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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107화 (107/297)

〈 107화 〉 2. 사냥꾼.(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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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냥꾼.(79)

확실하게 허락을 받고 연락을 주려다 보니 시간이 꽤 지나버렸다.

답변이 늦기는 했지만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서둘러 메시지를 보낸다.

[미안 답이 늦었지?]

답이 늦었음에도 톡 창의 숫자 1은 기다렸다는 듯이 빠르게 없어졌다.

[아냐~ 괜찮아.]

그게 무슨 대수라고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휴대폰을 붙잡고 자신의 연락을 계속해서 기다렸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나 있는 곳에 데리러 온다고?]

강인한의 사정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모르는 척하고는 있었지만 지나가면서 들었던 이야기로 고아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가 기거하는 원룸도 가 보았기에 형편이 그렇게 좋지 않다는 것도 알고.

사실 특출 날 것 없는...

그렇다고 번듯한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닌...

더 나아가 연예인처럼 잘생긴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구김살 없는 그 성격이 마음에 든다.

[응! 당연히 내가 모시러 가야지!]

[너 차 없잖아?]

[ㅎㅎㅎㅎㅎ]

“푸훗. 차 샀나보네.”

차 산 것을 어지간히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녀와는 달리 보통 사람들은 그 나이에도 차를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자랑하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의 순둥한 얼굴이 떠오른다.

“귀여워.”

강인한은 자기관리만큼은 철저하게 하는 동생이었다.

그녀 앞에서 언제나 밝은 모습만을 보여 왔던 그.

강인한이 어느 정도 마음이 있다는 것 정도는 오래전에 파악했다.

그런데도 그는 다른 이들처럼 무리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자연스럽게 옆에 자리하는 이가 되었다.

요즘 들어 다소 소원해지기는 했으나, 사람이란 것이 이런저런 일이 생기기도 하는 법이다.

[너 차 샀니?]

[헉! 어떻게 알았지? 벌써 거기까지 소문이 났나? ㅎㅎㅎ성기형도 오늘 알았는데~?]

[그럼, 한 번 탑승해 주는 영광을 줄게. ㅋㅋ 강남역 4번 출구로 올래?]

[오오~ 영광입니다! 7시30분까지 갈 테니까 딱 기다려~ 내가 멋지게 에스코트해서 목적지까지 모셔드릴게~]

[그래. 기대할게.]

“후우...”

기분 좋게 메시지를 주고받았지만 왠지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 같았다.

아마 이 여행이 자유를 만끽하는 마지막이 되겠지.

사실, 여행이라곤 다녀본 적도 없다.

새장 안에 갇힌 파랑새.

학교를 다닐 때도, 외출을 할 때도, 항상 그녀의 주위에는 따라다니는 눈들이 존재했다.

그나마 최근 지내던 것에서 어느 정도 자유를 부여 받았지만, 그 자유는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녀의 동선은 항상 구집사가 파악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김나연의 머릿속에 강인한이 입원했을 때 상황이 떠오른다.

“깊은 관계 같았지...”

겉으로는 부정했으나 여자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욱신.

그 생각을 하자 괜히 가슴 한편이 아릿하게 울린다.

충분히 예쁘고 아름다운 여성.

아마도 그날 깨달았던 것 같다.

자신이 강인한을 평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쩌면 좋아한다는 감정이 싹트고 있을지도 모를.

“질투인가...”

하지만 그와 자신은 이루어질 수 없다.

사는 세계가 다르기에.

설령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더라도 그 앞은 가시밭길보다 더욱 험할 것이다.

“이번 여행은... 너의 마음에 대한 보답이야...”

***

“크흐흐흐흐~ 내가 벤틀리를 타고 나타나면 깜짝 놀라겠지?”

사기 전에는 너무나 부담스러웠지만 벤틀리를 타고 데리러 가는 모습을 상상하자 절로 웃음이 흘러나온다.

