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는 다보여-1화 (1/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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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1.내 눈에만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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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내 눈에만 보여.

‘빌어먹을! 어쩌다가 내 신세가!’

나는 강원도의 오지 삼척에서 일주일 전의 일을 곱씹었다.

친구 놈들과 함께 간 클럽에서 만나 원나잇을 보낸 끝내주는 여자.

당연히 내 우람한 좆으로 몇 번이나 기절시켜 줬더니 그녀가 뿅 가 버린 거다.

그러다 보니 원나잇이 아닌 몇 번의 만남을 더 갖게 되었다.

원나잇은 원나잇으로 끝냈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만남을 지속하고 싶을 정도로 괜찮은 미녀였던 것이다.

그 정도 미녀를 만나기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렵다.

그만큼 끝내준다는 뜻이지.

기왕이면 진도가 나가 관계가 발전 되도 괜찮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더랬다.

문제는 그년의 남편이 구상두파의 두목 구상두였다는 거다.

조폭들의 위세도 옛날 같지 않다고 생각해 우습게 봤는데 이거 장난이 아니다.

정말로 나를 죽이기라도 할 기세였다.

“개 같은 새끼! 좆 같은 년!”

줄줄이 흘러나오는 욕설.

내 원망은 구상두와 졸개들보다 오히려 다른 이들에게로 향했다.

제 마누라와 동침한 사내에 대한 분노는 아주 조금이지만 이해하거든.

나라도 상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테니까.

그런데 씨발!

김동운 개새끼와 이상연 쌍년은 진짜 욕을 안 하고 지나갈 수가 없다.

친구라는 놈은 너무도 쉽게 나를 불어버렸고, 몇 번이나 밤을 불태운 여자는 오히려 강간범으로 몰아버리니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 아니겠는가.

내 좆 밑에서 좋다고 질질 싸던 보지는 딴 년 보지냐고!

그렇게 나는 대한민국 서울의 한 귀퉁이를 이끄는 잘나가는 조폭의 마누라를 강간한 간 큰 놈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구상두도 대가리가 달려있다면 내가 강간한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파악 했겠지.

그저 타오르는 분노를 잠재울 재료가 필요했을 뿐이다.

우르르릉 콰콰쾅.

내 좆 같은 기분에 맞춰 지랄 맞은 날씨는 기어코 굵은 빗줄기를 쏟아 냈다.

일주일간 쫓기며 몸을 숨기고 별 지랄을 다해봤지만, 구상두의 졸개들은 귀신같이 나를 찾아냈다.

장담하건데 누군가를 추적하는데 있어서는 대한민국의 경찰은 명함도 못 내밀 거다.

가진 능력을 이롭게 경찰과 공조하여 범죄자들을 추적한다면, 조폭이라는 추악한 오명을 벗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기관으로서 발돋움 하리라.

씨발.

하필이면 역 방향으로 몰아치는 빛줄기는 얼굴의 구멍이란 구멍은 전부 막아버리겠다는 듯 꾸역꾸역 파고들었다.

정말이지 예전처럼 쓰레기 같은 생활을 떨쳐내지 못했다면, 도주는 생각도 못했으리라.

그다지 내세울 것이 없던 나는, 내 한 몸이라도 쓸모 있게 가꾸려 노력했다.

새벽까지 마신 술로 모든 감각이 흐느적거릴 때도, 여자와 밤을 지새우고 그 먹음직스러운 몸으로 앙탈을 부릴 때에도.

몇 년 동안 이어온 운동의 루틴은 절대로 지켜내었다.

뭐 하나 내세울 것이 없던 나에게, 남보다 쓸 모 있는 몸은, 조금이나마 그들과 동등하게 설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일주일이나마 목숨을 연명하게 해 주는 최후의 보루가 되었지.

그 보루도 이제는 막바지에 이른 것 같다.

한 손이 열 손을 당해낼 수 없듯.

조폭들의 끈질긴 추격은 더 이상 뿌리치지 못할 것 같다.

마치 어느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막다른 절벽에 다다른 나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절망으로 휩싸였다.

“허억... 허억... 씨발... 이... 이렇게 죽을 수 없어!”

전형적인 대한민국의 느와르 영화 클라이맥스에 도달한 지금, 이 뒤의 결과는 보지 않아도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빗줄기를 쏟아내는 하늘의 짙은 어둠은 까마득한 절벽의 끝이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철썩. 철썩.

몰아치는 빗줄기의 소음 속에서도 흉악하게 절벽을 때리는 파도소리는 귓가를 후벼 파듯 때려 박힌다.

이에 질세라 하늘이 장단을 맞춰 짐승처럼 으르렁 거린다.

우르르르릉.

쏴아아아아.

