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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130화 (130/297)

2. 사냥꾼.(102)

2. 사냥꾼.(102)

호텔에서 한 잔 하자더니 어찌된 것인지 끌려온 곳은 외곽의 은밀한 공원 옆 굴다리.

라운지 바의 직원에게 열심히 좋은 호텔을 추천받았던 것은 이내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두근. 두근.

촉촉하고 부드러운 입술이 닿는 그 느낌은 부드러운 솜사탕이 녹아드는 것만 같았다.

리엔의 감긴 눈 위로 기다랗고 새까만 속눈썹이 파르르 떨려온다.

굴다리 밖으로 깜빡이는 노란 가로등 불도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치 불량 청소년이 되어 으슥한 곳에서 나쁜 짓을 하는 것만 같은 묘한 스릴이 있었다.

이런 외모와 매력적인 몸매로 이 나이까지 처녀일까라는 의문을 품었었는데.

어쩌면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 것만 같다.

설마, 잠깐 사이에 이런 이벤트를 준비할 정도로 적극적일 줄이야.

부드러운 입술이 비벼지고 강인한은 조심스레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말랑하고 달콤한 혀를 맞이했다.

츄우웁. 츄웁.

리엔의 기다란 혀와 이를 맞이한 강인한의 혀가 뒤엉킨다.

쩌어업. 쮸우웁. 츕.

키스가 진해질수록 입술위로 번지는 타액 또한 그 양이 많아진다.

공기와 마찰되어 코로 스며드는 타액의 냄새는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약의 효과라도 있는지 두근거리는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이는 리엔도 마찬가지였는데 강인한과 맞닿은 부분은 어김없이 짜릿한 느낌이 전해졌다.

맞잡은 손도 그러했고, 입술이 그러했다.

그리고 그의 입 속을 노니는 혀 또한 그러했다.

그것들이 모여 그녀의 심장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또한, 아랫도리로 몰리는 알싸한 기분은 실로 처음 느껴보는 것의 감각이다.

‘리엔... 정신 차려!’

리엔은 애써 그 감각들을 외면하며 오늘 작정한 것을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강인한을 죽이는 일.

무언가 이상한 기분을 들게 만드는 남자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상대가 죽거나 말거나 상관할 바가 아니다.

아니, 지금 강인한에게 죽음을 주는 것은 최소한의 배려인 것이다.

주르륵.

강인한은 갑자기 흘러들어오는 타액의 양이 많아짐을 느꼈다.

이상하리만치 달콤한 꿀을 삼키는 것 같은 기분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꿀떡. 꿀떡.

리엔의 타액은 홍수라도 난 것처럼 계속해서 목을 타고 흘러들었다.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던 강인한은, 조금씩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침이 많은 사람은 실로 처음이다.

‘뭐... 뭐지?’

찌릿.

조금씩 식도를 시작해서 위장으로 가는 길목이 아릿해짐을 느낀다.

“우웁!”

그러던 것이 조금씩 통증을 부풀려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리엔이 입술을 떼어내며 그의 귓가에 낮게 속삭인다.

“미안해.”

타다닷.

깍지를 끼고 있던 손을 놓으며 재빠르게 뒤로 물러나는 리엔.

그 모습이 흡사 재빠른 고양이와 같다.

“리... 리엔... 큭...”

강인한은 혼란스러운 눈빛이 되어 리엔을 바라봤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리고 미안하다니?

목구멍부터 차근차근 번져가는 알 수 없는 통증은 뭘까?

혹시 독?

“너무 무지했어.”

“으윽... 이... 이거 설마... 리엔이?”

리엔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그의 모습.

당연한 것을 어찌하여 되묻는 것이란 말인가.

“아니라고 해 주길 바라는 거야? 하지만 미안해. 나는 널 죽이려고 접근한 거야.”

“뭐... 뭐!? 왜... 도대체... 왜?”

강인한은 충격과 혼란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도대체 왜? 오늘 처음 본 리엔이 자신을 죽이려 한단 말인가.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서야. 차라리 오늘 나에게 죽는 것이 다행일 거야. 그렇지 않았다면 잔인하게 죽게 되거나 실험을 당하게 되었을지도 모르지.”

강인한의 눈이 매섭게 일그러졌다.

오늘 처음 보았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하루를 함께 보내며 제법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니.

“큭... 그럼... 전부 거짓이었던... 거냐...”

리엔은 저 남자의 질문이 실로 미련하다고 생각했다.

거짓이든 아니든 그것이 뭐가 중요하다는 걸까.

결국은 자신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진실이건만.

“맞아. 하지만 너와 함께 있던 시간은 나쁘지 않았어. 하지만 나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거든.”

어둠 속에 음영 진 리엔의 얼굴이 껌뻑이는 불빛에 잠시 비춰진다.

여전히 창백한 피부와 새까맣게 검은 눈동자가 강인한을 주시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너무나도 음울해 세상의 모든 불행과 증오를 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왜! 꼭 해야만 하는 것에 내 죽음이 필요하지? 쿨럭... 그것에 내가 연관되어 있다는 거야? 쿨럭...!”

기침을 한 강인한의 목구멍을 타고 걸쭉한 핏덩어리가 튀어나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진다.

이를 본 리엔의 안색이 더욱 어둠으로 물들었다.

“너에겐 정말 미안해. 나도 내 복수와 관련 없는 이를 죽이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네가 구상두를 죽이고 제임스네를 죽이면서 연관이 되어 버렸어. 겨우 이런 것에 당하고 죽을 수준이면 지금 죽는 것이 너에겐 행운일 거야.”

“그렇다면 네가 이런 일을 벌일 필요도 없었다는 거잖아!”

