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는 다보여-108화 (108/297)

〈 108화 〉 2. 사냥꾼.(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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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냥꾼.(80)

아는 척을 하며 다가온 이는 불행히도 여자가 아닌 남자.

이영훈.

나와는 중고등학교 동창이며 김동운과 더불어 셋이 자주 어울렸던 놈이다.

회식으로 1차를 하고 젊은 직원들끼리 2차로 클럽을 오게 되었다고 한다.

일 년 넘게 빈둥거리며 일도 안 하던 놈이, 어떻게 들어간 일식집에서 꽤 오래 버티고 있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에 나도 조금은 반가운 마음이 든다.

김동운 때문에 싸잡아 멀리하기는 했지만, 그 빌어먹을 놈은 이제 세상에 없다.

“그런데 너 요즘 동운이랑 연락 안 해 봤지? 아... 넌 안 하겠구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우물쭈물하던 놈이 재차 입을 열었다.

“그 새끼... 실종 됐다. 동운이 아버지가 실종신고까지 했는데, 못 찾은 모양이더라고.”

실종이라...

내 손으로 마물이 되어 버린 놈을 죽여 버렸다.

이미 세상에 없는 놈이지만, 이를 모르는 사람들은 아직 김동운을 찾고 있나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말했다.

“그런 새끼는 관심 없어서.”

“아... 하긴 나도 그날 이후로 연락을 안 했는데, 동운이 아버지가 연락을 하셨더라고. 그래도 친구라고 실종되었다니까 신경은 좀 쓰이더라.”

항상 까불거리던 이영훈의 얼굴에 살짝 그림자가 진다.

그래도 나와 김동운 사이에서 제법 중간다리 역할을 잘해 오던 놈이다.

아슬아슬할 때마다 노력은 많이 했다.

“별일 있겠냐. 그냥 너도 네 인생 신나게 살아라.”

“크크큭~ 그렇지? 그 새끼가 어디 가서 뒤질 놈은 아니지. 당장에 내 앞가림부터 해야 하는데~ 흐흐흐~ 그래도 나 이제 칼질 배운다.”

“그래? 생각보다 적성에 맞나보네?”

“그러게. 생각보다 재미있나 보다. 흐흐흐~”

킥킥거리는 이영훈에게 집중하자 정보가 떠오른다.

이영훈.

호감 : 80

신뢰 : 85

애정 : 80

조금은 기대를 하고 있었나?

그래도 오래된 친구가 나에 대해 품은 감정은 신경 쓰이기 마련.

생각보다 후한 숫자에 나쁜 기분은 아니다.

생각해 보면 이놈은 학창 시절의 친구들에게 유난히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나와 김동운에게 특히 심했는데.

어딜 가든 제일 친한 친구라며 소개를 하고는 했다.

“얼마나 일했지?”

“벌써 6개월 넘었다.”

“오오~ 새끼~ 정신 차렸네~”

“그런데 넌 혼자 온 거냐? 짠돌이 새끼가 테이블까지 잡으면서?”

“클럽 관계자 중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서비스 받는 중.”

“오오~ 역시 그럼 그렇지? 그럼 나도 같이 마셔도 되냐?”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굳어진다.

그리 밝지는 않은 탓에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겠지만.

나는 최대한 빨리 쌔끈한 여자를 꾀어서 음심을 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때, 남자 둘과 여자 한 명이 내가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그러곤 남자 한 명이 이영훈의 귀에 대고 말했다.

“누구야? 친구?”

“아! 내 불알친구예요! 인한아 인사해. 여기는...”

그러면서 나에게 남자 둘과 여자 한 명을 소개해 준다.

주방보조라는 형과 홀에서 일한다는 동생.

그리고 대학 다니는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여자 한 명.

저놈의 불알친구 소개는 언제나 빠지지 않아 조금은 닭살이 돋았지만, 그보다 대학 다니는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여자가 꽤 눈에 들어온다.