더욱 굵어진 빗방울은 때린 곳을 계속 해서 또 때리는 잔인함을 보였다.

오늘 기필코 너의 모발을 탈모시키겠노라!

빗방울의 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 몇 번이나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던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인한! 크크큭! 씨발 새끼 드디어 잡았다.”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뻔하디뻔한 대사를 웅얼거리며.

도주하는 동안 몇 번이나 얼굴을 마주쳤던 빛나리새끼가 킬킬거리며 다가왔다.

놈은 연기에 진정성을 부여하듯 손수 탈모를 마친 상태로 보인다.

도주 직전 내뻗은 내 주먹에 입을 맞춘 눈탱이는, 이제야 알맞게 익었는지 누렇게 그 색을 과시하고 있었다.

빛 방울의 강렬한 타격에도 유유히 공격을 흘려버리는 매끈한 정수리.

그 뒤로 진부한 웃음을 흘리며 모습을 드러내는 엑스트라들.

동원된 엑스트라의 수는 십여 명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주인공에 대한 배려가 확실한 놈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그렇게 죽을 일이야!?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거잖아!”

하지만 내 입에서는 주인공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애절한 대사가 튀어 나온다.

처음 붙잡혔을 당시, 좆나게 터질지언정 설마 죽이기야 하겠냐는 생각은, 구상두의 입에서 내뱉어진 말로 인해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묻어.­

내 전신을 몇 번이나 담금질 하고 난 후, 그가 뱉은 말이었다.

아무리 마누라를 따 먹었다고 정말 죽인다고?

설마가 설마 사람을 잡을 줄이야.

“왜? 진짜 죽는다 생각하니까 이제야 쫄려?”

그래! 쫄린다 씹쌔야! 너라면 안 쫄리겠냐!?

당장이라도 목구멍을 비집고 나오려는 말은 꿀꺽 삼켜 뱃속으로 소화시켰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비릿하게 웃는 그의 앞에 털썩 하고 무릎을 꿇었다.

죽을 마당에 무릎이라는 자존심 따위는 언제라도 내어 줄 용의가 있었다.

“흐흐흑... 제발... 살려주세요... 흐흐흑...”

애절함을 담아 그의 마음에 진심이 전해지길 빈다.

정말 죽고 싶지 않았다.

내 인생이 겨우 조폭마누라 따먹고 죽을 인생이었다는 것이 너무 서러웠다.

“킬킬킬~ 이 새끼 좆나 고생시키더니, 이제는 눈물 콧물 짜고 있네? 개새끼야! 네가 오늘 죽는 것은 변함이 없어 이 새끼야~”

내가 옥토퍼스새끼라고 뱉었던 욕설이 마음에 담겨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아니, 저 누렇게 뜬 눈탱이도 한 몫 했겠지.

이 새끼들은 정말로 나를 죽이려고 작정했다.

거기다 하필이면 다다른 곳이 깍지 바른 절벽 위라니.

놈들은 크게 손을 쓸 것도 없이 절벽으로 던져버려 자살로 위장해 버릴 거다.

어쩌다보니 자진해서 죽을 자리를 안내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죽는 것은 기정사실이 된 것 같다.

내가 죽는다고? 진짜로? 설마...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는 현실은 오히려 떨리던 몸을 진정시키고 마음 또한 고요히 가라앉게 만들었다.

죽더라도 쉽게 가고 싶지는 않다.

내 시신이 발견되어 조사가 이루어지고 폭행의 흔적이 있다면 조금은 곤란해지지 않을까?

숙였던 고개를 들며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비릿하게 웃으면서 다가오는 구상두파의 졸개들.

“쉽게 갈 거라고 생각하지 마.”

어차피 죽음을 생각하자 오기가 생겼다.

덕분에 찌질한 대사가 아닌, 제법 주인공다운 대사가 튀어 나왔다.

이제는 멋지게 마지막 신을 찍을 차례다.

생각과 동시에 놈들을 향해 힘껏 몸을 날렸다.

퍼억. 퍽. 퍽.

불과 10초 만에 전신에서 격통이 느껴졌다.

마구잡이로 날아오는 주먹과 발길질.

호기롭게 뛰어 든 나는 몰매에 점점 무너져 갔다.

결국에 내가 할 수 있던 것은 번데기처럼 잔뜩 웅크리고 놈들의 발길질을 견뎌 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너무 고통스럽다.

이게 맞아 죽는다는 건가?

역시 영화는 영화고, 현실은 현실이다.

얼마나 밟혔는지 오히려 고통은 사라지고, 속에 있는 내장이 입으로 뿜어져 나올 것만 같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발길질이 점차 사그라졌다.

꿈쩍도 할 수 없는 내 몸을 잡아드는 느낌이 든다.

