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 2. 사냥꾼.(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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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냥꾼.(66)
스카이클럽의 VIP룸.
이곳에 들어온 세 여자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룸 안을 둘러보았다.
VIP룸답게 세련된 인테리어와 전면으로 보이는 유리제질의 통 창.
그 밖으로는 스테이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뿐만 아니라, 천장에 달린 모니터에서는 스테이지를 비추는 카메라가 사람들의 모습을 더욱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화장실 겸, 샤워기까지 달린 모습에 다소 놀란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무심코 건드린 벽이 열리며 침실까지 나온다.
“헐~ 침실이 있어? 클럽을 즐기지는 않아서 몰랐는데 진짜 좋네.”
“응응~ 그런데 왜 침실이랑 샤워기가 있는 거야?”
승아가 궁금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예린이 답답하다는 듯 대꾸한다.
“바보야. 뻔한 거 아냐? 돈 있는 놈들이 룸 잡고, 저 모니터에서 여자 고르면 웨이터가 데려오겠지. 그 골빈 년들은 VIP룸 구경도 하고 비싼 술 얻어먹고 몸 한 번 대주고.”
“헐~ 겨우 술 얻어먹자고? 공짜로?”
승아가 놀란 듯 말하자 정윤주가 조금은 엄한 얼굴을 해 보였다.
“승아야. 이제 몸을 공짜로 주니 비싸게 받니 하는 말은 그만둬야지.”
“아! 언니!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승아는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을 반성했다.
공짜로 몸을 굴리나 돈을 받고 굴리나 거기서 거기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어찌되었든 싸구려와 비싼 창녀 아닌가.
결국은 몸을 판다는 것은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한 남자에게는 빼고 말이다.
“그런데 잘할 수 있을까요?”
승아가 걱정스러운 듯 묻자 예린이 대꾸했다.
“뭐, 젊은 애가 그렇게 걱정이니?”
정윤주에게는 스물 둘이나 여섯이나 거기서 거기로 보였지만, 저 나이 때 그 차이는 상당히 크게만 느껴졌기에 둘의 대화를 경청만 했다.
이미 한 소리 했는데 더 했다가는 꼰대 소리밖에 듣지 않는다.
“언니는 걱정 안 돼?”
“몰라~ 그냥 더 이상 노인네들하고 안 뒹굴어도 되는 것에 족해. 이제 빛도 없고... 아니지... 인한이 오빠한테 있네? 그 돈 안 갚으면 평생 붙어 있어야겠는데?”
그 말에 승아가 눈을 빛낸다.
“호오? 언니, 정말 똑똑한데?”
“그래. 그래서 내가 언니인 거야 이년아~”
“그런데... 여기 사장님이 오빠랑 그렇고 그런 사이인 것 같던데 괜찮을까?”
“내가 촉이 있는데. 사장언니 인한오빠가 우리랑 진하게 논 거 아는 것 같아.”
“정말? 그런데 우리를 받아 줘? 표정 하나 안 변하던데?”
그 말에 예린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쯧~ 잘 생각해 봐. 그날 짐승 같던 오빠 모습 말이야. 우리 그날 완전히 쓰레기 됐잖아. 그것도 단 한 명한테.”
그러면서 슬쩍 정윤주를 바라본다.
예린의 시선에 살짝 얼굴이 붉어지는 정윤주.
그녀도 그날의 일을 잊을 수가 없었다.
마치 마약이라도 한 것처럼 자신의 밑에 있는 새끼들과 셋이 동시에 그 짓을 하다니.
뿐만 아니라 세 명을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지치지 않는 그 절륜함이란.
정말 사람인가 싶을 정도였다.
셋을 완전히 실신지경까지 만들고도 벌떡 거리던 강인한의 양물이 떠오르자 얼굴이 더욱 화끈 달아오른다.
“킥킥킥~ 언니 얼굴 빨게 진 거 봐. 아무튼! 사장언니도. 아! 사장언니가 상연언니라 부르라고 했지. 상연언니도 짐승 같은 인한이 오빠를 혼자 상대하기 힘든 거지.”