그동안 그렇게나 넘어오지 않던 나연누나가 드디어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다.

이 어찌 뿌듯하지 아니한가.

어쩌면 이번을 계기로 확실하게 관계의 진척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얼굴도 샤프해졌고 재력까지 과시하면 안 넘어올 여자가 없지.

마침 차도 금요일부터 내 손에 들어오니 신의 계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으흐흐흐흐~”

예기치 않게 얼굴에 가슴을 묻게 되었던 그날이 떠오른다.

그런 늘씬한 몸매에 그렇게 커다란 둔기를 두르고 있을 줄이야.

항아리 같은 골반은 또 어떠한가.

벌써 불끈거리는 음심이 마음속 가득 들어앉는다.

“아무래도 몇 발 빼야겠어.”

그러한 상상이 계기가 된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욕구 불만이었던 것인지 뇌기가 들끓는 느낌이 든다.

“이거 무슨 부작용 같은 건가?”

스카이 클럽에 도착해 직원통로로 진입했다.

언제나 활기 넘치는 젊음.

오늘도 서로의 짝을 찾아 몸부림을 치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도 저들의 틈바구니에 껴 있었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신분상승이라도 한 기분이다.

“그래~ 어차피 주어진 거 즐겨야지~”

평일임에도 상당히 많은 손님들이 들어섰다.

아쉽게도 70프로에 가까운 숫자가 남자로 보인다는 것이 문제지만.

이것은 대부분의 클럽이 겪는 난항이다.

하지만 예린과 승아가 전속 디제이로 데뷔하게 된다면 남탕인 날에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거다.

개인적인 생각일수도 있겠지만, 그녀들의 외모라면 어지간한 연예인도 저리 가라 할 정도라고 생각한다.

사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책상에 앉아 있는 상연누나가 보인다.

“어? 자기야?”

나라는 것을 확인한 상연누나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찰랑이는 머리칼을 검정으로 물들인 그녀.

“어? 머리 했어?”

웨이브 진 머리도 반듯하게 펴져 찰랑이고 있었다.

“히힛~ 우리 자기는 눈썰미도 좋아.”

여자를 대할 때는 변화된 모습에 집중하라.

그리고 그 변화를 마음껏 칭찬하라.

자다가도 떡이 떨어진다.

다가와 내 허리를 두르며 입을 삐죽 내미는 모습에 입을 맞춰준다.

쪽.

“일 다 본 거야?”

“응. 같이 들어가려고 왔지.”

그때, 사장실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그러곤 문이 열리며 정윤주가 들어섰다.

서로 안고 있는 모습에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리는 그녀.

“죄... 죄송합니다.”

그녀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다시 나가려 하자 상연누나가 허리에 두른 팔을 풀며 말한다.

“괜찮아요. 들어오세요.”

상연누나와 내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막상 눈앞에서 보니 당황한 것 같았다.

“다음부터는 조심하겠습니다.”

“무슨~ 제가 인기척만 내고 그냥 들어오라고 했는걸요. 그리고 언니~ 편하게 대해 주시라니까요~”

상연누나가 정윤주의 팔을 잡아끌며 소파에 앉혔다.

“둘이 꽤 친해진 거야? 상연이가 불편하게 하는 건 없고? 아얏!”

나는 갑작스레 옆구리를 꼬집는 상연누나의 손에 엄살을 피웠다.

“내가 악덕 사장이야? 흥!”

나와 상연누나의 모습을 옅은 미소로 정윤주가 바라본다.

“보기 좋네요...”

그녀의 말에 장난스럽게 다가가 어깨를 감쌌다.

그러자 정윤주가 화들짝 놀란다.

“이... 인한씨...?”

“윤주누나는 갑자기 왜 그렇게 다소곳해졌어?”

짓궂게 웃으며 묻는 말에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렸다.

상연누나가 있기에 곤란스러움이 듬뿍 묻어나는 얼굴이다.

