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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134화 (134/297)

2. 사냥꾼.(106)

2. 사냥꾼.(106)

짧은 시간이지만 나연누나와는 꽤 알찬 시간을 보냈다.

점심까지 해결하고 목적지인 연천군의 별장에 도착하였다.

북한과 상당히 가까운 거리기에 울창한 숲이 많은 지역.

비포장 이지만 숲의 중앙을 반듯하게 밀어 차가 수월히 지나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길을 손 본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 상당히 말끔한 모습이다.

그래도 흙먼지가 내 애마에 잔뜩 묻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젠장. 너무 시골이잖아...’

그래도 울창한 숲과 천연의 자연환경만은 꽤 보기 좋기는 하다.

도심을 벗어나 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개인이 관리하기엔 돈이 많이 들었겠는데?”

“그러게. 벌써 10분 째 길을 따라 들어가고 있으니 말이야.”

아무리 콘크리트를 깔지 않았더라도 이 정도 길이의 길을 정비하려면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을 거다.

아무리 별장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숲의 안쪽에 지어놓은 것을 보면, 이은지의 친척인지 삼촌인지 하는 사람도 괴짜라는 생각이 든다.

“저기 별장 보인다.”

나연누나의 말대로 정면에 벽돌색의 별장이 눈에 들어왔다.

제법 너른 공터는 별장을 중심으로 둥글게 땅이 골라져 있었는데.

이 또한 평탄화 작업만을 했을 뿐이다.

“아직 완벽하게 꾸민 건 아닌가 보네?”

나는 중얼거리며 공터의 한 귀퉁이에 차를 주차했다.

“성기씨는 도착 안 했나보다.”

차에서 내린 나와 나연누나는 주변과 별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별장은 철근콘크리트로 만든 것이 아닌, 주문 제작한 조립식이었다.

조립식이라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닌 것이.

요즘은 기술력이 좋아 크고 고급스럽게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조립식이네.”

“그런 것도 알아?”

“이런저런 일 많이 해 보다 보니까.”

“요즘은 조립식이 이렇게도 지어지는 구나?”

“응. 미리 다 만들어진 것을 장난감처럼 이렇게 조립하는 거야.”

“정말?”

나는 건물을 둘러보며 이곳저곳 살펴본다.

마치 오늘 가져다 놓은 것처럼 새 것의 느낌이 전해진다.

아무리 오래되었더라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듯한.

건물의 뒤쪽에는 발전기와 커다란 물탱크가 보인다.

그 것들도 전부 새것인 듯 깨끗하기 그지없다.

숲 안에 있다 보니 전기와 물의 공급이 수월할 수 없겠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뭔가 인위적인 느낌이 나는 건 기분이려나?

숲을 진입할 때부터 느낀 것이긴 한데.

굉장히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만 같다.

이곳에 당도한 지금 그 찜찜함은 더욱 배가 되었다.

“숲이면 상쾌해야 할 텐데... 기분이 조금 처지는 것 같아.”

나연누나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으슥한 것 같기도 하고.”

“그치? 둘 만 있어서 그런가?”

“둘이라서 든든하지?”

“뭐라는 거니?”

“이런 곳에서 든든한 남자가 있으니까~ 막 안심이 되고~ 그러지 않아?”

“됐다고 봐~”

그렇게 농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이곳저곳을 살펴보았다.

건물에 먼저 들어갈까도 싶었지만, 은지씨가 온 후에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둘이 한참이나 농을 주고받고 있다 보니 자동차의 엔진소리와 배기음이 들려온다.

“어? 도착했나보다.”

이윽고 모습을 드러내며 다가오는 승합차.

승합차가 공터에 추자를 하고 문이 열리며 일단의 사람들이 내려섰다.

“인한아~”

반가운 듯 손을 흔드는 곰 같은 사내.

그리고 보조석에서 내린 한 여자가 고개를 숙여 보인다.

이 별장을 임대할 수 있도록 해 준 이은지였다.

그리고 뒷문에서 내리는 성기형의 직원들.

“꺄아~ 인한오빠~ 나연언니~”

“이야~ 둘이만 데이트하고 있었어요?”

“우와! 이 차 뭐야? 차 샀다더니! 설마, 이 차가 인한이 차야?”

여직원 둘에 남직원 하나.

직원은 셋이 전부인 모양이다.

원래는 열 명인데 일곱은 개인휴가를 원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별장이 하나이기에 성기형도 흔쾌히 수락한 듯하다.

아마도 인원이 너무 많아 부산스러운 것은 은지씨와 진도가 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생각이다.

서로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는 짐들을 별장 안으로 옮겨 놓았다.

별장의 안은 겉에서 본 것처럼 상당히 컸는데.

1층엔 넓은 거실과 주방, 두 개의 방이 있었고.

2층에는 3개의 방이 있었다.

별장안의 모든 물품들은 손 하나 데지 않은 새 것이다.

“와... 은지씨. 여기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거 갑자기 미안해지는데요? 그런데 용케 이런 곳에 별장을 지을 생각을 하셨네요.”

“삼촌이 워낙에 괴짜라서... 아마 몇 번 이용도 안 하고 방치할지도 몰라요.”

“허... 한두 푼 든 것도 아닐 텐데...”

“그러게 말이에요. 그 돈을 차라리 제 용돈이나 줄 것이지.”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나는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성기형과 이은지를 보며 내부를 살폈다.

아무리 괴짜라곤 해도 한두 푼이 드는 것도 아닌데, 정말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곳에 별장을 짓는 것은 허가 문제도 있을 뿐 더러.

수 키로미터에 달하는 길까지 내면서 지을 필요성이 있나 싶었다.

정말로 돈이 썩어날 정도로 많거나.

정신이 조금 맛이 간 인간일 테지.

