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33 - #96. 진해솔 (137)
“깨끗하네요? 그새 닦았어요?”
“네. 더러워져서….”
피가 묻어 있으니 그럴 수밖에.
내가 잠시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해오는 사이에 그녀가 혼자서 음부에 묻은 것들을 닦아낸 모양이다.
"제가 닦아주려고 했는데요."
“그렇게 세심하게 신경 안 써줘도 돼요. 이런 걸로 상처 입는 사람 아니거든요.”
겉보기엔 깨끗해진 상태지만, 그녀의 조개 안 쪽에 손가락을 넣어보면 채 닦아내지 못한 흔적이 가득하다.
차마 그 안까지 깔끔하게 닦아내진 못한 것 같았다.
‘이래놓고 약을 어떻게 혼자서 바르겠다고….’
그녀의 안을 휴지로 좀 더 깔끔하게 닦아내고 퉁퉁 부은 곳에 약을 발랐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갈라진 음부의 틈이 자극적이긴 했는지 성기가 자연스럽게 반응해서 크기가 커졌다.
하필 그녀가 그걸 정확하게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내 그곳을 가리키며 물었다.
“…약 바르신다면서요. 그건 왜 키우세요?”
“그렇게 앉아 있는데 어떤 남자가 안 커지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게 서야 섹스를 하죠.”
말하고 나서 생각난 건데.
’…본의 아니게 의뢰인을 디스 해버렸네.’
잠시 속으로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의뢰인에게 깔끔하게 사과를 한 후, 약을 모두 바른 후에 잘했다는 의미로 그녀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의외로 약을 바를 때는 엄살을 안 부린다.
“다 발랐습니다. 이번 섹스는 다른 체위로 해볼까요?”
“와…이거 뭔데 이렇게 효과가 좋아요? 시원해지더니 아픈 게 확 가라앉네요. 근데 다른 체위요? 좋아요!”
잠깐 효능 좋은 약에 한 눈을 팔던 그녀가 다른 체위라는 말에 눈을 초롱초롱하게 뜬다.
학생이 더 하고 싶다고 말해오는데 선생 입장에서 의욕을 안 낼 수가 없는 거다.
“진도가 생각보다 빠른 것 같아서 걱정 되지만, 학생이 이렇게 잘 따라오는데 마냥 느리게만 할 순 없겠죠?”
“당연하죠! 진도 팍팍 나가주세요.”
씨익 웃은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 목에 팔을 두르고 먼저 대범하게 키스를 해온다.
“그래서 다음 체위는 뭔가요, 선생님?”
다음으로 가르칠 자세는 후배위였다.
♧ ♧ ♧
짹짹-
익숙한 새소리와 따가운 햇볕이 잠을 깨운다.
눈을 뜬 순간, 어젯밤의 일이 꿈처럼 느껴지는 건 왜 일까?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생긴 일이니 꿈이라고 쳐도 무방 하기는 할 것이다.
이곳에서 생활하다 보면 좀비니 아포칼립스니 하는 게 아득히 멀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지만 어젯밤 있었던 일은 엄연히 꿈이 아니다.
'알아서 잘 하겠지. 애초에 두 사람은 인연이 있는 사이였으니까.'
의뢰인에게 그런 식으로 평소 생활에 참견을 하면 안 된다.
그건 엄연히 선을 넘는 거다.
의뢰인이 자꾸 선을 넘어서 나를 귀찮게 굴었을 때를 떠올려보면 역으로 나도 그런 진상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의뢰인이 진상 짓을 한다고 나도 할 수는 없지. 다른 사람 걱정하지 말고, 누나들한테나 잘 하자고.’
꿈은 잠에서 깨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나 영향을 끼치는 거다.
곧 정신을 차리고, 익숙한 아침을 맞이해서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면 깨끗하게 잊혀지는 것이다.
아침은 좀 뒤숭숭하게 일어났지만 다행이도 오늘은 스케줄이 있어서 일에 집중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사람도 잊혀졌다.
