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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105화 (105/297)

〈 105화 〉 2. 사냥꾼.(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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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냥꾼.(77)

“왔냐.”

사무실을 들어서자 어김없이 입에 무언가를 집어넣고 있는 성기형.

더욱 산만해진 덩치의 웬 웨어비스트 한 마리가 앉아 있다.

그냥 보기에는 흑곰파의 오대석보다 성기형이 더욱 웨어비스트 같다.

“오랜만에 봤는데 너무 무성의한 인사네?”

“미친놈~ 그럼 버선발로 나가서 맞이해 드려야 했냐?”

왕성기.

호감 : 90

신뢰 : 85

애정 : 95

사실 그렇게 오랜만은 아니지만.

우리는 사소한 농담 따먹기를 하며 킥킥 거렸다.

물론, 성기형의 정보도 확인을 했고.

짐작한데로 수치가 높은 것에 만족을 느낀다.

이건... 동성만 아니라면 사랑한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다.

다행스럽게도 성기형은 여자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비록, 동정에 소성기 일지라도 말이다.

“목적은?”

“목적은 무슨. 어디로 갈 건지 정했어?”

“와씨... 성수기 다 지났는데 요즘 놀러 다니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냐~”

“뭐야? 그럼 여태 예약도 안 한 거야? 진짜 뭐한 거야? 아 놔~”

“얼씨구? 안 갈 것처럼 굴던 놈이 왜 갑자기 성을 내고 그러냐? 혹시 나연씨 간다고 하디?”

그 물음에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시선을 슬쩍 회피했다.

“에라이~ 너랑 내 사이가 겨우 이런 거냐? 와... 내가 사람 하나 잘못 키웠어~”

“뭐라는 거야. 내가 형을 키웠다.”

“이 자식이~”

성기형이 대뜸 달려들며 내 목에 헤드락을 걸었다.

우람한 팔뚝이 목을 두르자 숨을 쉬기 버거울 정도.

내가 빠져나가려 하자 더욱 조이는 힘이 강해진다.

“으으윽~ 뭐 하는 거야! 이거 놔~ 아! 더러워~ 겨드랑이 닿잖아!”

내가 발광하는 것이 즐거운지 껄껄거리며 더욱 조여 대는 성기형.

“이 자식~ 내 암내에 질식해 죽어라! 크하하하~”

빠져나가려 한다면 못할 것도 없지만...

나는 이 지옥 같은 헤드락을 눈물을 머금고 감내해야 했다.

성기형은 타고난 장사다.

물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고.

생긴 건 곰처럼 둔해 보여도 실제로는 여우같은 성격에 체격마저 잘 활용한다.

예전 학창 시절에 성기형이 날뛰는 것을 본 나로서는 형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나도 꽤 독종으로 알려졌었지만, 성기형은 그야말로 괴수다.

그 당시 학생임에도 조폭 다섯을 때려눕힌 것은 학교의 전설로 남아 있다.

다섯을 무식하게 힘만으로 상대한 것이 아닌, 말로서 도발하고 지형지물을 이용하며 약삭빠르게 눕혀 나갔다.

그렇다고 이 형이 성격이 더럽다는 것은 아니다.

평소에는 정말 순하디순한 착한 형일 뿐이다.

건드리지만 안는다면.

본인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알기에 내가 쉽게 빠져나가면 괜한 관심을 일으킬 거다.

우리 수지나 상연누나의 땀이 아닌 남정네의 땀을 목에 두르는 것이 괴롭지만 애써 연기를 했다.

“유치하게 왜 이래!”

“어디 한 번 빠져나와 봐라~ 어쭈? 체격 좋아지더니 힘이 더 좋아 졌어? 크하하하~”

겨우 빠져나온 연기를 하고 나는 재빨리 물티슈를 집어 목을 닦았다.

“악... 토 할 것 같아.”

“크하하하~ 그게 다 성수니라~ 이 배은망덕한 놈아~”

“배은망덕한 놈은 또 뭐래?”

