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32 - #96. 진해솔 (136)
“지금 당장이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는데 사정할 것 같다는 말에 기겁을 한다.
왜 저러지 싶어서 의문을 숨기지 못하고 물었다.
“그럼 하지 말까요?”
섹스를 하면 사정이야 당연히 따라오는 일이 아닌가?
이렇게 놀랄 이유가 전혀 없는 일이다.
“아, 아뇨. 하고 싶으시면 해야죠. 그게 참는다고 참아지는 게 아니잖아요.”
알긴 하네.
그래도 처음인데 잘 버텼다.
솔직히 언제 끝나냐고 울 줄 알았는데 말이다.
“다시 누워봐요.”
“네.”
내 위에 있던 그녀를 눕히고 사정을 위해 마지막 스퍼트로 허리를 움직였다.
“흣, 으흣! 너무 빠른데…아! 거기 좋아요.”
퍼억, 퍽, 퍼억!
그녀가 내 몸 위에서 움직이던 건 애들 장난인 수준처럼 빠르게 속도를 냈다.
이 몸이 힘 하나는 좋아서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였다.
“큭…!”
다만 이런 식의 행동은 오로지 사정을 위한 움직임이라서 순식간에 사정을 해버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능력이 없는 이 몸으로는 더더욱 말이다.
일반적인 신체로는 이 속도로 사정하지 않고 버티는 건 불가능한 일.
억지로 늘릴 재주가 없으니 쾌감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때에 맞춰 그녀의 안에서 성기를 빼고 콘돔을 빼내 바로 사정 했다.
“하아…하아…!”
“후우…후우….”
휴지로 흰색의 정액을 닦아내고, 학학 숨을 헐떡이는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쪼옥, 쪽!
그녀도 이젠 제법 능숙하게 입을 벌리며 키스를 받아줄 정도가 됐다.
마지막에 보여준 거친 움직임에 흐느끼던 그녀도 거칠게 숨을 몰아 쉬며 키스로 여운을 달래고 있는 상황.
잠시 후, 숨이 조금 가라앉은 그녀에게 물었다.
“괜찮아요?”
“하아…끝난 거죠?”
“네, 끝났습니다.”
“와…."
그녀는 첫 섹스가 끝났다는 것에 기분이 오묘한지 묘한 감탄사를 뱉어냈다.
그리고 나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하게 합니까? 무서워 한 것보단 훨씬 별 거 없죠?"
"별 거 없기는요! 여태까지 상상한 거랑은 완전 다른데요?"
섹스한 소감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믿어지지 않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하겠지.
땀을 흘린 그녀의 이마를 손으로 훔쳐주면서 묘한 감정에 휩싸인 그녀를 위로했다.
"아쉽습니까? 할 때는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으면서."
“글쎄요. 그런가…? 이게 아쉽다는 감정 일까요? 그냥 멍한 느낌이에요. 기대한 것 이상으로 좋았는데, 기대한 것보다 빠르게 끝난 것 같아서요.”
섹스의 소감이라기엔 좀 이상한 말이다.
설마 조루라고 놀리는 건데 내가 못 알아들은 건가?
“…이 정도면 평균보다 좀 더 길게 한 겁니다만. 조루라고 놀리시는 겁니까? 다른 남자보단 길었던 것 같은데.”
정력이 좋지 못한 남자들의 경우에는 몇 분 하다가 찍 싼다는 걸 모르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이 정도면 능력 없는 상황에서 굉장히 잘한 편이었는데….
“헉!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그런 거 아니에요!”
“정말 오해 한 거 맞아요? 빨리 끝나서 아쉽다면서요.”
“아니아니! 아니라니까요? 왜 사람 말을 안 믿어요! 정신없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는 거죠! 그게 핵심인데!!”
그러니까 기분이 좋아서 섹스에 정신이 팔린 탓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그러다 보니 빨리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는 말인 것 같았다.
