그녀의 옆에서 잠자리를 들었겠지만, 오늘은 좀 다른 행동을 해볼 생각이었다.

'진짜 있을까.'

몰래 카메라.

과연 의뢰인이 그렇게까지 타락을 했을까 싶으면서도 안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일반적인 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 하겠지.'

좀비 웨이브가 있던 날 이후.

의뢰인에게 상점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물어봐서 알게 됐다.

그때 좀비들을 잡으면서 벌었던 코인을 내 마음대로 써도 된다고 했기에 상점을 열어서 몰래 카메라를 감지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구매했다.

다행히 내가 좀비를 잡으며 벌었던 코인으로 충분히 사고도 남을 만큼 저렴했다.

[몰래 카메라 탐지용 (1회 용)]

-3m내에 몰래 카메라가 설치 되어 있으면 붉은색 빛이, 감지가 되지 않으면 푸른빛이 나온다.

깔끔하게 성능이 설명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물건의 사용법도 굉장히 간단했다.

단추 하나만 띡! 하고 누르면 된다.

위잉ㅡ

잠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나고.

흰 불빛이 주변을 한 번 쭉 스캔을 한다.

그리고 기계의 주둥이 부분에서 색이 입혀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푸른색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빨간색?'

설명서에 적혀 있는 대로라면 몰래 카메라가 있으면 붉은 빛을 낸다고 했다.

그리고 기계에는 선명한 붉은 빛을 내뿜고 있었다.

"이 새끼가?"

붉은 빛은 기계 주둥이 부분에서 레이저처럼 쭉 일직선으로 뻗어나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굴절하며, 어느 한 곳을 정확히 비췄다.

눈으로 보면 아무 이상함을 느끼지 못할 평범한 광경.

하지만 붉은 빛이 그곳을 감싸자 감추어져 있었던 물건의 형체가 드러났다.

붉은색 빛은 이곳에 네가 찾던 것이 있다고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바깥으로 튀어나오려고 하는 욕을 애써 속으로 참아내며 그곳에 걸어가 손을 휙 휘저어 봤다.

툭!

무언가가 손에 걸린다.

손을 활짝 펼쳐 그것을 들어 올리자 투명화가 풀렸는지 카메라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카메라의 전원은 들어와 있었고, 렌즈는 분명 침대를 향해 있었다.

'...영상 촬영 중이네.'

촬영을 중지 시키고, 영상을 확인해봤다.

어처구니가 없었던 건 영상 촬영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미친놈이네, 이거."

이걸 촬영해서 도대체 뭘 했을까?

'설마 반찬 삼은 건가?'

자기 여자랑 다른 남자가 섹스하는 걸 보면서?

시발, 역겨운 새끼...!

나는 의뢰를 위해 이곳에 온 것이지, 의뢰인 자위 반찬이 되기 위해 온 게 아니었다.

더 악질적인 것은 다른 여자와 섹스하는 영상은 없다는 점이다.

오로지 민진주씨와 관계를 하는 영상만 찍혀 있었다.

'개 또라이 새끼네.'

내가 이놈의 장단에 맞춰 줄 필요가 있을까?

절대 없지.

나는 곧장 카메라에 저장 되어 있는 영상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아무리 이 몸이 의뢰인 본인의 것이라지만, 그 안에 든 것은 나이지 않은가?

본인의 동의 없이 찍은 영상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맞았다.

깔끔하게 영상을 지운 후, 경고하는 영상을 남길까 고민했으나 친절하게 그럴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하러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줘? 아침에 깨어나서 고민 좀 하라고.'

카메라가 멀쩡히 있는데, 정작 영상이 사라져버린다면?

등골이 오싹할 거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했는지 궁금하겠지.

그리고 내게 물어보고 싶을 거다.

영상을 지운 게 너냐고.

'근데 물어보기도 참 애매할 거야. 누가 봐도 불손한 의미로 찍고 있었던 거니까.'