구타로 뜨거워진 몸은 차가운 빗줄기로 인해 빠르게 식어간다.

“형님, 아직 숨이 붙어 있는데요?”

졸개의 한 마디.

태연한 그 말에 놈들에게 이런 일은 한 두 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던져 버려.”

“네. 형님.”

우르르릉 콰콰콰쾅.

때마침 나의 죽음을 알리듯 천둥번개가 요란하게 울린다.

휘익.

그리고 붕 하며 공중에 뜨는 부유감이 들었다.

내 몸은 절벽 밑을 향해 낙하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맞았는지 팅팅 부어 떠지지 않는 눈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

번쩍.

냉정하게 내려다보는 옥토퍼스의 맨질맨질한 두상이 번쩍이는 번개에 전구처럼 빛났다.

콰콰쾅.

파지지직.

노하기라도 한 듯 제우스의 창처럼 내리꽂히는 낙뢰.

낙뢰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리며 무겁게 가라앉는 눈꺼풀을 느낀다.

‘크크큭... 설마, 또 다시 번개에 맞을 만큼 재수가 없으려고?’

그랬다.

나는 그 만큼 재수가 없는 모양이다.

“크아아아악!”

풍덩.

그 비명을 마지막으로 어두운 바다 속으로 잠겨 들었다.

***

“으허어어억!”

온몸이 젖어 으스스한 한기가 밀려든다.

이것은 내 땀인가? 아니면 차가운 바닷물인가?

나는 머리를 마구 흔들며 몸을 더듬었다.

‘어? 안 아파?’

그렇게나 얻어맞고 낙뢰에 격침까지 당했다.

마지막에는 어두운 바다 속으로 잠겨 들었다.

바들바들 떨고 있으려니 묘한 섹기가 섞인 웅얼거림이 들린다.

“으으으응...”

상황을 인지하기 위해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너무나도 익숙한 분위기의 객실이 눈에 들어왔다.

항상 애용해 왔던 묵고가게 호텔.

“뭐야~ 꿈이라도 꿨니?”

반쯤 가려진 이불을 걷어내며 아리따운 여성의 얼굴이 드러났다.

진한 갈색이 감도는 웨이브진 머리칼을 손으로 쓸어 뒤로 넘긴다.

D컵의 훌륭한 맘마통과 순산형의 골반.

올바르게 솟구친 엉덩이는 누가 봐도 침이 꼴깍하고 넘어가는 모습이다.

‘이... 이상연?’

왜 지금 이상연하고 같이 있는 거지?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서울 강북의 밤을 잡고 있는 구상투파의 구상두 마누라이자, 나를 강간범으로 몰고 간 개 같은 년.

그런 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탐스러운 그녀의 육체는 무르익은 농염함을 품고 있었다.

주르륵.

나도 모르게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스마트폰을 빠르게 찾아 날짜를 확인했다.

‘뭐... 뭐야! 날짜가 왜 이래?’

내 행동이 이상했는지 이상연이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는 최대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이상연을 돌아봤다.

당황스러움을 애써 숨기며 대답한다.

“아... 하하하, 별일 아니야. 오늘 볼일이 있었는데 깜빡 했어.”

그녀의 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아랫도리가 본능적으로 묵직해졌지만 애써 외면했다.

지금은 꿈틀대는 성욕에 앞서 진정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 바로 나가야 해?”

꿀꺽.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의 농밀한 몸뚱이는 나를 하염없이 유혹하고 있다.

이미 입 속의 침은 한가득 웅덩이를 만들어냈다.

“아무래도?”

“그럼, 한 번 더 하고 나갈까?”

야릇한 시선을 보내며 슬쩍 가랑이를 벌리는 그녀.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매끈한 음부가 모습을 드러내며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살집이 잡힌 통통한 대음순 안으로 살짝 튀어나온 소음순이 교태를 부리고 있다.

벌써부터 흥분이라도 느낀 듯, 침대를 촉촉이 적시기 시작하는 애액.

움찔거리는 몸을 겨우 잡아내며 힘겹게 입을 연다.

“다... 다음에. 만날 기회는 또 있으니까. 정말 빨리 나가 봐야 해.”

어제가 그녀를 두 번째로 만나던 날.

두 번의 만남에 그녀의 안에 무려 여섯 번의 아기씨를 뿌린 후이기도 했다.

강렬한 유혹을 뿌리치고 조급하게 인사를 마친 후 호텔을 빠져나왔다.

생생하게 느껴지는 탁한 공기와 눈부신 햇살은 내가 악몽을 꾸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너무도 생생한 그 기억에 최소한 확인이라도 해 보자는 마음이 든다.

정말 이상연이 구상두의 마누라라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나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흔들며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내 눈에는 이상한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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