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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70화 (70/297)

〈 70화 〉 2. 사냥꾼.(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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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냥꾼.(41)

퓨리다크니스라는 약물을 저런 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니.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제임스라는 저 외국인 놈은 정말로 악질 중에 악질이다.

비록 김동운이 나에게는 뒈져야 할 놈임에 분명하지만, 멀쩡한 일반인을 저딴 괴물로 만들어 고기 방패로 이용할 줄이야.

세상의 이면은 이리도 추악하다는 말인가?

“크르르르르!”

완전히 맛이 간 눈탱이.

한 점의 이성도 없는 그 모습은 확실히 요괴라고 보기에도 민망했다.

마물.

지금 김동운의 모습은 인간도, 요괴도 아닌 그저 욕망에 들끓는 마물과 같다.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일까?

한때는 가장 친한 절친이라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학창 시절부터의 그 추억은 거짓이 아닌, 확실한 기억 속에 남아 있으니 말이다.

문득, 녀석과 즐거웠던 추억도 떠오른다.

그렇다고 죽을죄가 사하여지지는 않는다.

‘김동운... 넌 오늘 죽는다.’

후우웅.

터업.

거의 정염귀에 가까운 모습으로 바뀐 김동운의 모습에 동정 따위는 하지 않는다.

다만... 아무런 반성도 없이 뒈져 버리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손바닥으로 놈의 주먹을 막아 내자 피어오른 뇌전이 주먹을 검게 그을린다.

살타는 매캐한 냄새가 지하층의 공기를 오염시켰다.

손이 막혀 버리자 반대 주먹을 뻗어오는 모습.

나는 고개를 숙이고 공격을 피해내며 눈동자를 흘깃 움직여 지나가는 팔을 주시했다.

뻗어진 팔에는 손가락 굵기의 혈관들이 지렁이처럼 꾸물거린다.

붉은 피부는 짓눌려 녹아버릴 듯 줄줄 흘러내린다.

나는 옆으로 숙인상태로 주먹을 올려친다.

뻐거걱.

팔의 정 중앙.

팔꿈치를 힘껏 가격하자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덜렁이며 떨어지는 팔뚝.

“크아아아악!”

고통이라는 것을 느끼기라도 하는지 괴성을 질러대며 마구 팔을 휘젓는다.

엄청난 속도와 힘.

덜렁거리는 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휘두르는 통에 채찍을 휘두르는 것만 같다.

휘익. 휘익.

콰지직.

쩌저적.

많지 않은 집기들이 부서지고 벽이 울리며 쩌저적 갈라졌다.

아무리 빠르다 해도 그저 이성을 잃은 괴물의 마구잡이 휘두름일 뿐이다.

지금도 꾸준히 훈련을 하는 나에겐 우스운 몸짓일 뿐이다.

퍼억. 퍽.

빠가각.

놈의 마구잡이 공격을 하나하나 피해내며 틈틈이 몸에 유효타를 박아준다.

그때마다 휘청대며 더욱 발악을 하는 김동운.

꾸준히 놈에게 주먹과 발을 박아주며 바닥의 잔해를 집어 든다.

휘이익.

힘껏 날린 탁자의 잔해가 제임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슬금슬금 움직이던 제임스가 발차기로 집어던진 잔해를 차 낸다.

어차피 적중시키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그저 놈에게 도망갈 틈을 주지 않으려는 것뿐이다.

김동운과 내가 대적하는 동안 제임스는 몇 번이나 도주를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물건을 던져 놈의 움직임을 방해했다.

뇌전을 실어 던졌기에 그냥 무시하기란 쉽지 않을 거다.

싸우는 와중에도 뇌전을 다루는 내 기술은 점점 농익어가고 있었다.

매직아이가 발동되어 김동운과 제임스를 시야에 담았다.

이 능력도 점점 발전을 하는지 그 정보가 그대로 뇌에 때려 박힌다.

