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냥꾼.(104)
2. 사냥꾼.(104)
강인한을 두고 장소를 벗어난 리엔은 서둘러 쉴 곳을 찾았다.
그런 그녀의 두 눈에 낡은 모텔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은 거칠어진 숨을 뱉어내며 카운터로 향했다.
“방 하나 주세요...”
주인인 듯 보이는 이가 내주는 열쇠를 받아들고는 객실로 들어섰다.
문을 닫고 걸어 잠근 그녀는 침대로 쓰러지듯 풀썩 몸을 묻는다.
“하아... 하아...”
그녀 안의 어두운 기운이 요동을 치고 있었다.
온갖 더러운 것들의 사념이 담겨 있는 기운.
더럽고 추악한 기운이 옆구리를 중심으로 발악을 하고 있었다.
겨우 단 한 방.
강인한과 접촉할 때마다 기운들이 심상치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공격으로 돌변하자 이렇듯 위협적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마치 색이 바뀐다고 해야 하나?
언제나 신중하게 일을 처리했지만, 오늘은 조금 만만하게 보았던 것도 사실이다.
설마, 정염귀의 더러운 피로 정제한 독을 마시고도 멀쩡하게 회복할 줄이야.
거기에 더해 은연중 느껴지던 기운.
그 기운은 그녀의 더럽고 추악한 기운과는 상반되는 기운임에 분명했다.
그의 손길이 자신을 스칠 때마다 정화라도 되는 기분이 들었다.
검정에서 점차 하얗게 변화되는 느낌.
그가 호감으로 그녀를 대할 때는 더러움이 정화되는 기분이었으나.
적의로 대하자 순식간에 바뀌어 버렸다.
그 다정했던 손길이 칼날이 되어 그녀의 몸속을 휘저었다.
“하아... 하아... 그 정도라면... 충분한 역할을 하겠지...”
몸을 일으켜 앉은 리엔은 고통을 억누르며 강인한의 흔적을 지우기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그의 미래는 그가 판단할 일.
그렇다고 강인한에게로 향한 마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어찌어찌 쌍둥이의 마수를 벗어난다한들.
회사에서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다.
어쩌면 자신에게 강인한의 제거나 회유를 지시할지도 모른다.
‘과연 그가 회사의 회유를 수락할까?
왠지 강인한이라면 그러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한 차례 저어 생각을 털어 낸 리엔은 회복에 집중했다.
오늘 하루에 대한 보답은 충분히 했다.
그 끝이 죽기보다 더한 고통일지라도 그것은 앞으로 그의 일.
다만, 그가 무사했으면 하는 바람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피어오른다.
***
‘거참 신기하단 말이야.’
나는 분명 암살을 당할 뻔했다.
암살자가 아무리 쭉쭉 빵빵 예쁜 여자라 하더라도.
나를 죽이려 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자신만의 삐뚤어진 관념에 의한 호의라고 해도 말이다.
만약에 내가 상연누나나 수지가 죽는 미래를 알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고통 없이 죽여준다고는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런저런 일을 많이 겪어서 무뎌진 건가?’
어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내 머릿속에 계속해서 떠오르는 것은.
그녀에게서 보이던 어두운 그림자.
그리고 세상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가득한 검은 눈동자.
나는 어쩌면 리엔의 눈동자에서 내 모습을 투영했는지도 모른다.
어릴 적 나에게 벌어졌던 일은.
그만큼 지독한 것이었기에.
무의식적으로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하나하나 지우개처럼 지워갔다.
그렇게 모든 것을 무의식 안에 가둬두고, 기억이 돌아오기 전까지 살아왔다.
리엔이 어떠한 일상을 살아왔는지 모르지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았다.
어쩌면 내가 겪은 것 이상의 것을 겪었을지도 모르겠다는 것.
그녀의 복수가 향하는 곳은 회사라는 곳.
