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 1. 내 눈에만 보여.(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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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눈에만 보여.(7)
우연히 만난 이상연과 질펀한 하룻밤을 보내면서, 실험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도중에 새로운 능력을 알게 된 것도 성과라면 성과.
번개를 맞은 후유증 때문일까?
놀랍게도 나는, 전기를 생성해낼 수 있었다.
하룻밤 새 다섯 번이나 몸을 섞으면서,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다.
미세한 전기 마사지로 몸을 풀어 주며 마지막에는 전류와 함께 사정.
어찌 된 일인지 이상연은 눈을 까뒤집고 정신을 잃었다가도, 눈을 뜨면 더욱 달아올라 나를 덮쳤다.
몸이 날아갈 것 같이 가볍다나 어쨌다나?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전기뱀장어가 된 것 같다.
이상연이 끝나주는 여자임에는 분명하지만 오래 만날 수 있는 사이는 아니다.
나를 언제고 땅에 묻을 준비가 되어 있는 조폭의 보스 마누라.
그녀가 나를 대하는 것에 진심이 느껴지지만, 내가 죽은 것에 대한 복수심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몰론, 이상연이 지금 내 심정을 알 수는 없겠지만.
첫 애널을 뚫어 주고, 전기마사지의 효과일까?
이상연은 헤어지는 순간까지도 내게 바짝 붙어 떨어질 줄 몰랐다.
“자기야~ 또 잠수타고 그러면 안 돼?”
들어갈 때는 ‘인한아~’에서 나올 때는 ‘자기야~’로 바뀌어 있었다.
농염한 요부를 연상케 하는 그녀였지만, 이 정도로 끈적하게 달라붙는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찌 되었든 실험은 끝났고 내 안에 남아 있는 앙금을 조금 풀고 싶었다.
“계속 연락하려고?”
안에서의 뜨거웠던 정사와는 대조되는 냉랭한 음성이었다.
이상기운을 감지했을까? 이상연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러나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팔짱을 끼며 커다란 가슴을 밀착시킨다.
D컵의 푸근함이 여실히 느껴졌다.
“아잉~ 말투가 왜 그래~”
이상연이 아양을 부리듯 어깨에 얼굴을 묻어왔다.
확실히 괜찮은 여자이긴 하다.
씻으면서 화장을 지운 상태로 나왔는데 어째 화장한 것보다 훨씬 섹기가 풀풀 풍긴다.
“나한테 말 안한 거 없어?”
“말 안한 거... 라니?”
“예를 들어... 유부녀라던가?”
그 말이 결정타가 되어 그녀를 덮쳤다.
꿀물이 뚝뚝 떨어지던 그녀의 눈은 한순간에 당혹으로 물들었다.
“네... 네가... 어떻게...?”
“어떻게가 중요한 거야? 누나가 날 속였다는 게 중요한 거지.”
“그... 그건...”
스르륵.
내 팔에 끼워졌던 그녀의 팔이 힘없이 늘어지며 빠져나간다.
잘게 떨리는 눈동자는 요염함을 잃고 처량함으로 변화되었다.
“뭐, 누나와 보낸 시간은 즐거웠어. 진심이야. 그럼 나는 이만 가 볼게~”
그냥 잠수 탈 걸 그랬나?
저 모습을 보니 마냥 마음이 후련하지만은 않다.
턱.
뒤돌아선 내 팔을 잡아채는 손길.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를 바라본다.
“술 한 잔 해.”
“갑자기?”
그녀는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 입을 굳게 닫고 내 시선을 응시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세 번의 만남이기는 하지만 열 번을 넘게 몸을 섞었다.
그것도 정이라고 마음이 살짝 움직이려고 한다.
“의미 있나?”
이상연의 눈이 파르르하고 떨렸다.
저런 얼굴에 속으면 안 된다.
결국은 제 살자고 내 죽음을 방조한 사람일 뿐이다.
“한 두 시간만...”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내 입은 멋대로 지껄여졌다.
“알겠어.”
오! 마이! 갓!
***
대낮부터 술이라니.
문을 연 술집이 없어 밥도 먹을 겸 적당한 식당에 들어왔다.
김치찌개 전골을 하나 시켜 놓고 밥을 먹으며 들이키는 소주 한 잔.
사실, 이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술 한 잔 하자고 해 놓고, 한참이나 자작을 하고 계시는 눈앞의 이상연 때문이다.