카메라를 몇 번 조작해보니 사용하는 방법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 발견했던 자리 그대로 투명하게 만들어 놓고 카메라의 전원은 끈 채로 내버려뒀다.

그리고 다시 침대로 가서 눈을 감았다.

내일 저 카메라를 확인하고 그놈이 어떻게 행동할지 너무 궁금했다.

♧ ♧ ♧

"연락이...없네?"

배짱을 부리는 건지, 아니면 용기가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의뢰인 쪽에서 연락이 없었다.

'그냥 모르는 척 굴려나?'

내 쪽에서 먼저 언급하지 않으니, 그도 모르는 척 굴겠다는 의미로 보였다.

조금 괘씸했지만 그렇다고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 이유는 없었기에 먼저 연락을 해서 카메라 얘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한 번 걸렸으니 두 번이나 같은 짓은 하지 않겠거니 한 것이다.

그리고 현재 나는 의뢰인의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성 취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 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

"이제 그만 돌아오지 그래? 슬슬 위험하다면서."

요즘 들어 자주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는 비앙카를 다시 돌려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황궁에서 지낼 때는 황제가 보호를 해주니 상관 없지만, 게오스 제국에서 상단을 운영하고 있어 황궁 밖으로 나오기만 하면 그녀를 노리는 자객들을 만나고 있었다.

물론 내가 그녀의 호위로 보내주었던 기사들이 무사히 그녀를 구해내긴 했다.

거기에 안전 장치인 아이템도 있으니 비앙카의 몸이 상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며 게오스 제국을 무너트릴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건 사실이었다.

어차피 미션이 끝나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텐데, 목숨을 거는 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요즘 엄청 재밌는데...

비앙카는 돌아오라는 말에 아쉬움을 보였다.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어도 그곳에서 생활하는 게 진심으로 재밌나 보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건데? 여기나 거기나 네가 할 수 있는 건 뭐든 할 수 있잖아."

-그래도 여긴 신분제가 있잖아요. 나보다 잘났다고 거들먹거리는 귀족들이 나중에 살려 달라고 발치에서 비는데 엄청 짜릿하더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목숨보다 재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 건 아니지?"

-저 아직 안 위험한데용!

"내가 들은 게 있는데 안 위험하기는! 황궁을 나가기만 해도 온갖 수작질들을 한다던데. 저번에는 칼 맞을 뻔했다며. 내가 뭐라고 했었지? 거기 가기 전에 약속 했던 걸로 아는데."

-주인님이 오라고 하면 군말 없이 돌아오는 거요?

"그래. 다행이 기억하고 있네."

혹여나 모르는 척 굴면 크게 화를 내려고 했는데, 다행히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모양이었다.

"돌아올 거지?"

-당장 돌아오지는 못해요. 여기에 벌려둔 사업이 있어서요.

"그럼 이제부터 슬슬 정리하면 되겠네."

-으음...근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이 많이 필요해요.

"사람?"

-네. 더 이상 재물을 쌓아 둘 창고가 없어요.

게오스 제국의 황제에게 뜯어 온 금은보화들을 비앙카는 꾸준히 우리 제국으로 이동 시켜왔다.

은밀함이 필요한 일인지라 아무에게나 시킬 수 없어서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제 슬슬 뜰 준비를 해야 하니 한 탕을 제대로 하기 위해 사람을 왕창 보내달라는 거였다.

"욕심 내지 말고, 적당히 챙겨. 어차피 그거 들고 돌아갈 수도 없잖아."

-여기에 두기엔 아깝잖아요. 이게 한 두 푼인 것도 아닌데.

대규모 재물이 움직이려면 어쩔 수 없이 검증 되지 않은 사람을 써야 하는데, 그러다가 괜히 뒤를 잡힐 수가 있었다.

"돈 버는 게 목적이 아니었잖아. 나라를 망치려고 간 거지."

