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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32화 (32/297)

〈 32화 〉 2. 사냥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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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냥꾼.(3)

렌터카를 예약하며 막 사장실을 빠져나오는데 옥토퍼스로부터 전화가 왔다.

옥토퍼스가 나가고 30분이나 앉아 있었나?

벌써 고정욱을 찾았을 리는 없고.

수신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혀... 형님! 빨리 그곳에서 나오셔야 합니다!­

나는 어리둥절한 마음에 되물으려 했다.

하지만 나대명의 이어지는 말이 떠 빨랐다.

­상명파 놈들이 그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저도 그쪽으로 가고 있습니다만, 애들이 도착하려면 시간이 좀 걸립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상명파?”

­네. 형님! 일단 피해계시면...­

뭔가 좆 된 것 같은 기분이긴 한데, 그 상명파라는 놈들이 이곳으로 들이닥치고 있다는 말이지?

옥토퍼스가 지껄인 것이 얼마나 되었다고, 사건이 발생한단 말인가.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이런 것일까?

“오는데 얼마나 걸립니까?”

­이... 이십 분 안으로 도착합니다!­

와장창.

쿵. 쿵.

옥토퍼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한창 영업 준비하는 시간에 무언가를 때려 부수는 소리라?

“이 새끼들! 이러고도 네놈들이 무사할 것 같아!?”

상투적인 음성이 들려오고.

“나대명이 동생들 교육을 좆 같이 가리켰구나?”

까강. 깡. 퍼억.

“아아악!”

누군가를 두드려 패는 소리까지 들린다.

“야이~ 새끼들아! 움직이지 말고 이리 와서 꿇어!”

음악이 꺼진 클럽은 음성이 울리며 그 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아무래도 늦은 것 같네요. 일단, 빨리 오도록 하세요.”

­혀... 형님!?­

나는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고 뚜벅뚜벅 복도를 걸었다.

오른쪽으로 나가는 문이 보인다.

저 문을 나서면 그 때의 창고가 나온다.

저곳으로 나가 버리면 놈들과 부딪힐 일은 없겠지.

하지만 나는 왼쪽의 홀로 향하는 문으로 다가섰다.

정염귀로 향했던 분노가 상명파라는 놈들에게로 옮겨진다.

가슴 한편에 똬리를 튼 분노가 고개를 치켜들었다.

나는 문고리를 잡아 돌리며 홀로 통하는 문을 활짝 열어 재꼈다.

그러자 홀 안의 시선이 나에게로 모여든다.

한창 영업 준비하고 있을 직원들이 중앙에 모여 꿇어앉아 있었다.

매타작을 당했는지 드러누워 끙끙거리는 정장의 사내들.

그리고 이곳이 제 집인 양, 의자를 끌어와 거들먹거리며 앉아 있는 놈.

놈의 옆 뒤로 줄줄이 늘어서 있는 졸개들이 눈에 들어왔다.

“넌 뭐야!”

앉아 있는 놈의 좌측에 있던 졸개가 험악한 인상을 하며 외쳤다.

아마도 좌측이니, 놈의 왼팔이라는 건가?

나는 왼팔로 짐작되는 놈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끙끙거리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이들을 확인했다.

“형님!! 뒤로 피하싶쇼!”

언제 봤다고 또 형님인가?

나는 피 떡이 되어 외치는 사내를 바라봤다.

어디서 봤던가?

아... 얼굴이 망가져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그날 살아남은 이 중 한 명이었다.

그나저나 당신이 형님이라고 부르면서, 나한테 관심이 증폭됐다는 것은 알란가 몰라?

“저 새끼는 뭐야? 끌고 와.”

두목 놈으로 보이는 자가 담배를 입에 물며 말하자, 오른편에 있던 졸개가 라이터를 들이민다.

퐁. 치익.

비싼 명품의 소리다.

돈 잘 버네. 씨발 놈들.

언제 부턴가 욕이 점점 입에 베이고 있다.

그리고 왼편의 졸개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예. 형님.”

대략 보기에도 안에 들어 찬 숫자는 5~60명.

이런 시대에 깡패 저 만큼을 동원 했다라... 시대가 변하면서 옅어졌다 여기던 음지는 아직도 버젓이 활동을 하고 있다.

다만, 사람들이 시대의 흐름에 취해 이를 의식하지 못했던 것 뿐.

놈들은 강북의 노른자라 불리는 스카이클럽을 접수하기 위해 전부 몰려온 것 같다.

아마 밖을 지키는 놈들도 더 있을 거다.

분명히 최악의 상황임에도 어째서인지 미소가 피어오른다.

여기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신고하지 않겠지?

피식.

“웃어? 미친놈이구만?”

졸개 몇을 데리고 왼팔졸개가 느긋하게 다가온다.

