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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66화 (66/297)

〈 66화 〉 2. 사냥꾼.(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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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냥꾼.(37)

대한 주류를 나와 창고 안가를 찾았다.

이제는 익숙해져 가는 훈련이기에.

빼 놓게 되면 허전함이 들 정도다.

요즘 들어 정욱아저씨는 이곳 안가를 찾은 일이 드물었다.

이제는 함께 움직여도 될 법 하다 생각하지만... 따로 행동하는 아저씨를 보고 있자면 속이 터질 것만 같다.

어쩌면 이런 조급함을 알기에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아저씨의 바람대로 최대한 조급함을 달래고는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지.

창고에 도착해 열쇠를 꺼내 문을 열려는 도중.

저벅. 저벅.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인가?’

커다란 자물통을 쥐고 있던 손을 놓고는 발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시선을 가져갔다.

서서히 눈에 드러나는 발소리의 주인공.

‘누구...?’

이곳은 결계로 시선을 감춘 곳이기에 평범한 사람이 들어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냥꾼 웹에서 구입한 은신 부적을 곳곳에 붙여 놓았기 때문이다.

부적은 사람들의 시선을 멀리하는 효과가 있었고, 일부러 자세히 살피지 않는다면 이곳을 찾아낼 수 없다.

그렇다면 저자는 필시 목적이 있어 이곳을 찾았다는 것.

그리고 한국인이 아닌 흑인이었다.

나는 경계를 하며 다가오는 흑인을 살핀다.

당연히 창고를 열고 들어갈 수는 없는 일.

안에는 봐서는 안 될 무기들마저 즐비했기 때문이다.

그저 잘못 들어온 사람이길 바라며 바라보고 있는데, 흑인은 이곳이 목적지라도 되는 양 지척까지 다가왔다.

“이거 뭐야? 은신 결계?”

나는 흑인이 한국말을 하며 중얼거리는 것을 보곤 주먹을 슬쩍 들어올린다.

한국말을 하며 결계에 대한 말을 꺼낸 것 자체가 평범할 수는 없는 일.

“유~ 네임이 강인한?”

하물며 내 이름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수상한 냄새가 풀풀 풍긴다.

“누군데 나를 찾는 거지?”

그 질문에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미소를 배어 문다.

대충 보기에도 성기형 이상의 체구를 지닌 흑인.

체구도 체구지만 흑인의 몸은 훈련으로 단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 사냥꾼이야?”

“그건 왜 묻지?”

“씨발. 사냥꾼이면 값을 더 받아야 할 것 같거든. 알려지지 않은 걸 보면 초짜긴 한 것 같은데. 쩝...”

정욱아저씨에 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을 보면 나에게 볼일이 있어 온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는 사냥꾼 웹조차 등록 하지 않은 상황.

고로, 등록된 사냥꾼은 아니라는 것.

“사냥꾼? 무슨 말이냐?”

확실히 좋은 의도는 아닌 것으로 보이기에 발뺌을 해 본다.

놈은 그러거나 말거나 휴대폰을 꺼내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냥 이대로 두어도 괜찮을까 싶은 순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흑인의 말에 화들짝 놀란 나는 그대로 놈에게 돌진했다.

“이 새끼 사냥꾼 맞는 것 같아... 어? 이런 애새끼가!?”

놀란 놈에게 파고들어 그대로 주먹을 휘둘렀다.

선수 필승.

일단은 제압한 후 목적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듯했다.

노리는 곳은 간장.

제대로 맞는다면 제대로 숨조차 쉬지 못할 부위이다.

빠각.

놈은 휴대폰을 그대로 던져 버리며 팔과 무릎을 이용해 공격을 막아 냈다.

역시나 움직임이 보통이 아니다.

그 짧은 시간에 완벽하게 방어하다니.

덩치에 맞지 않게 폴짝 폴짝 뛰어 뒤로 물러난 흑인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이런 개새끼가! 너 씨발! 말도 없이 선빵을 날려!?”

아무래도 저 새끼는 무늬만 흑인인 한국인이 분명했다.