‘빈속에 저렇게 마시면 속 버릴 텐데...’
이런 상황에서도 괜한 오지랖이나 부리는 내가 한심스럽기도 하다.
이 자리가 끝날 때까지 침묵을 지킬 것 같던 이상연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눈은 뭔가를 결심이라도 한 듯, 일순 결연해 보이기도 한다.
“네 처지에서 질척거린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그만 만날 자신이 없어.”
오우~ 지져스~
고작 세 번의 만남에 여자 쪽에서 저렇게 자존심을 내려놓고 말할 줄은 몰랐다.
뭔가 통쾌하면서도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 애매한 기분이 되었다.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그녀의 물음에는 내가 남편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에 대한 추궁은 없었다.
남편이 있음을 인정하고 내가 알아 낸 방법 따위는 상관하지 않고,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묻고 있었다.
“네 처지에서는 그냥 몇 번 만나고 말 사이였던 거니?”
확실히 끝내주는 미녀가 하는 말이다 보니 호소력이 짙었다.
자꾸 마음이 움직이려고 한다.
활활 타오르는 저 뜨거운 불구덩이에 몸을 내던지고 싶다.
‘씨발... 위험하다... 위험해.’
“누나가 남편이 없었다면 달라졌겠지.”
일부러 남편을 걸고 넘어졌다.
“그 말은... 너도 나랑 같은 마음이라는 거지?”
같은 마음이라니...? 더 이상은 안 된다.
여기서 확실하게 끝맺음을 해야 한다.
그냥 뒤도 돌아보지 말고 튀어 나가서 전화번호를 바꿔야 한다.
이상연 정도 사이즈의 여자가 집착하는 것은 대환영이지만, 조폭마누라 이상연의 집착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그럼, 이혼할게.”
난대 없는 폭탄 발언에 일순 멍해지는 기분이다.
무슨, 앞뒤 없이 이혼이라는 말을 저리 쉽게 꺼낼 수 있을까?
결혼 생활에 문제가 있었나?
어쩌면 협박에 못 이긴 강제 결혼 그런 거였을까?
“뭐... 뭐!?”
더군다나 그 흉악한 구상두가 그냥 놔둘까?
이거 지금 좆 된 것 같은데?
“이혼한다고. 그렇다고 당장 하기는 힘들어. 조금 기다려 줬으면 좋겠어.”
“그게... 그렇게 쉽게 결정할 일이야?”
그저 일방적으로 이상연이 정하고 결론을 내고 있었다.
이러다간 그때랑 결과가 다르지 않을 거다.
나의 죽음이 눈앞에 바짝 다가서고 있었다.
‘아니지? 그때의 나랑,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지?’
그렇다 해도 살인도 저지르는 놈들을 상대나 할 수 있을까?
“오래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어. 이혼에 대해서는. 다만, 확신을 하기까지 알아볼 것이 있었던 거지.”
뮈를? 아무튼 뭐든간에 말려야 한다.
이대로 그녀가 저질러 버리면 정말 나는...
“대신, 절대로 남편과 섹스하지 않을게. 왜 네가 키스도 피하고 애무도 안 해 줬는지 이제야 알겠어.”
얼굴은 왜 붉히는데...?
나는 제대로 대꾸도 못하고 어버버 거렸다.
“어...어...?”
“이런 방법은 어때?”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그녀 모습에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어떤 방법?”
방법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호기심이 일고 말았다.
쓸 대 없는 호기심은 목숨을 위태롭게 만든다.
하지만 그 강렬한 유혹은 무엇보다 달콤하다.
“내가 24시간 무선 캠을 달고 다니는 거야. 네가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도록. 씻을 때도... 잠을 잘 때도... 볼 일을 볼 때도... 절대로 빼놓지 않고...”
“무선... 캠...?”
두근. 두근.
재... 재미있겠는데?
죽기 전보다 나에게 집착하는 이상연.
내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그녀의 일상.
다소 과격한 플레이도 허용해 주는 그녀의 농염한 몸.
걸리면 진짜로 죽는다는 아슬아슬함.
그 모든 것이 시너지를 일으키며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정말... 이러면 안 되는데?
“내 모든 걸 볼 수 있게 해 줄게. 기다려 줄래?”
이런 게... 가능하다고?
막장 소설에서나 볼 법한 일이?
