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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43화 (43/297)

〈 43화 〉 2. 사냥꾼.(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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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냥꾼.(14)

수지가 마마를 만나러 간다고 떠난 것도 일주일이 되었다.

걱정을 잊을 만큼 일과 훈련에 매진하고는 있지만, 그녀가 자리를 비운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괜한 불안감이 슬금슬금 머리를 들어 올린다.

고정욱의 훈련은 특전사 훈련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힘겨웠다.

보통 사람을 아득히 뛰어넘은 육체로도 이를 따라가기가 버거울 정도.

중량밴드를 팔다리에 착용한 상태에서 중량조끼까지 걸치고 뒷산을 20번 오르내리는 것이 시작이었다.

말 그대로 뒷동산 수준의 낮은 산이었지만, 제대로 된 길하나 없고 제멋대로인 경사 덕에 힘겨움은 두 배가 되었다.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에 불만을 표출해보지만, 말도 안 되는 육체를 단련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다.

다음으로는 버핏부터 해서 코어운동 위주로 몸을 또 풀어 준다.

말이 몸을 푸는 것이지 중량 운동을 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었다.

당연히 모든 것은 중량밴드와 조끼를 착용한 상태로 진행한다.

5시간에 걸쳐 이 모든 것을 마친 후로는 중량 운동했다.

이미 근육이 한계지점까지 온 상태에서 또다시 하는 과격한 운동은 미친 짓이다.

훈련이라기보다는 혹사라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이러다가는 근육의 심각한 훼손을 불러올 것만 같았다.

이 모든 것을 마치게 되면 그제야 정욱아저씨와 스파링을 가진다.

말이 스파링이지 샌드백과 다름없었다.

앞의 운동들조차 한계를 넘지 못하고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아무리 초인적인 육체를 가지고 있다 해도, 훈련으로 혹사한 몸으론 정욱아저씨를 당해낼 수 없었다.

어쩌면 처음 스파링 때 괘씸함을 느끼고 복수하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는 반사 신경과 눈을 단련한다는 전제하에 야구피칭머신으로 공을 날린다.

150kg까지 날릴 수 있는 이 피칭머신만 가격이 1500만원이다.

돈이 모자라 천천히 더 늘리기로 했다.

세 번째 기계역할은 정욱아저씨가 담당했다.

거의 피하지도 못하고 몸 전체로 받아내며 한 시간 동안 구른 후, 후들거리는 몸으로 단검투척과 사격술을 배운다.

소음기가 달린 이 총이 대단한 것이 정말로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아무리 소음기를 달았다고 해도 그 소음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저 소리를 어느 정도 줄여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믿을 수 없게도, 사냥꾼 웹에서 구입한 총기는 그런 단점을 모두 극복했다.

중간에 먹는 시간까지 합쳐서 모든 것을 완료하고 나면 12시간이 지난다.

정말이지 지옥 같은 훈련양이다.

물론, 5일째에 접어든 지금까지 전부를 소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몸이 망가지는 느낌이 강하다.

너무 과격하게 훈련을 하다 보니 음식도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음식을 억지로 넘기는 것도 훈련이라며 꾸역꾸역 목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

언제 어떤 최악의 상황에서도 몸을 움직이고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저씨의 지론이었다.

가을 시즌 옷을 촬영하고 있기에 노출이 많지 않아 다행이지, 여름시즌 촬영을 한다면 일마저 할 수 없었을 거다.

훈련을 하며 들어가는 비용이 정말이지 엄청나다.

이상연에게 매출일부분을 받지 않았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다.

내가 강일파와 상명파를 제압하면서 클럽의 운영이 완전하게 매끄러워졌기에 받기로 한 금액이다.

이 전에도 상두파의 활동자금으로 30프로가 활용되었기에 나에게 어느 정도 떼어 주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나대명과 조응수는 나를 형님으로 대하며 스카이클럽을 비호하고 있으니 떳떳하지 못할 것은 없다.

받은 돈 일부는 조직의 운영에 쓰고, 이렇게 훈련비용을 감당하고 있었다.

오늘도 힘겨운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바로 씻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이 순간이 하루 중 가장 편한 시간이지만, 이놈의 근육통은 도저히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수지야... 왜 이렇게 안 오냐...”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수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벨이 울리기도 전에 넘어가는 음성사서함.

보내 놓은 톡도 1이 지워지지 않고 있었다.

“휴... 정말 어떻게 된 거야...”

그녀가 위험해질 상황은 없으리라 보지만, 괜히 불안해지는 마음이다.

여친이 잠수타면 얼마나 초조한지 여실히 느끼는 중이다.

없던 의심까지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것이 생각할수록 삐뚤어질 것만 같다.

“차라리 훈련 할 때는 잊을 수라도 있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이상연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자기야. 밥은 챙겨 먹었니?­

요즘 내가 훈련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

“엉.”

­에구... 힘이 하나도 없네. 꼭 그 훈련인가를 받아야겠어?­

며칠 전 전신에 멍투성이인 상태를 보고 하는 잔소리다

“해야 한다는 거 알잖아.”

그리고 수지에게처럼 나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었고.

그녀의 눈빛은 그런 위험한 복수는 하지 않으면 안 되냐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래... 오늘도 많이 다쳤어?­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나아지고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다.

