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1. 내 눈에만 보여.(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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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눈에만 보여.(10)
벤치 프레스, 내가 치던 최고 중량은 150kg.
헬스에 미친 헬 창은 아니기에 무게를 더 올릴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가슴근육을 가꾸기에는 충분했다.
물론, 150kg이 절대로 가벼운 무게는 아니다.
선천적으로 체격에 비해 힘이 좋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다.
물론, 지금은 체격과 힘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후욱.”
벤치에 누워 봉을 바르게 잡고 들어 올린다.
전에는 꽤 힘겹게 들었는데 확실히 수월해졌다는 것을 느낀다.
‘150kg으로 워밍업하게 될 줄이야.’
하나, 둘, 셋, 넷, 다섯... 열, 열하나... 열다섯... 스물.
첫 세트라지만 150kg으로 20개를 했는데도 가슴에 큰 압박은 오지 않았다.
적당히 기분 좋은 정도의 압박이 느껴지기는 한다.
상당히 수월하다는 것을 알고는 바벨 원판을 양쪽에 15kg씩 추가했다.
그 모습에 우락부락한 근육을 꿈틀거리며 각자의 운동을 즐기던 짐승들이 조금씩 호기심을 보인다.
벤치프레스는 무리하게 혼자 하다가는 큰 사고를 입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무거운 중량을 들 때는 2인이 서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혼자서 180kg를 치려는 모습에 우려 섞인 눈초리도 보인다.
하나, 둘, 셋... 열... 열넷... 열여덞, 열아홉, 스물.
마찬가지로 2세트 180kg을 혼자서 20개를 하고 일어났다.
살짝 가슴이 얼얼하고 불끈 솟아오른 것이 보인다.
어디까지나 신체를 테스트하기 위해 온 것이기에 무리는 하지 않았다.
내가 180kg 20개를 성공하자 조금씩 웅성거리는 소리가 가까워진다.
호기심을 느낀 이들이 하나둘 다가왔다.
나는 벤치에서 일어나 또다시 중량을 늘리기 위해 바벨을 갈아 끼웠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220kg으로 세 번째 세트를 시작했다.
오오~ 이제야 압박이 오는 기분이 든다.
“와... 220kg?”
“위험한 거 아냐?”
“스... 스물. 성공했는데?”
수군거리는 음성을 들으며 220kg을 성공하고 다시 일어났다.
그들의 눈은 점점 열기로 물들기 시작했다.
새로 등장한 짐승의 모습에 경계심을 보이는 자들도 있다.
사람들이 몰려들자 트레이너들도 관심을 보이며 모여들었다.
이에 호기심을 느낀 여성들도 다가온다.
어느새 나는 동물원의 원숭이가 되어 버렸다.
그들의 관심이 어떠하든 나는 할 일을 계속 이어 나갔다.
이번에는 250kg.
“진짜 위험한 거 아냐?”
“220kg도 수월하게 했으니까 가능할 것 같은데?”
“어머~ 근육 쪼개지는 거 봐.”
나는 그들의 염려와는 달리 250kg도 20개를 성공 시켰다.
점점 주변인들이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나를 보는 눈빛이 마치 괴물을 보는 듯하다.
참고로 세계신기록이 330kg인가를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하나를 성공했을 때 성공으로 기록된다고 알고 있다.
이번에는 꽤 힘이 들었지만 못 할 것도 없을 정도다.
나는 다시 일어나 바벨을 더욱 추가한다.
이번에 추가한 무게는 50kg.
“미... 미쳤어. 300kg이라고?”
“장난이지?”
“말려야 하는 거 아냐?”
“꼭 저러다 사고 나지. 쯧쯧.”
봉이 휠 정도로 가득 끼워진 원판.
한 트레이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위험해 보이는데 제가 도와 드려도 되겠습니까?”
나도 조금은 불안했기에 미소로 화답하며 대답했다.
“네. 도와주시면 감사하죠.”
들기에 앞서 양팔을 이완시켰다.