나는 놈의 허벅지에 적중시킨 주먹을 한 번 털어내며 놈을 쏘아본다.

“날 찾아온 목적은?”

“왜긴 왜겠어! 이 새끼야! 죽이러 왔지!”

그 말이 적잖이 충격으로 다가온다.

죽이러왔다니?

아무리 깡패 새끼들이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지만, 사냥꾼마저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나는 잔뜩 경계하며 물었다.

“누가 날 죽이라고 했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제임스가 죽이라니까 죽이러 왔는데. 어? 씨발 이런 거 말하면 안 되는데? 넌 정말 빨리 죽여야겠다.”

나는 제임스라는 이름을 되새기며 성난 곰처럼 달려드는 흑인의 공격을 피해냈다.

일 전에 싸웠던 조폭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힘과 스피드.

후웅.

고개를 젖히자 아슬아슬하게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무지막지한 주먹이 보인다.

지나간 팔을 두 손으로 낚아채고는 주욱 잡아당겼다.

휘청.

중심을 잃은 놈이 휘청거리는 사이 허리를 비틀며 무릎을 들어 올린다.

무릎이 반원을 그리며 놈의 복부를 깊게 파고들었다.

퍼어억.

“커어억! 이... 씨...”

허리를 새우처럼 말아 접은 놈의 뒤통수를 향해 팔꿈치를 접어 찍어 내렸다.

푸슛.

그때 귓가를 낮게 울리는 소음기 소리에 화들짝 놀라 그대로 앞으로 굴렀다.

훈련을 하며 지긋지긋하게 들었던 익숙한 소리.

피픽.

땅을 구르며 재빠르게 몸을 일으키자 내가 있던 자리에 깊게 패인 흔적이 보였다.

‘총?’

이런 미친!

나는 그대로 몸을 날려 창고를 향해 부리나케 뛰었다.

그때마다 들리는 소음기를 장착한 총소리와 함께 땅이 푹 푹 패었다.

총알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창고의 옆면으로 힘껏 도약하며 땅을 굴렀다.

“허억... 허억... 허억... 저... 저런 미친 새끼들!”

들썩이는 어깨와 거친 숨소리.

손은 경련을 하듯 덜덜덜 떨리고 있었고, 심장은 터칠 듯 요란하게 울려댄다.

설마, 진짜로 죽이려 할 줄이야.

정욱아저씨에게 총기 사용법을 배우긴 했지만, 그 총기가 사람에게 사용되리라곤 생각도 못 해 봤다.

“하... 씨발...”

아무리 죽음을 경험해 봤어도 이런 상황에서 태연할 수는 없었다.

“무... 무기...”

저놈들이 총까지 가지고 있는 마당에 나도 무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문에는 흑인 놈이 있고, 그곳은 저격하는 놈에게 훤히 보이는 곳.

그렇다고 이대로 있어서는 살아남을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제일 최선인 방법은 저격하는 놈부터 처리하는 건데, 숨어서 총을 쏘는 놈을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그때, 번쩍하고 떠오르는 생각.

매직아이!

나는 건물의 끄트머리로 슬그머니 다가가 머리를 내밀었다.

품에서 주사기를 꺼내 드는 흑인 놈의 모습이 보였다.

‘헐... 사람 죽이는데 퓨리 다크니스를 쓴다고? 미친...’

푸슛.

“헉!”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날아오는 총알.

나는 황급히 고개를 집어넣었다.

퍼서석.

창고의 벽면이 터져 나가며 시멘트가루가 뿌옇게 날린다.

거리낌 없이 목숨을 노리는 놈들에게 분노가 끓어올랐다.

사람 목숨이 이렇게나 쉬운 것이었던가 싶다.

“허억... 허억...”

삐질삐질 땀이 흘러내렸다.

나는 매직아이를 발동한 상태로 다시 한 번 정면을 향해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자 드러나는 검은색.

퓨리다크니스를 주입한 흑인과 시멘트 길로 뒤덮인 좌측 편으로 검은색이 떠올랐다.

확인을 마친 나는 후다닥 얼굴을 집어넣었다.

저격을 하는 놈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았다.