회사 내부조직엔 사냥꾼 웹이 있고.
그곳의 운영자는 나를 노리고 있었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지?’
그녀가 물러간 지금.
왜인지 모르겠지만.
또다시 나를 죽이려 들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리엔의 무표정한 얼굴에 금이 가던 모습이 생각이 났다.
‘크큭~ 그건 좀 귀여웠지.’
그나저나 그 운영자란 놈이 어떻게 나올지 물어봤어야 하는데.
그 생각을 못 한 것이 꽤 안타깝다.
기왕이면 언제 후두려 맞을까 싶어 노심초사하는 것보다야.
조금이라도 알 고 있는 것이 마음이 편할 테니 말이다.
어찌 되었든 리엔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도 확인했다.
리엔.
호감 : 65->70
신뢰 : 10->20
애정 : 7->22
나랑 키스하면서 그만큼 좋았다는 말 아니겠어?
그것이 살 떨리게 살벌한 독극물 키스긴 했지만.
죽음을 위협받았지만 어째 나 또한 호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독극물키스로 본능만을 깨워 버린 나는.
상연누나의 오피스텔로 돌아와 그녀를 밤새 괴롭혔고.
으르렁거리는 뇌기를 비로소 달랠 수 있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이.
성교하고 나면 뇌기의 상태가 상당히 얌전해진다는 것이다.
이것을 깨달은 것은 강남의 텐프로 비너스에서였는데.
그날은 정신이 있음에도 제정신이 아니었던 날로 기억한다.
그러던 것이 세 여성과 관계를 하며 잠잠해지는 것을 느꼈더랬다.
‘만약에 방치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런 상태에서 그대로 방치가 된다면 어떻게 될지 실로 궁금해진다.
하지만 그런 모험을 할 만큼 담력이 좋지는 않다.
왜 무협지에서도 많이 나오지 않는가.
주화입마.
정말 그런 것처럼 뇌기를 감당하지 못해 폐인이 된다거나, 광인이 되는 것은 정말로 사양이다.
문제는 너무나 주체할 수 없는 성욕.
나와 관계를 맺는 것은 여자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를 상연누나 홀로 감당하는 것은 버겁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밤새 다섯 번이나 사정하며 괴롭혔기에.
상연누나는 기절이라도 한 듯 잠들어 있었다.
항상 나보다 늦게 일어나기는 하지만.
인기척을 느끼면 눈이라도 잠시 뜨던 누나가 반응도 없이 섹섹거리며 아기처럼 안겨 자고 있다.
나는 사랑스러운 눈으로 굴곡진 여체를 눈에 넣었다.
손을 가져가 봉긋한 가슴을 주물러본다.
말랑말랑.
한 손으로 모자라 넘치는 가슴은 탄력을 잃지 않았다.
첨단에 자리한 유실을 잡아보자 살짝 몸을 떤다.
아직은 별 반응 없는 말랑말랑한 상태.
이어서 부드러운 배를 보듬으며 살짝 튀어나온 치구에 손을 얹었다.
움찔.
너무나 매끄럽고 부드러운 촉감이 전해진다.
상연누나의 중앙은 언제 만져도 꺼끌함따위는 느낄 수가 없다.
슬쩍 고개를 들어 그녀의 중앙을 눈에 담았다.
얌전한 모습으로 봉우리를 닫은 음부.
어젯밤의 격렬함을 알리기라도 하려는 듯 잔뜩 붉게 물들어 있다.
열상이라도 입었는지 제법 통통한 모습에 손바닥으로 살살 쓰다듬어 준다.
욱신.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하는 아랫도리.
하지만 이 이상은 상연누나에게 고통만을 줄 뿐이라는 것을 안다.
뒷구멍역시 붉게 물든 모습에 애써 성욕을 잠재웠다.
준비하고 나가기 전 젖이라도 빨고 싶었지만.
이내 떨쳐 버리고는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별장으로 떠나는 날.