“뭐긴 뭐야? 형은 이리도 외로운데 혼자 여자에 둘러싸여 있잖아?”

“그래서~ 어디로 갈 건데.”

슬쩍 말을 돌려보는데 성기형의 눈빛이 요상하다.

계속해서 실실거리는 것이 뭔가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얼레? 형 표정이 왜 그렇게 느끼해?”

“으흐흐흐흐~ 이제 나는 네가 부럽지 않지~”

“어? 설마?”

“응. 그 설마.”

“헐! 어떤 꽃뱀이야?”

“뭐? 꽃뱀? 이 자식이~ 형수님이 될지도 모르는 분한테!”

“진짜야?”

되묻는 말에 성기형의 웃음이 더욱 진해진다.

“그래~”

“어떻게 만났는데?”

“우리 알바~”

“쯧. 또 형이 사장이라고 찔러보는 거 아냐?”

“허어~ 아니야 그런 거.”

나는 그런 쪽으로는 많이 순진한 성기형을 걱정스레 바라봤다.

“이번엔 진짜야. 하고 다니는 거 보니까 집도 적당히 사는 거 같던데? 차도 B사더라?”

“진짜?”

“그렇다니까? 첫날 알바 면접보고 급한 촬영이 있었는데 쿨하게 바로 일하더라고. 고마워서 밥 한 끼 사게 되었는데~ 내 남자다움에 딱! 반한 거 같더라.”

나는 게슴츠레하게 가자미눈으로 성기형을 바라봤다.

그래... 이런 곰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도 있을 수 있지.

“몇 살 인데?”

“26살~ 흐흐흐~ 안 그래도 오늘도 같이 밥 먹기로 했지롱~”

덩치에 안 맞게 귀여운 척하는 그 모습을 보며 불쾌한 표정을 드러냈다.

간만에 구토가 쏠린다.

“표정이 참 뭣 같다?”

“아니야. 오해야.”

“조금 있으면 올 거니까 소개해 줄게. 아 맞다. 그리고 은지씨가 우리 놀러 갈 곳 제공해 줄 수 있다고 했어.”

“얼씨구? 진도를 얼마나 뺀 거야? 했어?”

“엉? 아... 아니...”

그럼 그렇지.

이 형이 며칠 만에 진도를 나갔을 턱이 없다.

더군다나 진도를 나갔다면 이미 떠나갔을 수도 있겠지...

성기형은... 안타깝게도 소추에 동정이다... 서른에 가까워진 나이임에도... 왜 내 마음이 아픈 걸까?

***

“하하하하~”

“깔깔깔~”

서로 대화를 나누며 깔깔거리는 두 사람.

나는 은지라는 여자를 유심히 바라봤다.

물론, 눈치 채지 못하도록 은밀하게.

이은지.

호감 : 55

신뢰 : 0

애정 : 0

처음 보았으니 신뢰나 애정이 0이라는 것은 이해한다.

호감 55라는 것도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니 이해한다.

다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상당히 찝찝한 기분.

그리고 은은하게 비치는 초록 아우라.

“무슨 생각 하냐?”

들려오는 성기형의 음성에 정신을 차렸다.

“아? 아니.”

“어떻게 생각해?”

“뭘?”

“은지씨 삼촌 별장으로 가자는 거.”

그런 이야기하고 있었던가?

“아... 뭐...”

떨떠름한 내 표정이 부담스럽다고 느낀 것일까?

이은지가 미소를 지우지 않고 말한다.

“인한씨. 그렇게 해요. 요즘은 성수기 비수기 할 것 없이 괜찮은 숙소 잡기 힘들어요.”

“아... 네... 네... 흠...”

“그래. 비용은 지급할 거야. 그래도 되죠. 은지씨?”

“네? 괜찮은데... 그냥 삼촌한테 친구들이랑 이용한다고 하면 돼요.”

“아닙니다. 인한이도 민폐 끼치는 것 같아 저러는 거예요.”

“오호호~ 그래요? 그럼... 딱 성의만 받도록 할게요.”

