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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17화 (17/297)

〈 17화 〉 1. 내 눈에만 보여.(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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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눈에만 보여.(17)

이상연이 왜 구상두와 결혼했을까?

사랑이라는 감정자체가 없는 것 같은데?

그 궁금증은 이상연이 이야기해주면서 알게 되었다.

너무도 진부하면서도 씁쓸한 이야기.

막장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클리셰중 하나였다.

아버지의 병원이 위기를 맞았다.

어마어마한 빛이 쌓였다.

사채를 쓰게 되었다.

사채를 내 준 것은 구상두이다.

눈 덩이처럼 빛이 늘어났다.

이상연이 구상두와 결혼하면서 빛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

한눈에 봐도 이상연을 마음에 둔 구상두가 꾸민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상연은 뒤 늦게 이 사실을 눈치채지만, 그때는 이미 결혼하고 난 후다.

“후우... 후우... 후우...”

나는 숨을 천천히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나와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짓거리를 해 보려한다.

나름 악바리처럼 살면서 어린 시절에는 주먹질 꽤 했지만, 저 새끼들은 진짜 사람을 죽이는 놈들이다.

지금에 대한민국에서 조폭의 살인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평범한 일반인들은 모르는 사실.

나는 내 죽음으로써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준비물은 뭐가 필요할까?

식칼이라도 들고 가야 할까?

막상 발걸음을 떼려니 비무장으로 가는 것이 불안하다.

나는 주방과 공구함을 뒤지며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았다.

아무리 봐도 과도가 제일인 것 같다.

초록색의 칼집이 있는 과도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이 전과는 틀릴 거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주인공이니까.

평소에는 택시를 타는 경우가 드물지만, 오늘은 특별히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돈 몇 푼 아끼자고 이 상황에서 버스를 탈 정도로 병신은 아니다.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지만, 오히려 휘황찬란하게 밝혀지는 거리.

강남이 아닌 강북이라지만, 구상두가 운영하는 클럽은 강북 최고의 클럽이라는 명성답게 벌써 사람들이 하나둘 몰리고 있었다.

“여기서 세워주세요.”

택시비를 계산하고 cctv를 피해 가며 골목으로 진입했다.

먼저 실험해 볼 것이 있었다.

꾸준히 이용하면서 제법 익숙해진 전기능력.

한 cctv의 뒤편에 서서 전류를 방출해 본다.

파작.

손에서 작게 전류가 튀었다.

손을 들어 cctv를 겨냥하고 강하게 전류를 방출했다.

파지직.

퍼석.

‘서... 성공이다.’

손을 빠져나간 전기는 cctv를 먹통으로 만든 것에 성공한 것 같다.

연기가 솔솔 올라오는 것으로 확신했다.

나는 주변을 살피며 하나하나 망가트려갔다.

실시간으로 보고 있을지 모르는 관리원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시간에 나와서 수리를 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주변의 모든 cctv를 먹통으로 만든 후, 유유히 클럽의 뒤편으로 몸을 이동시켰다.

몸을 숨기고 담을 타며 창고로 이동한다.

여기까지 오는데 걸린 소요시각은 대략 50분.

나는 캠을 켜 이상연의 상태를 확인해 봤다.

창고 안의 의자에 앉아 병나발 째 술을 들이키는 구상두와 졸개 몇몇이 보인다.

김동운은 풀려나기라도 했는지 보이지 않았다.

숫자가 줄어든 것을 보니, 몇몇은 내가 기거하는 원룸으로 갔는지도 모르겠다.

이상연의 색색거리는 호흡 소리가 들린다.

미약하게 흐느끼기도 하는 소리에 괜히 가슴이 욱신거린다.

몸을 숙이고 창고의 옆으로 이동해 문 쪽을 살폈다.

졸개 두 놈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기습으로 둘을 기절시킬 수 있을까?’

사람을 기절시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지금 내 육체 능력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멈칫.

죽일 작정으로 오기는 했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가?

그렇다고 그녀를 지금 구해 낸다고 치자.

그리고 그 후에는?

경찰에 신고?

나는 유부녀와 바람피운 내연남일 뿐이다.

그녀는 그대로 구상두에게 돌아 갈 수밖에 없다.