나는 그녀의 달콤한 제안에 넘어가 버렸다.
***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무엇보다 짜릿하다.
그날 이후로 몇 번을 더 만났고 오늘이 여섯 번째 만남이다.
구상두가 일본으로 출장을 간 상황이었기에 우리의 만남은 더욱 수월했다.
그가 돌아 온 지금도 이상연은 내 옆에 누워있다.
미래는 이미 바뀌었다.
다섯 번의 만남을 넘겨 여섯 번을 만나고 있으니 확실히 바뀐 것이겠지.
하지만 앞으로 올 미래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아직 내가 죽었던 그 날은 다가오지 않았다.
어쩌면 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지도...
나는 그녀가 이혼을 해도 결혼 같은 것은 할 생각이 없다고 단단히 못을 박았다.
그런데도 이상연은 그날의 약속을 철석같이 지키고 있었다.
나와 함께 있지 않은 시간에는, 나만이 볼 수 있는 실시간 방송을 하면서...
이상연이 내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돌리며 장난을 친다.
얼마나 비벼댔는지 벌게져 아릿할 정도다.
내가 살짝 얼굴을 찌푸리자 입에 넣어 타액을 듬뿍 발라준다.
“소추는 뭐 해? 이렇게 나와 있어도 되는 거야?”
우리끼리는 구상두를 소추라 부르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아랫도리 길이가 새끼손가락 길이라고 한다.
인테리어를 통해 굵기만 무식하게 굵은...
별로 상상하고 싶지는 않다.
“아흥~ 괜찮아. 나, 병원 다닌다고 했어.”
“그거 조사해 보면 바로 걸리는 거 아냐?”
“자기야~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여~? 우리 아빠 병원이라서 괜찮아.”
금수저였군.
그런데 어쩌다 구상두한테 걸린 거지?
쪼옵. 쫍.
내 젖꼭지를 물고 있던 그녀가 부드러운 입술로 쪽쪽 빨았다.
그 쾌감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침대 머리에 기대고 있는 내 눈에, 잘록한 허리라인과 굴곡진 둔부가 눈에 들어왔다.
손을 가져가 부드러운 살점을 마음껏 희롱해 준다.
“자기가 만져 주면 뭔가 찌릿찌릿해.”
당연하겠지.
나는 전기뱀장어니까.
이상연과 관계를 이어오면서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다.
32살의 그녀는 나이에 비해 확실히 피부도 좋고 동안이기는 했다.
그랬던 이상연이 눈에 뛰게 변화되고 있었다.
피부도 더 고와지고 아슬아슬하게 처질랑 말랑 하던 가슴과 엉덩이가 몰라보게 탱탱해졌다.
그 변화가 너무 극적이다 보니 그녀 자체도 상당히 놀라운 모양이다.
이제는 어디 가서 20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그녀를 바라보며 애간장을 태우던 구상두의 얼굴이 생각났다.
구상두가 치근대는 모습을 무선 캠으로 봤던 것이다.
네가 그렇게 애태우던 마누라를 지금 내가 희롱하고 있다고 알려 주고 싶을 정도다.
그 애절한 표정이란...크큭.
‘그랬다간 좆 되겠지?’
내가 그녀의 겨드랑이를 간질이자 기분 좋게 까르르 웃었다.
“그... 그만... 간지러워~ 자기 만나면서 완전히 회춘하는 것 같아.”
“칠십 노인이냐? 나이를 얼마나 먹었다고~”
“진짜 내가 느끼기에도 신기할 정도야. 자기가 내 보약일까?”
“그래? 그럼 오늘도 보약을 제대로 한 번 먹여줄까?”
나는 단숨에 그녀의 몸 위로 올라탔다.
잔뜩 기대한 이상연의 눈이 요염함을 품으며 야릇한 눈길을 보내온다.
바라는 게 빤히 보이는데도 괜히 자지러지며 앙탈을 부린다.
“꺄악!”
오늘은 상기형 사무실 가야 하는데... 정말이지 요부다 요부.
아직 3시간 정도 여유가 있으니, 질펀하게 두 발 정도 빼주고 움직여야 할 것 같다.
오늘은 또 어떻게 괴롭혀 줄까?
이내 내 머릿속은 그녀와의 섹스로 가득 찼다.
이렇게까지 깊어지게 될 줄이야.
아무래도 난, 이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제대로 즐기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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