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화 〉 2. 사냥꾼.(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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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냥꾼.(49)
정체를 알 수 없는 손님과, 그 손님으로 인해 부장들이 전부 떡이 되면서 권혁수 상무가 카운터에서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더군다나 일이라면 냉철하게 잘 해내던 정실장이 테이블에 들어가서 깜깜무소식이다.
이에 더욱 심기가 불편해진 권혁수가 계속해서 노빠꾸를 보챘다.
“도대체 뭐 하는데 쳐 나오지를 않아?”
“그... 그게 금방 나오신다고...”
노빠꾸는 큰 손일지도 모르는 손님에게서 절대로 부를 때까지 테이블에 들어오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당연히 돈 많은 손님은 왕이었고, 그것은 비너스의 영업진 모두 동일시 여기는 것이다.
또한 손님의 말이 아니더라도 정실장까지 못을 박아 놓았으니 권혁수가 테이블에 가보라고 해도 문밖에서 그저 잠시 귀를 기울이다 올 수밖에.
정실장을 찾던 손님들도 그녀가 들어가서 작은실장에게 인계를 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굳이 정실장을 찾을 이유는 없는 것.
그저 정실장과 아가씨들이 열심히 매상만 올리면 될 일이었다.
‘이 새끼... 왜 자꾸 이렇게 난리야!’
노빠꾸는 부산떠는 권혁수를 보며 속으로 울화통을 터트렸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모습에 설마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무래도 권혁수가 정실장을 보는 눈이 심상치 않기는 했다.
‘씨발... 안에서 그러고 있다고 어떻게 말해...’
몇 번이나 룸 밖에서 기웃거리자 들려오는 여인들의 교성.
그것은 문 열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다.
가게에서 가장 에이스라 볼 수 있는 실장과 아가씨 둘이 손님 한 명과 그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에이스들이 한 손님하고 단체로 그 짓을 하는 걸까?
어쩌면 인당 천 단위로 팁을 약속이라도 받았나 싶었다.
혼자서 얼마나 하겠냐싶던 그 짓은 두 시간에 가깝도록 이어졌고, 이제는 노빠꾸로서도 권혁수를 진정시킬 수단이 없었다.
‘젠장...’
“이런 씨발. 야! 가서 당장 끌고나와!”
얼굴까지 시뻘게져 고함치는 그로 인해 주변에서 얼쩡거리던 웨이터와 실장들도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그... 그게... 들어가기 조금 곤란해서...”
“이런 병신 새끼! 웨이터가 테이블 들어가는데 뭐가 곤란해!”
“그... 그건... 휴우... 사실... 안에서 그... 그걸 하고 있어서...”
“그거...?”
“네. 그거...”
“그게 뭔데...?”
노빠꾸는 답답한 마음에 소리라도 치고 싶었다.
“남자랑 여자랑 하는 그거... 있잖습니까...”
“남자랑... 여자랑... 씨발... 좆 같은! 안에서 떡 치고 있어?”
노빠꾸는 고개를 푹 숙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2차까지 나가는 마당에 룸 안에서 섹스하지 못할 건 없다.
더군다나 매상까지 쭉쭉 올려주는데 말이다.
그것은 아가씨의 재량.
가게는 제대로 된 매상만 보장되면 되었다.
그저 어디 가서도 꿀리지 않는 여자들의 콧대가 그런 것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손님이 만족하고 계속해서 찍어 준다면 룸에서 섹스정도야...
“후욱... 후욱... 이런 미친 걸레 같은 년들! 이 쌍년들을 확!”
권혁수가 콧김까지 뿜어대며 벌떡 일어났다.
노빠꾸가 보기에는 권혁수의 반응이 다소 과하게 느껴진다.
은연중 큰손님과 룸에서 떡 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했기 때문이다.
그 일에 정실장이나 예린 승아는 없었다는 것이지만.
“사... 상무님...?”
노빠꾸는 슬쩍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보였지만 직접 막지는 않았다.
막던 막지 않던 지랄할 것이기에 적정선을 지킨 것.
“비켜! 이것들이 진짜!”
권혁수는 슬쩍 막아선 노빠꾸를 밀치며 강인한이 있는 룸으로 씩씩거리며 다가갔다.
