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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3화 (23/297)

〈 23화 〉 1. 내 눈에만 보여.(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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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눈에만 보여.(23)

정체불명의 여인과 대화도중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보인 것은 새하얀 천장.

퀸 사이즈에 달하는 침대와 전면에 보이는 70인치는 될 법한 TV, 옆으로는 소파와 탁자까지 보인다.

붕대가 감겨 있는 몸, 팔에는 링거가 꽂혀 있다.

그것으로 보아 이곳은 병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병원...’

1인실인 것은 확실한데 보통 병실은 아닌 것 같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회장님들 전용 vvip병실?

상황을 파악하기에 앞서 돈 걱정이 먼저 드는 것은 흑수저의 본능인 것 같다.

도대체 이 병실의 하루 비용은 얼마일까?

‘좆 됐네... 실비보험 하나밖에 없는데...’

몸을 일으키려니 상처의 고통으로 인해 눈물이 찔끔거린다.

두리번거리던 나는 리모컨을 하나 발견했다.

‘리클라이너 기능이네.’

리모컨의 눌러 침대 머리를 올리자 아주 편하게 앉아서 등을 기댈 수 있었다.

엉덩이라인까지 확실하게 잡아주는 것이 굉장히 비싸 보인다.

그리고 이내 발견한 호출버튼.

붉은 버튼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 복장의 여성이 들어온다.

“깨어나셨네요.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의사 선생님 불러드릴게요.”

간호사는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 후다닥 나가 버렸다.

“음...”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를 대동하고 들어온 간호사.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의사는 가볍게 진찰을 하며 말한다.

“일단, 정신이 드셔서 다행입니다. 우선... 치료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내가 어떤 수술을 받았으며 치료를 했는지에 대해 늘어놓기 시작했다.

등과 어깨의 자상, 갈비뼈 골절과 내장손상 등.

듣기에도 심각했던 상태.

어찌 되었든 살았다는 것은 다행인데, 이상연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저기... 혹시, 여자가 더 있었을 텐데...?”

“아... 이상연씨 말씀이시군요. 그분은 타박상 이외에는 큰 상처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연락이 닿았으니 곧 방문하실 겁니다.”

의사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슬쩍 물었다.

“휴우... 다행이네요... 그런데... 이 병실 비싸겠죠...?”

내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것일까?

의사가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다.

“하하하하, 너무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강인한씨에게 비용이 청구 되지는 않을 테니 말입니다.”

말을 마친 의사는 추후에 몇 가지 검사에 대해 일러 주고는 방을 나섰다.

이상연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인 것일까?

‘백발머리 여자는 없었나?’

이상연이 무사하다는 말을 듣자 백발의 여인이 떠올랐다.

마지막에 호들갑을 떠는 여인의 말을 듣다 정신을 잃었다.

병원으로는 누가 데려온 것일까?

그리고 그곳에 있을 구상두와 졸개들의 시체는?

침대 옆의 서랍을 열어본다.

서랍에는 내 개인물품이 들어 있었다.

지갑과 스마트폰.

옷이 없는 것을 보니 버렸을 수도 있겠다.

이미 엉망이 되었을 테니 말이다.

그 와중에도 지갑과 스마트폰은 주머니에 잘 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스마트폰은 액정에 금이 가 있기는 했지만 무사했다.

꺼져 있는 상태이기에 전원 버튼을 눌렀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지이이잉.

전원이 켜지자마자 울리는 진동.

그리고 베터리가 없음을 알리는 표기가 눈에 들어온다.

옆에 있는 충전기를 연결하고 진동이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

한참이나 웅웅거리던 진동이 멈추었고, 나는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삼일 동안이나 기절해 있었던 탓인지 그 양이 엄청났다.

부재중 전화 35통.

케톡 158개.

문자 메시지 12개.

“이런...”

기절한 삼일.

하필이면 전부 스케줄이 있었다.

우선, 예기치 않게 피해를 받은 사장님들에게 연락해 사정을 설명했다.

