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는 다보여-82화 (82/297)

〈 82화 〉 2. 사냥꾼.(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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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냥꾼.(53)

정은식의 일은 사냥꾼과는 또 다른 문제의 일이었지만.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상연누나와 수지는 어김없이 분노를 표출했다.

지금 시대에 당연히 살인이 정당화되는 법치국가는 없다.

둘 다 정은식이 죽어도 싼 놈이라는 것에 동의는 했지만, 둘은 내가 누군가를 죽인다는 그 행위 자체가 꺼려지는 모양이다.

“걱정스러워... 네가 변하게 될까 봐...”

나는 그런 상연누나의 손을 가만히 포개어 잡았다.

잔잔하게 떨리는 누나의 눈빛은 나에 대한 염려를 가득 담고 있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창x의 여자들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물론, 그 놈과 내 입장은 확연히 틀리긴 하다.

그래도 어찌 보면 법적으로는 죄를 짓는 것.

“너희들에 대한 마음은 변함없을 거야.”

“알아... 믿어... 그냥... 네가 너무 큰 짐을 지려는 것 같아서. 물론, 전에도 말했듯 나는 네가 무슨 짓을 저지르더라도 네 편이야.”

“저... 저도 입니다!”

팔을 번쩍 들며 외치는 수지를 보자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온다.

저 거대한 가슴을 달고 초딩 같은 표정으로 외치는 모습이 수지는 참 다양한 매력이 있구나 싶다.

나이로 따지면... 크흠...

너무도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에 재빨리 생각을 접었다.

어찌 되었든 중요한 이야기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텐프로 비너스에서 데려온 정실장과 예린, 승아의 문제.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제법 훈훈하긴 한데... 그래도 말을 꺼내기가 조금 두려워진다.

“저기... 말이야... 할 말이 하나 더 있는데...”

잠깐 사이에 많이도 터트려서인지 두 여자의 표정이 ‘또?’ 라고 외치고 있다.

“정염귀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어서 확인하러 갔는데...”

나는 텐프로에 있었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설명했다.

물론, 뇌전으로 인해 정신이 살짝 맛이 간 상황에 여자 따먹을 목적도 있었다는 말은 철저히 감추었다.

그저 그곳에서 봉사하는 여성 몇이 그만두고 싶어 해서, 다른 일을 주선해주기로 했다고 둘러말했다.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이 너무 안쓰러워 보였다는 것도 강조했다.

나는 눈치를 보며 두 여인의 표정을 살폈다.

수지는 그저 좋은 일 했다며 싱글벙글 하는 반면, 상연누나의 눈은 게슴츠레하게 변한다.

아무래도 그 호의가 그냥 호의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아챈 모양이다.

“흐음... 그래서 우리 클럽에서 일을 시키자?”

“그... 그렇지. 싹싹하니 성격들도 좋더라고. 흠흠... 누나가 곁에 두고 잘 쓰면 일도 편해지고 좋을 것 같아서... 여자들이니까 걱정도 덜 되고. 남자들이 누나 옆에 있는 건 내가 싫으니까... 그러기엔 너무 예쁘잖아? 하하하...”

“이럴 때만 예쁜 누나네?”

“하하하... 정말 진심인데...? 얼마나 예쁜지 몰라...”

“됐고. 자기가 그러고 싶다면 그렇게 해야지. 일단 써 보고 답 없으면 나도 책임 못 져. 솔직히 나도 갑자기 맡게 되어서 아직도 좀 정신없거든.”

그 말에는 조금 미안함이 든다.

나는 신경도 안 쓰고 매출일부를 받아쓰고 있으니... 거기에다 잠깐 미쳐서는 텐프로에서 수 천 만원을 날리고 왔다.

“그래...? 나... 나도 도와줘야겠다. 하하하...”

“됐어. 자기가 강일파를 제대로 잡은 것만도 도움이 되니까. 자기 없었으면 내 손에 쥐어지지도 않았을 사업체야.”

양심에 조금 찔리기는 하지만 그것도 일이라면 일이겠지?

그나저나 오늘 강일파를 움직이면서 본격적으로 어둠의 세계까지 발을 디디게 된 것 같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속 편하게 이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적당한 돈만 있으면 만족했던 그때와는 다르다.

인간이 아닌 것들은 요소요소에서 금력까지 쥐고 있으니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거만해 보이던 흑곰새끼도 짜증나고.

“그래도 신경은 써 볼게. 그리고 나사장이 대한 주류 대표를 제의 하던데.”

“아... 그랬어...?”

“그렇게 하려고.”

“정말...?”

이상연의 얼굴에 또다시 걱정이 스쳐 갔지만, 이내 표정을 바꾸고는 애써 웃는다.

아무래도 이쪽 세계에 완전하게 발을 디딘 것이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대한 주류가 일반 회사이긴 해도 결국은 조폭이 연관되어 있으니 말이다.

“신경 쓰여?”

“아니, 괜찮아. 난 뭐든지 각오하고 있어.”

무슨 이야기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수지가 나와 상연누나의 눈치를 보며 또다시 끼어든다.

“저도! 각오하고 있습니다!”

“크크큭~ 알아~ 우리 수지도 항상 각오하고 있지?”

“네? 네! 그런 것입니다!”

“정말 그렇지?”

“에... 네...?”

빤히 바라보며 되묻자 그 큰 눈동자를 껌뻑이더니 시선을 늘어트린다.

그 모습을 보며 나와 상연누나가 큭큭 거리며 웃었다.

정말 행복하다.

이 시간이 영원했으면 싶기도 하면서 복수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가슴을 짓누른다.