‘씨발 년이 좆나 고고한 척하더니! 결국은 룸빵 창녀주제에!’
이런저런 소문도 있고, 아가씨를 뛰었던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권혁수가 비너스를 맡기 전.
그가 왔을 때는 업소에 있으면서도 몸을 함부로 하지 않는 정실장을 은연중 마음에 두었었다.
그래서 우격다짐보다는 천천히 다가가려 노력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엄한 놈이 와서 지랄을 하고 있으니 열불이 터질 수밖에.
매상을 보더라도 큰 손님에 뒤처지지 않지만, 그저 어디서 한탕 벌인 쭉정이일 가능성이 크다.
“넌 애들 좀 불러!”
그래도 부장들을 떡으로 만든 것이 마음에 걸려 노빠꾸에게 조직원을 소집하라 이른다.
쾅.
권혁수가 힘껏 문을 열어 재끼자 복도와는 확연하게 다른 공기가 코로 스며든다.
여인특유의 음란함이 가득한 냄새.
그 자극이 어찌나 대단한지 절로 아랫도리가 묵직해졌다.
그리고 냄새에 섞여 있는 더러운 백탁액의 냄새는 그를 단숨에 불쾌하게 만들었다.
얼굴을 잔뜩 일그러트리며 고함을 터트리려던 권혁수는 룸 안의 상황을 보고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헐벗은 여인 셋은 완전히 눈이 돌아가 있고 벌어진 입에서는 타액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강인한에게 몸을 비비며 유혹하는 모습을 보자니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은 것만 같다.
이게 정상적인 상황인가?
설마 마약이라도 먹인 건 아닌가라는 의심이 솟구친다.
놀란 입을 쩌억 벌리고 있는 권혁수를 향해 강인한이 쑤시고 있던 성기를 빼 내며 몸을 돌린다.
아마도 허락 없이 누군가가 들어왔다는 것을 인지한 모양이다.
주르륵.
막 세 여인을 한 번씩 먹어 주고 한 바퀴 돌아 정윤주에게 박고 있던 참이다.
그런데 허락도 없이 들어온 이로 인해 산통이 깨져 버렸다.
“뭐야?”
짜증스러운 눈빛을 마주한 권혁수.
그의 눈이 조각 같은 몸을 지나 정윤주의 가랑이 사이에서 빠져나오며 푹 절여진 거대 기둥으로 이동했다.
‘씨... 씨발... 저게 사람 물건이야 뭐야?’
중앙에 달린 팔뚝만 한 물건에 말을 잃어버린다.
그리고 그렇게나 염원하던 정실장의 중앙은 기둥이 빠져나가며 벌어진 구멍을 중심으로 음란한 액체들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뭐냐고!”
재차 들려오는 강인한의 음성에 정신을 차린 권혁수.
저 애새끼의 물건에 정신을 팔 상황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욱 권혁수를 훼까닥 돌게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물건이 빠져 나왔음에도 헐떡이고 있는 정윤주의 모습이다.
그가 분노로 눈이 돌아갈 때쯤, 세 여자는 그제야 룸에 들어선 권혁수를 발견하고는 당황하며 후다닥 옷가지를 챙겨 몸에 걸쳤다.
“이... 이게 뭐하는 짓이야! 여기가 무슨 3류 룸빵 인 줄 알아!?”
고래고래 떠드는 권혁수의 모습에 강인한의 눈가가 짜증으로 찌푸려진다.
약을 먹인 것도 아니고, 강제로 취한 것도 아니다.
어차피 돈만 있으면 2차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공공연히 룸 안에서 관계를 하기도 한다.
매출도 펑펑 올려주고 있고, 아가씨들 팁도 화끈하게 쥐여 주었다.
웨이터에게도 적지 않은 금액을 팁으로 건넸다.
옷을 입고 물티슈로 얼굴을 닦아낸 정윤주가 권혁수를 보며 인상을 썼다.
“상무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뭐 하냐고!? 씨발. 여기가 무슨 사창가냐고! 명색이 텐프로 인데 룸에서 이딴 짓거리나 하고 있어? 실장이 제정신으로 할 짓이야!?”