사고로 정신을 잃어 미처 연락하지 못했노라고.

성기형과 김나연, 정수지도 케톡을 보냈었네? 그리고... 김동운 이 새끼는 뭐야?

이 새끼는 또다시 내 죽음에 일조를 해 버렸다.

망할 놈의 새끼.

김나연이 이렇게 몇 번이나 연락을 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찍어 보겠다는 각오로 매일 아침 케톡을 보내기는 했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없으니 허전했던 것일까?

일단은 부재중 폭탄과 케톡 폭탄을 날린 성기형부터 확인해봤다.

[강인한~ 임마~ 또 무슨 일이야? 네가 일까지 펑크를 내고 말이야?]

[너 무슨 일 있냐? 혹시 돈 문제야? 무슨 일 있으면 형한테 연락해야지. 이렇게 잠수타면 어떻게 하냐? 부담 같지 말고 꼭 연락해라.]

[형이 너 일 펑크 낸 거 뭐라 하는 거 아냐. 그건 괜찮으니 연락 좀 줘. 걱정돼서 그래 임마~]

성기형의 메시지는 대부분이 걱정이 담겨 있었다.

말없이 일에 지장을 준 것보다 내 안위를 우선적으로 생각해 주다니.

김동운 때문에 불쾌하던 기분이 그나마 희석된다.

앞으로 소추라고 놀리지 않을게~

통화버튼을 눌러 성기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인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미안... 사고가 있어서 병원에 입원했었어.”

­병원? 크게 다친 거야? 입원을 했으면 말을 해야지!­

“연락할 상황이 안 됐어.”

­뭐? 얼마나 심각했던 거야? 혹시 교통사고? 너 지금 어느 병원이야?­

“한국병원인데, 나 정말 괜찮아. 그나저나 일은 어떻게 됐어?”

­넌 지금 촬영이 문제냐? 아무튼 몸 잘 챙기고. 혹시 돈 필요하면 이야기해. 이제는 형이 좀 살지 않냐. 어느 정도는 도와줄 수 있어.­

“하하하, 내 은혜를 잊지 않다니 기특하네?”

­은혜는 얼어 죽을. 아무튼 병문안 갈 테니까 기다려.­

“괜찮다니까...”

­헛소리 말고 몸조리하고 있어.­

다음은 김나연의 케톡을 확인해 본다.

김나연에게도 무려 2통의 전화와 3개의 케톡이 와 있었다.

영광이구만.

[또 잠수네?]

[혹시 후유증이니?]

[화나려고 한다. 당장 연락하렴.]

케톡을 확인하고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클레식 음악을 듣고 있다 보니, 수화기 너머로 미성의 음색이 들려온다.

­여보세요.­

“누나, 연락했었네?”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일은 왜 안 나온 거야?­

“걱정한 거야?”

­당연하지. 그때 머리 다치고 후유증이라도 생긴 줄 알았잖아.­

기왕이면 모닝메시지가 없어서 섭섭했다고 말해주면 좋았을 것을.

“그 일 때문은 아니고, 사고가 좀 있어서 입원했어.”

­정말? 어쩌다가?­

“그런 게... 좀 있었어.”

­지금은 다 나았어?­

“죽을 정도는 아니야.”

­어느 병원이니?­

“왜? 오려고? 안 그래도 되는데.”

­알아서 할 테니까. 말해.­

김동운만 빼고 연락을 돌리고 있자니 간호사가 검사를 위해 병실을 찾았다.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검사를 마치고 병실로 돌아왔더니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이상연.

며칠 만에 살이 많이 빠진 듯 상당히 수척해진 얼굴이다.

나를 보자마자 그렁하게 눈물이 차오른다.

“이... 인한아...”

간호사와 이상연의 부축을 받으며 침대에 몸을 뉘었다.

잠깐의 침묵.

정신을 차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을 했는데, 이상연을 보자 악몽 같았던 그 일이 떠오른다.