색으로 표현되던 것이 하나의 정보덩이로 바뀌어 직접 입력되었다.

살의.

검은색으로 표현되었을 색깔이 살의라는 느낌으로 입력이 된다.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느껴진다.

상대가 어떤 감정을 가진지.

색으로 표현되었을 때보다 더욱 명확하다.

그냥 보인다.

광기.

김동운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살의와 함께 광기마저 보인다.

무엇에 대한 광기인가?

마치 글자가 덧씌워진 것 같다.

놈의 몸에 큼지막하게 ‘널 죽이고 싶어.’ ‘미쳐 버릴 것 같다.’ ‘파괴하고 싶어’ 라고 적어놓은 것 같다.

그 중간에 ‘나 느끼고 있어.’ 라는 글자가 보이는 것 같다.

놈의 중앙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그 모습.

더럽다.

나는 힘껏 발을 차올리며 김동운의 낭심을 후려 찬다.

퍼어억.

“크아아아!”

펄쩍 뛰는 김동운에게 바짝 다가가며 양다리에 힘을 줘 하체를 단단히 지탱한다.

두 주먹을 들어 올리고 허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한때는 유행했던 복싱 만화에서 봤던 그 모습을 재현한다.

뎀프시롤.

허리의 움직임에 맞춰 주먹이 번갈아 놈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퍼억.

엄청난 속도로 쏟아지는 펀치가 놈의 얼굴에 끊임없이 틀어박힌다.

뼈가 부서져 나가고 살이 터져 나갔다.

점점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변해 버리는 면상.

팔을 휘둘러 주먹을 저지해 보려하지만 내 주먹은 교묘하게 피해내며 어김없이 얼굴에 적중되었다.

김동운의 얄팍한 반항은 점점 무뎌져 가고, 늘어지려는 몸은 주먹에 의지해 오뚝이처럼 계속해서 바로 세워진다.

타앗.

그리고 마지막 결정타.

발을 박차며 뛰어올라 뾰족하게 만든 무릎을 명치에 박아준다.

뻐어억.

“꺼... 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커다란 동체.

쿵.

벽까지 날아가 처박힌 김동운은 겨우 숨을 내뱉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그러곤 축 늘어지는 고개.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은 나머지 놈을 제압하고 확인해도 늦지 않을 터.

***

급박하게 이루어진 상황.

정말 찰나 간에 벌어진 일이라곤 믿을 수 없었다.

퓨리다크니스를 세 개나 주입해 마물을 만들어 본 적조차 없었다.

저 움직임이라면 웬만한 정염귀보다 더 뛰어난 움직임이었다.

스치는 주먹 한 방에 콘크리트가 두부처럼 갈려 나간다.

움직임 또한 퓨리다크니스 두 개를 주입한 자신이 따라가기 벅찰 정도.

어느 정도 버텨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오산이었다.

진정한 초인의 존재는 제임스의 생각을 아득하게 뛰어넘었다.

저런 괴물을 상대하면서도 자신의 발을 묶어 놓는 강인한.

등줄기를 타고 차가운 기운이 올라온다.

‘조... 좆 됐네...!’

마물이 된 김동운을 가볍게 처리하고 다가오는 강인한의 모습에 절로 심장이 쿵쾅거린다.

마치 예전 늑대인간과 대치했을 때와 같은 오싹함.

아니, 그보다 더한 공포가 제임스의 마음을 자극했다.

제법 뛰어난 사냥꾼으로 평가받았지만 그것은 그저 제법 뛰어난 정도다.

정말 뛰어난 사냥꾼은 될 수 없었다는 것.

그 주제를 알았기에 재빠르게 발을 뺄 준비하고 있었다.

앞으로 일이년만 더 구르면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었을 텐데...

“자... 잠깐!”

제임스가 다급하게 외쳐보지만 무심한 눈빛의 강인한은 그의 요청은 말끔하게 무시해 버린다.