“그렇게 말 해줬으면 충격은 안 받았을 텐데요.”
“절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아줘요!”
필사적인 외침으로 아니라며 변명을 하는 게 은근히 웃겼다.
의뢰인의 몸 상태가 워낙 건강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정력도 좋은 편이다.
‘잘 생긴 사람한테 너 못 생겼어 라고 하는 거랑 못 생긴 사람한테 못 생겼다고 하는 거는 상황이 많이 다르지.’
이 몸은 자존감이 낮을 이유가 없었다.
물론 그래봤자 일반인의 상위권 수준에서 노는 거지만 말이다.
‘이런 식으로 부심을 부리는 게 맞는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남자니까, 이 정도는 흉이 아닐 것이다.
나처럼 말도 안 되는 섹스를 하는 게 아무나 가능한 일은아니지 않은가?
“제가 아쉬워 하는 이유도, 오늘이 아니면 다음이 언제일지 모르잖아요. 아예 없을 수도 있고. 그래서 그런 거에요. 저 그렇게 심각한 변태는 아니거든요?!”
그녀의 말을 듣고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그녀가 괜한 걱정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 그랬다.
미안한 마음이 듬과 동시에 지금 이 순간 만이라도 그녀가 바라는대로 해주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더하고 싶습니까?”
이 몸의 정력은 여러 번 더 할 수 있는 수준의 체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한 번만 하려는 이유는 이제 막 처녀막이 찢어져서 아플 게 분명한 그녀에 대한 배려였다.
그 말인 즉슨, 본인이 하고 싶어 한다면 못 할 것도 없다는 의미였다.
“더 할 수 있어요?”
“한 번만 하는 이유가 저한테 있지는 않죠.”
“그럼 나 때문이라고요? 그런 거면 한 번만 더 해볼래요. 제대로 확인해보고 싶어요. 이번에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을 거에요. 처음은 너무 빨 아니, 정신이 없어서 생각 정리를 못했어요.”
그러니까 그녀의 말은 이거다.
처음이라 뭐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영 모르겠다는 말.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해보고 확실하게 느낌을 기억하고 싶다는 거다.
‘정신없이 내 위에서 허리를 흔들어 댔는데….’
그걸 해놓고도 아직 모르겠으니까 더 해야 한다고?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지.’
적어도 처음 할 때보단 두 번째가 더 많이 느끼고 기분 좋아질 테니, 그녀의 말이 아예 말도 안 되는 개소리 수준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말을 바로 수락 할 수는 없었다.
그녀 쪽에서 먼저 하고 싶다고 말을 해도 거쳐 가야 하는 절차라는 게 있다.
바로 그녀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거다.
분명 첫 경험의 여파로 그곳이 많이 아플 것이다.
“근데 안 아픈 거 맞습니까? 이제 슬슬 통증이 오기 시작할 텐데?”
“네?”
쾌감이 사라진 자리에서 곧 고통이 찾아 올 터.
그 통증은 남자인 내가 공감해 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여러 여자들을 안아보고 알게 된 경험에 따르면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말하는 건 호기를 부리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이 몸은 능력이 없어서 아픈 걸 없애주지도 못한다.
“아~ 아픈 거요? 아까부터 얼얼하긴 했어요. 근데 말 했잖아요. 저 아픈 거 잘 참는다니까요.”
엄살이란 엄살은 다 부렸으면서 이제와 아픈 걸 잘 참는다고?
정말 그 말을 믿으라고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귀엽네.’
새삼 배짱을 부리는 게 귀여워 보인다는 건 그녀에게 생긴 호감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이대로 다시 섹스를 시작할 수는 없었다.
분명 안에 넣기도 전에 만지면 아프다고 징징 댈 거다.
“정말 더 하고 싶어요? 내일 제대로 못 걸을지도 모르는데.”
