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9화 〉 2. 사냥꾼.(70)
* * *
2. 사냥꾼.(70)
아무리 내가 생각해도 대단하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내 양물은 무슨 요술방망이라도 되는지 이렇게나 끊임없이 정액을 생산할 수 있는 걸까?
회귀 전에도 이런저런 것에 신경을 많이 썼기에 꽤 전륜하다 볼 수 있었다.
물론, 아직 이십 대 인 것을 감안 한다 해도 말이다.
그런데 두 시간이 넘는 동안 무려 일곱 번의 사정했는데도 기력이 달리는 느낌이 아니다.
급격히 배가 고파진 것을 뺀다면 컨디션도 상당히 좋다.
오히려 완전히 진정시키지 못한 뇌기가 어느 정도 얌전해진 것 같기도 하다.
나와는 달리 기절한 듯 뻗어 버린 세 여인을 보며 수건을 가져가, 한 명 한 명 몸을 닦아주고는 침대에 나란히 눕혀 주었다.
중간에 한 번씩 눈을 뜨기는 했지만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인지 애정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눈을 감는다.
샤워기로 몸을 씻어 낸 후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룸 밖으로 나왔다.
안과는 달리 귓가를 어지럽히는 요란한 음악 소리가 쿵쿵거리며 심장까지 울린다.
내가 나오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달려온다.
나를 안내해 주던 직원과는 다른 이.
아마도 이 층에 항시 대기하는 인원이리라.
“안에서 나올 때까지 들어가지 마세요.”
고개를 끄덕이며 엘리베이터로 안내하려는 직원을 돌려보내고, 그냥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빙글빙글 도는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내려와 평일임에도 꽉 들어 찬 사람들을 슬쩍슬쩍 구경하며 사장실로 향한다.
‘강남 못지않아.’
아니, 오히려 시설은 강남의 유명클럽에 맞먹거나 이상이었다.
그렇다고 물이 나쁜 것도 아니다.
질이 떨어지는 복장이나, 너무 나이가 많은 이들은 조직원들이 입구에서부터 잘 걸러내고 있었다.
돈 많은 이들은 나이가 많더라도 VIP 통로를 통해 입장하지만 말이다.
사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상연누나와 대화를 나누던 남성이 화들짝 놀라며 꾸벅 인사를 해 온다.
어딘가 낯이 익다 했더니 나대명과 함께 구해졌던(?) 이 중 한 명이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형님!”
그의 눈에 보이는 짙은 호의.
눈빛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나를 우러러보는지 알 것 같다.
자연스럽게 함께 고개를 숙여주며 그의 정보를 확인해 본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호감 : 60
신뢰 : 85
충성 : 90
처음 보는 충성이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애정과 충성이 바뀐 것인가?
어찌 되었든 저 정도면 배신을 때릴 일도 없을 정도겠지 싶다.
게임이나 소설처럼 킹태창을 볼 수 있어 능력이나 세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정도는 욕심이겠지.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그 사람의 감정에 대한 부분이나 직접 느끼고 있는 그런 것들인 것 같다.
“마...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네? 저보다 나이도 많아 보이시는데?”
“아닙니다! 아직 이십 대 입니다!”
저 얼굴에 이십 대라니 최소 서른 이상은 먹었다고 생각했다.
“아... 그래? 알겠어.”
그러면서 상연누나를 흘깃 바라보자 그녀가 조직원에게 이야기한다.
“그럼, 그렇게 이벤트 준비를 하도록 해 봐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조직원이 상연누나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이어서 나에게도 인사를 하곤 조심스럽게 방을 빠져나갔다.
“무슨 일인데?”
“아... 이벤트 진행하고 싶다고 해서.”
“그래?”
“이 전에도 이벤트 진행을 신경 썼던 것 같더라고. 그래서 정윤주씨랑 한 번 기획해 보라고 했어.”
“호오~ 그럼, 차라리 조직에서 빼 오는 게 낮지 않나?”
“그래도 되고. 어차피 자기가 알아서 할 수 있는 거 아냐?”
“그런가?”
“그나저나 잘 즐기다 오셨나보네? 얼굴이 번들번들 해.”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바라보는 상연누나의 시선을 슬쩍 피하며 얼굴을 더듬는다.
“어? 잘 씻고 나왔는데.”
“뭐래~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일단, 룸에서 나올 때까지 들어가지 말라고 하고 왔음.”
아무리 쿨하게 인정을 해 준다고는 해도 나도 사람인 이상 조금 걸리기는 한다.
그런 내 마음을 읽은 것인지 상연누나가 슬쩍 몸을 밀착시켜오며 물었다.
“자기, 우리 집으로 갈 거지?”
“응. 그리고 집 주인한테도 연락이 왔었는데 내일 연락 주기로 했어. 사람들은 정말 지진이 났었다고 생각하나 봐. 옆 건물들도 꽤 흔들렸나 보더라고.”
“이참에 거기서 나와. 건물도 살 거고 하니까... 아니면...”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얼굴을 붉히는 상연누나를 향해 되물었다.
“아니면?”
“그... 그게...”
이제는 몸까지 비비꼬며 말꼬리를 흐린다.
“그게...?”
“아이~ 진짜 못 됐어!”
“크크큭~ 같이 살자고?”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 싶기는 하다.
나와 있으면 더 위험해지는 것은 아닐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상연누나도 세상의 이면을 본 상태다.
