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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0화 (20/297)

〈 20화 〉 1. 내 눈에만 보여.(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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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눈에만 보여.(20)

말이라도 붙여보려고 어슬렁거리고들 있었지만, 쉽게 나서는 이는 없다.

예쁜 여성을 보면 무조건 달려들고 볼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오히려 그 아우라에 눌려 우물주물거리기 마련이다.

아니면, 한껏 취해 술기운에 호기롭게 질러보든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은 데시를 받는 여성들은 어중간한쪽.

너무 예쁘면 아우라에 눌려 부담스럽고, 못생긴 건 죽어도 싫기 때문에 하는 선택지.

그러다 보니 어중간한 여성들이 가장 많이 늑대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된다.

하지만 그 여성들이야말로 가장 힘든 상대다.

이미 수많은 남성들의 데시로 인해 한껏 눈높이가 올라간 탓에 큰 착각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중간이들은 이런저런 조건 따져 까다롭게 상대를 고른다.

어쩌면 틈새시장을 노려 호기롭게 지르는 것이 대박이 될 수도 있겠다.

“연예인 아니야? 장난 아닌데?”

“설마, 연예인이면 저렇게 얼굴 까고 클럽 앞에 있을까?”

“말이라도 걸어볼까?”

“그래. 네가 한번 해 봐.”

“좆나 떨리네. 야! 가위바위보해!”

“미친척하고 말 걸어 봐.”

주변에서 숙덕거리는 소리에도 정수지의 시선은 클럽에 못 박혀 있었다.

그녀의 첫 남자가 클럽 빠돌이 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마음이 복잡해진 탓이다.

그러곤 이내,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듯 고개를 힘껏 끄덕인다.

“황제나 왕도 수많은 처를 거느렸거늘, 저의 처음을 가져간 인한오빠가 그들보다 못 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고리타분한 여자가 아니지요.”

“저... 저기...”

그때, 남성 한 명이 쭈뼛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수많은 이들 중 틈새시장을 노린 실로 용기 있는 남성이다.

홱.

혼자만의 독백을 방해한 인기척에 정수지가 짜증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눈빛에 남성은 금세 자라목이 되어 찔끔한다.

“뭔가요!?”

처음을 가져간 인한 오빠에서 강인한의 조강지처로 자신을 승급시킨 정수지.

스스로 강인한의 조강지처가 된 그녀의 음성은 서방 있는 유부녀처럼 외간 남자에게 어떠한 흥미도 없는 무뚝뚝한 음성이다.

떨리는 음성과 시선으로 자신을 주시하는 남자.

그리고 주위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남성의 시선.

기이한 열망과 기대감에 들뜬 얼굴들.

그녀에게 이런 것은 익숙한 일들이다.

한때는 이런 시선에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제는 임자가 있는 몸.

추잡한 우월감은 깨끗이 비워내야 한다.

“혹시... 연락처...”

남자가 뭐가 지껄이던가말든가 이내 신경을 거둔 정수지.

머릿속에는 강인한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들어차고 있었다.

“나쁘지 않군요. 제 매력을 더욱 어필해 보겠습니다.”

남자의 눈에 화색이 돈다.

이런 여자가 매력을 어필하겠다니, 이런 황송한 일이 생기리라곤 꿈에도 몰랐다.

역시 미인은 용기 있는 자의 것이었던가?

“저... 정말인가요? 여... 여기...”

그가 스마트폰을 슬쩍 내밀었다.

그 모습에 모든 남성들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불신과 절망감이 가득 들어선다.

용기 내 시도해 볼 걸, 이라는 미련 가득한 눈빛들.

“그래도 조강지처가 될 처지에서 서방님의 일거수일투족 정도는 알아야겠죠?”

“다... 당연합니다! 낱낱이 고하겠습니다!”

남자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정수지는 그대로 클럽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뒤로 어색하게 스마트폰을 내밀고 서 있던 남자는 벙 찐 얼굴이 되어 버렸다.

저 여자는 도대체 누구랑 대화하던 거란 말인가?

“저... 저기...연락처는...?”

남자의 허망한 눈빛은 주변 남성들의 맛 좋은 안줏거리가 되었다.

“크크큭... 저 새끼 낱낱이 고하겠데.”

“사극 찍나?”

“야~ 동영상 찍었냐?”

“간만에 개그 한 편 봤다.”

성공하면 질시, 실패하면 통쾌함.

그들이 느끼는 공통된 마음이다.

***

쿵쾅. 쿵쾅. 쿵쾅.

클럽으로 들어 선 정수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으로 들어오자 온갖 냄새가 뒤섞여 체취를 맡기 힘들어진 탓이다.

“서방님은 이곳에 계시지 않는 걸까요?”

오히려 밖에서 더 많은 냄새가 났었다.

그렇다면 강인한이 있는 곳은 클럽이 아니라는 것.

그 사실에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정수지였다.

그녀의 미소에 뻑이 간 남자들이 은근슬쩍 다가온다.

클럽이라는 무대는 그들에게 큰 용기를 심어 주는 마법의 장소다.

귓구멍을 강타하는 음악과, 번쩍이는 조명, 한 잔의 술은, 아드레날린을 촉진시켜 소심한 이라도 위대한 전사로 탈바꿈시킨다.

공격력을 올린 남자가 큰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 자주 오세요!?”

안에서는 미세한 냄새도 나지 않는다.

그 말은 전혀 발걸음하지 않았다는 것.

그렇다면 그는... 이곳에...

“후훗. 온 적이 없네요.”

“그래요? 저희 룸 잡았는데 같이 노실래요?”

만족한 얼굴로 웃음 짓던 그녀의 얼굴이 일순 굳어진다.

“이건... 어디인가요?”

