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는 다보여-100화 (100/297)

〈 100화 〉 2. 사냥꾼.(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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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냥꾼.(71)

“이상한 놈이 튀어나왔다. 현.”

노랑머리의 쌍둥이.

피어싱이 없는 훈의 말에 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 모습이 우스웠는지 훈이 낄낄거렸다.

“너 정말 못생겼어~ 낄낄낄~”

“멍청한 녀석. 너랑 나랑은 쌍둥이야.”

“.......”

“,,,,,,,”

“.......”

“그런데 이놈은 도대체 누구지? 웹에 등록된 놈인가?”

“아니, 자료를 찾을 수 없어. 그런데 이놈이 구상두파 사건이랑 제임스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확실해.”

“형사 놈이 키우는 놈인가?”

“그렇겠지?”

“그런데 마음에 안 드네. 얌전한 정염귀를 구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지워 버릴까?”

“실험재료로 써야지.”

“또? 걸리면 정말 큰일 날 텐데?”

“지금까지처럼만 하면 돼. 사냥꾼 놈들을 쓰자.”

“형사 놈도 같이 어때?”

“그래. 그놈도 쓸 만하겠다.”

***

훈과 현 형제를 어둠 속에서 바라보고 있던 그림자.

그림자가 사냥꾼 웹의 서버가 있는 아지트를 빠져나왔다.

칠흑처럼 검은 단발에 반듯한 앞머리, 그 안에 자리한 새하얀 얼굴은 검은 단발과 대비되어 창백하게 보일 정도다.

쌍꺼풀이 옅은 눈매는 다소 날카롭게 보였지만 가로로 길게 찢어져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오뚝한 코를 따라 내려와 그 밑에 자리한 입술은 피를 머금은 듯 붉게 빛난다.

트레이닝복을 목까지 올려 입은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곳을 벗어났다.

그녀의 이름은 리엔.

사냥꾼 웹의 총 책임자였다.

안의 훈과 현은 2년 전 상부에서 보내 준 인력으로 연쇄살인범이다.

인간임에도 정염귀와 같이 아귀 같은 놈들.

살인을 하고 살인한 사람을 삶아먹는 요괴 같은 놈들.

리엔은 저들을 받아들이는 것에 반대했지만, 회사는 저들을 빼돌려 사냥꾼 웹의 운영자로 발탁하였다.

회사에서 시행하는 실험을 위한 사냥꾼 웹.

이 웹이 생긴 것도 15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많은 실험이 음지에서 비밀스럽게 이루어졌다.

사냥꾼들로 인한 실험.

사냥꾼들이 사냥해 온 인간이외의 것들에 대한 실험.

훈과 현이 회사에 받아들여진 이유는 그 둘의 능력 때문이다.

퓨리 다크니스에 의한 육체향상이 아닌 순수한 초인의 능력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돌연변이라 볼 수 있는 이들.

세상에는 더러 평범한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는 육체를 지닌 이들이 존재한다.

수많은 실험에서도 밝혀내지 못한 신비.

보통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는 힘과, 단단한 육체.

그 외에도 과학으로서 증명하기 어려운 능력까지.

퓨리 다크니스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라 할 수 있다.

훈과 현은 사냥꾼들이 수습하기 어려운 사건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사냥꾼들을 처리하는 일을 맡아 한다.

원래는 리엔이 이를 전적으로 맡아하였으나, 웹이 커지면서 인력수급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렇게 발탁된 것이 저들이다.

처음 저들과 대면했을 때 그녀를 향한 뱀 같은 시선을 기억한다.

평범한 이들이 보기엔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리엔은 둘의 눈빛에서 짙은 음욕을 보았다.

살인은 남녀를 가리지 않지만, 여자는 만족할 때까지 강간을 자행한다.

둘의 눈에는 리엔이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으로 보였다.

하지만 리엔은 회사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실험체.

그녀의 혈액에는 웨어비스트의 피와 수많은 요괴들의 피가 섞여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는 실험에서 우연히 탄생한 그녀.

