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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역전 세계의 아이돌-812화 (793/849)

Chapter 812 - #96. 진해솔 (116)

"세상에..."

"와아~!"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화려한 장식과 반짝반짝 빛나는 조명들.

촤아아악! 치이이익! 촤아아악!

오 색깔의 조명을 받은 분수가 물을 내뿜으며 관광객들의 방문을 환영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맛있는 냄새를 풀풀 풍기는 먹거리 장터와 더불어 관광객들을 노리는 각종 기념품 샵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혹여나 생길지 모르는 소매치기나 범죄를 걱정했는지 수시로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병사들도 보였다.

그들의 존재감 덕분에 관광객들은 편하게 게오스 제국의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게오스 제국이 원래 이랬나?"

"아니, 아무리 게오스 제국이라고 해도 이 정도는 너무 과한데..."

축제가 시작 되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구경하러 게오스 제국으로 왔다.

관광객들은 게오스 제국의 축제가 보여주는 화려함에 넋을 잃었다.

"너무 멋있다. 세련되고 깔끔하고..."

"여기로 유학 와서 공부하고 싶어!"

"옛 명성이 무색해졌다고 하던데, 다 헛소문이었나 봐."

비앙카가 계획하고 추진했던 축제는 성공적이었다.

돈을 쏟아 부었는데 실패하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아하하! 이거 엄청 재밌어!"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들도 길거리 곳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황제의 황금 동상은 관광객들이 반드시 방문해서 봐야 할 1위 명소로 손에 꼽혔다.

"이걸 공짜로 준다고요?"

"편하게 먹고 즐기시라는 폐하의 은혜입니다."

"와아~"

거기다가 매우 놀라웠던 건 황제 폐하의 은혜라며 관광객들에게 소박한 기념품을 나눠주고 있다는 점이었다.

축제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한 둘이 아니었기에 소박해도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갔을 것이다.

관광객들은 모처럼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에 푹 빠져들었다.

"거리가 정말 깨끗하네요."

"공용 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좋아요."

사람이 많이 방문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거리가 더러워 질 수밖에 없는데, 수시로 일꾼이 거리를 청소하고 또한 공용 화장실도 깔끔하게 청소를 해둬서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이렇게 발전 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도시는 과연 게오스 제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 것이다.

"게오스 제국이 이렇게 발전한 곳인 줄 몰랐어."

게오스 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의 종류는 매우 다양했다.

어린 학생들이 부모와 함께 축제를 즐기러 오기도 하고, 외국에서 보낸 사절단 소속 귀족들도 있었다.

누가 됐든 적어도 비앙카가 준비한 축제를 보며 감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풍요의 나라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었네요. 직접 와보니 별 세계 같습니다."

"이런 건 우리 나라도 본받아야 하는데..."

"이런 제국이 전쟁에서 패배하다니! 폭군이 이 위대한 나라에 무슨 짓을 한 건지...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저력이 있으니까 이렇게 단숨에 회복한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게오스 제국이 워낙 오랫동안 최강자의 자리에 있다 보니 주변 나라의 관료들 중에는 친 게오스파가 많았다.

그들이 좋아하는 게오스 제국이 굳건하다는 게 축제를 통해 증명이 되자 어깨가 으쓱해지고, 힘이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게오스 제국 관료와 깊은 친분을 맺는 것으로도 그들의 나라에선 어깨에 힘 주고 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게오스 황제는 축제 덕분에 그동안 게오스 제국의 건재함을 의심하던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역시 네 말을 듣길 잘했구나!"

"모두 폐하의 은덕이 아니겠습니까?"

축제에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것 같아 걱정이었는데, 이 정도 효과를 봤으니 쓴 돈이 전혀 아깝지가 않았다.

"맞습니다. 이 모든 게 폐하의 복이옵니다."

한 달 간 이어지는 축제라는 말에 비앙카가 사치를 부린다며 욕을 하던 귀족들도 분위기에 따라 냉큼 말을 바꿨다.

황제는 쯧쯧 혀를 차면서도 기쁜 마음이 더 컸기에 참아주기로 했다.