아마도 잔뜩 방심을 하고 있겠지.

“노란 원숭이 새끼야! 넌 뒤졌어! 딱 기다려라. 지금 가니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다가오는 흑인 놈.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들어 올린다.

‘지붕?’

창고의 지붕은 대략 5m.

한 번에 올라가진 못하더라도 저 돌출부위를 잡고 뛰면 어찌어찌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과 동시에 행동으로 옮겼다.

발을 박차고 힘껏 뛰어 돌출부위를 양손으로 부여잡았다.

터억.

아슬아슬하게 손가락으로 잡자 120kg의 몸무게가 여실히 느껴진다.

비정상적으로 나가는 몸무게가 지금 발목을 잡을 줄이야...

나는 안간힘을 쓰며 힘껏 몸을 튕긴다.

터업.

가까스로 지붕을 잡아채고는 몸을 잡아당겼다.

“으아아아!”

저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음성.

그 사이 내가 있던 자리로 돌아들어온 흑인이 외쳤다.

“어? 뭐야? 정윤! 지붕으로 올라갔다!”

지붕을 부여잡고 힘겹게 올라서자 또다시 들려오는 총성.

푸슛. 푸슛.

나는 지붕에 납작하게 엎드린 후 총알이 멈추길 기다렸다.

다행히 각도가 나오지 않는 듯, 날아오던 총알은 금방 멈추었다.

천천히 지붕을 기어 고개를 슬쩍 들어 본다.

위에서 보니 총을 겨누고 있는 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세 개의 나무가 가리고 있는 곳에 몸을 숨기고 지붕을 겨누고 있는 모습.

지붕 끝에서 도약한다면 어쩌면 충분히 닿을 수도 있는 거리.

대략 10미터.

일반인이라면 불가능하겠지만, 지금의 내가 전력을 다한다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터엉.

그때, 뒤에서 지붕을 낚아채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검정 손가락이 지붕 끝을 잡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뒤로 이동해 돌아눕고는 발꿈치로 놈의 손가락을 힘껏 내리찍었다.

퍼억. 퍼억. 퍼억.

“아아악! 이런 개색!”

퍼억. 퍼억.

쉽게 놓지 않는 놈의 손가락을 계속해서 내리찍자 이내 손가락이 쏘옥 하고 사라진다.

그리고.

쿠웅.

육중한 소리와 함께 떠들어 대는 흑인 놈의 음성.

“빠드득! 잡히면 쉽게는 안 죽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최대한 몸을 낮추며 일으켰다.

다행히 이 정도까지는 안정권인 것 같다.

“후욱... 후욱... 후욱...”

몇 번 심호흡하고는 놈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냥 옥상에서 버틸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지만, 그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듯 쿠웅 하고 옥상을 딛는 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려보니 단숨에 5m를 뛰어오른 흑인 놈의 모습이 보였다.

잔뜩 충혈된 눈동자.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한눈에 봐도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크흐흐흐흐~ 잡았다!”

놈이 몸을 날리는 것을 보며 이미 선택권은 떠났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그대로 몸을 일으키며 미친 듯이 지붕 끝으로 내달렸다.

그러곤 끄트머리를 힘껏 박차며 저격하는 놈을 향해 뛰어오른다.

피슛.

귓가를 스치는 한 발의 총성.

“큭!”

총알이 어깨를 스치며 지나간다.

다행이라면 관통이 아니라는 것.

급격히 가까워지는 놈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놀람으로 물든 놈이 황급히 품에서 퓨리다크니스를 꺼내 드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놈의 심장에 퓨리다크니스가 꽂히는 동시에 내 주먹이 날아들었다.

퍼어억.

쿠당탕.

주먹에 느껴지는 묵직함.

이윽고 바닥을 구르며 나뭇가지와 날카로운 돌이 몸에 박혀 드는 불쾌한 통증이 느껴진다.

나는 통증의 여운을 느낄 새 없이 일어나며 어질어질한 머리를 뒤흔든다.

그리고 턱이 완전히 돌아간 저격수를 향해 몸을 다시 한 번 날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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