‘와... 좆같네.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죽일 작정이었기에, 오면서 cctv까지 박살 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이성을 찾고 보니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김동운에게 연락해서 모습을 드러내고, 이상연과의 관계는 하룻밤의 불장난으로 만드는 것이 좋을까? 어찌 되었든 구상두는 나를 죽이려 하겠지?’

내가 무사히 놈들을 피해 도망간다 해도, 구상두는 이상연과 이혼을 해주지는 않을 거다.

강제로 범하고 두고두고 괴롭힐 것이 눈에 선하다.

‘씨발... 몰라! 일단 데리고 튀자. 생각은 그 후에.’

나는 몸을 숙이고 최대한 바짝 다가가 기회를 노렸다.

타앗.

단숨에 땅을 박차고 두 놈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기에 금방 놈들의 앞까지 당도할 수 있었다.

한 놈은 등을 돌리고 있었고, 그 맞은편 놈의 눈이 놀란 듯 잔뜩 벌어진다.

무언가 떠드려는 듯 입이 벙긋하고 벌어졌다.

나는 오른손을 뻗으며 골간 근을 이용해 울대를 강하게 가격했다.

“쿨럭!”

양손으로 목을 부여잡은 놈의 입이 다물어지고 비틀거린다.

아마 10초 정도는 소리를 내지 못할 거다.

등을 돌리고 있던 놈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고개를 돌릴 것이 아니라 몸을 날렸어야지.’

주먹을 휘두르기에는 너무도 가까운 거리.

그대로 나아가는 관성을 유지한 채 왼 팔의 엘보우를 휘둘렀다.

쩌억.

묵직한 타격음.

엘보우는 그대로 놈의 관자놀이에 박혀 들었다.

비틀.

그대로 눈을 허옇게 뒤집어 까며 무너져 내린다.

내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목을 잡고 뒷걸음질 치는 놈에게 바짝 다가간다.

“허업.”

헛바람을 들이키는 놈.

주먹과 팔을 회수하기엔 너무 가깝다.

그대로 몸을 빙글 돌리며 사용한 엘보우를 그대로 재활용한다.

빠각.

정확하게 턱에 꽂히며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부르르.

털썩.

역시나 눈이 허옇게 돌아가 바닥으로 너부러졌다.

“벼... 별거 아니네!”

둘을 기절시키는 데까지 불과 5초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혹시 죽지는 않았을까 싶어 놈들의 코끝으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영화에서 보던 장면을 활용해 본 거다.

다행히도 숨은 제대로 쉬는 듯하다.

나는 캠 어플을 이용해 다시 한번 안을 살폈다.

구상두와 옥토퍼스, 그리고 졸개 다섯.

주변을 휙휙 둘러보니 다가오는 이는 없다.

양옆으로 밀어 여는 미닫이 형태의 커다란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끼이이이익.

철 재질의 커다란 문이 열리며 내부의 모습이 드러난다.

안쪽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해 쏟아졌다.

먼저 이상연을 찾아 눈에 담았다.

얼굴과 눈이 퉁퉁 불어 엉망이 된 모습이다.

그녀는 내 등장에 놀란 듯 벌떡 일어나 손을 뻗는다.

걱정이 가득한 눈동자.

나는 그 거 하나면 충분하다.

구상두와 졸개들은 아직 나의 깜짝 등장에 어안이 벙벙한 모양.

나는 그대로 놈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시각은 금이고, 기회는 금방 지나간다.

기습으로 먼저 조진다!

“뭐... 뭐야!”

내가 다가들자 어설프게 몸을 흔드는 한 놈의 울대를 가격했다.

밖에서 썼던 아주 유용한 기술이다.

목을 부여잡으며 무방비 상태가 되어 버리는 기술.

퍼억.

목을 잡은 놈에게 발길질을 날렸다.

“아악!”

뒤로 떠밀려 몇 미터나 날아가 땅바닥을 뒹군다.

역시 내 육체 능력은 평범함을 벗어났다.

“이 새끼 뭐야!”

옆에서 떠드는 놈의 멱살을 틀어쥐고는 몸을 돌리며 힘껏 들어 매쳤다.

놈의 몸이 붕하고 뜨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내리꽂힌다.

“어어어~”

쿠웅.