주방보조와 홀에서 일한다는 두 사내놈이야 내 알바가 아니고.

나는 형식적으로 손을 내밀어 인사를 건네고는 슬쩍 여자에게 시선을 건넸다.

유경은.

호감 : 55

신뢰 : 0

애정 : 0

유경은이라는 아르바이트생은 상당히 큰 호감을 보이었다.

단발머리에 유난히 동그란 눈이 매력적인 귀염 상의 대학생.

얼굴 : B

몸매 : B

복장 : A

나름 점수를 매기자면 전체적으로 괜찮은 정도.

S급은 아니지만, 내 눈에 B라는 점수가 나왔다면 상당히 좋은 점수다.

내 주변 여자들이 워낙에 넘사벽 일수도 있겠지만, 그 이전부터 내 눈은 높은 편에 속했다.

일단은 성형한 티가 안 난다는 것에서 더욱 큰 점수를 준다.

‘B컵까지는 안 되겠네.’

그래도 나름 엉덩이와 허벅지가 토실토실한 것이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꽤나 찰 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학교에서는 나름 상위권에 속하려나?

옆에 웃고 떠드는 남자들을 보자니, 은근히 유경은을 힐끔거린다.

반대로 유경은은 나를 힐끔 거리고.

어쩌다 여자까지 껴서 클럽에 왔나 싶었더니, 얘를 어떻게 해 볼 심산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클럽이라... 쩝...

“야! 인한아! 우리 같이 마셔도 돼지?”

만약에 유경은이 같이 없었다면 슬쩍 면박을 주었겠지만, 흡족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원래 이영훈이 개념이 좀 없다는 말을 듣기는 한다.

그것이 오늘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대충 둘러봐도 유경은 정도는 별로 없다 해도 무방하다.

내 환대에 고마워하며 두 남자가 중간 중간 말을 걸어왔고, 나는 적절하게 웃으며 그들의 말을 맞받아 쳐 주었다.

“경은씨는 술 안 해요?”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듯 묻자 조금은 어색한 웃음을 떠올린다.

“그냥, 이렇게 민폐 끼쳐도 되나 싶어서요.”

“민폐는 무슨. 클럽에 이렇게 어울리러 오는 거지. 괜찮으니까 한잔해요.”

민폐는 쟤들이고, 얘는 전혀 민폐가 아니다.

작업을 해 보려면 술이라도 좀 마셔야 할 텐데, 어찌 된 일인지 술기운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스트레이트잔에 데킬라를 가득 담아 유경은에게 건넸다.

그리고 내 잔을 들어 그녀에게 들이민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가 잔을 마주 들어왔고.

서로의 잔을 부딪치고는 입에 털어 넣는다.

나는 레몬 하나를 그녀에게 건넸다.

자연스럽게 받아 레몬으로 입을 행구는 그녀.

마시는 것을 보니 클럽을 한두 번 와본 건 아닌 것 같다.

“으으~”

몸을 살짝 떠는 그녀.

나는 또다시 그녀의 잔에 술을 가득 채워준다.

독주를 한 잔 두 잔 받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별다른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그런 일상적인 이야기.

유경은이 나에게 집중하자 남자들의 시선이 더욱 잦아진다.

‘클럽에 왔으면 나가서 여자 좀 꼬시라고.’

저 새끼들은 유경은을 두고 경쟁을 하던 중인지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영훈을 슬쩍 보자 셋이 경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감추고는 술병을 들어 올렸다.

‘얼레?’

이영훈이 개념 없는 거야 내 친구니까 이해한다지만, 저 둘도 그렇게 개념이 있는 건 아닌가 보다.

남의 테이블에서 눈치껏 마실 것이지, 주구장창 때려 마셨나보다.

술이 텅텅 비어 있었다.

그 와중에 유경은은 술이 좀 오르는지 살짝 몸을 붙여 왔다.

내 테이블에 오기 전 춤이라도 추고 있었는지, 은은한 땀 냄새가 향수와 섞여 맡아진다.

