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화 〉 2. 사냥꾼.(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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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냥꾼.(50)
룸 안으로 들어선 흑곰파 조직원들이 달려든다.
아무리 넓은 룸이라도 성인 남자 여럿이 뛰 놀기에는 비좁다.
강인한이 테이블로 뛰어오르며 다리를 잡으려 하는 조직원의 얼굴을 차 버렸다.
“쿠억!”
우당탕.
단숨에 나가떨어진 놈의 뒤로 여섯의 조직원이 밀고 들어왔다.
소파와 테이블로 올라서며 강인한을 잡기 위해 손을 뻗어왔다.
“꺄아악!”
“꺄악!”
“으흐흑!”
놀란 정윤주와 두 여자가 구석으로 몸을 피해 잔뜩 움츠렸다.
마음 같아서는 강인한을 돕고 싶지만, 깡패들의 흉흉한 몸짓은 여인들이 어찌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뻐걱. 퍽. 퍽.
우당탕.
콰직.
붕 떠오른 조직원이 테이블에 처박히며 대리석 테이블이 쩌저적 하고 갈라졌다.
사력을 다해 강인한을 붙들어 보려 아등바등 손을 휘저어 보지만, 이 좁은 룸 안에서 이리저리 피해내는 몸놀림은 귀신과도 같았다.
마치 허공에 손짓을 하는 느낌.
발밑을 쓸어오는 발차기를 슬쩍 뛰어 피한 강인한이 그대로 발을 휘둘렀다.
쩌어억.
얼굴에 발차기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놈이 그대로 실신하며 너부러졌다.
퍼어억.
마치 묘기를 보는 것만 같다.
공중에 살짝 뜬 채로 그 짧은 시간에 두 번의 유효타를 먹이는 모습이 말이다.
쿠당탕.
“크흑...”
“어억!”
“비... 비켜!”
서로의 몸이 엮이며 곤란을 겪고 있는 덩치들.
잠시 틈을 준다 싶으면 어김없이 날아오는 해머 같은 주먹에 적중 당한다.
장정 일곱과 한 남자의 대결은 너무나도 빠르게 결과가 나와 버렸다.
“크으으으...”
“으으으...”
“다... 다리... 크으으...”
엉망이 된 룸과 끙끙거리며 바닥을 구르고 있는 조직원들의 모습에 권혁수는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아무리 날고기는 싸움꾼이라도 이 좁은 곳에서 몸으로 밀고 들어가 잡아 놓으면 끝인 일이었다.
그런데 일곱이나 되는 조직원들이 나뒹구는 모습은 현실이라기엔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이게... 무슨 영화도 아니고...?’
머릿속이 헝클어져 어떠한 사고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일단의 사내들이 우르르 밀고 들어왔다.
화들짝 정신을 차린 권혁수가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눈을 굴린다.
아마 지금의 상황은 흑곰파의 귀에 들어갔을 거다.
얼마 있지 않아 지원이 나올 것은 당연할 일.
“네놈들! 여기가 흑곰파 구역이라는 것은 알고 온 것이냐!”
나름 위협적으로 외쳐보지만 사내들은 권혁수를 어깨로 밀어 버리며 꾸역꾸역 룸으로 들어왔다.
생각보다 많은 인원에 권혁수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다.
룸 안으로 들어온 이들은 다섯, 복도에는 조직원으로 보이는 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다섯 사내 중 두 사내가 앞으로 한 발자국씩 나서면서 그들의 정체를 파악한다.
“아... 아니! 응수형님! 구상두파 나대명! 왜... 왜 강북에서...!”
놀란 권혁수의 말에 나대명은 그저 힐끔 눈길만 주고는 이내 외면했다.
지금은 권혁수 따위가 저따위로 부를 이름이 아니었지만, 그보다 중요한 인물이 눈앞에 있었다.
옆에 있던 조응수가 혀를 차며 한마디 한다.
“쯧쯧쯧. 강일파로 통일된 게 언젠데... 거 소식이 늦네.”
그러곤 나대명과 조응수가 강인한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형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형님.”
그 모습에 권혁수의 눈은 찢어질 듯 부릅떠진다.