그날의 기억이 떠오를 때면 스스로 이성을 붙잡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저 이런 행복을 덧씌워 가까스로 버텨 내고 있을 뿐.

내 이러한 불타는 분노에 이 여인들은 휩싸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도 내가 없는 행복을 빌어 주지 못하겠으니 나는 참으로 이기적인 놈이다.

“그럼... 나는 이만 가 볼게.”

“간다고?”

“언니?”

“오늘은 수지 차례잖아.”

그 말에 은근히 얼굴을 붉히는 수지.

“데려다줄게.”

“아니야.”

“데려다줘야 안심이 돼. 차는 내가 가져왔다가 훈련 가기 전에 가져다 둘게.”

“그...럴래?”

“우리 수지~ 집에서 잠깐 기다리고 있을 수 있지?”

“그... 그럼욧! 헤헤~”

내 이기심을 채우는 만큼 나도 그녀들을 최대한 행복하게 해 줘야겠지.

오늘 상당히 많이 빼기는 했지만... 이 정도야... 뭐...

***

상연누나의 집으로 가는 도중 어째서인지 침묵을 지키는 그녀.

그 침묵이 싫어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고민 있어?”

“응? 아니... 그냥 다른 걱정들은 안 하기로 정했는데... 자기 밥 먹는 것도 그렇고 이것저것 자꾸 신경이 쓰여서.”

“어이구~ 누가 누나 아니랄까 봐?”

“너어~?”

“히히~ 걱정 하지 마. 나 원래 혼자도 잘 챙겨 먹고 잘 치우고 잘하니까.”

“그래도... 안쓰러워서 그렇지. 챙겨 주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은 텐데...”

“내 정력 유지비결이 뭔지 알아?”

“으...응?”

“몸에 좋은 거 잘 먹고, 잘 자고, 운동 열심히 하는 거거든?”

“칫! 그래서 여기저기 씨를 뿌리고 다니는 거니?”

“헙!”

나는 순간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아무래도 오늘 부탁한 여자 셋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눈치 챘다.

역시나 정확하게 짐작하고 있었던 거다.

“그... 그건...”

“흥!”

“뭐야~ 안 그런다면서 삐진 거야? 그 사람들 정말 그런 거 아니야. 진짜야~”

정말로 삐진 건 아니라는 걸 알기에 그저 장구를 맞춰주었다.

“나도 알아.”

상연누나가 이렇게 빙빙 말을 돌리는 것은.

아마도 함께 사는 건 어떻겠냐는 것을 은연중 내비치는 것이겠지.

당연히...

나는 함께 산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겠지만.

문제라면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거다.

그러기에 함부로 함께 움직이는 것을 자제해야 했고.

괜히 눈에 뛰게 엮일수록 좋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한 것들이 너무 많아.’

“나도 그러고 싶어. 그런데... 조금 불안정해... 당분간은 조심했으면 싶어.”

“응... 그 이유... 알 것 같아.”

“고마워.”

“나야말로, 내 옆에 있어 줘서 고마워. 사랑해.”

그 말과 동시에 오피스텔의 지하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나도 그런 상연누나를 바라보며 맞받아 쳐 준다.

“나도 사랑해.”

상연누나의 입술이 우물거렸다.

이런 상황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도는 파악할 센스가 있다.

나는 입술을 가져가 그녀의 입에 겹친다.

츄우웁.

주차하는 동안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립밤이라도 발랐는지 달달한 냄새가 풍겨 온다.

쫀득한 입술을 느끼며 혀를 깊게 집어넣는다.

“후음...”

츄웁. 츕,

진하게 키스하고 얼굴을 떼어내자 발그레하게 상기된 상연누나가 보인다.

질펀하게 즐긴 것이 얼마나 지났다고 아랫도리가 묵직해졌다.

부쩍 아름다워진 그녀의 모습에 괜히 불안해지는 마음.

스카이클럽을 계속 운영하게 해도 괜찮을까 싶다.

수많은 욕구가 득실거리는 그곳에 두기에는 너무 예쁘거든.

아무래도 내 거라는 표시를 한 번 더 해 두어야 할 것 같았다.

“너무 예뻐서 불안한데?”

“핏... 립 서비스가 많이 늘었어~”

“진짜야. 스카이 클럽 나가는 것도 불안하다고.”

“후훗~ 그 말 기분 좋은 것 같아.”

“아무래도 안 되겠어.”

“응? 어어? 자기야?”

나는 상연누나를 끌어당기며 치마 안으로 손을 쑤욱 하고 밀어 넣었다.

“흐... 으읏...!”

낮게 울리는 상연누나의 신음성이 야릇하게 들린다.

“좋아?”

“자기야... 하아... 여기... 차 안이야... 하아...”

손가락이 야들야들한 속살을 더듬자 거칠어지는 숨소리.

그 사이 아랫도리는 묵직하게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알아. 우리 차에서는 처음 아니야?”

“누... 누가 보면 어쩌려고... 하아...”

“누가 본다고 그래. 그리고 어두워서 괜찮아.”

그 사이 내 손은 더욱 노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아... 하아... 그럼... 올라가서... 흐으윽!”

“벌써 이렇게 젖었는걸?”

지이이잉.

나는 상연누나 위로 몸을 포개며 의자를 뒤로 젖혔다.

상당히 불편하기는 하지만, 이건 이거대로 흥분이 된다.

겨우 상위를 점한 나는 뜨거운 눈으로 상연누나를 내려다본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한입에 넣어 버렸다.

잠시 거부하던 상연누나도 내 움직임에 동조하기 시작했고.

나와 상연누나는 처음으로 카섹이라는 것을 경험하기 위해 서로의 몸을 더듬었다.

‘차에서 하는 것도 야외인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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