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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60화 (60/297)

〈 60화 〉 2. 사냥꾼.(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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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냥꾼.(31)

나대명과 통화를 하며 그놈에 대해 파악해 줄 것을 요청했다.

­네. 형님! 최대한 빨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놈의 이름은 윤지도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 뜬금없이 연지에게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

다행인 것은 그놈의 인상착의와 건설사의 이름은 알고 있다는 것.

윤지는 내가 자신을 발견하기까지 언니 옆에서 제대로 된 의식을 갖고 있지 못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윤지를 의식한 순간부터 그녀의 의식도 확실하게 살아나기 시작했다는 것.

숨어 있는 놈을 찾는 것은 아니니, 놈에 대한 것은 금방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나대명과 통화를 마치고 윤지와 헤어졌다.

나대명이 연락 올 때까지 귀신과 쌔쌔쌔나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렇게 윤지와 막 헤어질 무렵 수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둘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을 즐겼는지 벌써 저녁이 훌쩍 지나버렸다.

­서방님?­

“응.”

­어디십니까?­

“집 근처야. 둘이 잘 놀았어?”

­네.­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고는 삼겹살이 먹고 싶다는 상연누나의 의견에 따라 저녁은 삼겹살로 정했다.

***

식당에 도착하니 미리 자리를 잡은 상연누나와 수지가 보인다.

내가 들어서자 환한 표정으로 반기는 두 여인.

그녀들의 외모가 워낙에 특출 난 탓에 중년의 아저씨들마저 힐끔거리길 주저하지 않는다.

당연히 내 여자들이 저렇게나 아름다우니 눈이 즐겁고 몸이 즐거운 것은 맞지만.

음흉한 시선을 던지는 수컷들의 시선이 썩 좋지만은 않다.

뭔가 한껏 뿌듯하다가도, 뒤가 찝찝한 그런 기분이랄까?

“서방님!”

내가 다가가자 벌떡 일어나 서방님이라 외치는 수지의 음성에 한순간에 모든 시선이 쏠린다.

수지의 모습을 모아하니 꼬리라도 빼고 있었다면 정신없이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을 것 같다.

“자기야, 근고기로 시켰는데 괜찮지?”

“어? 응. 나는 상관없어. 소주도 한잔 하는 거야? 차는 어떻게 하고?”

“집에 두고 택시 타고 왔어.”

요즘 훈련하면서 술을 멀리하고 있기는 하다만, 미인 둘을 양옆에 끼고 술이 빠진다는 것도 허전하기는 하다.

“마실 거지?”

“응. 그런데 수지도 한 잔 한 거야?”

자세히 보니 수지의 얼굴이 발그레하게 물들어 있는 것이 한 잔 걸친 것 같다.

여기까지 오는데 20분도 걸리지 않았건만, 소주는 한 병을 다 비워 버리고 두 번째 병을 오픈한 상태였다.

“네! 서방님 기다리면서 너무 보고 싶어서 마셨습니다!”

수지의 목소리가 우렁찬 덕에 또다시 시선이 우리 쪽으로 몰린다.

“으응.... 잘했네. 수지야, 목소리는 조금 낮춰줄래? 우리만 있는 게 아니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실례잖아.”

사실, 조금 부끄러웠던 탓이기는 했는데,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하악! 죄송합니다... 서방님. 히잉...”

나는 울상을 짓는 수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나 금세 헤벌쭉한 표정으로 바뀐다.

그런데 수지는 반인반요면서도 술이 많이 약한가 보다.

“수지는 원래 술이 그렇게 약해?”

“네? 왜요...?”

“살짝 취기가 올라온 것 같아서.”

“아... 아니... 서방님이 필요 없는데 요기를 발산하지 말라고 하셔서...”

그제야 이유를 알게 된 나.

요기의 약점은 나와의 섹스이기는 하지만 혹시 몰라 말했던 터다.

모든 것이 처음 겪는 것이기에 조심할수록 좋겠지.

그것은 마마도 동의했던 바다.

마마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선례가 없던 것에 확신을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제주도 스타일의 근고기에 얼큰하게 소주를 걸치고 있을 무렵.

스마트폰을 울리는 진동에 발신인을 확인해 본다.

나대명사장.

“나 전화 좀 받고 올게.”

식당 안은 조금 소란스러웠기에 밖으로 나왔다.

“네. 나사장님. 벌써 알아낸 건가요?”

­네. 형님. 오성건설의 정은식이라고 나이는 쉰 둘, 제 작년부터 사업이 급격하게 커졌습니다.­

“그렇습니까? 어떤 사람이던가요.”

­아... 여자를 조금 밝힌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알아보니 업소출입이 잦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은식을 따르는 조직도 있고, 경찰 쪽에도 인맥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재산이 불어나니 그런 쪽에도 거침없이 돈을 쓰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처리하실 건지...­

“음... 아무래도 내일이나 만나서 대화하도록 해요. 전화로 이야기할 건 아닌 것 같네요.”

­네 형님. 그럼, 내일 어디로 찾아가면 되겠습니까?­

“제가 사무실로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나대명과의 통화를 마치고 식당으로 들어오자 상연누나가 궁금한 듯 묻는다.

“누구야?”

“아... 나사장.”

“왜? 또 업장에 무슨 문제 있니?”

“아~ 그건 아니고. 뭐 좀 알아봐달라고 했거든.”

“흐음...”

상연누나는 내가 나대명과 통화한 것에 대해 궁금한 듯 보였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오자 갑자기 이상해지는 분위기.

상연누나와 수지의 분위기가 묘하게 어색해졌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들의 곁으로 다가 갔다.

“흐음...”