그렇게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이은지 삼촌의 별장으로 정해졌고, 식사를 마친 이은지는 집에 일이 있다면서 돌아갔다.

삼촌이 별장도 가지고 있으며 외제 차까지 몰고 다닌다.

그런 그녀가 알바를 구하러 성기형 회사로 찾아왔고, 성기형과 급격히 관계가 좁혀졌다.

성기형의 쇼핑몰이야 고정모델 빼고도 일일 모델을 자주 쓰기에 새로운 얼굴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저 정도 재력이 있는데 굳이 알바?

조금은 아쉬운 얼굴의 성기형에게 물었다.

“잘 사는 것 같은데 웬 알바래?”

“아... 완전히 초짜더라고. 그냥 어렸을 때 모델이라는 것을 해 보고 싶었는데, 집 안의 반대 때문에 못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구인광고 보다가 알바로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연락했데.”

뭔가... 좆나 인위적인데?

“그래?”

“그래도 몸매가 되니까 사진 빨은 잘 받아. 웬만한 알바보다 훨씬 나아.”

성기형의 말을 들으며 별일이야 있겠냐 싶었다.

어쩌면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

내 눈은 아직도 변화를 하는 중인 것 같고.

사람들 중에도 각자 고유의 기라던가 그런 것이 표현되는 것이 아닐까?

양기, 음기, 정기, 뇌기, 요기 등등.

이면을 겪지 않았다면 믿지 못했을 것들을 알기에.

그런 현상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만약에 이은지가 인간이 아니었다면 다른 모습이 겹쳐 보였을 거다.

바로 저렇게.

기다렸다는 듯, 정체를 숨긴 웨어비스트 한 명이 걸어갔다.

늑대의 실루엣이 보이는 남성.

나에게 눈빛조차 주지 않는 것을 보면 그냥 일상을 즐기는 웨어비스트일 거다.

웨어비스트와 구미호가 같은 부류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아주 틀린 말이다.

웨어비스트는 인간이 짐승으로 변하는 종족이고.

구미호는 엄연히 요괴에 속한다.

인간의 모습을 한 구미호는 인간으로 둔갑한 것.

짐승의 모습을 한 웨어비스트는 짐승의 피를 활성화 한 것이다.

그렇다면 천 년의 수행을 쌓으면 요괴 구미호가 정말 인간이 될 수 있는 것이냐?

그것은 마마의 모습에서 알 수 있다.

반인반선.

인간이 되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어 버렸다.

구미호로서는 최초로 수행에 성공한 이가 마마이기에.

누구도 이에 대한 것을 알지 못했다.

확실한 것은 인간과의 성교로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서 인간이 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갖춘 능력을 보자면 인간이라기엔 그 틀을 한참이나 벗어났다.

그리고 나이에 대한 개념도 차이가 난다.

수지가 100살이 넘은 할머니처럼 굴었다면 어느 정도 거부감이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구미호는 대부분 100~200년을 무리에서 보살핌을 받는 유년기로 본다.

수지의 경우 특이한 케이스이기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그 개념으로 보았을 때, 스물도 채 되지 않았다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니까 마치 미성년자를 범한 것 같은 기분인데?

그래도 인간의 나이로는 100살을 훌쩍 넘겼으니...

그러고 보니 마마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자면...

그때는 몰랐지만 은은한 살기를 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참 눈치가 없었지.

마마의 입장에서는 보듬어야 할 미성년자 딸을 범한 범인이 되는 것이었는데.

내 딸이 그런 일을 당했다는 생각해 보자, 목숨이 붙어 있는 것이 감지덕지란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수지처럼 그렇게 사랑스럽다면야...

“간만에 한 잔?”

요즘 부쩍 심해진 음심에 한시라도 빨리 풀고 싶은 마음인데.

이은지가 떠나간 빈자리가 쓸쓸한 것인지.

성기형의 표정이 애달프다.

“으응?... 그래. 그러자.”

그래도, 성기형한테 한잔 마실 정도는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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