“그래... 하지만 확인해 보고 싶었어. 네가 그놈들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을지에 대해. 내가 아니어도 어차피 죽어. 사실... 죽일까 말까 고민하기는 했어. 하지만 나에게 즐거움이라는 것을 알려 준 너를, 배려해 주기로 했어. 편안한 죽음을 주기로.”

“큭... 그런 모순 따윈 필요 없어... 왜... 내 목숨을 네 멋대로 쥐락펴락하는 거야!”

강인한의 악에 바친 얼굴에 리엔의 얼굴이 살짝 흔들린다.

잠시 눈가를 찡그린 리엔의 얼굴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냉정을 되찾는다.

“너도... 그쪽 사람이냐?”

“지금은 그래.”

“그... 말은...?”

“내 복수의 대상이기도 하니까. 지금 네 눈을 보니까 상당히 고통스러워 보이네. 내가 그 고통을 덜어 주도록 할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답이야. 그럼... 잘 가.”

이상하게 말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 혼란스럽다.

그러함에도 리엔의 손엔 언제 집어 들었는지 나이프 하나가 들려 있었다.

이대로 목을 베어내면 뒤처리하기가 번거롭기는 하지만, 그가 독의 고통 속에 죽어 가는 것이 보기 힘들었다.

어찌하여 그런 기분이 드는지는 모르겠다.

강인한과 오늘 하루를 보내며 과연 어떤 것이 최선의 방법일지에 대해 생각했다.

쌍둥이의 계획에 약간의 변수만 만들어내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확실히 그는 보통 사람과는 다르게 범상치 않아 보였으니 말이다.

최소한 쌍둥이가 폭주하기만 해도 나쁠 것이 없었다.

그랬었는데 완전하게 죽이는 것으로 생각을 바꿔먹었다.

그렇게 되면 그녀의 이번 계획은 완전히 무산되겠지만.

언제든 기회는 다시 찾아올 것이라 여겼다.

그저... 눈앞의 강인한이 최소한의 고통으로 죽기를 바라게 되었다.

쌍둥이는 그만큼 잔인하고 미친놈들이기에.

오늘 하루 유쾌한 하루라는 것을 준 그에게 보답하는 길은 이대로 죽여주는 것.

“잠깐!”

강인한의 외침에 리엔의 손이 허공에 멈칫했다.

그녀의 눈은 무엇이냐 묻고 있었다.

“어차피 죽을 거. 네 칼에 직접 죽고 싶지는 않아.”

움찔.

리엔의 반듯한 눈썹이 어김없이 꿈틀거렸다.

그녀가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한다 싶을 때 나오는 반응.

짧은 시간이었지만, 강인한은 이를 알 수 있었다.

“아마도 내가 이대로 독에 죽는 것이 처리가 편하겠지?”

끄덕.

“이 고통은 내가 감수할게. 대신... 죽기 전까지 대화를 좀 해 줘.”

리엔의 눈동자가 의문을 담고 강인한을 주시한다.

정말이지 황당한 말이지 않은가.

죽음으로 몬 이에게 대화를 요청하다니.

“부탁이야...”

그 말에 허공에 멈추어진 리엔의 손이 스르륵 하고 내려간다.

“알겠어.”

“궁금한 게 있어. 쿨럭... 계속해서 날 배려한다고 했는데... 그 말은... 사실 너는 날 죽이고 싶지 않다는 거야?”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거지?”

리엔은 이 남자가 그딴 것을 왜 물어 오는지 의문이 들었다.

대부분 죽음을 앞둔 이들은 살려달라고 애원하거나, 지독한 원망과 증오의 말을 내뱉는다.

강인한에게 주입한 것은 정염귀의 피로 만든 독.

병원에서도 어쩔 수 없는 독극물이다.

결국은 무슨 짓을 해도 죽는다는 말.

그 말은 결국 자신의 손에 죽게 되는 것이다.

겨우 저따위 대답을 질문으로 던지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진실.”

“그래. 나는 너를 죽이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너는 오늘 죽지 않으면 오히려 나를 원망하게 될 거야. 왜 그때 죽이지 않았느냐고.”

“그... 그렇군... 그렇다면... 나를 노리는 놈은 정확히 누구지...?”

리엔은 강인한의 물음에 한숨을 내뱉었다.

“휴... 오빠... 차라리 유언을 말해 줘. 원하는 사람에게 그 유언을 전해주도록 할게. 그게 오늘 하루에 대한 보답이야.”

“크크큭... 아니. 내 유언은 없어. 그냥 죽기 전에... 쿨럭...”

벽에 기대 있던 강인한이 비틀거리며 바닥으로 철퍼덕 무너져 내린다.

“궁금함을 풀고 싶은 뿐이야...”

리엔은 그런 강인한을 보며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이제야 독이 전신으로 번진 모양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벌써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겠지만, 강인한은 확실히 보통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 해도 죽음을 피할 길은 없으리라.

“웹의 운영자를 맡은 쌍둥이. 원래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놈들이거든. 그놈들이 살인충동을 억누르고 은밀히 하던 것이 너 때문에 전부 망가져 버렸어. 그 때문에 지금까지 억눌린 놈들의 본성이 튀어나왔지. 걔들이 널 죽이려 들 거야. 아니면 온갖 실험을 하거나...”

“그랬군... 만약에 내가 독에 당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려고 했지?”

“휴우... 왜 그런 것이 궁금한지 모르겠군... 독이 아니더라도 나는 너를 죽이려고 했을 거야. 나에게 당할 정도면 너는 결국 살아남지 못 할 것이니까.”

리엔은 쌍둥이 둘을 상대할 자신은 있었지만.

그 간악한 놈들이 흉계를 단단히 꾸미고 싸움을 걸어온다면 자신도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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