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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15화 (15/297)

〈 15화 〉 1. 내 눈에만 보여.(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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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눈에만 보여.(15)

‘마망~ 그럼 저는 사랑을 하면 안 되나요?’

‘후후훗. 사랑이 무엇인지는 알고 하는 말이더냐?’

‘음... 나는 마망을 사랑해요.’

‘나도 우리 아가를 그 무엇보다 사랑한단다.’

‘그럼, 큰 일 아니에요? 사랑을 하면 안 되는데, 저는 마망을 제일 사랑하는 걸요.’

‘잘, 들으렴? 우리는 인간과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지?’

여인의 품에 안긴 어린 정수지가 큰 눈을 껌뻑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이 귀여웠던지 여인의 부드러운 손이 어린 정수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몸 안의 요기를 정화시켜야 한단다...’

*

“흐아아앙~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이제 요괴가 되어야 하는 걸까요?”

집으로 돌아 온 정수지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마마의 당부가 머릿속으로 지나갔다.

천 년이란 세월을 견뎌 인간이 된 마마.

그녀는 그토록 염원하던 인간의 몸이 될 수 있었고, 정수지가 태어났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래전부터 몇몇의 구미호는 인간이 되길 염원했다.

그 염원을 이룬 구미호는 단 하나.

정수지의 마마 뿐이다.

그런 그녀에게서 태어난 정수지는 인간과 구미호의 경계에 놓여 버렸다.

언제나 마마는 그녀에게 한결같은 이야기를 했다.

­완전한 인간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남성과 관계를 하면 안 된다. 그저 간접적으로 남성의 양기를 취하며 요기를 정기로 바꾸거라. 남성의 양기가 단숨에 들어오게 되면 오히려 요기를 폭주시키게 될 것이니.­

폭주가 되면 남성의 양기를 탐욕스럽게 먹어치우는 완전한 구미호가 될 것이다.

또 다시 인간이 되길 원한다면 마마처럼 천년의 시간동안 탐욕의 욕구를 억눌러야 한다.

아니, 어쩌면 참지 못하고 포기한 채 인간들의 적이 될 수도 있다.

마마의 말을 억척같이 지키며 조선시대 후기부터 지금까지 견뎌왔다.

무려 백년이 넘는 시간을 정조를 지키며 이성을 마비시키는 요기에 맞섰다.

반은 인간인 그녀는 마마와 같은 완전한 인간이 되고 싶었다.

요괴의 모습을 벗어버리고 인간을 초월한 완벽한 인간.

그 긴 시간동안 마음에 품어 본 사내 한 명 없을까?

그럼에도 바늘로 허벅지를 찌르는 심정으로 참아왔다.

마마의 밑에서 요기를 다스리고 절제하며 함께 세상을 주유했다.

그리고 홀로 요기를 견디며 양기를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을 때.

그녀는 마마로부터 독립을 하게 되었다.

그 시간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어간다.

그녀의 특수성은 천년이란 세월이 필요치 않다.

마마에 비하면 너무나도 짧은 200년의 세월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는걸요. 그 순간은 너무 갖고 싶었는걸요. 흐흐흑... 정말 미쳤었나 봐요. 그런데 제 몸은 또 다시 그를 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정수지는 본인의 외모가 아름답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되면 수많은 남성들이 꼬이기에 최대한 본 모습을 감췄다.

그녀에게 적당히 모습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

그럼에도 정수지의 외모는 쉬이 감춰지지 않아,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SNS스타가 되어 있었다.

인간의 마음을 지니고 있는 그녀이기에 우월감에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일부러 못나게 겉모습을 바꿨음에도 이 정도인기라니.

우쭐해지는 마음이 앞섰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내들의 구애.

질투어린 여자들의 시선.

어쩌면 조금은 즐기고 있었는지도.

그런 상황에서도 절대로 놓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확실하게 그어놓은 선은 꿋꿋하게 지켜냈다.

그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다.

강인한.

처음 본 사내와, 그 것도 일하고 있는 피트니스센터의 비상계단에서 변태처럼 성관계를 맺고 말았다.

“하아... 끝이군요... 이제는... 나의 첫 남자 강인한오빠... 그리고 마마... 전 이제 구미호가 됩니다.”