그녀와 완전히 떨어지지 않는 이상 같이 살지 않는다고 달라질 것이 있을까?
더군다나 내가 이런 누나와 헤어져서 살 수는 있을까?
누나 또한 보통 사람과는 다른 육체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를 아는 것은 나와 수지 뿐.
“수지도... 돌아오면... 다 함께 사는 건... 어때...?”
새초롬하게 올려다보며 말하는 상연누나를 보고 있자니 쉽게 거부할 수 없을 것 같다.
역시 남자의 약점은 여자의 외모인가 싶다.
“자기가... 뭐 때문에 망설이는지는 알 것 같은데... 나도 이미 엮일 만큼 엮였다고 생각해...”
그녀의 말대로 누나의 기운은 기운을 탐하는 요괴의 표적이 된다.
보통 사람 이상의 음기는 정염귀같은 놈들을 불러들이겠지.
어쩌면 함께 있는 것이 더 안전할지도 모르겠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게.”
***
상연누나와 함께 그녀의 집에 돌아와 새벽같이 일어났다.
4시간을 잤을 뿐인데도 몸이 가볍다.
이불을 걷고 일어나자 웅얼거리며 뒤척이는 상연누나의 얼굴에 키스해 주고는 침대 밖으로 기어 나왔다.
“우웅... 자기야... 몇 신데...?”
“더 자도 돼. 운동하고 올 거야.”
“응...”
상연누나가 알려 준 옷장을 열자 남성복들이 주르륵 걸려 있다.
모두 상표를 떼지 않은 새 옷들.
내 사이즈에 맞춘 옷들을 보며 행복감을 느낀다.
밖에서 나에게 어울리는 옷이 보일 때마다 하나씩 사다 보니 이렇게 많아졌다고 한다.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말하는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그중 트레이닝복을 꺼내 갈아입고는 밖으로 향했다.
예전에는 술을 마시거나 했을 때는 운동을 건너뛰기도 했는데, 부쩍 체력이 좋아져 술을 마시거나 잠을 많이 못 자도 몸부터 근질거린다.
지금의 육체 능력으로는 눈에 뛰기 때문에 1시간여를 조깅만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맨몸운동을 한 시간 정도 진행해 땀을 빼고는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그제야 일어난 상연누나가 눈을 비비며 거실로 나온다.
“벌써 운동 끝난 거야?”
“큭~ 벌써는 무슨~ 세 시간이 지나가는데?”
“진짜? 아직 8시밖에 안 됐는데? 으으응~ 밥 해 줄 테니까 TV보고 있어.”
나는 총총 걸어 욕실로 향하는 상연누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당장 돌아 갈 곳이 없으니 마치 신혼생활 하는 기분이랄까?
수지도 함께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여자 둘과의 신혼생활이라... 흐흐흐...’
양치하고 나왔는지 주방으로 향하는 그녀를 보며 소파에 몸을 묻는다.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일에 대해 생각해 봤다.
계속해서 수지의 일이 떠오르지만 애써 눌러 담는다.
수지를 생각한다고 막상 해결될 일도 아니다.
그저 마마를 믿어 볼 수밖에.
대한 주류도 한 번 들려 봐야 하고.
그러고 보니 성기형한테도 연락해 봐야 한다.
내 송별회 겸 놀러가자고 한 것이 이번 주 주말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나연누나에게 통 연락을 안 했다는 생각이 든다.
연락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일방적인 메시지였지만.
그렇다고 연락 한 통 없다니 조금 서운한 생각이 든다.
‘누나도 서운해 하고 있으려나?’
생각난 김에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
아침이니 그저 아침 인사 정도.
띠링.
문자를 보내기 무섭게 울리는 휴대폰.
나는 후다닥 메시지를 확인해 본다.
김나연.
답이 아예 없거나, 아니면 단문으로 오던 메시지.
그런데 이렇게나 빨리 답을 주다니.
[그래. 너도 좋은 아침. 톡 보낸 것 보니 살아는 있나 보네?]
문자에 가시가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그저 내 느낌일까?
[하하하~ 요즘 이상하게 좀 바쁘네. 내 톡 기다린 거야?]
[역시나 자뻑이 강한 것 같아.]
[ㅎㅎㅎ~ 그나저나 누나 이번 주말 어떻게 할 거야?]
[음... 글쎄?]
[에이~ 한 번 다녀오자~]
[그렇게 원하면 한 번쯤은 가 볼까?]
나연누나의 답변에 나도 모르게 입가를 씰룩거렸다.
둘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펜션을 잡는다 했기에 무려 외박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
괜한 기대감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오오~ 영광입니다!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풋~ 바보. 주말에 보자.]
[어? 정말 가는 거야? ㅎㅎㅎ]
주말에 보자니.
이 말은 정말로 가겠다는 말이잖아!
마지막 문자에 대한 대답은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갑자기 전투력이 무럭무럭 솟아오른다.
그렇게 혼자 실실거리고 있을 때 상연누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자기야~ 뭘 혼자 그렇게 좋아하고 있어? 빨리 와서 밥 먹어.”
“어...어? 알겠어~”
나는 애써 표정을 지우며 식탁으로 향했다.
그런 나를 보는 상연누나의 눈매가 이상할 정도로 예리하게 빛난다.
역시 여자의 촉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인가.
어찌 되었든 어디로 갈 건지 성기형을 만나 봐야겠다.
조금은 진지하게 위치선정을 해야 할 것 같거든.
너무 가까우면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