"게오스 제국의 축제를 구경한 귀족들이 자기 나라로 가서 본 것을 떠들어댈 것이다. 짐이 바란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대들은 쓸데없는데 돈을 쓴다며 비난했지만 보아라! 결국 우리 제국을 위한 일이 되지 않았느냐!"

황제의 지적에 귀족들이 깨갱하며 꼬리를 말았다.

축제의 성공보다 게오스 황제를 더 기쁘게 한 것이 바로 그 장면들이었다.

축제에 들어가는 돈을 확인하고 거품을 물면서 반대하던 귀족들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 말이다.

황제는 단숨에 날 듯이 비앙카를 찾아갔다.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을 자랑했다.

"하하하! 오늘 귀족 놈들 얼굴을 네가 봤어야 했다. 그렇게 반대하던 축제가 상상 이상으로 잘 되니 머쓱해서 짐의 시선을 피하는데, 참 꼴사나워 보이더구나. 으하하!"

황제는 모를 것이다.

그렇게 자랑하고 있는 황제를 보면서 비앙카가 속으로 혀를 차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신하들이랑 아등바등하면서 싸우는 게 자랑인 줄 안다니까.'

저런 부족한 사람에 비하면 우리 주인님은 황제라는 지위에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저렇게 분수에 맞지 않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말이다.

'잠깐 동안만 이 자리에 있는 거라고 하셨지만, 주인님이 다스리는 나라가 최고가 아닌 건 보고 싶지 않은 걸?'

비앙카는 대륙에서 가장 잘난 나라를 주인님께 바칠 것이다.

"폐하, 이렇게 축제가 성공했으니 국책 사업을 그들에게 자랑하시는 건 어떨까요?"

"숨겨도 부족할 판에 자랑을 하라?"

"알게 모르게 이미 다들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직접 현장을 보여주고 자랑을 하시는 게 나을 수 있어요."

"흐음...그건 조금 생각해봐야겠구나."

"아마 국책 사업의 웅장함을 보면 다들 입이 쩍 벌어질 겁니다."

"그래, 그렇겠지. 들어간 돈이 몇 배인데...당연히 그래야 할 일이야."

황제는 비앙카가 제안한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생각하는 척 하지만, 황제가 자신이 제안한 걸 안 할 리가 없었다.

그녀가 제안한 일이 안 됐던 적이 없으니 말이다.

아마 이번 일도 나중에는 황제의 위대한 업적으로 포장 되어 있을 것이다.

비앙카는 본인이 탐욕을 부렸던 것들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왔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무척 궁금했다.

하지만 그 경악하는 표정을 보면서 즐길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안전하게 보호해서 데려오라는 폐하의 명령이 있었습니다."

주인님 쪽에서 비앙카를 안전하게 데려오라며 사람을 보낸 것이다.

아직 축제가 진행 되고 있는 만큼, 약속했던 두 달이라는 시간이 다 지나가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줬는데 무시할 수는 없었다.

비앙카는 자신을 데리러 온 데인 남작에게 순순히 협조하기로 했다.

"원래 탈출로는 배를 타고 가기로 했는데 바꾸나요?"

"배도 출항을 하긴 할 겁니다. 다만 게오스 제국 쪽에서 따라잡는다면 배는 피할 곳이 너무 적습니다."

"혼란을 주자는 거군요?"

"예, 육로와 해로 모두를 의심하게 할 겁니다."

"알겠어요. 저도 그럼 준비하고 있을게요."

데인 남작은 비앙카가 생각보다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왜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면 문제가 생겨도 한참 전에 났어야 합니다."

"귀족들을 자극시키면 오히려 더 심해질 것 같아서요. 어차피 그치들도 진짜 절 죽이고 싶었으면 그런 허술한 자객을 보내는 걸로 끝나지 않았을 거에요. 그냥 나대지 말라고 경고하는 수준이죠."

"제가 들은 얘기와는 상황이 좀 다르군요. 실제로 위험할 뻔했던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아~ 그거요? 확실히 위험할 뻔했죠."