현실 도피.

나는 현실 도피를 하고 있었다.

믿어지지 않는 그 상황이 거짓말이라고.

하지만 그 일은 분명히 일어났고, 그 뒤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야 했다.

“괜찮은 거야?”

“응... 나는 괜찮아... 네가 걱정이지.”

“이렇게 살아 있으니 다행이지.”

“나는 네... 네가 죽을까 봐... 흑... 으흐흐흑...”

울음을 참고 있었던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이상연의 눈물을 보며, 그녀가 진정할 때까지 천천히 토닥여주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고 생각될 즈음,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떤 여자가 날 깨웠어...”

“여... 여자? 혹시... 백발에 눈동자는 붉고, 꼬리 달린?”

“어? 백발은 맞는데... 붉고... 꼬리?”

이상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동자가 붉은색 아니었어? 하얀색 털 달린 꼬리도 있는데...?

“그런 건... 없었는데? 머리만 하얗게 탈색했고... 엄청... 예뻤어...”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신기한 일도 아니지.

“아... 내가 착각했나보다. 많이 다쳤었으니까... 그래서... 그다음은?”

이상연은 백발여인이 시키는 대로 했다.

구급차를 불렀고, 창고가 무너지면서 사고가 난 것으로.

이상연은 한 번씩 클럽에 들려 장부정리나, 재고 파악 등을 해 왔었기에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나는 그녀에게 고용되어 창고정리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으로 이야기가 되었다.

백발여인은 헤어지기 이상연에게 단단히 당부를 했다.

이 안에서 벌어진 일은 발설하지 말 것이며, 죽은 이들은 실종으로 처리될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리고 나와의 관계를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었다는데...

“그 여자 모르는 여자인 거야?”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습을 바꾸어서 못 알아보는 것일지도.

“흠... 이상하네... 그런데 왜 그랬지...?”

“뭘?”

“왜 자기한테... 서방님이라고...”

정말 그 여자 누구야?

내가 말없이 생각에 빠져 있자 이상연이 슬쩍슬쩍 눈치를 본다.

“나... 나 버리진 않을 거지...?”

조심스럽게 물어 오는 그녀.

나는 조용히 그녀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이상연의 몸은 애처로울 정도로 잘게 떨리고 있었다.

“고... 고마워... 아직도 그날의 일이 믿어지지 않아...”

그러면서 몸을 흠칫하고 떨었다.

괴물로 변한 구상두가 떠오른 모양이다.

“그... 여자도 보통 사람은 아니겠지...?”

이상연의 물음에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나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없었으니 말이다.

내 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본다.

사람들이 나에게 느끼는 호감도를 알 수 있는 매직아이 능력.

내 눈은 그 외에도 괴물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도 포함된 것 같다.

이 세상은 사람뿐만이 아닌, 사람의 모습을 한 괴물들도 사는 것이 분명하다.

우선, 무언가가 겹쳐 보이는 사람은 괴물이라고 판단해야겠지.

나는 놈들의 본질을 볼 수 있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전기를 다룰 수 있는 능력.

그렇게 단단하던 괴물도 전기공격에는 확실하게 타격을 입었다.

어쩌면 이 능력은 괴물들을 상대하기 위한 능력이었던 것일까?

놈들을 볼 수 있는 자들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괴물들이 있다면 그들을 막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하리라.

아직은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다.

정체불명의 백발여인이 나를 서방님이라고 여기는 이상, 그녀는 분명히 나를 찾을 것이다.

그녀도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나에게 호의를 보이는 이상 위험하지는 않으리라는 판단이다.

어딘가 어수룩해 보이기도 하고 말이다.

괴물로 변한 구상두를 그렇게 쉽게 처치한 것을 보면 괴물들 중 꽤 강력한 존재라는 생각이다.

분명히 궁금한 것들을 알 수 있겠지.

과연... 그 궁금증을 푸는 것이 옳은 일일까?

그냥 모른척하고 평소처럼 사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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