촬영 있던 날 하루 빼고는 정신없이 구르다 왔으니 말이다.

그렇게 또 일주일이 흘렀다.

***

고정욱은 열흘이 넘게 무지막지한 훈련을 견디는 강인한을 보며 경악스러움을 느꼈다.

첫날부터 강도 높게 시작했지만, 그것은 강인한의 한계점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이 불가능한 훈련을 소화하는 것을 보니 강인한의 정체가 의심스러워질 정도였다.

또한, 그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호기심도 일었다.

“기계를 더 구입하고 싶군.”

“네? 벌써요?”

고작 12일.

이제는 정해진 훈련을 완벽하게 끝낼 수는 있었지만, 지긋지긋한 근육통은 없어질 기미가 없었다.

꾸준한 고강도 훈련이 365일 근육통을 동반하는 것은 알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다.

정말 몸이 망가질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강인한의 얼굴이 금세 울상이 되어 버렸다.

“사람 몸은 생각보다 적응을 잘해.”

그는 정말 궁금했다.

강인한의 한계가 어디인지.

이제는 퓨리다크니스를 주사한다고 해도 상대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인한이 퓨리다크니스를 주사하지 않고 일을 한다면, 비참한 말로는 겪지 않아도 될 터다.

비참한 말로를 겪기 전까지 살아 있을 수 있다면 말이다.

“이제야 겨우 훈련을 전부 소화하는데...”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된 신체인 거지?”

강인한은 그의 의구심이 무엇인지 깨달았지만,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아무리 요괴와 이 종족이 사는 세상이라지만, 회귀를 해서 다시 되살아났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고정욱의 매서운 눈이 강인한을 쓸고 지나간다.

“음... 짐작 가는 것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

“제가 살면서 벼락을 두 번이나 맞았거든요.”

“벼... 락...?”

“네. 그날... 정통으로 한 번, 그리고 얼마 전에 또 벼락을 맞았어요.”

표정이 거의 없는 고정욱의 얼굴이 요상하게 변했다.

“그런데도 멀쩡히 살아 있다는 거야?”

벼락 맞고 살았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들어 본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을 두 번이나 맞고 멀쩡히 살아 있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아마... 두 번째 맞았을 때부터 신체 능력이 이렇게 변한 것 같아요.”

본인이 그렇다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고, 직접 겪어보지 않아 정확한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벼락 맞을 확률도 희박한데 벼락 맞고 살 확률이라... 그것도 두 번이나.

그렇다고 모든 의문이 가시지는 않는다.

사람으로 둔갑한 요괴는 많았기에.

어쩌면 강인한 행세를 하는 요괴일수도 있었다.

“미안하지만, 피를 한 번 내 봐도 되겠나?”

“피...요?”

그런 주문을 하며 한 손을 슬쩍 뒤로 가져가 퓨리 다크니스를 준비했다.

만약에, 만에 하나라도 정체가 걸린 요괴라면 덤벼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정욱은 강인한에게로 단검을 휙 하고 던졌다.

탱강.

던진 단검이 쇳소리를 내며 강인한의 앞에 떨어졌다.

그가 하는 행동이 명확한 바, 강인한은 곤욕스러웠지만 그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생각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자신의 신체 능력은 경악할 수준이기에.

강인한이 단검을 집어 들어 날을 손바닥으로 가져갔다.

자해를 해 본 적도 없거니와 날붙이가 닿는 기분은 상당히 불쾌했다.

“어느 정도 피가 나와야하나요?”

“흐를 정도면 되네.”

조금 망설이던 강인한은 이내 결심을 하고 손바닥을 그었다.

스으윽.

날붙이 특유는 싸한 느낌이 전해지고 손바닥은 금세 실선이 그어졌다.

그 실선을 따라 점점이 드러나는 붉은 액체.

주르르륵.

피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화끈한 통증에 인상이 구겨졌다.

생각보다 깊게 베인 듯 피는 쉽게 멈출 것 같지 않았다.

“됐습니까?”

“음...”

요괴라면 저 정도로 피가 주르륵 흐르지 않는다.

요괴의 혈액은 인간의 혈액보다 훨씬 점성도가 높다.

고정욱이 강인한에게 다가와 손을 지혈해주며 그 위로 주사기에 든 퓨리다크니스를 뿌렸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상처가 빠르게 수복되며 흐르는 피의 양이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미안하게 됐군. 그래도 확인이 필요했어.”

고정욱은 구급함을 꺼내 강인한의 손바닥을 붕대로 꽉 묶어 마무리 해 주었다.

“퓨리다크니스 엄청난 약물이군요?”

강인한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감탄 성을 내뱉었다.

어떤 약물인지는 설명은 들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것을 추천하지. 자네는 비상용으로 하나 정도만 가져다녀도 될 것 같아.”

강인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3등급 퓨리다크니스의 가격만 천 만 원이다.

그리고 지독한 부작용이 있는데, 이지를 상실하고 인간도 괴물도 아닌 것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간을 초월하는 힘을 주는 만큼, 그만큼 리스크가 확실한 물건이다.

“이제, 훈련을 시작하지.”

“네에? 오늘도요? 부상이...”

“배가 갈리고 내장이 줄줄 흘러내려도 싸워야 할 수도 있다.”

강인한의 얼굴이 와락하고 일그러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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