그로 인해 그녀는 주기적으로 회사의 실험에 실험체로 참여를 해야 했다.

실험체로서 수많은 주삿바늘이 온몸을 헤집었고, 때로는 멀쩡한 배가 갈라지기도 했다.

가슴이 도려내지고, 자궁이 들려나온 적도 있었다.

생살이 갈리는 고통과 공포는 사물을 인지할 수 있을 때부터 행해졌던 실험이라도 맨 정신으로 버틸 수 있는 정도의 것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나날이 빛을 발하는 외모로 인해 눈빛이 변하는 연구원들의 시선은 벌레가 기어가는 착각을 느끼게 만들었다.

가슴이 조금은 부풀어 오를 무렵부터 실험체로서 묶인 그녀의 작은 가슴을 주무르며 낄낄거리던 연구원들.

그런 작은 행동이 이후에는 점점 대담해져 더욱 은밀한 부위까지 손을 넣어대곤 했다.

나중에는 여물지 않은 작은 몸으로 성인 남자들의 더러운 물건까지 받아 내어야 했고, 잔인한 실험을 하던 그들의 성욕은 상당히 삐뚤어져 있었다.

그렇게 하나둘 쌓여 가던 실험체 28호는 결국 이성을 잃고 야성을 드러냈다.

연구소의 모든 생명체가 성인도 채 되지 못한 실험체에 의해 전부 도륙 당했다.

그녀의 작은 클리토리스를 잘라내고 낄낄거리던 놈들의 양물을 전부 잘라내고는 본인들의 항문에 박아버렸다.

앙증맞은 젖무덤을 바늘로 찌르고 유두를 잘라내며 희열을 느끼던 놈들의 젖꼭지도 전부 잘라내고 입에 쳐 막아버렸다.

그들에게 폐쇄된 연구소는 그야말로 아수라 지옥이었다.

이를 알아 챈 회사에서 보낸 특수 기동대.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온몸에 피칠 갑을 하고 오싹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알몸의 실험체를 대면해야 했다.

이런 짓을 벌였다곤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녀리고 어린 소녀.

폭주하여 위험성을 보였지만, 회사는 그녀를 회수에 세뇌하기로 결정한다.

세뇌를 완료하고 회사는 그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밖에서 일반인들이 배우는 지식을 배워 나갔으며, 리엔은 점점 인간사회에 대해 알아갔다.

그렇게 그녀의 기억 속에서 실험체로서의 기억이 지워진다.

더불어 각종 무술과 무기 다루는 법을 배웠으며, 유혹과 암살에 대한 것도 이행했다.

그리고 종래에는 사냥꾼 웹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발탁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가 두 악귀 같은 놈들의 눈빛을 모를 리 없었다.

훈과 현의 그 더러운 눈빛을 대면하는 순간, 잊었던 실험체의 기억이 확연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이 지독한 세뇌를 당했다는 것 또한 깨닫는다.

세뇌로 인해 간부들의 액받이가 되었던 기억이 떠오르며 분노가 피어올랐다.

간부들을 즐겁게 하기 위한 유혹과 섹스의 기술들.

그들의 명령에 의해 온몸으로 유혹했던 수많은 수컷들.

모든 것이 떠오른 그녀는 그 자리에서 이성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전신을 무장한 특수 기동대들이 특수 장비를 이용해 그녀의 몸을 억류하고 있었고, 그런데도 그녀의 두 손에는 피투성이가 된 훈과 현의 목이 붙잡혀 있었다.

아마 조금만 더 정신을 늦게 차렸다면 특수 기동대 또한 그녀의 희생양이 되었을 터.

그랬다면 회사는 진심으로 그녀를 제거하기 위해 행동했을지도 모른다.

리엔은 빠르게 이성을 되찾고는 훈과 현의 목을 놓아주며 순순히 특수 기동대에게 양팔을 들어 항복의사를 전했다.

그리고 그 행위에 대한 진상 조사를 받게 되었고.