“고작 이 정도로 아프다고 못 걸으면 지금까지 멀쩡하게 못 살아있죠. 그리고 아프면 하루 정도는 쉬어도 돼요. 남들은 다 그러고 사는 걸요.”
쉘터를 위해 쉬는 날도 반납하고 일을 했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그만 물어봐요.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오히려 안 하면 후회할 것 같단 말이에요.”
“…그럼 잠깐 기다려요. 이대로 무작정 할 수는 없으니까.”
아픔을 참겠다면서 한 번 더! 를 외친 그녀의 뜻에 따라주기로 했다.
‘섹스에 재능이 있다는 말이 칭찬인지 모르겠지만, 나쁜태도는 아니네. 근데 이래도 괜찮나? 생각보다 너무 친해진 것 같은데….’
첫 경험을 나쁘지 않게 성공한 그녀.
덕분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재능이 깨어나버렸다.
거기다가 나도 한술 더떠서 그녀에게 친근하게 대했으니, 이 일은 두 사람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거였다.
‘의뢰인은 분명 선을 그을 텐데….’
상황 자체는 훈훈하고 좋았지만, 이 분위기를 계속 이끌어 갈 수 없다는 게 안타까운 일이었다.
지금도 다른 사람 몸으로 그녀와 함께 하는데, 다음을 어떻게 책임지겠는가?
거기다가 상황이 워낙 특이하다 보니 그녀가 바라는 날에 섹스를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여자가 대기하고 있지 않은 날이나 돼서야 만날 수 있을 텐데.’
거기다 다시 재차 언급하자면 의뢰인은 연인을 두고 다른 여자를 안을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그녀가 호감을 보내와도 냉정하게 쳐낼 것이다.
‘밤에는 다정했으면서 아침에는 정색을 하면 어이가 없지.’
내가 지금 그녀와 호감을 쌓은들 기억에 없으니 소용 없는 일인 것이다.
지금이라도 좀 양념을 쳐둬야 할까?
최대한 책임을 져본다면, 꾸준히 잠자리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정도였다.
물론 그것도 의뢰가 끝날 때까지에 해당한다.
복잡한 생각을 뒤로하고, 상점에서 약 하나를 구매해서 방으로 들어갔다.
“이걸 바르면 좀 나을 겁니다.”
“그게 뭐에요? 처음 보는데.”
통증을 줄여주고, 성감을 돋게 해서 한결 쾌감을 느끼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그녀에게 딱 필요한 연고랄까?
저번에 좀비 잡고 얻은 코인을 최대한 쓰지 않고 있었던 보람이 있다.
그래도 얼마 되지 않아서 최대한 싼 걸로 구매했다.
뚜껑을 열어서 흰색 연고를 듬뿍 손에 바르고 그녀에게 눈짓을 했다.
“…누우라고요?”
내가 뭘 하라고 하는 건지 눈치껏 알아 들은 그녀가 물었다.
“약 발라야죠.”
“제가 바르면 안 될까요?”
“본인이 하는 것보단 제가 하는 게 더 편할 겁니다. 여기 안 쪽에 손가락 넣을 수 있겠어요?”
저기 안에 내 손가락을? 하는 표정으로 자기의 음부를 바라본 그녀가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어…생각해보니 힘들 것 같네요. 발라주세요.”
“거 봐요. 우리가 나체로 같이 있었던 시간이 얼마인데, 새삼 부끄러워 하는 거 아니죠?”
“당연하죠! 안 부끄러워요!”
살짝 놀리는 투로 말하니 욱해서는 냉큼 아니라고 반박한다.
가벼운 농담에도 찰진 반응을 보여주니, 놀리는 맛이 난다.
다만 이런 내 행동이 의뢰인의 평소 모습과 비교하면 많이 다르다는 거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장난기가 돌아서 연기하는데 문제를 일으킨다.
‘자제하자. 지금도 너무 갔어.’
선을 지켜야 한다.
내가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그녀는 침대에 누워서 어색한 몸 놀림으로 가랑이를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