근래에 비앙카가 정말 죽기 직전까지 몰렸던 적이 있기는 하다.

바로 독이다.

여태까지 자객들만 주구장창 보내기에 방심하고 있었다가 의외의 일격을 맞아 꽤 놀랐다.

독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고, 티가 나지 않게 사람을 천천히 죽이는 독도 존재하는 것 아니겠나?

그리고 그 독은 그녀가 섭취하는 것에 은밀하게 타져서 꽤 위험할 정도의 수준까지 왔었다.

아마 그 치명적인 독이 그녀의 심장을 멈출 수도 있었을 것이다.

주인님께서 주신 아이템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래도 멀쩡하게 살아있잖아요."

"..."

누가 그랬는지 심증이 가는 사람은 있었다.

다만 배후를 찾는 건 어려웠다.

독을 탄 궁인이 자살을 해버린 탓이다.

현재 황제에게는 일부러 독에 당했다는 걸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슬슬 기분 좋은 황제에게 재를 뿌릴 때가 왔다.

'당한 건 되갚아 주고 가야지.'

비앙카는 난색을 표하는 데인 남작에게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래서, 언제 시작한다고요?"

"이틀 후입니다."

"이틀은 너무 짧아요! 아직 축제가 14일이나 남았는데."

"여기서 더 할 일이 있습니까?"

"있죠. 당한 건 갚아주고 가야 하잖아요."

"귀족들에게 말입니까?"

"네. 제가 그동안 당해오면서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거든요."

그들이 자신을 죽이려 했던 증거를 차곡차곡 모아두었다.

한 두 번이었다면 그들은 뻔뻔한 낯짝으로 꼬리 자르기를 할 것이다.

비앙카도 꼬리 자르기만큼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는 방법이 없다는 걸 잘 알았다.

해서 몸통이 드러날 수밖에 없도록 증거를 차곡차곡 쌓아뒀다.

미련 없이 게오스 제국에서 떠나기 직전.

'똥을 뿌려줘야지. 최대한 더러운 걸로.'

비앙카는 축제의 화려한 성공에 취해 있는 황제와 귀족들에게 커다랗게 엿을 먹여주었다.

"비앙카!! 비앙카!!"

"폐, 폐하! 지금 잠들어 계십니다."

"빌어먹을! 네놈들은 어떻게 일을 했기에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이냐!!! 독이라니! 황궁에서 독이라니!!!"

황궁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철저하게 검증 받곤 하기에 독에 당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었다.

황궁의 보안이 뚫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비앙카가 독에 당했다면, 게오스 황제 본인도 독에 당할 수 있었다.

의식주 모든 것을 궁인의 손에 맡긴 채 시중을 받는 게 바로 황제의 자리가 아니겠나?

그녀를 보좌하는 궁인들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생활하는데 매우 큰 불편을 초례할 수 있었다.

"죽을 죄를 지었나이다!"

"살려주십시오, 폐하!!!"

비앙카를 모시는 궁인들은 독에 당해 쓰러졌다는 걸 듣자마자 오들오들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녀가 잘못 되면 황제의 분노가 당연히 시중을 들던 궁인들에게 향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들어가서 직접 두 눈으로 무사한지 봐야겠다!"

게오스 황제가 비앙카가 무사한지 직접 봐야겠다며 직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비앙카는 침대에 누워 창백해진 얼굴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어찌 이런 참혹한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이냐! 짐이 지켜주겠다고 약속했거늘..."

무능한 자신 때문에 결국 비앙카를 죽을 뻔하게 했다는 사실이 못 견디게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독을 탄 궁인은 어찌 되었느냐?"

"들키자마자 자결했습니다."

"그럼 누가 흉수인지도 모른단 말이냐!!"

"폐하!!"

그때, 비앙카를 모시던 궁인 중 한 명이 냅다 몸을 바닥에 엎드리며 말했다.

"절대 폐하께는 말씀드리지 말라고 하셨으나 이번 일 때문에라도 도저히 더 이상 숨길 수가 없을 것 같사옵니다!"

"숨기는 일이 있다고? 비앙카가 짐에게?"

황제가 궁인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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