이미 가슴과 팔은 상당히 얼얼해진 상태.
팽팽하게 부푼 근육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나는 몇 번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고는 벤치에 누워 심호흡을 몇 번 더 했다.
은근슬쩍 스마트폰을 드는 이들이 보인다.
사진 찍히는 일하고 있어 부끄럽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인터넷에 올라가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울 뿐.
‘이거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나도 이 정도까지 무게를 올릴 줄은 몰랐기에 다소 긴장이 된다.
손가락을 이완시키며 봉을 꽉 움켜쥔다.
“후욱!”
한차례 기합과 함께 상체의 근육들이 바짝 조여지는 것을 느낀다.
트레이너의 손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봉 근처로 다가와 있다.
내가 무사히 들었음에도 그의 손은 내 얼굴과 봉 사이에 자리했다.
그도 긴장했는지 손가락 사이의 땀이 눈에 선할 정도다.
나는 중량감을 느끼며 천천히 봉을 가슴으로 내렸다.
팽팽하게 당겨지는 근육의 느낌.
그대로 강하게 밀어 올린다.
“오... 올렸다! 하나!”
누군가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숫자를 셌다.
“둘!”
그의 목소리는 횟수가 반복될수록 점점 커진다.
“셋!”
이윽고 너나 할 것 없이 하나가 되어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어느덧 피트니스센터는 하나가 된 이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넷! 다섯! 여섯! 일곱!”
“괴... 괴물이야!”
“제대로 찍고 있냐?”
“좀 조용히 해 봐!”
“열!”
“아직도 들어?”
“여... 열다섯!”
“씨발. 약 한 거 아냐? 말이 돼?”
나는 무려 300kg을 열다섯 개까지 들어 올렸다.
가슴근육이 팽창하다 못해 터질 듯 꿈틀거린다.
어깨와 팔, 등 근육까지 바짝 긴장을 하고 덜덜 떨렸다.
그렇다고 한계점까지 온 것은 아니다.
나는 기어이 20개를 채우고 일어났다.
짝짝짝.
누군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휘이익!
영화도 아니고 휘파람까지?
“와아아아아! 이거 세계신기록 아냐?”
“이건 기네스북감이야!”
물론, 기네스북이 이런 식으로 등재되지는 않는다.
환호하는 사람들 속에서 자기가 무게를 친 것도 아닌데 땀에 절어 있는 트레이너의 얼굴이 보였다.
그 뒤로 몸매 좋은 여성 트레이너의 하트뿅뿅 시선이 느껴진다.
‘장난 아닌데?’
얼굴은 상.
한눈에 보기에도 손대지 않은 미인임에 분명하다.
아마도 SNS로 유명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몸매는 기가 막힐 정도다.
허벅지와 엉덩이가 터질 듯 빵빵한데 다리가 길어서 매우 바람직하게 보인다.
상체에도 과하지 않게 근육들이 자리 잡고 있다.
최소 몇 년은 꾸준히 가꾸어왔을 최상급의 몸이다.
가슴은... B컵 가득정도려나?
작은 사이즈는 아니지만, 큰 가슴을 선호하는 나에겐 다소 아쉽기는 하다.
대신 자연산임에는 확실하다.
몸을 움직이다 왔는지 살짝 배어 나온 땀이 남심을 자극한다.
저 땡땡한 허벅지 안쪽도 땀으로 듬뿍 절여져 있겠지?
그 생각을 하자 절로 입맛이 다셔진다.
매직아이를 발동시킨다.
‘오호~ 노란색?’
초면에 노란색이면 상당하다.
확실하게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
목, 유두, 엉덩이, 그리고 음부.
성감대가 고루 분포되어 있다.
그만큼 민감한 몸을 지니고 있겠군.
‘역시 보지는 대부분 공통 성감대로군.’
마음먹으면 더 들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너무 튀게 되면 어디 잡혀가 실험이라도 당하는 거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든 탓이다.
남자 트레이너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더... 더... 하실 건가요?”
그의 물음은 중량을 더 올리겠냐는 물음.