“오오~”
“그리고 상연언니는 인한오빠가 다른 여자랑 자고 다녀도 안 빼앗길 자신도 있는 거야. 혼자서는 절대로 감당할 수 없고. 그렇다고 계속하다가는 오르가슴에 죽을 것 같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오빠가 이 여자 저 여자 하고 떡 치고 다녀도 이해하게 된 거야.”
“오오~ 말 된다? 그런데... 그래도 나는 싫을 것 같기는 해...”
“그래? 그럼 너는 인한오빠를 네 것으로 만들던가, 빨리 돈 갚고 나가던가 하면 되겠네~”
“이익! 그... 그건 불가능해. 그리고 나가는 건 더 싫어!”
“그럼 인정해야지.”
“알아... 어차피 상연언니 보니까 자신감이 뚝 떨어졌다고... 어떻게 그렇게 예쁜데 연예인을 안 할까?”
“바보야. 이런 큰 클럽을 소유했는데 뭐가 아쉬워서?”
“그래도, 연예인 하면 더 많이 벌 텐데.”
중얼거리는 승아를 상대하던 예린이 정윤주를 향한다.
“그런데 언니는 왜 여기서 일 하겠다고 한 거예요? 설마... 언니?”
예린의 물음에 정윤주의 얼굴이 살짝 굳어진다.
괜히 초초해지고 입이 바짝 마르는 것이 궁색한 변명을 찾아본다.
“흐응~ 우리랑 같은 생각이죠?”
“어어? 으... 응...”
“킥킥킥~ 진짜 언니는 왕엄마. 아니, 여왕~ 막 그렇게 느껴졌었는데~ 우리가 이렇게 엮일 줄은 몰랐네요.”
“히히히~ 나도나도~”
승아까지 껴들자 정윤주의 얼굴이 더욱 붉어진다.
“그런데 나만 그런가? 이상하게 그날 이후로 컨디션이 너무 좋아.”
“어? 언니도? 나도 그런데...? 뾰루지 낫던 것도 싹 들어갔어. 그리고 가슴도 더 땡땡해진 것 같아.”
“정말? 그런데 네 가슴은 크게 티가 안 날 텐데?”
“흥! 언니 너무 해!”
“헤헤~ 농담이야~ 그래도 우리 승아는 가슴이랑 얼굴이랑 어울려~”
“칫!”
“그런데 정말 신기하긴 하다? 나도 피부가 좋아진 것 같고 화장도 엄청 잘 먹어. 언니도 그래요?”
“으... 응?”
정윤주도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적당히 술을 버리면서 마신다 해도 어쩔 수 없이 마시는 양만 하루 양주 한 병 이상은 된다.
항상 상쾌하게 일어난 적도 없었고, 속이 부대끼지 않았던 적도 없었다.
나름 열심히 마사지며, 운동이며, 하고는 있지만, 이렇게나 상쾌하기도 드물다.
아니, 없었다.
“나도...”
“그렇죠? 언니 피부도 확실히 좋아졌네~ 히히히~ 진짜 신기하다. 일을 그만둬서 스트레스가 없어져서 그런가? 아니면 인한오빠가 보약이거나?”
그 말에 승아가 박장대소를 했다.
“깔깔깔~ 언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아. 인한오빠가 보약이야~”
“흐응~ 오빠 손길이 그립당~ 무슨 마술이라도 부리는 것 같아. 그리고... 그... 박혀서 절정에 오를 때... 그 짜릿함... 나만 그런 거야?”
“나... 나도... 진짜... 다른 남자는 쳐다보기도 싫어.”
“그치그치? 아... 오빠한테 박히고 싶다.”
“이그! 언니는 입조심해야 해. 오빠가 그런 말투 참 좋아하겠다.”
“흥! 오빠 앞에서만 안 하면 되지. 그래서 너는 박히고 싶지 않다는 거야?”
“으응? 아니이... 나도... 오빠랑 하고 싶지.”
“언니는?”
정윤주는 예린의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살짝 고개를 돌린다.
그 당당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요조숙녀가 따로 없다.
“와... 언니 완전히 여자가 다 됐어요?”
“어머~ 얘는?”