홀로 독백을 내뱉으며 무릎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정수지 실제 나이는 122세.

강인한 에게는 22세로 알렸기에 오빠라 불렀다.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에 굶주린 요부 같은 구미호가 될 것이다.

양기는 물론, 생명까지 쪽쪽 빨아먹게 되겠지.

띠링. 띠링.

메시지가 도착했지만, 그녀의 무릎에 묻은 얼굴은 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연락처를 주고받은 강인한 오빠 일지도 모른다.

1시간... 2시간... 3시간... 그렇게 그녀는 며칠이나 그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고개를 묻은 자세 그대로 어떠한 움직임도 없던 정수지의 고개가 들린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 일이네요. 왜 아무렇지 않은 걸까요?”

그녀는 이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처음부터 되돌려 강인한과의 일을 떠올린다.

괜히 부끄러워져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은 덤이었다.

마지막에 일었던 전율스러운 기분과 짜릿함.

그 후에 찾아온 해일처럼 밀려들던 기운.

요기를 정화시키듯 몰아붙이던 감각이 떠오른다.

“그건, 요기가 폭주하기 전의 증상이 아니었던 걸까요?”

겪어보지 않았으니 알 도리는 없었다.

정수지는 가만히 눈을 감고 몸 안의 요기를 느껴본다.

확실히 요기의 양이 줄고 정기의 양이 늘어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을까 싶었다.

마마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한 일임에 분명하다.

정수지의 눈이 일순 번뜩인다.

“확실하게 알아 볼 방법은 한 가지 뿐 이겠군요.”

그녀의 순수해 보이는 눈동자가 한 순간 야릇하게 변한다.

***

얼떨떨하다.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인 거야?

처음 보는 끝내주는 피트니스 트레이너와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섹스를 하다니.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믿어지지 않는 회귀와 그 이후로 생긴 능력.

매직아이능력에 이어, 전기를 다루게 되었고, 육체도 변화되었다.

사실, 서로가 만족할 만한 섹스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상대의 공략법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거기에 더해 전기를 다루는 능력은 사기에 가깝다.

정말 전기인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혹시 나는 세상의 주인공 이었던 걸까?

어린 시절 순순한 마음으로 생각했던 것.

나는 세상의 주인공 일 것만 같았고, 어쩌면 숨겨진 힘이 있을 거라는 믿음.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지 않았던가?

그 순수한 꿈은 나이를 먹어가며 마주하는 진실에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그저 지구라는 행성에 수십억 명의 사람들 중 하나.

부모 없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그 사실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그랬었는데... 어쩌면 진짜 주인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수지는 왜 케톡을 씹는 거야.”

스마트폰의 사라지지 않는 1을 바라보다 침대위로 휙 하고 던져 놨다.

일을 마치고 뒤처리를 하자마자 연락처만 덜렁 남겨놓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다닥 도망치듯 사라지던 정수지.

“첫 경험 상대로 따먹히고 버려진 건가? 뭐... 이런... ”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싶어 전화를 해 볼까 싶다가도, 괜히 스토커 같아서 그만뒀다.

아직도 정수지와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허연 엉덩이를 내밀고 그렁한 눈빛의 그녀 모습이 떠올랐다.

아랫도리가 묵직하게 반응을 한다.

“그런데 이상하단 말이야...?”

너무 흥분한 상태여서 그냥 넘기긴 했는데, 중간 중간 그녀가 너무 아름답게 보였다.

원래 예쁘긴 했는데, 마치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아름다움이 비쳤다고나 할까?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은 착각도 느껴지고 말이야.”

나는 정수지의 가슴을 감싸던 손을 들어올렸다.

처음에 예상했던 그녀의 가슴은 B컵.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C컵에 육박했다.

그리고...?

“가슴도 흥분하면 좆나 커지는 경우가 있나? 이런 건 또 처음이네?”

숨 막히는 쾌감 속에서 주물 거렸던 가슴은 굉장히 컸다.

최소 D컵? 아니, E컵은 될 것 같은 사이즈였다.

“진짜, 뭐에 홀리기라도 한 거야 뭐야?”

복잡해지는 머리를 한 차례 털고는 스마트폰을 집었다.