“저도 한계인 것 같네요. 혹시 제 동영상 찍으신 분들은 모자이크 처리 부탁드립니다. 다들 초상권은 알고 계시죠?”
왠지 찝찝한 기분에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부탁하고, 여성 트레이너를 힐끔거리며 자리를 벗어난다.
뭐니 뭐니 해도 남자는 하체.
저 여성트레이너에게 제대로 갈라진 하체를 보여 줄 작정이다.
내 움직임에 피트니스클럽 안의 시선이 일제히 이동한다.
그들의 눈에는 여러 감정들이 담겨 있다.
이번에는 무엇으로 놀라게 해 줄 것인가?
저것도 나보다 잘 치는 거 아냐?
여자들 시선이 저 새끼한테 가 있잖아?
경외와 질투가 한껏 버무려진 시선들.
그리고 내 뒤를 따르는 피트니스센터의 꽃.
시선을 보내는 놈들 중 대다수가 이 여성으로 인한 등록자들일 거다.
내 발걸음은 스쿼트랙 앞에서 멈춰졌다.
그리 길지 않은 반자지를 한 뼘 더 접었다.
근육의 움직임을 보려는 것이지만, 짐승들의 눈엔 자랑 질로 보일 거다.
사실, 그런 마음이 전혀 없다고는 못하겠다.
내 뒤에 호감어린 눈빛을 보내는 피트니스 여신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으니까.
스쿼트랙은 이미 사용하는 이가 있었다.
180이 넘는 키에 우람한 근육.
꿈틀대는 근육은 한눈에 보기에도 선수이상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스쿼트랙으로 향하자 재빠르게 먼저 자리를 잡은 남성.
당연히 상체도 뛰어나지만, 하체는 과히 야수급이라 봐도 무방하다.
아마도 나에게 보이지 않는 대결을 요청하는 모양이다.
230kg.
확실히 대단하다.
남성은 후들거리면서도 230kg을, 무려 10회나 성공 시켰다.
감탄성이 터져 나올 정도다.
270kg.
남성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난다.
허벅지가 쩌저적 갈라지며 잔뜩 부풀었다.
그는 이번에도 다소 후들거렸지만, 5개를 성공 시켰다.
짝짝짝.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말았다.
그만큼 남성의 괴력은 규격외다.
철컹. 철컹.
그가 무게를 더 올렸다.
300kg.
주위에서 탄성이 흘러나온다.
그만큼 쉽지 않은 무개.
더군다나 그의 근육은 작게 경련까지 하고 있다.
덜컹.
결국은 3개를 성공 시켰다.
그가 숨을 고르며 나를 향해 도전적인 눈빛을 던진다.
그러곤 슬쩍 피트니스여신을 뜨겁게 바라본다.
이 전이었다면 확실히 쭈그리가 됐겠지.
무게는 둘째 치고 그가 소화해 낸 개수들이 대단했다.
그는 그 후로도 무게를 올려 350kg3개, 380kg1개를 성공했다.
저 정도라면 세계에서도 손안에 들 정도라고 본다.
진정한 괴물이 이곳에 숨어 있었구나 싶다.
그는 오연한 얼굴도 나를 바라본다.
‘도전인가?’
나도 질 수는 없지.
피트니스 여신의 가랑이 사이가 걸려 있을지도 모르는 게임이다.
내가 스쿼트랙으로 다가서자 그가 씨익 웃으며 자리를 비켜 준다.
여성트레이너가 기대어린 눈빛을 보내왔다.
절대로 실망시키지 말아야겠다는 각오가 다져진다.
나는 그가 끼워 넣은 바벨을 빼지 않았다.
이미 중량봉도 낭창하게 휘어진다.
처음부터 하기에는 귀찮기로 했거니와, 숫자로 조져줄 생각이다.
중량봉을 어깨로 올리고 손으로 움켜쥔다.
확연하게 느껴지는 묵직함.
‘장난 아닌데?’
나는 허벅지에 힘을 줘 번쩍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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