시간을 맞춰 가려면 조금은 서둘러야 할듯하다.
데리러 간다고 떠벌려 놓고는 늦어 버리면 그보다 민망한 상황은 없으리라.
“으음... 나가는 거야...?”
힘겹게 샛눈을 뜨며 물어 오는 상연누나.
“응. 더 자.”
“으응... 오늘은 푹 자고 싶어...”
내 가슴 대신 베개에 얼굴을 비비는 그녀의 볼에 키스해준다.
쪽.
방을 빠져나와 서둘러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마쳤다.
그러곤 주방으로 가 재빠르게 토스트를 만들었다.
어차피 식빵위에 계란후라이와 야채와 드레싱만 있으면 끝.
간단하게 만들어 도시락 통에 넣고는 드레스 룸으로 들어가 옷을 고른다.
어제 전부 챙겨 놓았기에 지금 입을 옷만 입으면 끝.
청바지보다는 움직임이 편한 펑퍼짐한 검정 슬렉스에 흰 반팔을 입었다.
그 위에 남색의 가디건을 걸치고는 롤x스 서브x리너를 손목에 차준다.
“좋아. 완벽해. 퍼펙트!”
워낙에 몸이 좋기에 뭐를 입어도 제대로 소화가 된다.
역시 남자는 몸 빨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얼굴보다는 몸이지.”
만족하고 나가려는데 내 눈에 가방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것은 정욱아저씨가 나에게 건넸던 장비가 든 가방.
“음...”
잠시 고민하던 나는 가방을 탁자에 올리고 열어본다.
소음기가 달린 총과 탄약.
단검 3개, 손도끼, 이건 뭐라고 하더라? 정글도?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단단해 보인다.
일반 시중에서 파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손도끼는 전부 통 쇠네?”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나는 일단 챙기기로 했다.
정욱아저씨가 가지고 다니라고 했으니 듣는 것이 좋겠지.
모든 준비를 마치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자, 가운을 걸친 상연누나가 비척거리며 방을 나왔다.
“이제 가는 거야?”
“응.”
“잘 다녀오고. 사고 치지 말고.”
엄마처럼 말하는 모습에 나는 피식하고 웃어 버렸다.
“네 엄마.”
“뭐?”
“사고 치지 말라니까. 엄마 같아서~”
“흥~ 아랫도리 간수 잘하고.”
다소 움찔하기는 했지만, 힘차게 대답해 준다.
“넵~!”
그녀가 앞까지 다가와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인 것 같다.
“갈게.”
“웅... 잊은 거 없어?”
“잊은 거? 내가 애냐? 다 챙겼어~”
“아닌데~ 잊은 거 있는데~”
혹시 지갑을 안 넣었나?
고개를 갸웃거리자 상연누나의 손이 내 젖꼭지를 움켜쥐고는 비틀어 버린다.
“아아! 아파아~”
“정말 잊은 거 없어?”
그러곤 눈을 감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 있었구나?”
나는 그녀의 입술에 쪼옥하고 키스해 주었다.
쪽.
그러자 내 엉덩이를 토닥여 주는 상연누나.
토닥. 토닥.
“으구으구~ 귀여운 내시키~”
나도 상연누나의 두 볼을 양손으로 주욱 늘리며 이리저리 흔들어 주었다.
“으규으규~ 예쁜 내시키~”
“아아아~ 아파~”
“히히~ 그럼 나 진짜 다녀온다?”
“알겠어~”
“아~ 그리고 혼자 돌아다니지 말라고 한 거 잊지 말고.”
“응. 나사장이 데리러 오기로 했다며?”
“그래. 나갈 때 꼭 나사장한테 전화해.”
“네네~ 걱정하지 마세요.”
“나 진짜 간다.”
어쩌다 보니 현관에서 10여분을 지체하고 말았다.
‘이거 조금 아슬아슬 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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