그렇다고 크게 불쾌할 정도는 아니다.

이 정도야 자연적인 페로몬이라고 볼 수 있지.

“그럼 지금은 무슨 일 해요?”

“나?”

끄덕.

고개를 끄덕이는 유경은의 눈은 살짝 풀려 있었다.

혀로 살짝 입술을 훑으며 귀에 대고 말한다.

그 모습을 세 남자가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 잠재적 경쟁자에서 잠재적 협력자로 바뀐 눈빛.

“쇼핑몰 모델은 그만 두셨다면서요~”

“지금은 사업.”

“아아~ 사업~ 그런데 무슨 사업?”

“주류사업.”

“와... 멋있다.”

“나한테 궁금한 게 많은가 보네?”

“헤헤~ 조금?”

“나도 궁금한데?”

“뭐가요?”

“그러게~ 뭐가 궁금할까?”

“오빠 쇼핑몰 모델해서 그런지 몸 진짜 좋아 보여요. 만져 봐도 돼요?”

그러면서 허락도 하기 전에 내 가슴을 손가락으로 꾹 누른다.

“와아... 장난 아니다.”

그러더니 손바닥으로 더듬기까지.

“가슴이... 나보다 큰 거 같아... 헐~”

나는 그런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붙이고 말했다.

“이거 성추행인 거 알아?”

그러면서 유경은의 토실한 엉덩이를 손바닥을 가져가 꽉 쥐었다.

“흡!”

“이제 공평해졌네?”

“이건 반칙이에요!”

“왜?”

“저는 여자고 오빠는 남자잖아요.”

“그래? 그럼 너는 한 번 더 만져.”

“진짜요?”

나는 유경은의 엉덩이를 손으로 계속 주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경은의 손이 테이블 밑으로 살짝 내려와 내 복근을 더듬는다.

“와...”

“크크큭. 어때? 보고 싶어?”

“이게 초코렛 복근? 처음 만져봐요. 그... 그냥. 궁금하기는 해요.”

내가 계속 엉덩이를 주무르자 야릇한 소리가 잠시 새어 나왔다.

어두운 클럽이기에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스킨십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나는 조금씩 손을 옮겨 허벅지 위로 옮겼다.

“흐읏... 가... 간지러워요.”

허벅지를 주무르자 더욱 야릇한 비음을 냈다.

“엉덩이보다 더?”

“저... 저도 더 만질 거예요!”

그러더니 유경은도 더욱 적극적으로 내 몸을 더듬었다.

내 허벅지에 손을 얹고는 사타구니까지 올라온다.

유경은의 손이 살짝 내 남근을 스치고.

그녀의 손이 셔츠 안쪽으로 쏙 하고 들어갔다.

배에 손이 얹어지며 따뜻한 손바닥이 울퉁불퉁한 복근을 더듬는다.

내 손도 어느새 유경은의 허리를 살짝 둘러 옆구리를 살살 더듬었다.

여자들이 상당히 꺼려하는 부위이기는 하지만 내 눈에는 보이거든.

지금이 그곳을 만져줄 타이밍이라는 것이.

“하아...”

나는 내 잔에 든 반절의 술을 유경은의 입으로 가져갔다.

그녀는 모이를 받아먹는 아기 새처럼 반잔의 술을 목으로 흘러 넘긴다.

술을 삼킨 유경은의 숨결이 유난히 뜨겁다.

눈빛도 몽롱하게 풀린 것이 완전히 무르익은 모습이다.

나는 그녀의 귀에 악마처럼 낮게 속삭인다.

“내가 조용한데 아는데 잠깐 나갔다 올까?”

유경은

호감 : 77

신뢰 : 12

애정 : 25

유경은의 고개가 천천히 끄덕여졌다.

먼저 몸을 일으키고 테이블을 벗어나자 슬그머니 일어나 내 뒤를 따르는 유경은.

그 뒤로 느껴지는 세 쌍의 시선이 덤으로 따라붙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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