‘형님이라니...?’
그의 눈은 두 사내와 강인한을 번갈아 보며 혼란으로 휩싸였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 소문을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구상두가 실종되었고 나대명이 보스로 추대되었으며, 상명파까지 흡수해 강일파로 통일되었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그 뒤에는 한 인물이 있다는 것.
‘설마...?’
“멀리서 대기하라고 한 건 저인데요 뭐.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예요? 고개들 드세요.”
“감사합니다. 형님.”
“감사합니다. 형님.”
쌍둥이처럼 말한 나대명과 조응수가 그제야 허리를 폈다.
혼란스러운 눈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는 권혁수.
도대체 이 상황은 무슨 상황이라는 말인가?
정말 저 애송이가 통합한 강일파의 보스고, 지금 흑곰파를 치러 왔다는 건가?
“그나저나 한 분만 오시라 했는데, 어쩌다 두 분이 오신 겁니까?”
“당연히 형님의 첫발걸음 이신데 빠질 수 없었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그 말에 강인한이 고개를 살살 저었다.
아무래도 이들이 단단히 오해하는 모양이다.
“오해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저는 그저 이곳에 술을 마시러 왔을 뿐입니다. 들어오는 중에 다소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기에, 몇 명만 지원하라고 한 것뿐이에요.”
“감히! 어떤 놈이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었습니까!”
강인한의 말에 나대명의 민머리가 붉게 물들었다.
그 눈빛이 어찌나 흉흉한지 권혁수는 저도 모르게 찔끔했다.
“진정하세요. 이거 무슨 전쟁도 아니고. 일단 다 내보내도록 하세요. 남의 업장인데.”
“그렇지만... 곧 흑곰파가 들이닥칠 겁니다!”
“말씀드렸잖아요. 전쟁할 이유는 없다고. 적당 선에서 합의하면 될 일입니다. 그렇죠? 상무님?”
강인한이 고개를 돌려 권혁수를 바라본다.
이에 권혁수가 찔끔했지만, 최대한 티가 나지 않도록 가슴을 쭉 하고 폈다.
가호에 죽고 가호에 사는 깡패 아닌가.
“그... 그렇습니다.”
물론, 떨리는 음성을 잡지는 못했다.
그런 권혁수를 보며 강인한이 말을 이었다.
“일이 크게 번지기 전에 전화하시죠. 그리고 대화를 나누기에는 상무님은 애매한 것 같은데...”
확실히 일이 커지기는 했다.
정말 강일파와 흑곰파가 붙게 된다면 적당한 선에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부장들의 실수에서 비롯된 것.
아니라고 우기면 될 일 아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당사자가 강일파의 보스다.
더군다나 구상두를 재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잠깐 본 실력만으로도 보통이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나서기에는 포지션도 애매했고.
“알겠습니다. 잠시 자리 좀...”
뒤탈이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권혁수가 휴대폰을 꺼내며 나가는 것을 확인한 강인한이 소파에 털썩 앉는다.
이에 정신을 차린 정윤주가 강인한의 옷을 찾아 탈탈 털었다.
너무나 정신이 없어 신경도 못 썼는데, 강인한은 여직 알몸인 상태였다.
예린과 승아도 입을 꾹 다물고 강인한의 나머지 옷을 찾아 건넨다.
여기서 가장 놀란 것은 아무래도 세 명의 여자였다.
설마, 강일파라는 거대조폭의 두목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것도 이렇게 어린 나이에 말이다.
“형님! 역시 형님은 전부 형님이시군요!”
강인한의 가운데 다리를 보던 나대명이 침을 튀어가며 열변했다.
다른 이들도 물건을 힐끔거리며 부럽다는 듯 바라보는 것이 꽤 민망하다.
“그만하시고 나가서 조직원들 단속들 해주세요. 괜히 시비 걸리지 않게끔 해주시고요.”
***
룸이 엉망이기에 옆 룸으로 옮겼다.
강일파 조직원들은 밖으로 내보내고 나대명과 조응수는 기어이 룸 밖에서 대기했다.