남자가 손가락을 가리키며 크게 외쳤다.

“저희 룸은 저쪽이에요!”

그녀의 감각에 결계가 발동된 기척이 잡힌 것이다.

마마처럼 장소자체를 이면으로 바꾸는 것이 아닌, 상당히 조잡한 실력의 결계.

더군다나 결계에서는 요기마저 느껴진다.

그렇다는 것은 잡스러운 요괴가 이 근처에서 인간을 해하려 한다는 것.

이런 눈에 띄는 행동을 하다니, 참으로 미련한 놈이다.

평소라면 이런 일에 나서지 않겠지만, 근처에는 강인한이 있다.

강인한은 괴력이 있고 섹스가 끝내주지만, 인간이 요괴를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혹시 모를 상황이 발생할지도 모르기에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정수지는 재빠르게 출구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 간절한 사내의 외침이 안타깝게 울렸다.

“거기가 아니라! 저쪽이에요! 어!? 저기요!?”

***

정수지가 어둠 속으로 스며든다.

결계가 펼쳐진 곳은 아주 가까운 거리다.

주변의 cctv는 어쩐 일인지 시커멓게 타 있다.

“요괴가 저지른 일일까요?”

웅얼거린 정수지가 도착한 곳은 클럽의 바로 뒤편에 위치한 창고.

그녀의 눈에는 창고를 둘러싼 결계의 기운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더욱 진하게 맡아지는 체취.

체취는 결계 안쪽에서 강하게 새어나오고 있었다.

일반적인 냄새였다면 결계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았겠지만, 구미호의 음탕한 물은 결계를 무시하고 그녀의 후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부... 부끄럽군요.”

미간을 살짝 붉힌 정수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을 굳혔다.

감히 서방님에게 이빨을 들이미는 요괴가 있을 줄이야.

단숨에 창고의 지붕으로 올라타 검지손가락의 손톱을 뽑아냈다.

길게 자란 손톱이 달빛을 받아 날붙이처럼 날카롭게 빛난다.

그녀는 손톱으로 지붕을 주욱하고 긁었다.

스으으윽.

꿀렁.

롤 스크린을 찢은 것처럼 틈이 만들어졌지만, 창고의 지붕은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누가 본다면 창고 지붕 전체에 빔 프로젝터라도 쏘고 있다고 여길 것이다.

그녀가 그 틈으로 이동하자 틈은 그녀의 몸을 단숨에 감춰버렸다.

안으로 들어온 정수지는 창고의 지붕에 구멍을 뚫었다.

누군가가 침입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서방님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우선 상황을 살펴야했다.

구멍을 뚫고 들여다본 정수지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정염귀.

그중에서도 하급 정염귀다.

기껏해야 한 번의 탈피를 마친 상태인 것 같았다.

하급 정염귀는 웬만해선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두 번의 탈피를 거치기 전까지는 사냥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아무리 탈피를 한 번밖에 하지 못한 놈이라도 보통 인간이 상대할 수는 없다.

신체 건장한 남성 스물이 무기를 들고 덤벼도 당해내지 못한다.

“하악! 역시 서방님은 대단하시군요!”

그녀가 본 강인한은 인간으로 치자면 괴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렇다 해도 정염귀에 맞설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밑의 강인한은 정염귀를 마주하고도 싸움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비록 힘겨워 보이지만, 저 용기만큼은 ‘역시 서방님이야!’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잠시 강인한의 멋있는 모습에 넋이 빠졌던 정수지는 그의 어깨가 갈라지는 것을 보며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저... 저런! 정염귀가 감히!”

그녀의 머리가 백발 마녀처럼 새하얗게 탈색된다.

다소 헐렁했던 크롭탑이 터질 정도로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B컵에서 C컵으로 보이던 그녀의 가슴은 무려 F급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허리는 더욱 잘록해지고, 안 그래도 볼륨감 있던 엉덩이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검었던 눈동자는 은은한 붉은기를 발산하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정수지가 감추었던 본래의 모습.

누구라도 이 모습을 눈에 담는다면 넋이 빠져 버리고 말 것이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정수지에게서 요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붉은 기가 감돌던 눈동자가 완전하게 붉게 변했다.

요사스러울 정도로 탐스러운 입술 사이로 송곳니가 길게 자란다.

그녀의 엉덩이 뒤편이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레깅스 위의 밴드를 비집고 몽실몽실한 털이 가득한 꼬리가 툭 하고 튀어나온다.

요기를 두르자 구미호의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일반 구미호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구미호보다는 인간에 더 가까운 모습.

인간이 된 마마에게서 태어났기 때문인 듯했다.

강인한이 위기를 맞이하자 당장에 지붕을 뚫고 난입하려던 정수지가 멈칫했다.

“서방님에게서 뇌기가 느껴집니다?”

뇌기는 모든 삿된 기운을 정화하는 기운.

그것은 요기도 마찬가지다.

그제야 왜 그와의 관계 후, 오히려 요기가 진정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요괴에게는 최악의 기운이 분명하지만 인간이 되려고 수행하는 그녀에게는 최고의 기운이다.

요기의 정화뿐만이 아닌, 몸의 모든 불순물을 제거해주어 최상의 신체를 유지할 수도 있다.

물론, 저런 식으로 발현시킬 수 있는 기운은 아니다.

그런데 강인한은 직접 뇌전을 일으키고 있었다.

“서방님과 저는 아무래도 천생연분인 모양입니다. 후훗.”

뇌전으로 정염귀의 눈에 상처를 입힌 강인한이 입구를 향해 뛰었다.

언제라도 손톱을 출수 할 수 있도록 준비한 정수지가 밑의 상황을 지그시 주시한다.

조금이라도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녀의 손톱은 단숨에 정염귀의 머리를 꿰뚫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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