-그건 그렇지만...주인님도 제가 모은 재물을 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걸요? 투자금도 꾸준히 횡령해서 꽉꽉 창고를 채워뒀거든요.

자기가 모아둔 재물의 가치만 따져도 게오스 제국의 1년 세금에 맞먹을 것이라며, 그녀가 자신감을 보였다.

"차라리 그냥 백성들한테 뿌려. 네가 백성들한테 뿌렸다는 걸 알게 되면 황제도 다시 되찾지는 못할 거야."

그걸 다시 되찾으려면 백성들의 양심에 맡겨서 재물을 다시 내놓으라고 해야 할 텐데, 줬다가 뺏는 것만큼 기분 나쁜 게 없는 법이었다.

-여기 백성들한테요?

"공사 얘기 들어보니까 일을 했는데 돈도 제대로 안 주기 시작했다면서. 귀족들 사이에서는 희대의 악녀가 되겠지만, 백성들 사이에서는 성녀 대우를 받는 것도 재밌지 않겠어?"

-으음...정말 아깝지 않으시겠어요? 급할 거 없잖아요. 시간만 있으면 여기에 모아 둔 재물이 다 주인님께 되는 거에요.

사람 욕심이라는 게 그렇다.

시작할 때는 재미로 했을지 몰라도 직접 자신의 배를 부르게 하는 재물 앞에선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거다.

만약 귀족들이 비앙카의 말을 들었다면 당연히 계속 거기에서 머무르며 게오스 제국을 거덜 낼 때까지 일하라고 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녀에게 생기는 위험은 귀족들에게 고려 해야 할 일이 아닐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난 다르다.

"그 재물들 모아서 뭘 해야 하는데? 여기가 내 진짜 삶인 것도 아니잖아."

-아...그러네요. 여기서 돈을 모아봤자 주인님한텐 아무것도 아니긴 하죠.

A 차원의 물건을 B 차원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하다.

그러니 황금을 산더미처럼 쌓아도 결국 이 차원에 두고 가야 하는, 버려야 할 것들이라는 의미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그 재물들을 다 가져와 봤자 의미 없어. 그냥 그만큼 재물을 뜯어왔으니 게오스 제국이 더 빨리 무너진다는 것밖에는 안 돼. 근데 얻는 이익에 비해 걸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잖아."

-제 목숨을 큰 리스크로 쳐주시는 거에요?

"당연한 거 아니야? 누가 재밌으라고 하는 취미 생활에 목숨을 걸어. 지금 네가 거기 생활에 너무 흠뻑 빠져 있는데, 이제 그만 나올 때가 됐어."

지금 그녀가 누리고 있는 권력은 황제에 버금간다.

황제가 그녀를 비호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도 황제 노릇 해보면서 마약보다 마약 같은 권력의 참맛을 느껴봤다.

그래서 그만 둬야 한다고 했을 때 비앙카가 느낄 감정을 잘 알았다.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까...어쩔 수 없네요. 근데 고작 이 정도로 만족 하시겠어요? 너무 싱거운데.

"하나도 안 싱거워. 충분하다 못해 넘치도록 해줬어.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두면 게오스 제국이 거덜이 나겠던데?"

-여긴 증권이 없어서 아쉬워요. 그게 있었으면 귀족들 재산을 완전 탈탈 털어버릴 수 있었는데.

"지금도 충분히 개판이야."

게오스 제국은 아마 비앙카가 남긴 깽판에 시름시름 앓을 것이다.

그리고 예전과 같은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할 터.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 제국이 그 꼴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 것이다.

"정리하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세 달 정도?

"세 달이나? 그렇게 오래 걸릴 이유가 없을 텐데."

-그럼 두 달요. 두 달이 최소에요.

"알았어. 두 달."

두 달이나 걸릴 일인가 싶긴 한데, 그냥 비앙카를 믿고 맡기기로 했다.

골치 아픈 사건을 만들긴 해도, 워낙 능력이 좋아서 일을 시켰을 때 실망 시키지 않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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