이에 대해 리엔은 회사를 위한 행동이었다는 변명으로 빠져나왔다.

하지만 더욱 강하게 세뇌를 받아야 했는데, 이미 세뇌에 대해 파악하고 있던 리엔은 이를 대비했기에 온전한 기억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사냥꾼 웹의 총책임자로 돌아온 그녀는 훈과 현이 큰 사고를 치기를 바랐다.

바람과는 달리 두 놈이 리엔을 우상시하게 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작년부터 두 놈이 몰래 엉뚱한 짓을 벌이고 있는 것을 파악했다.

그날 이후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두 놈의 깊은 곳에 숨겨진 음심에 부채질을 했다.

그렇게 그 둘에게 티 나지 않도록 장작을 하나둘 던져 주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들어차 있는 것은 오로지 회사의 소멸.

혼자의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기에 작은 불씨를 키워 놓는다.

언젠가는 그 불씨가 옮겨 붙어 활활 타오르기를 바라며.

그 뜨거운 불길 안에는 그녀의 배 위에서 더러운 숨결을 내뱉던 모든 놈들이 전부 들어가 있을 것이다.

이를 상상하던 리엔의 눈가에 처음으로 반달이 진다.

조금 전의 날카롭고 차갑던 눈빛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

따끈한 미역국에 아침을 해결하고 상연누나와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오늘은 내 생에 최초로 마이카를 구입하러 가는 길.

여자가 아닌 것에 이토록 설레어보기도 꽤 오랜만인 것 같다.

옷이 날개라고.

상연누나가 사 놓은 옷으로 멋스럽게 꾸몄다.

라인이 잘 빠진 청바지에 삼선이 그려진 셔츠와 내 주제에 구경도 못 해 볼 R사의 시계까지.

아직은 덥기에 셔츠를 두 번 접어 시계를 더욱 잘 보이게 코디한다.

현관으로 나가자 상연누나가 수줍게 한쪽 신발장을 열었다.

“허어?”

세상에 이런 여자가 또 있을까?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준비해 놓았는지 모르겠다.

종류별로 늘어져 있는 명품 신발들.

“매일 사다 보니까...”

상연누나는 내 생각이 날 때마다 옷이든 신발이든 하나씩 사 들고 들어왔단다.

나는 상연누나를 얼싸안고 볼에 뽀뽀를 해 주었다.

“진짜, 생각도 못 했다. 난 누나 선물 사준적도 없는데...”

“바보~ 네가 내 선물이야~”

조금은 오글거리는 말을 하고는 얼굴을 붉히는 상연누나.

그 말은 남자인 내가 해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크으~ 이리 와~ 아무래도 그냥은 못 나가겠다.”

“으응? 아... 아니야~ 빨리 자기 차부터 사러 가자~”

“차보다 우리 자기가 더 중요해!”

“헤헤~ 그 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니까 어서 나가자~ 나 화장도 다 했는데에~”

그러면서 내 손을 이끄는 모습에 딸려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긴, 남자보다 여자는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리니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말이 그런 거지. 귀찮아서 그런 거 아닌 거 알지? 자기 차 빨리 사고 싶단 말이야~”

어쩜 말 하나하나 이렇게 예쁘게 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얼굴과 몸매도 최강이고 말이다.

“좋아! 오늘 밤에 아주 죽여주겠어!”

“엑~ 그러면 무서운데~”

“거부하는 거야?”

“아니이~ 그게 아니라. 자기가 너무 짐승 같으니까 그렇지~”

“좋다는 거지?”

“그걸 말로 해야 해? 바보야!”

꽁냥 거리며 지하 주차장에 도착해 상연누나의 차에 타고 자동차 대리점으로 향한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곳은 벤틀리 매장.

본격적으로 활동한다는 내 이야기에 나대명의 추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고급 차를 타는 것에 부담이 훅하고 밀려왔지만, 상연누나마저 눈을 반짝이며 좋아하니 일단 보기라도 할 생각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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