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9화 〉 2. 사냥꾼.(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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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냥꾼.(60)
우선적으로 정욱아저씨와 카페마들렌에서 시간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조금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마마에게 전화를 건다.
얼마 울리지 않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음성.
여전히 매혹적인 음서의 마마였다.
무슨 일인가요.
막상 마마의 음성을 듣자 심장이 사정없이 뛰기 시작한다.
정신이 요기로 오염된 것은 아니지만, 수지는 구미호가 되어 버렸다.
이것을 마마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불안한 마음이다.
“그게... ”
과장하나 보태지 않고 수지에 대한 것을 사실 그대로 이야기했다.
나 자신의 변호를 위해 약간이라도 과장이 섞인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 속에는 성교 중 수지를 반요의 모습으로 변하게 했다는 말도 포함되었다.
마마에게 호통을 듣던, 맞아 죽던 간에 나에게 중요한 것은 수지였다.
절대로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되었다.
마마는 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묵묵히 그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이야기를 모두 마친 나는 침묵 속에서 마마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작은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인한군의 이야기는 잘 들었어요.
꿀꺽.
그 침착함이 오히려 더욱 긴장을 끓어오르게 만든다.
제발 괜찮다는 말 한마디만 들려오길 간절하게 바랐다.
저도 직접보지 않는 이상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네요. 일단, 월성촌으로 오도록 하세요.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상태를 들어보니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탁하고 맥이 빠져 버린다.
얼마나 듣고 싶었던 소리인가.
“하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제가 감사합니다. 우리 딸아이를 생각하는 인한군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통화를 종료하자 마마가 보내주는 위치가 휴대폰으로 전송되어 왔다.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조금은 안도의 마음으로 마들렌으로 들어간다.
딸랑. 딸랑.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눈을 동그랗게 뜬 연지가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오빠! 안녕하세요!”
이제는 제법 목소리에 힘이 들어갈 줄도 안다.
연지의 옆에 웅크려 얼굴을 묻고 있던 윤지가 반가운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오빠!
나는 티 나지 않도록 살짝 미소를 지어 주었다.
성큼 다가와 내 주위를 얼쩡거리며 신나서 떠드는 윤지.
와! 어? 이... 강아지가...? 아닌데...? 뭐지? 영물? 그런 거예요? 너무 귀여운데 되게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역시 오빠는 힘순찐 이야!
나에게만 들리는 음성으로 떠드는 터라 연지는 들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두통이 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아낸다.
“연지 잘 지냈지?”
“네? 네네!”
“그래도 오늘은 머리 깔끔하게 묶었네?”
연지가 볼을 붉히며 쭈뼛거린다.
“그... 그냥...”
“예쁘네,”
“네? 네? 그... 그럴 리가...”
“큭큭~ 뭘 또 그렇게 부끄러워하냐? 그런데 왜 안경은 그대로야?”
연지가 양 손을 꽉 쥐고는 몸을 배배꼰다.
“아...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요...”
어? 우리 언니 얼굴 빨갛다! 오~ 힘순찐 오빠가 제법이네?
‘내가 찐따로 보인다는 거야?’
버럭 하고 싶지만 연지 앞이기에 애써 참아냈다.
“와~ 강아지인가 봐요? 오빠가 키우시는 거예요?”
“어? 그... 그렇지? 하하하~”
“처음 보는 종 같아요. 정말 귀여워요. 만져 봐도 돼요?”
“그건... 나중에 조금 예민해서.”
“아...”
“예가체프 있어? 두 잔 부탁할게.”
“마침 저번 주에 볶아 놓은 것 있어요. 헤헤~”
해맑게 웃는 모습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연지의 머리로 손이 갔다.
움찔.
다가오는 내 손에 깜짝 놀란 듯 몸을 들썩이는 연지.
나도 그 모습에 가던 손을 멈췄다.
그러곤 어색하게 팔을 접으며 턱을 긁었다.
완전히 붉게 달아오른 연지의 얼굴이 보인다.
“이런~ 미안.”
“아... 아니에요. 너무 갑작스러워서. 전 괜찮아요!”
진실.
괜찮다면서 슬쩍 머리를 들이밀어 오지만 살짝 어색해져서 손을 뻗기가 그랬다.
호감 : 70
신뢰 : 55
애정 : 15
나에 대한 관심이 제법 괜찮다는 것이 보인다.
확실히 색깔이나, 막연하게 신뢰 호감 이런 문자보다 편해졌다.
저 숫자가 100% 적용되는지는 모르겠으나, 긍정적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귀신에게도 보일까?’
커피를 주문하고 테이블로 이동하며 옆에서 얼쩡거리는 윤지를 들여다본다.
호감 : 55
신뢰 : 75
애정 : 15
미연시 게임처럼 세세하고 정확하게 표현되지는 않지만 꽤 편하다.
상대가 나에게 갖는 감정과 성감대, 진실과 거짓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엄청난 능력이라는 생각이다.
이 능력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을 하는 것일까?
뭘 그렇게 봐요? 제가 예쁜 건 알겠는데 그거 미성년자 성희롱이에요?
“너 살아 있으면 미성년자 아니거든? 그리고 이 오빠가 귀신한테 들이 댈 정도로 굶주리지는 않았단다.”
베~~~
윤지가 혀를 내밀며 내 말을 부정한다.
그런데 살이 빠진 건가? 뭐~ 조금은 샤프해졌네요.
“내가 좀 볼매야.”
무슨 말을 못해~ 에휴~ 그런데 그 새끼는 어떻게 됐어요?
“얼마나 지났다고. 알아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넵! 꼭! 꼭! 혼내주세요!
“그리고 손님 오면 언니한테 가 있어. 정신 사나우니까.”
