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2. 사냥꾼.(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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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냥꾼.(38)
나가떨어진 저격수를 향해 뛰어든다.
떨어져 내린 충격에 온몸이 삐걱거리는 것이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한다.
지금 움직이지 않는다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
나는 그만큼 필사적이었다.
이미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났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을 수 없다.
오히려 죽음의 순간을 알고 있기에 더욱 진한 두려움이 밀려온다.
더불어 생면부지인 사람을 죽이기 위해 달려드는 놈들에 대한 살의가 피어오른다.
저격수의 지척에 도달하자 무서운 속도로 상처가 아무는 놈의 모습이 보인다.
나는 놈을 향해 진각을 내딛듯 다리를 힘껏 찍어 내렸다.
쿠웅.
“크허억!”
부서졌던 얼굴이 되돌아오고 있었지만, 그 고통만큼은 없어지지 않은 듯 바닥을 구르는 놈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으아아아! 강인한!”
더불어 나를 따라 옥상에서 뛰어내린 흑인놈의 고함이 들려왔다.
저격수가 완전히 회복하고 흑인까지 가세한다면 이길 확률을 지극히 낮아질 터다.
놈들과의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지금, 무조건 한 놈은 먼저 죽여 버려야 했다.
저격수놈이 바닥을 구르며 벌떡 일어났다.
계속 구르다가는 언제 내 발에 짓밟힐지 모르는 노릇.
일어나는 순간 허점이 노출될 터이지만, 놈은 그 도박을 감행했다.
그리고 놈의 도박은 성공은커녕 나에게 기회를 가져다준다.
파직. 파직.
아랫배에서 시작된 뜨거운 전류가 혈관을 타고 주먹으로 향한다.
지금껏 뇌전이 이동하는 것을 이렇게나 적나라하게 느껴본 적은 없다.
더욱이 그 농도 또한 CCTV를 망가트리던 수준의 것이 아니다.
아니, 정염귀 구상두에게 사용했던 것 이상의 힘이 몰려들었다.
이미 몸을 일으키는 놈을 향해 자세를 낮추고 파고들던 상황.
힘껏 당겨진 오른팔 위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전기가 튀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저격수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동양인 특유의 인상.
이렇게 평범한 놈이 사냥꾼이었으며, 사람까지 사냥하는 인간백정이라니.
휘이익.
힘껏 휘둘러진 스트레이트.
빠지직.
기껏 회복한 안면이 또다시 부서지며 움푹하고 함몰되어 버린다.
“끄억!”
코와 이빨까지 으깨버리며 틀어박힌 주먹에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놈.
죽일 각오로 내지른 주먹에 놈의 두 발마저 공중으로 붕하고 떠오른다.
동시에 나머지 팔이 놈의 머리를 향해 뱀처럼 뻗어나갔다.
덥썩.
“꺼어억!”
떠오르는 관성의 법칙을 무시하고 머리칼이 잡혀 당겨진 놈의 입에서 억눌린 음성이 새어 나온다.
이미 피투성이가 된 면상을 향해 무릎을 힘껏 차올렸다.
뻐거걱.
놈의 얼굴이 훅하고 젖혀지며 붕하고 떠오르며 튕겨져 나간다.
나는 그대로 땅을 박차고 힘껏 도약해 놈의 위로 뛰어올랐다.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얼굴뼈가 완전히 박살 난 놈의 모습은 고어물의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연상케 했다.
그렇다고 징그럽다거나 동정심이 생긴 것은 아니다.
놈은 나를 죽이기 위해 총까지 쏜 빌어먹을 놈이니 말이다.
공중으로 뛰어오른 나는 놈의 얼굴을 밟고는 체중을 싫어 그대로 땅에 처박아버린다.
120kg의 육중한 무게가 실리며 놈의 얼굴이 대지에 얹어졌고.
땅과 발 사이에 낀 머리가 수박처럼 그대로 으깨져 버린다.
퍼석.
주르륵.
“으아아아! 이 노란원숭이 새끼야!!!”
흑인 놈이 도착하기 전 눈 깜짝할 사이에 머리가 으깨진 저격수.