그리고, 이름 모를 그 여자를 다시 떠올린 것은 한 주가 지나, 다시 의뢰인의 몸에 빙의를 하게 됐을 무렵이었다.
“음….”
이젠 익숙하게 빙의 과정을 끝내고 감겨 있던 눈을 떴다.
꿈 속에 들어 온 것처럼 느껴지지만, 엄연히 피부 주변에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의뢰인은 저번에 잠들었던 장소와 같은 곳에 있었다.
방을 쭉 살펴보는데, 딱히 달라진 부분도 없어 보였다.
고작 며칠이나 지났다고, 달라 질리 없기도 하다.
그래도 아포칼립스 세상 인지라 방심하면 안 되겠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대기하는 여자가 있으려나?”
이곳에 오자마자 주아 누나를 닮았던 그 여자가 생각이 난다.
만약 오는 여자가 없다면 그녀를 다시 만나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않겠는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내 바램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똑똑똑ㅡ!
“들어오세요.”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는데, 방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들어오라고 하니 처음 보는 여자가 수줍은 표정으로 방 안에 들어왔다.
“그…제가 오늘….”
“예, 들어오십시오.”
나이가 어려 보이는 여자다.
아직 앳된 티가 사라지지 않은 얼굴이었는데, 벌써부터 임신을 계획하고 이곳에 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물어볼까? 아니, 의뢰인이 알아서 잘 골랐겠지.'
설마 어린 나이 여자애한테 임신을 바라는 거냐는 질문도 제대로 하지 않고 받아들인 건 아닐 것이다.
그녀는 어색한 몸짓으로 침대에 살포시 앉더니, 생각보다 금방 적응을 해서 재잘재잘 얘기를 시작했다.
“처음에 이런 걸 한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조금 거부감도 들었고요."
"강제로 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그렇다고 듣기는 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세상이 이렇게 되고 나서 여자들이 그런...쪽으로 이용을 좀 당했잖아요? 초반에 말이에요."
그런 쪽?
순간 못 알아 들었는데 머리를 좀 굴려보니 어떤 상황이었을지 짐작이 됐다.
여성을 남자들이 성적으로 이용했겠지.
흔히들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소설 속에서 인간의 부정적인 면이 강조 될 때 보여지는 경우였다.
'그거에 더해서 먹을 게 없어서 인육을 먹는 식의 끔찍한 일도 일어나고.'
"근데 찬찬히 설명을 들어보니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이런 방법이 필요할 만큼 세상이 극단적인 상태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리고 쉘터는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안정적이더라고요.”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이 마련 되었다.
당장 현재를 사는 것은 문제가 해결 되었으니 이제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남자가 한 명이라는 점 때문에 굉장히 난감해진 거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니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쉘터의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도 쉽게 하겠다고 말하지는 못했습니다.”
“네. 얘기 들었어요. 오랫동안 거절을 하셨다고요. 근데 결국 쉘터를 위해서 희생을 하신 거잖아요. 나중에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범한 사람한텐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니까.”
여자는 섹스를 시작할 생각이 없는지 30분이 지나도록 계속해서 대화를 나눴다.
섹스를 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니라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곳에 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우리들 사이에서 쉘터에 정착하는 걸로 말이 많았어요. 이곳이 정말 우리한테 안전한지 확신이 들지 않았거든요. 물론 먹을 거 걱정 없고, 잠도 편하게 잘 수 있으니까 좋기야 하겠죠. 근데 사람이 사는 게 쉽지 않잖아요."
…말이 굉장히 많은 덕분일까?
그녀가 이번에 새로 쉘터 무리에 들어 온 쪽이라는 사실을 방금 막 깨달았다.
너무 말이 많은 게 싫을 수도 있겠지만, 내 입장에선 전혀 그렇지 않았다.
밤에만 잠깐 들렸다가 사라져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쉘터 내부의 사정에 대해 아는 게 없었는데, 수다쟁이인 그녀가 하는 말을 얌전히 듣고 있으니 대충 상황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가 내뱉는 얘기들에는 궁금했던 것들이 있었기에 만히 귀담아 듣기로 했다.