“푸훗~”
“히히히~”
“후후후...”
정윤주는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구나 싶었다.
세 여자가 그것도 한 번 본 남자에게, 그것도 포썸을 하고 셋 전부가 꽂혀 버리다니.
더군다나 임자까지 있는 남자였다.
그리고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이십 대의 남자.
그런데 그런 그를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심장이 요동친다.
***
상연누나와 한바탕 일을 보고 VIP룸으로 향했다.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 빠르게 지나가는 직원을 붙잡는다.
그 덕에 들고 있던 술을 떨어트릴 뻔한 그가 미간을 좁혔다.
아무리 손님이라도 이런 식으로 잡는다면 누구라도 기분은 나쁠 수 있겠다.
이에 반성을 하며 팁이라도 주려 주머니에 손을 넣는데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해 온다.
“앗! 회... 회장님!”
엥? 나는 그의 회장님이라는 소리에 벙 찐 표정으로 바라봤다.
“내가요?”
눈앞의 직원은 상명파가 쳐 들어왔을 때 나를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회장님이라니?
“네넵!”
“제가 어떻게 회장님이 되었을까요?”
“그... 그게... 사장님 남편이시고... 그리고... 강일파보스시니까요...”
사장님 남편이라는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남편소리가 좋기는 하지만 아직 결혼할 생각은 없다.
그래도 듣기 좋기는 하다.
그리고 회장님이라는 호칭은 어떻게 좀 해야 할 것 같고.
나는 옆머리를 손가락으로 긁적이며 물었다.
“VIP룸이 어디인지 좀 알려줄래요?”
“당연히 알려 드려야죠! 안 그래도 사장님이 회장님 룸을 잡아 놓으셨습니다. 이쪽으로~”
“바쁘시면 대충 알려만 주셔도...”
“아닙니닷! 전혀 바쁘지 않습니다!”
우렁차게 말하며 앞장서 가는 모습에 말릴 틈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 VIP룸으로 이동했다.
뭐, 팁 좀 쥐여 주면 되겠지.
다시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나는 조금 난감함을 느낀다.
‘현찰이... 없구나...’
그럼, 기억했다가 나중에 챙겨 주면 되겠지... 쩝...
직원이 안내해 준 VIP룸은 스카이 클럽에 다섯 개가 있다.
그리고 일반 룸이 열다섯 개.
일반룸과 VIP룸을 사용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술을 주문해야만 이용할 수 있었다.
예전 린스라는 유명했던 나이트클럽을 리모델링하면서 클럽으로 바뀌었기에 그 규모가 상당히 크다.
1층은 스테이지와 무수한 테이블들로 이루어져 있고, 2층은 룸과 테이블 스테이지가 함께 있었다.
1층과 2층에서 나오는 음악도 다르기에 원하는 쪽의 음악에 즐길 수 있었다.
스테이지는 1층과 2층 전부 왕래가 가능하니 말이다.
그리고 3층은 VIP룸과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홀이 있는데, 테이블도 구비되어 있어 룸 안이 답답하면 홀에 나와서 즐겨도 무방했다.
확실히 특별함을 맛 볼 수 있는 방식이라는 생각이다.
빌어먹을 놈이긴 하지만 구상두가 상술에 능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꽤나 잘 차려져 있으니 강남에서도 많이들 넘어오곤 한다.
VIP룸에서 즐기려면 하루 수 천 만원이 증발해 버릴 정도다.
강남도 아닌 강북에서 이런 시설에, 이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 것이 대단하다 볼 수 있다.
나도 VIP공간은 처음이기에 괜한 긴장감이 든다.
이 클럽에 한 발 걸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문을 열어 주는 직원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숙여 보인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현찰이 없었다.
“쩝... 지금 현찰이 없는데... 나중에...”
“아... 아니! 괜찮습니다. 안내하게 해 주신 것만도 영광입니닷!”
그 말이 진심이라는 듯 더욱 눈을 반짝인다.
어째 그 모습이 부담으로 다가오기 까지 했다.
마치 존경하는 이를 바라보는 모습이랄까?
“아... 네... 큼큼...”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싶셔~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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