놈들을 바라보면서 무섭다기보다는, 내 안의 응어리를 풀어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놈들에게서 보이는 색은 대부분이 회색.

본 모습이 보이는 놈이 없다는 것은 전부 사람이라는 것.

어차피 오래지 않아 옥토퍼스가 도착할 거다.

“차라리 잘 됐어. 안 그래도 이 좆같은 기분을 풀 때가 없었거든요.”

“뭐라는 거야? 미친놈이. 그냥갈래? 처 맞고 갈래?”

“아니, 쳐 패고 갈래요. 이 씨발 놈들아.”

동시에 튀어 나간 나는 외팔졸개의 목울대를 가격했다.

갑자기 달려드는 나를 보며 반사적으로 팔을 올려보지만 그런 움직임 따위는 너무나 느리다.

“쿨럭. 컥컥.”

역시나 울대를 맞으면 반응들이 한결같다.

나는 그대로 놈의 복부를 발로 차버린다.

뻐억.

우당탕탕.

몇 바뀌나 구르며 나자빠진 왼팔졸개.

움찔. 움찔.

경기를 일으키는 것이 쉽게는 일어나지 못할 것 같다.

최소 갈비뼈 몇 대는 나갔으리라는 생각이다.

그저, 부러진 갈빗대가 장기를 찌르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정당방위가 어떻게 적용되는 건지 잘 모르겠네.

수십 명한테 핍박받았으니, 저런 새끼 하나 나가죽어도 괜찮으려나?

평소에는 하지도 않았을 잔인한 생각을 하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 때리는 놈들에게 달려든다.

“뭐... 뭐야! 당장 가서 잡아 와!”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리며 병신처럼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두목 놈의 명령에, 깡패 새끼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잠깐의 순간, 눈앞에 멍 때리는 놈들을 향해 몸을 날린다.

뻐걱.

밑에서부터 올려친 팔꿈치에 턱이 나가는 소리가 들리며 그대로 주저앉는 한 놈.

“이... 이 개새끼가!”

후우웅.

정신을 차린 한 놈이 팔을 크게 휘두르며 스윙을 해 온다.

‘훅은 동작이 너무 크잖아?’

나는 빈틈투성이 스윙을 간단하게 몸을 낮추며 피했다.

그러자 옆에서 무릎이 안면을 향해 올라온다.

나는 양 손바닥을 교차시켜 무릎을 강하게 내리쳤다.

참고로 내 몸무게는 120kg이다.

휘청.

내 힘과 무게를 믿었기에 할 수 있던 행동.

올라오던 무릎이 더 강한 힘에 내리 찍히자 힘을 잃고 휘청 거린다.

오른쪽으로 기울며 당황하는 졸개 놈.

그대로 몸을 일으키며 왼팔을 휘둘렀다.

정확하게 관자놀이에 꽂힌 레프트 훅.

순식간에 눈이 허옇게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훅을 날리며 오른쪽으로 돌아간 허리.

단단히 바닥을 딛고 허리를 왼쪽으로 급격하게 틀었다.

사선으로 올라가는 라이트 어퍼컷이 헛스윙을 했던 졸개 놈의 턱을 가격한다.

뻐걱.

“커어억!”

손에 느껴지는 묵직한 감각이 턱뼈가 으스러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죽어! 이 새끼야!”

후우웅.

이번에는 쇠 파이프.

깡패영화의 트레이드마크인 저 물건이 왜 안 나오나 했다.

어퍼컷을 날린 상태에서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쇠 파이프를 피하기란 요원하다.

나는 그대로 털썩 뒤로 넘어지면서 데굴데굴 굴렀다.

카가강.

목표물을 잃은 쇠 파이프가 바닥을 내리치며 에폭시가 흉하게 패였다.

내가 넘어져 구르자 우르르 몰린 놈들이 쇠 파이프를 마구 내려치기 시작한다.

재빠르게 몸을 일으키며 그대로 슬라이딩.

수많은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카카카카캉.

‘저 씨발 놈들이?’

아까운 바닥에 흠집을 내다니!

기물파손의 죄는 톡톡히 받아 낼 거다.

내가 다리 사이를 파고들자 마구 발을 굴려온다.

터업.

한 놈의 다리를 잡자 당황하며 다리를 빼내기 위해 몸을 마구 뒤튼다.

“하아아앗!”

내 입에서 우렁찬 기합이 터져 나왔다.

나는 양손으로 다리를 잡은 상태로 졸개를 들어 올리며 몸을 회전시켰다.

100키로는 나갈 것 같은 덩치가 내 손에 들려 허공을 돌기 시작했다.

후웅. 후웅. 후웅.

“아아아악! 그... 그만!!!”

찢어지는 비명 소리.

아마 자이어 드롭 이상의 스릴을 만끽하고 있겠지?

걱정 마. 요금은 받지 않을게.