쩌적.

“커어억!”

얼마나 세게 내쳤는지 콘크리트 바닥에 금까지 가 버렸다.

뼈 몇 개는 금이 가거나 부러졌으리라 생각된다.

“이런 미친 새끼가!”

부웅.

뒷골을 울리는 오싹함에 고개를 훅하고 숙이니 그 위로 쇠 파이프가 지나갔다.

앞으로 땅을 구르며 일어나려는데 발길질이 옆구리를 파고든다.

퍼억.

타격을 당하는 순간, 그대로 다리를 팔로 움켜잡았다.

힘껏 들어 올리자, 발길질 한 놈이 벌러덩 하고 나자빠진다.

그대로 달려 나가 대가리를 축구공 차듯이 한 번 차 주고는, 쇠 파이프 남에게 달려들었다.

“씨발! 뒤져 이 새꺄!”

나 같으면 저런 말하면서 힘을 빼지는 않을 거다.

그저 두려움을 숨기려는 악에 받힌 소리일 뿐이다.

어떠한 기교도 없이 쇠 파이프를 마구 휘둘렀다.

부웅. 부웅.

꽤 위협적인 모습에 주머니에서 과도를 빼 내어 놈에게 던진다.

“으허헉!”

병신 같이 버둥거리며 뒤뚱거린다.

그 틈에 빠르게 품으로 파고들었다.

터업.

쇠 파이프를 든 손의 팔목을 잡고 그대로 꺾어 버렸다.

뿌드득.

“크아아악! 내 팔!”

고래고래 소리치는 소리에 귀가 먹먹할 지경이다.

퍼억. 퍽. 퍽. 퍽.

놈의 두툼한 면상에 주먹을 몇 번 먹여주고는 몸을 돌렸다.

까앙.

“으윽.”

동시에 다리에 느껴지는 묵직한 타격.

“여~ 애송이 좀 치냐?”

거들먹거리며 쇠 파이프를 어깨에 얹은 옥토퍼스가 보였다.

그 옆에 남은 졸개 하나도 쇠 파이프를 들고 다가서는 상황.

가격당한 다리가 욱신거린다.

움직이는 것을 보니 부러지거나 한 건 아닌 것 같았다.

“너 누구냐?”

“빛나리.”

“뭐라고?”

“쌍라이트.”

“뭐... 뭐? 미친놈이냐?”

“닥터 옥토퍼스.”

“이런 개새끼가?”

역시나 반응이 좋다.

확실히 다른 놈들에 비해 몸이 빠르다.

부웅.

쇠 파이프가 나를 향해 직각으로 내려쳐졌다.

그대로 몸을 비틀어 피하면서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팔뚝을 내리찍어 손을 가격하자 쇠 파이프가 땅으로 떨어졌다.

땡그랑.

구걸하는 소리인가?

그냥 조크다.

나는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옥토퍼스의 눈탱이에 주먹을 꽂아준다.

퍼억.

“아아악! 이 개새끼!”

눈을 부여잡고 소리 지르는 놈의 복부를 힘껏 걷어찼다.

우당탕탕.

뒤로 벌러덩 나자빠지며 몇 바퀴나 굴렀다.

“허억!”

옆의 쇠 파이프 졸개를 지그시 바라보자 헛바람을 들이키며 주춤주춤 물러난다.

놈은 구상두와 나를 번갈아 가며 고뇌에 휩싸인 듯했다.

“너... 뭐 하는 놈이야? 내가 누군지 알아?”

구상두가 애써 다리를 꼬며 거들먹거렸다.

그 모습에 어떠한 위엄도 보이지 않는다.

들고 있는 술병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하...병신같잖아?'

“구상두.”

“알면서도 이런 일을 벌였다고?”

나는 그와 대화하면서 기습적으로 나머지 졸개에게 달려들었다.

“어... 어어?”

퍼억.

복부에 주먹이 틀어박히자 새우처럼 허리가 훅하고 접혔다.

빠각.

그대로 무릎을 올려 니킥으로 턱을 날려 준다.

털썩.

모든 졸개들을 잠재웠다.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아직 어려서 모르나 본데, 정말 큰일 난다.”

“어. 알아. 너희 살인도 하잖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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