나는 몸의 긴장을 바짝 끌어올리며 재빠르게 몸을 돌린다.
참고로 나는 인종 차별 따위는 하지 않는다.
흑인 백인 황인은 인종을 구별하는 것일 뿐.
하지만 놈은 백인들에게 인종 차별을 받았던 이들의 후예임에도 저렇듯 인종차별적인 언사를 내뱉고 있다.
“뭐! 이 깜둥이 고릴라새끼야!”
충혈된 눈으로 성난 고릴라처럼 달려드는 놈의 모습.
퓨리다크니스를 빨아재낀 놈의 속도는 정욱아저씨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빨랐다.
또한, 팔 두께는 내 팔의 두 배에 가까울 정도로 두껍다.
수많은 헬창들을 봐 왔지만, 이놈처럼 두꺼운 놈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엄청난 피지컬에 사기적인 스피드.
후아아아앙.
놈의 주먹이 날아오자 공기를 찢어발기는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터엉.
양팔에 뇌전을 전력으로 돌리고 있는 나는 거리낌 없이 놈의 팔을 쳐 냈다.
놈은 공격이 실패했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주먹과 발을 마구 뻗어온다.
확실히 깡패들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스킬.
거기에 더해 어마 무시한 힘과 스피드.
놈의 주먹과 발을 피하고 쳐 낼 때마다 얼얼할 정도의 묵직함이 전해진다.
피부 위를 스칠 때면 아찔함마저 느껴졌다.
두근. 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댔다.
한 대라도 맞으면 그대로 골절을 입을 정도의 파워가 느껴진다.
로우킥을 피하고 백스핀 블로우가 눈앞을 지난다.
퍼억. 퍽. 퍽.
놈의 틈을 향해 꽂아 넣은 주먹이 제대로 틀어박혔다.
그때마다 움찔하면서도 꿋꿋하게 밀고 나오는 모습은 멧돼지를 연상케 했다.
퓨리타크니스의 작용은 인간의 감각을 초인처럼 만들어 주면서 몸까지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단단함으로 따지면 저격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다.
그렇다고 전혀 타격이 없는 것은 아닌지 놈의 얼굴도 조금씩 일그러져갔다.
휘이익.
퍼억.
허리를 비스듬하게 숙였다가 올린 어퍼가 놈의 늑골에 때려 박혔다.
“커어억...”
허리가 바짝 접어지며 벌어진 입에서 더러운 타액이 줄줄 흐른다.
하지만 놈의 눈빛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다.
나는 쑤셔 넣은 주먹을 빼려 했지만, 어느새 놈의 양팔에 휘감겨 버린다.
뻐억.
동시에 눈앞이 번쩍이는 것을 느끼며 고개가 뒤로 확 젖혀졌다.
그대로 커다란 머리로 내 얼굴을 들이 받아버린 것.
뻐억. 뻐억.
두 번의 충격이 더 전해지고 팔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끼며 얼굴을 부여잡았다.
비틀.
깜깜해진 시야를 되돌리려 머리를 흔들어 본다.
오싹.
그 틈에 느껴지는 오싹함.
후우웅.
왼쪽 관자놀이를 향해 무언가가 날아온다는 것을 느끼고는 양팔을 들어 가드 했다.
뻐어억.
“크으윽...”
나도 모르게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양팔을 울리는 묵직함에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멍청하게 얼굴을 부여잡고 서 있었다면 그대로 관자놀이에 가격당해 정신을 잃었을 만큼 위력적인 하이킥이다.
부웅.
120kg에 달하는 몸무게임에도 몸이 붕 뜨는 부유감을 느낀다.
그러곤 수 미터나 날아가며 그대로 땅을 굴렀다.
쿠당탕.
“죽어라아아아!”
튕겨져 나가는 사이, 놈도 나를 향해 빠르게 내달린다.
땅에 떨어져 내린 얼굴 위로 밀려오는 공기의 저항이 느껴진다.
‘이런! 개새끼!’
흉기 같은 다리로 사커킥을 날린 모양이다.
나는 일어날 새도 없이 또다시 양팔을 들어 얼굴을 방어했다.