덕분에 나를 둘러싼 졸개들이 넓게 퍼져 원을 만든다.

나도 슬슬 현기증이 나려는 그 순간, 놈의 다리를 놓아버리며 던졌다.

“으아아아악!”

인간 폭탄이 되어 날아가며 졸개들을 덮쳤다.

“피해!”

우왕좌왕하는 졸개들의 고성을 한 귀로 흘리며 굴러다니는 쇠 파이프를 들었다.

“뭐 해! 공격해!”

누군가의 외침에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달려드는 인간 벌 때 들.

나도 놈들을 향해 재차 몸을 날렸다.

까강.

“으아아악!”

깡.

“아악!”

퍼어억.

“크어억!”

사방에서 울리는 쇠 파이프 소리와 졸개들의 신음 성.

나는 양손에 잡은 쇠 파이프를 미친 듯이 휘둘렀다.

속이 빈 싸구려 쇠 파이프가 구부러지면 바닥에 떨어진 것을 집어 든다.

까강.

“으윽.”

어깨를 내려친 졸개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까아앙.

어깨를 내주고 놈의 뚝배기를 깨 주었다.

까강.

‘윽!’

다리를 또다시 가격당하며 무릎이 굽혀질 뻔했다.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다리를 가격한 놈을 후려쳤다.

정신없이 뻗어오는 쇠 파이프와 발길질.

나는 피하고 쳐 내며 한 놈 한 놈 뚝배기를 깨준다.

한 번씩 몸에 가해지는 충격의 고통을 외면하며, 고행을 하는 수행자처럼 계속해서 나아갔다.

손에 들린 쇠 파이프는 없어진 지 오래.

떨어져 내린 쇠 파이프를 팔을 들어 막았다.

조금은 힘겹게 옆으로 흘려내며 쇠 파이프를 휘두른 졸개와 시선을 마주한다.

괴물이라도 보는 듯 잘게 흔들리는 시선.

나는 그대로 놈의 안면에 주먹을 박아준다.

뻐어억.

적중당해 고개가 젖혀지며 터져 나온 핏 방울이 허공에 비산한다.

몇 놈이나 때려눕혔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앞을 가로막은 졸개들의 틈으로 몸을 벌떡 일으킨 두목 놈의 모습이 보인다.

그 옆으로 몸을 추스른 한 사내가 일어나며 외쳤다.

“움직일 수 있으면 조져!”

아? 그 때 옥토포스 부하군.

상명파에 당해 널브러졌던 이들이 일어나 놈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한다.

홀의 중앙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있던 직원들도 일어나 놈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직원들까지 가담할 줄은 몰랐지만, 꽤나 가상하다.

열이 넘는 이들이 가세하자 당황한 놈들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쩌렁하게 울리는 음성.

“형님!!!!!”

입구에서 우르르 몰려드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옥토퍼스가 부하들을 이끌고 도착한 모양이다.

“이런! 씨발 놈들! 다 죽여 버려!”

옥토퍼스의 명령에 스물 정도의 사내들이 가세했다.

단숨에 역전되는 전세.

내 주변에 있는 놈들이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한다.

고개를 돌리며 내가 지나온 길을 바라봤다.

끙끙거리며 뒹구는 상명파 졸개들은 족히 서른에 가까웠다.

내 시선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한 얼굴의 상명파 두목 놈에게로 향했다.

뚜벅. 뚜벅.

내가 걸어가자 주춤 거리며 물러나는 놈.

“괴... 괴물...”

“형님, 피하셔야 합니다!”

얼굴에 피 칠을 한 오른팔졸개가 두목 놈을 잡아 흔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도망갈 구멍은 없다.

전신에 욱신거리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버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확실히 평범함은 벗어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혼자 서른에 가까운 이들을 눕혀 버렸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내가 앞에 당도하자 오른팔졸개가 주먹을 뻗어온다.

나는 주먹을 흘리며 잡아채고는 뒤로 꺾어 버렸다.

우드득.

“크아아악!”

그리고 발로 옆구리를 차 버렸다.

아마도 저 정도 골절이면 반병신은 될 것 같다.

퍼억.

“크흑... 크흑....”

바닥을 구르는 놈을 한차례 바라보고는 상명파 두목 놈에게 시선을 던졌다.

놈의 잔뜩 일그러진 얼굴이 절망으로 물든다.

“형니임!!!”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홀로 빛나는 옥토퍼스가 목이 찢어져라 부르짖으며 달려왔다.

옥토퍼스의 눈에는 죽어 못사는 연인을 바라보는 애절함이 담겨 있다.

그 부담스러운 눈빛에 나도 모르게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죽일까?’

내 기색을 알아차린 것인지 반짝이는 머리를 흔들고는 재빨리 의자를 끌어와 내 뒤로 가져다 놓는다.

“앉으싶셔 형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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