노빠꾸가 들여온 발렌30년을 홀짝이는데, 룸의 문이 열리며 세 여자가 슬그머니 들어온다.
“안 들어와도 돼.”
“아이... 어떻게 그래. 이사님 도착하기 전까지 우리가 옆에서 접대 할게.”
정윤주가 말하자 예린과 승아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아까 말한 거 있잖아... 다른 일... 자기가 책임져 준다는 거...”
“어?”
“아잉~ 자기가 그랬잖아.”
“그랬지.”
“정말 그래 줄 거야?”
슬쩍 제안했던 말을 기억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은근히 떠보는 것을 보면 마음이 있다는 소리인데...
“그런데 우리 업장에는 텐프로가 없는데?”
“꼭... 텐프로가 아니라도...”
“흠...”
막상 말을 꺼내기는 했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되었다.
“나... 사실... 룸에서 그만 일하고 싶어. 얘들도 빛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고... 어떻게 안... 될까? 너무 부담 갖지는 말고.”
그 말이 더 부담이 된다.
곰곰이 생각하던 나는 한 가지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안 그래도 상연누나가 홀로 클럽운영을 버거워하는 감이 있었다.
직접 운영을 하는 것이 처음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비슷한 또래의 여자가 옆에서 돕는다면 꽤 시너지효과가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
“혹시, 클럽운영 도와볼래?”
“클럽?”
“원한다면 너희 둘도 정실장하고 같이 해도 되고.”
“거기서... 우리가 할 게 있을까? 그런데 어떤 클럽인데?”
“스카이 클럽이라고 알아?”
“아! 언니 저 알아요!”
“저... 저도! 거기 강북에서 제일 유명한데.”
이들을 운영진으로 데려간다면 상당히 괜찮을 것 같았다.
텐프로 출신 이다 보니 남자 후리는데 일가견도 있고, 일하다 보면 분명히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 같았다.
습관적으로 가랑이를 벌려도 어쩔 수 없고.
나야 그저 길을 내 줄 뿐이다.
그런데, 나랑 한 여자가 쉽게 다른 놈이랑 잘 수 있을까?
한 번 손을 써 보겠다는 말에 세 여인이 몸을 비벼온다.
나와 한차례 뒹굴었다고 피부도 제법 탄력이 생긴 것 같다.
“오빠야랑 하고 나니까~ 피부가 좋아진 것 같다~”
“어? 나도 그런데~ 헤헤... 거기서 일하면 한 번씩 찾아 줄 거죠?”
미인들이 안겨 오는 것이 기분 나쁠 수는 없었다.
정윤주도 기대감에 눈을 반짝이며 승아가 한 말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는 눈치다.
“잘 해결 되면 못 해 줄 것도 없지.”
이에 더해 스카이클럽 사장이 나와 무슨 관계인지 이야기를 했고.
세 여자는 큰 욕심은 부리지 않겠다고 확실한 선을 긋는다.
매직아이로 살펴본 바, 진실이기는 한데...
물론, 흑곰파 쪽에서 허락해야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지들이 저지른 일이 있는데 어렵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다.
어느 정도 노리기는 했지만, 명백히 실수는 그들에게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예린이 입으로 넘겨주는 양주를 마시고, 정윤주와 승아를 손으로 희롱하고 있을 쯤,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형님, 흑곰파 보스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어?
나는 그 말에 조금은 놀라고 말았다.
이사 정도가 와서 수습하리라 여겼는데, 보스가 직접 나설 줄이야.
흑곰파는 어떠한 조직도 자신들과 동일선상에 놓지 않는다.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상황이었지만, 조금은 긴장이라는 것이 옥죄어온다.
흑곰파 오대석.
파악한 바로는 인간이라 생각되지 않는 자.
아니, 어쩌면 자신처럼 특별한 인간일수도 있겠지.
그리고 내 손가락을 물고 있는 정윤주의 아랫도리가 바짝 옥죄어오는 것을 느꼈다.
‘뭐야?’
정윤주의 얼굴에 왠지 모를 감정이 떠오른다.
‘오대석이랑 무슨 관계가 있나?’
그러거나 말거나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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