아무래도 그 여운을 그냥 넘길 수 없을 것 같다.

“상연이는 뭘 하고 있나?”

처음에는 누나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상연이라고 부른다.

그녀가 누나라고 부르는 건, 나이 들어 보인다고 거부한 탓이다.

나는 어플을 실행시켜 그녀의 라이브 방송을 틀었다.

안타깝지만 그녀가 스스로 자신을 비추지 않는 이상, 정면밖에 보이지 않는다.

재수 없게도 정면에 나타난 것은 구상두의 면상이다.

“이런 썩을.”

묘하게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하는 마음에 기분이 살짝 좆같아 진다.

제법 비싼 캠 인지라 음성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음질이 좋거나 하지는 않다.

­몸이 많이 안 좋다고 했잖아요.­

­도대체 언제까지 안 좋다는 건데? 장인어른은 뭐라는데? 병명을 말하라고! 어!? 정말 몸이 아픈 거 맞아?­

얼굴이 벌게져 으르렁거리는 구상두의 음성은 다소 꼬부라져 있었다.

얼큰하게 술이라도 취한 모양이다.

이상연이 대주지 않자, 기어이 폭발해버린 모양이다.

아프다는 사람이 날이 갈수록 예뻐지니 애가 타겠지.

안 그래도 빠지지 않는 외모의 그녀는 요즘 한창 물이 오르고 있었다.

­흑... 어떻게... 정말... 몸이 너무 안 좋아서 힘들어 죽겠는데, 당신까지 왜 그래요... 흐흐흑...­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았는지 카메라가 잠시 흔들렸다.

잠시 후 당황한 얼굴의 구상두가 무릎을 굽히며 그녀의 팔을 양 손으로 잡았다.

저 씨발새끼가! 어디에 손을 대는 거야? 좆나 킹받네!

­그... 그렇게 안 좋은 거야? 여보, 내가 미안해. 진정해... 당신이 정확하게 어디가 아픈지 알 수가 없으니까 그런 거 아냐. 응? 휴...­

사나웠던 구상두의 음성이 비굴할 정도로 급격히 다정해졌다.

미인의 눈물이 이렇게나 강한 것이었나 싶다.

­흐흐흑... 나는 정말 아프고 힘든데... 당신은... 흐흑... 제가 아픈 것보다 섹스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흐으으윽 흑흑.­

서럽게 우는 연기를 하는 이상연, 그 앞에 안절부절 못하는 구상두의 얼굴이 한 편의 꽁트를 보는 것만 같다.

­그래... 내가 미안해. 오늘은... 먼저 쉬어. 조만간 대학병원에서 제대로 검사를 진행해보자고.­

­왜요! 제가 당신을 속인다고 생각하시는 거에요? 으흐흑...­

­아... 아니, 나는 당신이 걱정 되서 그렇지.­

이상연은 나와의 약속을 오늘도 지킨 것 같다.

구상두의 반응으로 보아 나와 만나면서 그 새끼와 관계는 없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캠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더라도 전부 뒤져볼 정도로 꼼꼼하진 않다.

이상연과 구상두는 각방을 쓰고 있었다.

나는 이상연이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케톡을 보냈다.

[상연아, 뭐해?]

[어머! 자기야~ 방에 들어왔지. 웹켐 안 봤어?]

[히히~ 봤지롱. 기특하네. 우리 똥꼬.]

[응... ㅜㅜ 그런데 점점 피하는 거 힘들엉... 어떻게 해...]

[음... 그건, 한 번 생각해 볼게. 상연아 뷰지 보여줘.]

아무래도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았다.

이러다간 내 여자가 구상두에게 강제로 범해질지도 모르겠다.

이게 맞나?

이제 나하고만 섹스하니까 내 여자가 맞지 뭐.

[어머! 자기 변태 같아!]

[뭘, 새삼스럽게. 기왕이면 자위하는 거 보내 줘랑~]

[자기, 내꺼... 그립구나?]

[응, 똥꼬도 그리워.]

[진짜, 킹변태야!]

[상연이 자위영상으로 딸딸이 치는 거 보내줄까?]

[.....몰라...]

[ㅎㅎㅎ빨리 보내줘~]

아무래도 난 예전의 내가 아니게 된 모양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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