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는 다보여-128화 (128/297)

2. 사냥꾼.(100)

2. 사냥꾼.(100)

20대 혈기 왕성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발정 난 개처럼 굴기 나름이다.

약간의 문제라면 유독 나에게 있어서는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것.

언제부터였을까?

생각해 보면 회귀 전에도 꽤 많은 여자들을 접하기는 했다.

성욕도 상당했고, 그 성욕을 채워줄 여자들도 주위에 널려 있었다.

서로 간에 진심이 살짝 결여되어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면 문제랄까...

그 이후가 문제다.

죽음을 겪고 돌아온 후, 육체와 능력들의 변화를 맞이하며 한 번씩 내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밀어붙이고는 한다.

요즘에 와선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내 안에 잠재된 뇌기라는 기운이 골수에 영향을 미치기라도 하는 듯.

오늘처럼 못 먹어도 고를 외치게 되었다.

그에 비하면 성공확률은 아주 높은 편인가?

그러니 여자 셋과 포섬을 할 생각마저 했겠지.

아무리 시작이 텐프로였다지만, 그런 용기가 생길 줄은 몰랐다.

문득 드는 생각이.

내가 타인의 성감대를 볼 수 있는 것은.

모든 여자를 내 배 밑에 깔아보라는 신의 계시가 아닐까?

어서 빨리 저 여자를 따먹으라고 명령하듯 으르렁거리는 뇌기.

생각해 보면 어떻게든 참으려 한다면 참을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본능에 나를 맡기는 것을 선택했을 뿐.

난 전생에 발정 난 개새끼였던 걸까?

아니지? 진정한 개새끼였으면 지금도 눈앞을 지나가는 예쁜 여자란 여자에겐 전부 발정이 났어야 맞다.

그냥 주면 먹겠으나.

굳이 공을 들일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지금 내 발정은 유독 리엔에게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마치 얘는 꼭 먹어야 한다는 이정표가 나에게 새겨진 것만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상연누나나 수지.

나연누나와 연지등.

어떻게든 자빠트려 보려고 집착하게 되는 여자들이 있는 것 같다.

그녀들의 공통점은 뭘까?

확실히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느낌이다.

나연누나에게서 보였던 그날의 신비한 기분.

연지 역시 귀신인 윤지를 달고 있지 않은가?

눈앞의 리엔 역시 평범함과는 다른 신비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물론, 누구라도 시선을 떼지 못 할 정도의 미인들이기도 하고.

연지 같은 경우는 조금 많이 숨겨진 원석일 뿐이다.

음... 나는 리미티드에디션을 선호하는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새로운 것을 깨달았다.

직원이 구워주는 민물장어를 게눈 감추듯 쏙쏙 집어먹던 리엔이 묻는다.

이미지와는 다르게 볼까지 가득 넣어 흡입하는 그녀.

그녀의 말랑해 보이는 볼살이 볼록한 모습은 꽤 보기 좋은 눈요기가 된다.

“그냥 인연이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해서요.”

우연을 가장한 인연으로 스타트를 끊어본다.

“인연이요?”

“네. 우연한 사고로 길거리에서 처음 마주 친 두 남녀가 함께 장어를 먹고 있는 것도 신기하지 않아요?”

“푸훗. 그건 그래요.”

그런데 정말 한국말을 잘하기는 한다.

확실히 동양인의 얼굴외형을 하고 있지만, 토종 한국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한국말을 잘하세요. 정말 한국 사람은 아니죠?”

“네.”

진실.

진실이 보이고는 있으나, 이 능력이 그렇게 완벽하지만은 않다.

조금 포괄적인 카테고리를 제시해 주는 것 같다고 할까?

거짓과 진실을 구별하는 눈은.

상당한 메리트를 지니고는 있지만.

그것이 장점만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이라면 으레 약간의 거짓이 섞인 농담이라던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을 에둘러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모두가 거짓으로 보이기에, 색안경을 끼게 되는 경우가 생겨 버린다.

그래서 상연누나나 가까운 이들과의 대화에서는, 굳이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려 하지 않는다.

나는 리엔의 나이를 알고 있었지만.

다시금 나이를 물어본다.

“몇 살이세요?”

“스물 둘이에요. 아... 한국 나이로는 스물 넷 인가? 한국은 나이 표기가 조금 복잡한 것 같아요.”

“그건 그렇죠. 생일 지났어요?”

“아니요. 그런데 아까 보신 거 아니네요?”

“엌... 알고 계셨구나. 어찌되었든 저보다 어리시네요.”

“인한씨는요?”

“저는 스물여섯 입니다. 흠흠...”

“그 표정은 오빠라고 불러달라는 그런 뜻인가요?”

“어? 리엔씨는 정말 눈치가 빠른 데요?”

“푸흐흐~ 조금 어색하기는 한데... 우리 술 한잔할까요?”

이건 운명적인 만남이 맞다.

이렇게나 뜻이 잘 맞아떨어져서야.

리엔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 발 앞서 알아서 척척 꺼내주고 있다.

그렇게 맥주와 소주를 시켜 손수 제조한 폭탄주를 타 준다.

술기운을 빨리 돌리는 데에는 폭탄주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말씀.

한 잔, 두 잔, 술이 쭉쭉 들어가고 어느 순간부터 리엔은 나에게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슬쩍 말을 놓고는 동생처럼 대했고.

그렇다고 리엔을 여동생으로 보는 것은 절대 아니다.

“술 잘 마시네.”

“오빠야말로 너무 잘 마시는 거 아니에요?”

살짝 홍조를 띤 얼굴로 반쯤 감은 눈은 상당히 뇌쇄적으로 보인다.