퍼어억.
“쿠욱!”
양팔을 울리는 고통과, 방어했음에도 얼굴에 전해진 충격에 골이 댕 하고 울렸다.
쿠웅.
이어서 느껴지는 등의 충격.
발에 채여 땅에 쓸리며 나무에 부딪힌 모양이다.
나는 빙글 몸을 돌려 나무를 붙잡는 동시에 그 뒤로 다람쥐처럼 몸을 숨긴다.
쩌어억.
사람의 허리만한 나무가 놈의 발차기에 가격당하며 기울어졌다.
가까스로 시야를 되찾은 나는 나무를 뒤로하고 훌쩍 몸을 날린다.
놈과의 거리가 벌어지기 무섭게 또다시 돌진해 들어온다.
빠르게 고개를 오른쪽으로 숙이자 오함마 같은 주먹이 지나갔다.
피하는 동시에 커다란 훅을 내지른다.
퍼어억.
정확하게 턱을 가격당하며 고개가 홱 하고 돌아가는 흑인 놈.
나는 그 틈을 이용해 놈의 양다리 중심부를 향해 다리를 치켜 올렸다.
뽀각.
“하아악! 커.. 컥...”
턱이 돌아가도 신음 하나 내뱉지 않던 놈이 알맹이를 공격당하자 눈과 입이 찢어질 듯 벌어진다.
안 그래도 커다란 눈동자가 더욱 커다랗게 뜨여졌다.
입이 벌어지며 혀까지 튀어나온 모습.
팔을 접어 놈의 턱 중앙에 엘보우를 힘껏 꽂아 넣었다.
쩌어억.
“우웁!!!!!”
딸려 나왔던 혀의 끄트머리가 덜렁하고 잘리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비척거리며 물러나는 꼴이 우스울 따름이다.
그대로 놈에게 달라붙어 양손으로 펀치를 날렸다.
쩌억. 쩌억. 쩌억. 쩌억.
양손으로 날리는 훅이, 놈의 안면을 찰지게 두드렸다.
이미 눈이 돌아간 놈의 몸을 다시금 두드린다.
퍼억. 퍼억. 퍼억.
“죽어! 이 새끼야!”
놈의 몸을 두드릴수록 내 안의 살의가 마구 피어올랐다.
퓨리다크니스를 빨아재낀 몸이 부서지고 회복되기를 반복한다.
“그마... 쿠어억... 으헉...”
아무리 퓨리다크니스를 주사했더라도 모든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놈은 허우적거리며 양팔을 저어댄다.
스르륵.
쿠웅.
버티지 못하고 땅에 몸을 처박으면서도 팔을 젖는 꼴이 거대한 지렁이를 보는 듯했다.
“데바알... 거... 거마...해...”
잘린 곳이 재생되는 것은 아닌지 혀 짧은 소리를 내는 놈.
“누구냐.”
“모... 모라...”
나는 회복되는 놈을 다시 한 번 지근지근 밟아주었다.
“커어어... 어어... 사여져... 어어...”
“제임스라는 놈은 어디 있어.”
그리 물으며 놈의 멱살을 잡아 번쩍 들어 올렸다.
퍼억. 퍼억. 퍽.
“거마... 어억!”
“제임스는 어디 있냐고!”
“00구...00도 00000 버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놈이 읊어댄 주소를 머릿속에 욱여넣는다.
“사여져...”
나는 살려달라고 간절히 바라는 흑인 덩치의 눈을 지그지 노려봤다.
오늘 처음 본 생판 모르는 외국인.
그런 주제에 나를 죽이러 온 놈이다.
살려달라는 놈의 모습이 그저 우스울 따름이었다.
“죽이러 온 놈이 살려달라니. 너라면 살려주겠냐?”
“데... 데바아...”
나는 애처로운 놈의 눈빛을 외면했다.
머리까지 차오른 살심이 고개를 치켜 올린다.
어차피 한 놈 죽였다.
나를 죽이려 한 놈을 두 명 죽인다한들 바뀔 것은 없다.
애초에 이런 짓을 벌이지 말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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