괜히 숨을 크게 내쉬는 상연누나.

수지는 은근슬쩍 내 팔짱을 끼며 거대한 가슴으로 꾸욱 눌러 온다.

절대적인 말랑함에 흠칫하던 중 상연누나의 시선이 지그시 강타한다.

“분위기들이 왜 이래?”

환기시키듯 하는 말에 상연누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자기는 오늘 어디서 잘 거야?”

“어?”

갑작스러운 물음에 나는 바로 대답을 이어가지 못했다.

“서... 서방님?”

수지가 나를 올려다보며 애달픈 눈빛을 보낸다.

그때, 이를 저지하고 나선 상연누나.

“수지야... 잠시 이야기 좀 할까?”

“네?... 네... 언니...”

나는 갑작스럽게 지나가는 한기를 느끼며 그대로 굳어졌고, 상연누나가 수지의 손을 이끌고 멀어지는 것을 멀거니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내 몸은 하나라는 자각이 온 것이다.

나야 솔직한 마음으로 쓰리썸도 바라는 바이긴 한데... 저 둘의 입장에서는 조금 그런가?

그것까지는 욕심이겠지?

상연누나와 수지가 나를 공유하기로 합의한 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하다.

그렇게 10여분을 흘려보내던 나는 가까워지는 두 여인을 보며 정신을 바짝 차렸다.

과연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진짜 셋이 함께?

이런저런 상상을 하고 있자니, 상연누나의 음성에 이어지던 상념이 깨진다.

“자기야. 우리 대화 좀 할까?”

“어... 그... 그래. 어디서 대화 하지?”

“맥주한잔 하자.”

그렇게 우리는 근처의 호프집으로 몸을 옮겼다.

간단하게 생맥으로 석 잔을 주문하고 마른안주를 시켰다.

시원하게 한잔 마시고 눈치를 보고 있자니 상연누나가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자기를 붙잡을 자격이 안 돼.”

상연누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내가 발끈했다.

“그런 말, 이제 하지 않기로 했잖아!”

“일단 들어줄래?”

“에휴... 알겠어.”

“자기가 날 외면하지 않는다 해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내가 완전히 떳떳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필요해. 그렇긴 한데... 나도 여자다 보니까... 내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더라. 수지가 없어졌을 때, 자기의 모습을 보고 정말 힘들었어.”

나는 묵묵히 상연누나의 말을 경청했다.

“이제는 수지도 돌아왔고... 사실... 돌아올 거라고 생각은 했어. 그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수지도 나를 인정해 주었지만 자기가 나를 떠나 수지에게로 간다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야. 일단은 우리끼리 한 이야기는 한 번씩 번갈아 가며 자기와 함께 하자는 거야. 물론, 자기의 의견도 중요해. 예를 들어 어제 수지와 있었더라도 자기가 오늘까지 수지와 있고 싶다면 나는 기다릴 수 있어.”

아무래도 상연누나는 정염귀 구상두와 결혼생활을 했던 것이 콤플렉스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그녀가 훌훌 털어 버리기 전까지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뭐가 그리 심각해. 나는 내 마누라님들이 하자는 데로 해야지. 난 상연이나 수지나 둘 다 내 목숨만큼 소중하거든.”

다소 오글거리는 말이었지만, 여심을 울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는지 상연누나와 수지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린다.

“서... 서방님... 저도 그렇습니다. 서방님은 제 목숨입니다. 서방님이 없는 세상은 저에게는 아무것도 필요 없습니다. 서방님이 없다면 저도 없어질 겁니다.”

나는 뜨악한 표정으로 수지를 바라봤다.

나에 비해 무한한 수명을 가진 수지인터라 괜히 심장이 덜컥거렸다.

그 문제는 차차 생각하기로 하고.

“정말 고마워... 이런 나라도 자기 곁에 있게 해 줘서. 조금은 질투를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자기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어. 대신 욕심을 좀 부리자면, 날 외면하지만 말아줬으면 좋겠어...”

“저... 저도! 서방님 다 이해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조건 이해한다는 수지.

수지는 상연누나가 한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걸까?

내가 이해하기론 어디 가서 헛짓거리를 해도 이해한다는 건데.

사실, 상연누나와 수지의 관계조차 이해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랬었는데...

정말 이게 되네?

그것도 지구상에 몇 없다는 일부다처제의 국가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우리 셋의 특수한 상황이 맞물리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까?

어찌 되었든 나는 누구도 떠나지 않는다는 것에 안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의 입장은 절대 이해 못 하지.

어쩌면 나는 지독한 남성우월성향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나?

하지 못할 뿐이지, 할 수 있다면 모두가 나 같은 상황을 바랄 거라는 것에 내 좆을 건다.

물론, 그것은 여자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문어발식 확장을 하던 여자들을 여럿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야... 오늘은 난데... 컨디션 괜찮니?”

섹시의 화신이라 볼 정도의 미모로 수줍게 얼굴을 붉히는 모습이라니.

어제 보다만 상연누나의 민둥산이 머리에 그려진다.

“히잉~ 언니가 부럽습니다.”

“어머~ 수지야. 그렇게 뜨거운 밤을 보내놓고 부러워하고 있어?”

상연누나의 말에 금세 얼굴이 달아오르는 수지.

“아악! 부끄럽습니다. 흐윽...”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곧 얼굴이 터질 것 같다.

“나는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이지. 내일 훈련도 해야 하니까~ 일찍 가 볼까? 이상연! 오늘 각오해야 할 걸?”

나날이 욕구가 팽창하는 나인지라 이제는 훈련하는 와중에도 내 여자들의 알몸이 떠오른다.

이게 바로 섹스중독인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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