만약 이 자리에 김동운이 없었더라면 조금이나마 수명이 연장되었겠지만, 지금의 그에게 제임스는 그저 자신을 죽이라는 의뢰를 받은 살인청부업자에 불과하다.

저벅. 저벅.

점점 가까워지는 둘 사이.

퓨리다크니스를 주사한 제임스나, 지금의 강인한에게는 상당히 긴 시간이지만.

제임스는 그 틈을 이용해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나... 날 죽이면! 곤란할 거야!”

제임스는 발악하며 아무 말이나 지껄여 본다.

그 발악이 통했음인지 강인한이 조금의 흥미를 가졌다.

“왜?”

낮고도 무심한 한마디.

주르륵.

제임스의 등을 타고 흥건한 땀이 흘러내린다.

“나... 난 사냥꾼 웹 운영자에게 지원을 받고 있다!”

강인한은 제임스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냥꾼 웹이 어떤 사이트인지는 알고 있지만, 그곳에 가입은 하지 않았다.

대략적이나마 고정석에서 듣기는 했다만, 그것과 제임스가 무슨 상관이라는 말인가.

“그래서?”

“날 죽이면 운영자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사냥꾼 웹 운영자는 자신의 일에 대해 어느 정도 묵과해 주었다.

경고가 들어왔던 그때, 통화를 한 차례 한 적이 있었다.

퓨리다크니스 라이트버전에 제법 흥미가 있다고.

더 발전시켜 부작용이 없는 초인을 만들어 낼 수 있겠냐고.

어쩌면 사냥꾼 웹을 운영하는 이유가 거대한 실험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겉으로는 수긍하는 척을 하며, 계속해서 장사를 이어왔다.

최대한 한탕하고 대한민국을 빠져나간다.

제임스의 생각이었다.

돈을 끌어 모아 이 빌어먹을 이면의 세계에서 벗어날 계획을 세웠다.

“네 말은... 사냥꾼 웹이라는 것도 그렇게 떳떳한 곳은 아니라는 말이네. 아저씨가 왜 그렇게나 꺼려했는지 알겠어.”

제임스는 그 어떤 말도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닫는다.

‘씨발...!’

턱을 문지르며 생각에 빠진 강인한.

이제는 방법이 없다.

방심한 이때 공격하고 튄다.

제임스는 생각과 통시에 몸을 튕겼다.

수배자들과 싸워온 다년간의 경험이 지금이 아니라면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려왔다.

타앗.

제임스의 주먹에 속도가 실린다.

지금은 힘보다 속도를 올려 강인한을 밀어내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러곤 바로 비상구로 몸을 날릴 생각이었다.

결계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일단 비상구을 빠져나간 후의 문제다.

콰지직.

“아아아악!”

언제 다가왔는지 단단한 무릎이 손과 충돌했다.

여러 관절로 이루어진 손의 뼈가 박살나며 튀어나왔다.

쩌엉.

둔탁하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깜깜하게 암전된다.

얼굴을 때려 맞으며 뇌가 뒤죽박죽이 되는 것 같다.

퍼어억.

이어지는 복부의 통증.

퍼억.

“커어억!”

그리고 또다시 이어지는 무차별적인 폭행.

제임스의 몸이 점점 무너져 갔다.

빌어먹게도 지금의 치유 능력은 저주에 가깝게 느껴졌다.

털썩.

얼마나 때려 맞았는지 모른다.

온몸의 후끈한 열기로 인해 맨바닥이 시원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덥썩.

머리채가 잡히는 느낌에 눈을 떠보려하지만 무거운 눈꺼풀은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질질질.

휙.

쿠당탕.

내던져지며 전신을 울리는 통증.

“그 운영자라는 놈에 대해 한 번 이야기해 볼까?”

강인한의 음산한 목소리가 제임스의 귓가로 꽂혀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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