싫은데~ 아저씨 옆에서 놀 건데~
“그럼, 네 복수고 뭐고 다 없어.”
췟! 알았다고요!
“그리고 아저씨 아니거든?”
흥~ 네~ 알겠네요~ 오빠?
윤지랑 투닥거리고 있자니 연지가 커피를 들고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쉿.”
흥!
“오빠, 여기 커피요.”
“오~ 땡큐~ 그리고 앞에 잠깐 앉아볼래?”
기왕 온 김에 수지를 고용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볼 참이다.
비록 지금은 구미호의 모습이지만, 나는 수지가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마마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기에 더욱 믿을 수 있었다.
그 말에 화색을 띄며 조심스럽게 의자를 당겨 앉는다.
“무슨 일로...”
“혹시 직원 한 명 써 볼 생각 없어?”
“직원이요? 그... 그건... 아무래도...”
“너무 부담 갖지는 말고. 커피를 배워 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어서.”
“아... 그래도 형편이... 그렇게 좋지 않아서... 공짜로 사람을 부릴 수는 없잖아요.”
아무래도 가게를 꾸려 나가는 것 자체가 부담인 터라 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일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미리 생각해 둔 것이 있다.
내가 투자 명목으로 돈을 융통해 빛을 값아 주고 공동으로 마들렌을 운영하는 것.
사실, 장사가 되던 안 되던 크게 상관은 없었다.
일단은 정은식의 더러운 돈을 빼 버리는 것이 목적이었으니.
어쩌면 오지랖이랄 수도 있겠지만, 윤지의 이야기를 듣고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연지 같은 숨은 보석을 그런 사이코패스 변태 새끼가 건드리게 놔 둘 수도 없고.
“그럼, 내가 투자하는 것은 어때?”
“오빠가요?”
“응.”
그 말에 연지의 얼굴이 더욱 걱정스럽게 변한다.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되어 정은식에게 빚을 지고 있기에 불편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연지의 처지에서는 정은식에게 돈을 빌린 것이나, 새롭게 나에게 빚을 지는 것이나 매한가지겠지.
“조금 신중하게 생각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오빠에게 부담 드리기도 그렇고. 죄송하지만... 그 제안은 거절해야 할 것 같아요...”
진실.
연지는 확실히 부담을 갖고 있었다.
“이 상태라면 계속 유지하기 힘들지 않아?”
“그... 그건 그런데...”
“난 장사가 안 돼도 계속 카페를 계속 유지할 생각이야.”
“네? 왜... 왜?”
“별다른 이유는 없어. 연지 네 커피가 맛있어서.”
“겨우 그런 이유로요?”
“그게 왜 겨우 그런 이유야? 연지 네 커피는 오빠 입에 딱 맞는걸. 그리고 오빠한테 그 정도는 부담도 아니야.”
연지의 얼굴이 더욱 복잡해진다.
윤지는 상기된 얼굴로 내 눈앞에 따봉을 연발하고 있었다.
“오빠가 일단 네가 빌린 돈 정도를 투자 할게. 대신 너는 내 지인에게 일을 가르쳐 주면 좋겠어. 그렇다고 무작정 가게를 놀릴 생각은 아니야. 홍보도 하고 가게가 잘 될 수 있도록 노력은 해야지.”
그 말에 연지의 눈동자에 습기가 들어찬다.
“저... 저한테 왜 그렇게까지... 흐윽...”
“어? 연지 우는 거야?”
“아... 아니에요! 훌쩍.”
“하하하~ 오빠 사기꾼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그... 그래서 우는 거 아니에요.”
“농담이고~ 진지하게 생각해 봐. 생활하는데 문제가 있으면 점장으로 근무해도 돼. 월급 정도는 줄 수 있으니까.”
그 말에 화들짝 놀라기까지 한다.
“그건! 너무 민폐예요. 저... 정말 열심히 해 볼게요! 오빠 조언대로 스타일도 바꾸고...”
“그래. 진즉에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냐.”
“죄송합니다...”
“헐~ 네가 나한테 왜 죄송해?”
“그래도... 아무튼 정말 그래 주신다면 오... 오빠랑 해 보고 싶어요...”
“어? 나랑 하고 싶다고?”
은근하게 묻자 연지의 얼굴이 폭발할 듯 벌겋게 변했다.
아무리 순진하다 해도 24살이나 되었으니 알 만큼은 알 거다.
으악! 이 오빠 순진한 얼굴을 하고 늑대였어!
“엥? 왜 그렇게 얼굴이 빨게?”
그 농담에 더욱 얼굴이 빨갛게 변하는 연지였다.
나는 분위기가 무르익은 마당에 확실하게 매듭짓기로 한다.
“그 삼촌이라는 분 시간 내서 모셔 봐. 아 참, 그런데 얼마 빌린 거야?”
“오... 오천만원이요...”
“그래? 알겠어. 그럼, 확실히 오빠 투자 받는 건 맞는 거지?”
“네... 감사합니다.”
“아니야. 진짜 내가 좋아서 하는 거야.”
딸랑. 딸랑.
그때 입구 문이 열리며 정욱아저씨가 들어왔다.
방울 소리를 들은 연지가 벌떡 일어난다.
“아저씨 도착했네~ 일단 그렇게 알고 있을게.”
“네... 오빠. 감사합니다.”
연지가 뒤돌아가며 정욱아저씨에게 인사를 한다.
옆에는 실실거리는 윤지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윤지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너도 가 봐.”
히잉~ 네~ 오빠 사랑해용~!
나는 카운터로 향하는 윤지귀신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윤지와 스쳐 지나던 정욱아저씨가 윤지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러곤 날카롭게 기세를 끌어올린다.
윤지도 이에 화들짝 놀랐는지 부리나케 카운터 뒤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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