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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121화 (121/297)

〈 121화 〉 2. 사냥꾼.(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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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냥꾼.(93)

얼굴을 가린 괴한이 3층의 창을 뛰어넘어 들어오는 것은 신체 건강한 남자라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놀랄 법하다.

비명이 튀어나올 거라는 것 정도는 예상했던 바.

“꺄아악!”

“누... 누구!”

“흐어억!”

이들의 비명이 세어 나가지 않도록 내 동작은 빛살처럼 신속하게 움직인다.

창을 닫는 동시에 그대로 꼬무룩이 된 두 사내에게 손을 뻗어냈다.

이제는 내 신체에 완벽히 적응이 되었는지, 아주 매끄러운 움직임이다.

사실, 이 전에는 제어하기가 조금 버거운 느낌이 있었다.

그 와중에 보고 싶지는 않지만 번데기가 된 양물에 웃음이 터질 뻔했다.

덥석.

양손을 뻗어 사내들의 목줄을 움켜쥐고는 그대로 뇌기를 발산했다.

기절시킬 수 있는 정확한 수치를 모르기에.

성교 중 상연누나가 기절했던 정도의 뇌전을 떠올렸다.

그리고 딱 그 세 배에 해당하는 전력을 주입한다.

파지지지직.

“꺼어어억!”

“끄으으윽!”

고압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펄떡 뛰며 축 늘어지는 두 사내.

털썩. 털썩.

짜릿한 뇌전의 충격에 그대로 눈을 허옇게 뒤집어 까며 침대로 널브러져 버렸다.

‘조금 강력했나?’

눈만 뒤집힌 것이 아니라 게거품까지 문 것이 다소 심각해 보였다.

혹시 몰라 손가락을 코로 가져가 숨을 쉬는지 확인해 보았다.

‘휴... 안 뒤졌네.’

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죄가 있다면 돈을 받고 유부녀의 보지를 탐한 죄밖에 없겠지.

두 사내를 기절시키고 이정은에게 시선을 돌린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을 부릅뜨고 꺼억꺼억 거리며 힘겹게 숨을 삼켰다.

저 숨이 트이는 동시에 그대로 소리라도 지를 태세.

나는 이정은의 눈을 최대한 으스스하게 주시하며 입술 위로 손가락을 가져간다.

“쉬잇.”

헐벗은 이정은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두려운 눈으로 나를 주시하는 그녀.

눈빛으로 한 번 더 쐐기를 박아주고는 캠코더로 다가간다.

캠코더에 손을 가져가자 그녀의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메모리를 살펴보니 오늘 것 뿐 아니라 여러 개의 파일들이 주르륵 나타난다.

용량도 1테라바이트로 상당한 용량이었다.

캠 또한 상당히 좋아 보인다.

‘신상인가? 갖고 싶네.’

예상대로 이런 막장 짓을 하며 그 영상을 계속해서 남겨 놓은 듯했다.

“누... 누구신가요?”

내가 조용히 메모리를 확인하고 있자 떨리는 음성으로 이정은이 물었다.

나는 그저 캠코더의 메모리를 빼 내어 챙기고 있을 뿐이다.

“호... 혹시... 남편이... 고용한 건...”

정신이 조금은 돌아온 듯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려는 모양.

보통 사람이라면 벌벌 떨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을 법하지만.

확실히 이 여자는 간담이 제법 단단한 모양이다.

말없이 그녀의 눈을 응시하자 흠칫하고 몸을 떤다.

그러곤 헐벗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슬쩍 이불을 가져가 몸을 가린다.

“내려.”

“네? 네?”

“이불 내리라고. 창녀처럼 뒹굴던 년이 조신한 척하는 거야 뭐야?”

스르륵.

그 말에 벌게진 얼굴로 조심스럽게 이불을 걷어낸다.

창녀라는 말에 수치감이라도 느낀 것일까?

다시금 드러나는 이정은의 나체.

나는 이정은의 몸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전체적으로 살짝 살집이 있어 보이지만, 그것이 과하지는 않다.

오히려 중년미부의 숙성된 농염함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

가슴도 제법 커 C컵은 되어 보인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어쩔 수 없는 처짐이 살짝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볼 맛이 난다.

옅은 갈색의 유룬과 제법 진한 갈색 유두는 긴장했는지 빳빳하게 서 있다.

전체적으로 동그란 체형에, 허리 라인은 확실하다.

아랫배에 살짝 잡힌 살집은 적당히 보기 좋을 정도로 잡혀 있었다.

애를 낳아서인가?

골반 또한 쩍 하니 벌어져 펑퍼짐한 모습이 꽤 음탕해 보인다.

너무 노골적으로 보고 있어서 일까.

이정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원하는 것이 뭔가요. 도... 돈 인가요?”

“꽤 침착하군. 내가 돈 때문에 왔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 그럼...”

확실히 대단하기는 하다.

3층을 기어 올라와 순식간에 두 사내를 기절시켰는데 저 정도 정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정은식이 이상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돈 따위는 충분히 있어. 정의 구현이라고 해 두지.”

“그게 무슨... 이거 범죄라는 거 알고는 있나요?”

“큭큭큭~ 범죄? 아주 지랄도 풍년이군. 잔말 말고 너는 가서 더러운 몸뚱이나 새로 씻고 와.”

“뭐라고...?”

말을 몇 번 나누었다고 기가 좀 사는 모양이다.

눈을 치켜세우며 금세 반말 짓거리라니.

“괘씸하네?”

나는 그녀의 눈앞에 손을 가져가 뇌전을 일으켰다.