“뭐라고요? 말 정말 이상하게 하시네요! 큰 손들에게 아가씨들 2차 보내고,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아가씨 룸에서 큰 손들하고 관계하게 만들라고 하던 사람은 어디로 갔나요? 지금 상무님 반응 정말 어이없는 거 아세요?”
그런 와중에 권혁수가 불렀던 흑곰파 조직원들이 복도에 도착해 섰다.
이를 본 권혁수의 기가 바짝 오른다.
“뭐... 뭐...? 이런 썅! 좆까고 다 쳐 나와! 지금까지 계산 확실히 하고 저 새끼 내보내!”
“상무님! 지금 도 넘고 계신 거 알아요?”
조직원들의 등장에 몸을 움찔하면서도 소리치는 정윤주의 모습에 권혁수가 이를 악물었다.
예린과 승아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강인한의 등 뒤로 몸을 숨긴다.
어차피 판단은 실장과 자신들이 했다.
그런데 상무가 무작정 밀고 들어와 저러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상황이었다.
예린과 승아는 험악한 분위기에 두려우면서도 강인한을 두고 나가기가 꺼려졌다.
“내가 비너스 사장이야! 어!? 내가 안 받겠다면 안 받는 거야!”
침까지 튀겨 가며 고래고래 소리치는 권혁수의 눈은 광기로 이글거렸다.
권혁수의 고함 소리를 뚫고 낮고 선명한 음성이 룸에 울린다.
“좆나 웃기는 가게네. 들어올 때부터 손님취급 좆같이 하더니, 돈 쓰고 나서도 좆같이 만들어 버리네?”
“뭐... 뭐!?”
강인한은 권혁수를 외면하며 정실장과 두 아가씨를 바라본다.
“이따위 가게에서 꼭 일 해야 해? 너희들 다른 일 해 볼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갑작스러운 제안에 룸 안의 모든 이가 멍한 눈으로 강인한을 바라본다.
이곳이 어떤 곳인가.
바로 흑곰파가 관리하는 텐프로였다.
머뭇거리는 정실장과 예린, 승아.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강인한의 제안에 군침이 도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 오늘처럼 또 박아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하지만 정실장은 빛이 없다 해도 예린과 승아는 적지 않은 빛이 잡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빛이 없는 정실장도 비너스에서 쉽게 놓아주지는 않을 거다.
“내가 확실히 책임은 져 줄 수 있는데...”
정윤주가 보기에 강인한의 말은 객기로 보였다.
그래도 책임져 줄 수 있다는 말은 기쁘기 그지없다.
그보다 가장 걱정인 것은, 지금부터 강인한이 당하게 될 일이다.
“이런! 미친놈! 저 새끼 끌어내!”
권혁수의 명령에 일곱의 사내가 룸을 비집고 들어왔다.
밴드까지 들어올 수 있는 넓은 룸은 모두가 들어와도 비좁지 않다.
“와... 이거 진짜 도 넘네.”
뇌전의 열기를 어느 정도 식혔기에 전보다는 이성이 돌아온 상태였지만, 눈앞의 상황은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강인한은 흑곰파 조직원들을 보며 스마트폰의 통화버튼을 눌렀다.
“뭐야! 저 새끼 경찰이라도 부르려는 거야?”
“크크큭. 미친 새끼.”
룸으로 들어서는 조직원들의 비웃음이 들려왔지만, 강인한은 수화기 너머의 인물에게 한 마디로 지시를 하고는 끊었다.
“들어오세요.”
영문 모를 말을 내뱉고 전화를 끊어 버린 강인한.
그리고 강인한의 ‘들어오세요.’의 의미는 금방 드러났다.
아아악! 뭐... 뭐야!
이... 이러시면 아아악!
퍼억. 퍼억.
와장창.
갑자기 비너스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복도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던 노빠꾸가 큰 소리로 권혁수를 부른다.
“사... 상무님! 조... 조폭들이 밀고 들어옵니다!”
그 말에 권혁수의 눈이 희번덕 거린다.
처음부터 찝찝했던 그 기분에 확신이 든다.
“이... 이 새끼... 너 뭐 하는 놈이야! 일단 저 새끼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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