“그... 그게...”

“에휴... 어째 점점 아저씨처럼 굴어? 윤주언니 곤란해 하잖아.”

상연누나의 말처럼 정윤주에게서 땀이 슬쩍 배어 나온다.

긴장이라도 한 모양이다.

은은히 올라오는 체취에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정말? 윤주누나 내가 불편한 거야?”

“아니... 그 말이 아니라...”

당황하는 모습이 상당히 꼴릿 하다.

아니, 아랫도리는 반응을 시작해 슬슬 팽팽하게 존재감을 나타냈다.

“자기야. 그만세우고 나와. 윤주씨랑 일 봐야 해.”

“어? 응...”

“하고 싶어서 그래?”

“아마도?”

“자기는 진짜 짐승이야.”

“내 생각에도 그래. 윤주누나는 어떻게 생각해?”

내 물음에 목덜미까지 붉어진 정윤주가 시선을 슬쩍 회피한다.

상연누나의 눈치를 보는 것이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어깨 밑으로 팔을 쑥 집어넣어 두른 후 가슴을 꽉 움켜잡았다.

“하흡!”

“대답해 줘~ 누나~”

식은땀이라도 흘렸는지 겨드랑이에 닿은 팔이 축축해졌다.

“따... 땀... 잠깐... 놔... 놔줘.”

“누나아~ 대답해 줘야지~”

“그... 그래! 지... 짐승이야!”

“푸훗~ 그래? 오늘도 짐승 맛...”

짜악.

“아야! 아파 누나!”

내가 계속해서 정윤주를 곤란하게 하자 상여눈나의 스매싱이 날아왔다.

한 번 눈을 흘긴 상연누나가 나를 잡아 일으킨다.

“자기는 잠깐 기다리고 있어. 윤주언니 일 배워야 하니까.”

“흐음~ 알겠어...”

“언니. 저 짐승은 싹 무시하세요.”

그러곤 책상으로 정윤주를 데리고 갔다.

상연누나에게 이끌려가는 정윤주의 시선이 잠시 나를 향했다.

무언가 아쉽다는 눈빛.

‘나름, 즐기고 있었나?’

그나저나 진짜 심각하게 꼴린다.

당장에라도 빼고 싶은데...

나는 서로 이야기에 열중하는 두 여자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나도 꽤 대담해졌단 말이야.’

어쩌면 뇌기의 영향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럼, 상연누나가 일 다 볼 때까지 잠시 홀에 나가 볼까?

클럽에서 성공 확률은... 사실 수많은 도끼질을 해야만 한다.

잘생겼다고 한 번에 성공한다?

뭐, 재수가 좋다면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것은 머니다.

다소 단출한 차림이지만 몸에 두른 것은 죄다 명품.

당장 손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벤틀리라는 럭셔리카가 있다는 든든함.

확인은 해 보지 못했지만 구상두놈이 별장에 남겨둔 유산.

거기에 더해 대한 주류의 수익과 스카이클럽의 수익.

그것들이 배경이 되어 내 자신감은 한껏 들떠 올랐다.

자고로 자신감이 반은 먹고 들어가기에.

어쩌면 짧은 타임 한 번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집중하는 두 여자를 두고 슬그머니 사장실을 빠져나와 홀로 향했다.

그리고 내 얼굴을 아는 직원을 붙잡아 vip띠를 하나 얻어내었다.

화려한 조명과 사이키가 번쩍이고, 팔을 흔드는 디제이와 함께 열광하는 이들이 보인다.

나는 테이블을 하나 잡아 적당한 술을 한 병 시켰다.

그러곤 매의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확실히 오늘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간간이 보이는 쌔끈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던 중 하나의 시선과 내 시선이 얽혀 들었다.

아주 익숙한 얼굴.

마지막 메시지를 주고받은 후 잊고 있었던 이가 반가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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