'이런 정보들은 따로 의뢰인이 하지 않는 이상 듣기 어려우니까.'
그러고 보니 새로 들어 온 무리 중에는 남성이 한 명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쉘터는 잘 적응 했습니까?"
"충분히 했죠. 며칠 정도였을 뿐인데, 여기가 벌써 내 집 같기도 하고 그렇거든요. 쉘터 정말 잘 만드셨어요."
"앞으로 더 좋아질 겁니다."
"맞아요. 그래서 저희도 쉘터의 룰을 따르기로 한 거에요. 우리를 착취해서 좋지 못한 일을 시킬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안 그러시는 걸 보고 많은 걸 느꼈어요. 이곳이야 말로 우리가 마음 놓고 정착할 곳이구나 하는 걸 알게 됐달까요?"
"오늘 이곳에 온 것도 쉘터의 룰을 따르겠다는 걸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서였군요."
"맞아요. 우리들이 완전히 쉘터 주민이 되기 위해서는 뭔가 보여줄 필요가 있으니까요."
나이가 어려 보였는데, 제법 야무진 생각을 한다.
"억지로 이런 걸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잘 적응하고, 사람들과 싸우지 않고 지내는 것 만으로도 모두들 인정해 줄 겁니다."
"큰 다음 먹고 왔는데, 안 해도 된다고 말하면 어떡해요?"
"다른 사람한테는 했다고 말해줄 순 있습니다."
"아뇨. 그런 식으로 거짓말 하는 건 싫어요. 제대로 할래요."
야무진 그녀의 대답에 나도 더 이상 거부를 하지 못했다.
바라는 대로 쉘터에 그들이 무사히 적응 할 수 있도록 뜻에 따라줄 수밖에.
나는 가만히 있으면 계속 수다를 떠느라 끝이 없을 것 같은 그녀의 손을 잡아 당겨 침대에 눕혔다.
"처음입니까?"
"아뇨. 해봤어요. 혹시 처음인 거 좋아하세요?"
"설마요."
처녀가 아니라면 오늘 섹스는 한결 편할 것이다.
그녀의 말 많은 입술에 내 입을 가져다 대고, 능숙하게 매번 해오던 일을 시작했다.
여자가 미리 찾아오는 쪽이 역시 훨씬 편하긴 하다 생각하면서 말이다.
♧ ♧ ♧
이름 모를 그 여자를 떠올리는 건 꽤 자주였지만, 처음 밤을 보냈던 날 이후로 얼굴을 보는 건 정말 힘들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빙의를 하자마자 방문을 두드리는 여자들이 끊이지 않고 계속 되고 있었고, 그녀가 궁금하다는 이유로 해야 할 일을 내팽겨칠 수는 없었다.
더욱이 바깥을 나간다고 해도 이름조차 모르는 그녀를 찾을 방법도 딱히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쉘터에는 은근한 웃음 꽃이 피어난다.
드디어 내가 열심히 허리를 놀린 결과가 여자들 사이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피임을 하지 않고 했던 횟수가 수십 번이 넘는다.
주로 방문을 두드리는 여자는 한창 대의 30대 초반의 여성이었기에 금방 임신이 가능했다.
초반에 한 둘 정도가 임신을 했을 때는 쉬쉬하며 간단하게 축하 인사로 넘어갔지만 점점 인원이 늘어가자 사람들은 임신에 대한 구체적인 얘기를 나누는 것을 서슴없이 했다.
-아이 낳는 것도 문제고, 그 아이를 돌보는 것도 문제이긴 합니다.
의뢰인과 오랜만에 통화를 하다가 요즘 쉘터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일은 임신에 관련 된 내용이라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임신에 관련 해서는 해줄 이야기가 꽤 됐다.
의뢰인도 그래서 내게 그 말을 한 것이 틀림없었다.
-아이를 많이 낳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아이를 출산 할 때 관련해서 조언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