“자자~ 먼저 즐기기 전에 방 배정부터 합시다.”

성기형의 우렁찬 음성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고.

별장 안을 구경하던 이들이 모여들었다.

그렇게 방 배정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고.

1층을 남자가, 2층을 여자가 쓰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여자들은 2층 방 중 하나를 이 곳을 구해 준 이은지에게 양보했다.

하나는 친분이 두터운 직원 둘이.

나머지 하나는 나연누나가 쓰는 것으로 합의들을 한 모습이다.

“우리는 어떻게 할래? 내가 주선했으니 내가 혼자 쓰는 건 어때?”

성기형의 말에 의찬이형이 반박했다.

의찬이 형은 서른둘의 나이로 쇼핑몰의 웹사이트를 담당하고 있다.

“에이~ 그건 아니지. 노인 공경도 몰라?”

“형~ 난 사장이잖아~”

“그런 난 소중한 직원 아니냐?”

투닥거리는 둘을 보며 나는 휴대폰을 탁자에 올린다.

둘의 시선이 그런 나를 향했다.

“형들~ 그냥 공평하게 주사위 돌려.”

“와... 인한이 그렇게 안 봤는데. 성기한테 나쁜 것만 배웠어. 노인은 우대해 줘야 하는 거야.”

“누가 보면 칠십 먹은 노인인 줄 알겠네. 그러니까 형도 성기형처럼 애인이 없는 거야. 고지식해서.”

“뭐... 뭐? 와...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애인이 있는지 없는지?”

“있었으면 여기 올 수나 있었겠어? 애인 있는 사람들 다 빠진 거 몰라?”

그 말이 펙트인 듯 인찬형의 얼굴이 시무룩해진다.

“크크큭~ 인한이가 펙트를 집었네.”

“형은 뭐가 좋다고 웃어. 마찬가지면서~”

그 말에 누가 들을까 싶어 소리를 낮추며 강한 어조로 말한다.

“뭐? 야! 난 지금 썸 타고 있거든?”

“형 혼자 생각 아니야?”

“허~ 인찬형. 올 때 봤지? 분위기 좋은 거.”

“분위기? 은지씨는 거의 잠만 자던 것 같은데?”

“아~ 빨리 주사위나 돌립시다들~ 그럼 나부터 합니다.”

“야야~ 노인공경~ 나부터.”

인찬형이 재빨리 휴대폰을 뺏어 들고는 화면을 마구 터치한다.

그 손길에 화면 안의 주사위가 이리저리 튀며 굴러다녔다.

인찬이 형이 손을 떼자 구르던 주사위가 멈춰 섰다.

“푸하하하하~”

옆에서 고개를 내밀고 이를 보던 성기형이 웃음을 터트렸고.

나도 화면에 멈춘 주사위를 확인했다.

두 개의 주사위는 각각 하나의 점을 내보이고 있었다.

“흐흐흐~ 인찬이형은 당첨~ 음료수내기 주사위를 그렇게 굴려 봤어도 2는 처음본다. 낄낄낄~”

“이런~ 썅~ 나 안 해!”

“어허~ 어찌 어른께서 아이도 하지 않을 투정을 부린단 말이오~ 자 이제 이리 주시오.”

씩씩거리는 인찬형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듯이 가져간 성기형이 화면을 터치했다.

데구르르르.

화면 안을 마구 구르는 두 개의 주사위.

“하하하하~ 그렇게 웃을 때부터 알아봤다. 어...? 그런데 이거 좋은 거 아닌 것 같은데?”

성기형의 주사위는 2와 3를 나타내고 있었다.

“아 젠장~ 나도 형이랑 쓰는 거 싫거든?”

“인한아~ 제발 5밑으로 부탁한다. 저런 곰이랑 한 방을 쓸 수는 없다.”

“아직 모르잖아~ 자~ 나도 굴립니다~”

또르르르르.

손을 터치하자 다시금 굴러가는 주사위.

“하아~ 젠장~ 밤까지 이 형이랑 보내야하다니. 나 오늘 안 자. 밤새고 술 마실 거야!”

“오호~ 그거 좋은 생각이다. 그럼 나는 혼자 푹 자야겠다~”

내 주사위는 6,6 합쳐서 12였다.

내가 또 이런 내기는 쉽게 지지 않은 편이다.

“크크큭~ 전 오로지 여자만 환영입니다. 그러니 방은 나 혼자 쓰겠습니다~”

각자의 방이 정해졌고.

나는 혼자 쓰게 된 방에 들어가 짐을 정리했다.

혼자 쓰는 만큼 옆방과는 달리 화장실이 없다는 것은 단점이기는 했다.

가을로 접어들며 밤에는 쌀쌀하기에 후드가 달린 트레이닝복을 걸쳤다.

거실로 나와 남자들끼리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있으니, 옷을 갈아입은 여자들이 하나둘 준비를 마치고 나왔다.

숲에 자리하다 보니 도심보다 쌀쌀하기에 겉옷을 하나씩 위에 걸친 모습.

그중 나연누나의 모습은 확실히 눈에 뛴다.

츄리닝을 입어도 그 미모가 어디 가는 것은 아닌가 보다.

이은지도 나연누나 옆에 있어서 그렇지, 늘씬한 몸매와 섹기어린 얼굴로 남자들의 눈길을 충분히 사로잡을 외모다.

성기형이 공을 들이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별장에 놀러왔으니 밖에서 고기를 구워야겠지? 밖에는 벌레들이 많으니까 남자들이 천막을 치고 고기구울 준비를 할게. 여자 분들은 사 온 것들 분류하고 세팅해 주는 것으로? 어때?”

“그렇게 할게요.”

이은지가 대답하며 여직원들과 나연누나를 돌아보자 그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우리는 나가서 준비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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