그 비현실적인 모습에 헛바람을 들이키며 바들바들 떠는 이정은.

파직. 파직.

“허업!”

아마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어떻게 두 사내가 정신을 잃었는지 의문이 들었을 거다.

이제는 왜 기절을 했는지 확실히 알았겠지.

“내 말이 우습나?”

이정은이 두려운 눈빛으로 고개를 마구 내 저었다.

시퍼런 뇌전이 튀는 모습은 생각보다 위협적이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것을 눈으로 보고 있으니 순간적으로 상황판단을 못 내리는 모습이다.

뻣뻣하게 굳어 있던 이정은이 눈치를 보며 느릿하게 일어난다.

“그... 그 메모리는 어쩔 작정이죠?”

이런 상황에서도 메모리에 신경을 쓸 여유를 보이다니.

따끔하게 혼 쭐 한 번 내줘야겠다.

“이거? 글쎄~ 어떻게 하려나? 그것보다 씻고 오라는 거 잊었어? 깨끗하게 씻고 오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내가 여기에 나타난 흔적은 어디에도 없어.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되는지는 상상에 맡기도록 하지.”

그러면서 뇌전을 튀겨 손가락으로 이정은의 명치를 꾹 눌렀다.

“꺄악!”

화들짝 놀란 이정은이 단숨에 나자빠졌다.

뇌전의 충격이 상당한 듯 살들이 일제히 푸들거리며 가랑이 사이로 노란 물줄기가 줄줄 흘러내렸다.

“하악... 하악... 사... 살려 줘... 흐...”

힘겹게 눈을 껌벅이며 이정은이 꿈틀거린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발로 쿡쿡 찌르며 또다시 종용했다.

“야! 빨리 씻고 나오라고! 좆나 말 안 듣네. 더럽게 오줌이나 싸 대고. 당장 욕실로 들어가!”

버럭 하며 호통을 치고서야 비척거리며 욕실로 향하는 이정은.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 차례 쏘아 보고는 너부러진 사내들에게 다가 갔다.

“이거 언제까지 기절해 있는 거지?”

아무래도 이놈들의 맨몸을 건드리기는 싫고 이정은이 나오면 방을 새로 잡으라고 해야겠다.

그렇게 이정은이 씻고 나왔고.

나는 이정은에게 사내들의 폰으로 메시지를 보내 놓으라고 일렀다.

이정은의 차가 주차장에 있기에.

이놈들에게 날이 밝을 때까지 방에서 나가지 말라고 메시지를 보내놓고는.

“이제 다른 방 잡아. 허튼짓 하면 알지?”

끄덕.

씻고 나온 이정은은 표정이 제법 차분해져 있었다.

이렇게 된 거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기라도 한 것 같다.

그녀의 지갑에서 무인텔 요금을 빼 내어 건네주고는 휴대폰도 뺏어든다.

“3분 줄게. 나가자마자 방 잡아서 불 키고 창문 열어 놔.”

조용히 현찰을 받아 든 이정은이 문을 열고 나갔다.

‘나 생각보다 좆나 용의주도한 것 같은데?’

손을 가져가 입을 매만진다.

지금의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 바짝 올라간 입 꼬리.

나는 지금, 이 상황을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거... 위험한데...?’

정의를 모방하고 있지만 엄연히 따지면 내가 행하는 일은 범죄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이걸 즐기고 있다니.

알 수 없는 감정에 조금은 혼란한 마음이 든다.

‘저런 것들은 당해도 돼.’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자기 합리화를 했다.

법으론 범죄라 볼 수 있지만, 내가 하는 일은 단죄에 해당한다.

지들이 악한 짓을 한다면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비록 누군가는 나에게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이들에게 좋게 비춰질 수는 없다.

내 사람들은 이런 내 행동을 충분히 이해해 줄 거다.

그래.

깨끗한 영웅만 있는 건 아니니까.

히어로물에는 다크 히어로도 등장하잖아?

몸을 움직여 창밖으로 열린 곳을 확인해 봤다.

F층 건너 건너에 창문이 열려 커튼이 나풀거리고 있다.

나는 이정은의 핸드백을 어깨에 두르고는 창밖으로 몸을 빼낸다.

터억. 터억.

홈턱을 잡고 휙휙 뛰는 모습은 마치 스파이더맨 같이 않은가.

아니, 베놈인가? 나는 다크 히어로니까.

그렇게 두 번 만에 이정은이 새로 잡은 방의 창턱을 집고 안으로 진입했다.

“어맛!”

내가 창으로 등장할 줄 짐작했음에도 놀란 이정은이 짤막한 비명성을 터트린다.

나를 자극할까 싶어 재빨리 입을 틀어막는 모습.

내가 안으로 들어서며 창문을 닫자 떨리는 음성으로 묻는다.

“다... 당신... 사람이 맞긴 한가요?”

떨리는 음성으로 묻는 이정은의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이제 와선 나도 모르겠다.

초인이라는 존재들이 있다고는 들었지만.

직접 마주친 적은 없다.

아마도 내가 변화시킨 상연누나, 나대명, 정욱아저씨를 초인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그들을 변화시킨 나는 뭐지?

잠시 떠오른 상념들을 지워 버리고 이정은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무엇이든 무슨 상관이랴.

나는 내가 마음먹은 일만 해 나가면 된다.

그러다 보면 그 정염귀새끼와도 언젠가는 닿겠지.

흠칫.

나이와는 달리 서른 중반이나 될까 싶은 외모.

저 얼굴과 몸매에 들인 돈이 얼마나 될까 궁금해진다.

나는 이정은을 향해 낮게 중얼거렸다.

“벗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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