테이블에는 우리가 마신 술들이 죽 나열되어 있었다.

맥주 다섯 병에 소주 세 병째.

맥주 다섯 병 분량을 폭탄주로 마시고 소주를 마시는 중이다.

“이게 바로 남자~”

“우와~ 팔뚝 장난 아니다!”

팔을 들어 알통을 만들어 보이자 눈을 반짝이며 잡아보는 리엔.

“이 정도 기본 아니야?”

“이 정도가 기본이라면 세상 남자들을 전부 적으로 돌리는 거예요. 오빠 운동선수예요? 차도 엄청 비싸 보이던데. 혹시 유명한 운동선수?”

팔에 달라붙어 질문을 하는 덕에 리엔의 채취가 훅하고 몰아친다.

조금은 느끼하고 비린 장어냄새 사이로 파고드는 여성의 페로몬.

은은한 땀 냄새와 더불어, 나오기 전 씻으며 사용했을 바디워시의 향기.

그리고 약간의 화장품 냄새.

독한 향수의 냄새는 맡아지지 않는다.

향수 냄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천연적인 미인의 페로몬은 그 자체로도 진귀한 향기다.

“그냥. 운동을 좋아할 뿐이야. 지금은 그냥 사업하고 있고.”

“어? 그 말로만 듣던 골드스푼?”

“푸하하. 그런 거 아니야. 그나저나 배도 부르고. 기왕 이렇게 된 거 한 잔 더 하러 갈까?”

“오빠~ 말을 피한다요?”

그렇게 리엔과 나는 2차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내가 계산을 하려 했지만, 극구 자신이 하겠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지 그녀에게 계산을 맡겼다.

‘여기 생각보다 비쌀 텐데...?’

아니나 다를까 원래부터 창백한 얼굴로 울상이 된 리엔의 얼굴이 보였다.

“거 봐. 내가 한다고 했잖아.”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요! 그럼~ 2차는 오빠가 사줘요!”

“좋아~ 가고 싶은 곳 있어?”

“데이트도 안 해 봤어요? 한국에서는 남자들이 알아서 척척 정한다면서요?”

“그런 말은 어디서 들은 거야?”

“인터넷에 다 나와 있네요.”

그래서 선택한 곳은 라운지 바.

이미 적당히 알딸딸한 상태에서 마시는 칵테일은 취기를 급격히 올려 준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기에 손님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분위기를 내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당분간은 한국에 있겠네?”

“네. 제가 하려는 것은 한국에서밖에 할 수 없거든요.”

“뭔지 궁금하긴 하지만 굳이 묻지는 않을게.”

리엔이 살짝 풀린 눈으로 나를 주시했다.

반쯤 감긴 눈의 눈동자는 흑요석처럼 검게 반짝인다.

병원에서도 느꼈지만, 참으로 특이한 눈동자다.

“별거 없어요. 지워 버리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지워 버리고 싶은 거?

설마, 임신? 은 아닌 것 같고.

“후후~ 무슨 생각한 거예요? 내가 임신이라도 해서 애라도 지우나 싶어서?”

뜨끔.

한순간 그런 생각을 했기에 나모 모르게 괜히 칵테일을 들이킨다.

그러곤 습관적으로 켰던 진실의 눈을 지워 버렸다.

리엔이 말한 지워 버리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진실이었다.

그것을 확인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흠...

조금은 머쓱한 마음이 들어 다른 질문을 해 본다.

“숙소는 잡았어?”

그녀는 미간을 찡긋거리며 골똘히 나를 바라봤다.

저렇게 대놓고 주시하고 있으니 이상하게 가슴이 콕콕 찔리는 느낌이다.

“그건 왜 물어요?”

“아니, 그냥. 늦어지면 곤란해질까 싶어서.”

“아직 안 잡았어요. 당분간은 호텔에서 머물까 생각 중 이에요. 그런데 오빠는 왜 나한테 잘해주는 거예요? 오늘 처음 봤잖아요. 내가 수상한 사람일수도 있고, 나쁜 사람일수도 있잖아요?”

수상하고 나쁜 사람의 입에서 본인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지는 않겠지.

더군다나 이런 미인이라면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솔직히 말해도 돼?”

“네~”

“처음 마주친 상황에서 내가 곤란할까 싶어 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어. 그리고 폐를 끼치지 않으려던 모습도 그렇고.”

리엔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게 다예요?”

“아니, 그리고 너무 예뻐서.”

리엔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뜨여진다.

“네에? 푸훗~ 예뻐서... 제가 예쁜가요?”

“예쁘지. 이렇게 함께 칵테일을 마시고 싶을 만큼.”

“오빠, 알고 보니 응큼한구석이 있네요?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하실 건데요?”

그 말에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직접 어떻게 할 거냐 물어 올 줄이야.

그 당황하는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팔을 궤고 있던 리엔의 입가로 미소가 번진다.

성감대가 안 보여서, 하나도 개발이 안 된 처녀인가 했는데.

생각보다 깜찍한 구석이 있는 여자다.

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입을 벙긋거리고 있자 리엔의 도톰한 입술이 먼저 열린다.

“저랑 호텔에서 한 잔 더 할래요?”

무언가 말을 뱉어내려던 나는.

다시 한 번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눈만 껌뻑이는 신세가 되었다.

어째... 자꾸 한 템포씩 늦게 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리드 당하는 느낌이다.

리엔.

호감 : 65

신뢰 : 10

애정 : 7

그런데 많이 친해졌다 생각했는데 수치가 잘 안 오르네?

이 정도로도 호텔에 함께 갈 정도란 말인가?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