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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146화 (146/297)

2. 사냥꾼.(118)

2. 사냥꾼.(118)

좀비들을 비교적 수월하게 물리친 우리는 번갈아 가며 잠을 청하기로 했다.

갑작스레 이면의 경계에 휘말리며 정신적인 압박들을 받은 터라 알게 모르게 피곤을 느끼고 있을 거다.

언제까지 평화가 유지될지 모르는 지금.

쉬어놓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제비뽑기로 경계인원을 3개조로 나누었고.

순번 또한 제비뽑기로 정했다.

경계를 서는 시각은 조당 3시간.

무조건 중간은 걸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건 또 제법 운이 따르는 편이다.

성기형과 장수언이 한 조가 되었고.

득구, 명우, 이은지가 한 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바라마지 않던 나연누나와 한 조가 되었다.

순번 또한 운이 따라주었는데.

가장 바라던 3번째가 되었다.

첫 번째는 성기형과 장우언이 맡았다.

중간에 낀 이은지 조의 얼굴들이 구겨지는 것이 보였지만 동정심 따위는 들지 않는다.

어차피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무조건 먼저 쉬는 것이 제일이다.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는 전부가 쉬고 난 후 다시 상의하기로 했다.

당장에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였고 말이다.

그렇게 쉬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 방문의 손잡이를 잡는데.

뒤에서 나연누나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바로 쉴 거야?”

“어?”

내가 멍청한 얼굴이 되어 그녀를 바라보자.

“바로 잘 거냐고.”

“아니... 바로 잠이 올 것 같지는 않아.”

“그럼. 이야기나 좀 할까?”

나연누나가 먼저 이야기를 요청한 적이 있었던가?

없다.

대부분이 내가 그녀에게 다가 갔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대답한다.

“그래.”

먼저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나연누나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집이 아님에도 왜인지 여자의 방에 초대받은 느낌이랄까?

적당한 크기의 방엔 화장실과 자그마한 테라스도 딸려 있었다.

침대에 털썩하고 주저앉는 그녀.

나는 침대 옆에 있는 테이블 의자에 엉덩이를 묻었다.

잠시간의 정적이 휩쓸고 지나간다.

비록 방은 어둡지만 내 시력으로는 제법 정확하게 사물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나연누나도 나를 정확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겠지.

어둠의 음영이 진 나연누나의 실루엣은 우리의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속이려던 건 아니야.”

문득 들려오는 그녀의 음성.

자신의 정체를 숨긴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일까?

그것이 나에게 미안할 것이 아님에도 나연누나는 사과해 왔다.

“미안해.”

잔잔한 울림을 딛고 나연누나의 말이 조용히 이어진다.

“나는 일성그룹 2남2녀 중 막내야.”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커다란 글로벌 기업.

상위 세 개의 기업은.

대한민국의 대통령도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의 힘과 명예를 거머쥐고 있다.

일성그룹.

KS기업.

대한생명과학.

세월이 지나며 이름이 바뀐 곳도 있지만.

그들의 위세가 꺾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의 뒤를 받치는 것은 국가가 아닌 세 기업이라 봐도 무방하다.

평범함을 뛰어넘는 초월적인 유전자.

원래는 한반도의 삿된 것들을 멸하는 가문으로 시작하여 현대에 와서는 자본을 거머쥔 거대 세력이 된 것이다.

지금도 세상의 이면에 대항하는 것은 이들이라 보아도 무방했다.

그들의 능력은 유전적인 것으로.

초인의 영역에 다다른 이들끼리의 교합에서 유전이 이어진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정략결혼이라는 것이 생겨났고.

그들끼리의 유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연누나는 초인끼리의 교합에 의해 태어난 것이 아니었다.

일반인.

다른 형제들과는 달리 일반인에게서 태어난 그녀는 말 그대로 반쪽만을 물려받은 것.

육체 능력은 초인의 영역에 가까웠으나.

그 이외의 이능은 얻지 못했다.

그렇게 대략 자신의 상황에 대해 설명한 그녀.

그런데 뜬금없이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일까?

“나는 결혼 내정 자가 있어.”

그 말에 내 눈은 찢어질 듯 부릅떠진다.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 정도 짐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직접 그 말을 나연누나의 입에서 들으니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도 알아.”

김나연.

호감 : 85->100

신뢰 : 65->70

애정 : 70->80

말을 하는 그녀의 수치는 이 전보다 더욱 올라가 있었다.

“나도 너에게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

진실.

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수치로 보는 것과 입으로 직접 듣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기에 받아들일 수 없었어. 미안해...”

안타깝다.

미안하다는 말이 이토록 안타깝게 들려보긴 처음이었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나연누나.

말 그대로 그녀의 가문에서 나와 이어지는 것을 용납할 리가 없었다.

“누나...”

내가 말끝을 흐리던 그때.

나연누나의 눈이 맑은 호수처럼 반짝인다.

“그런데 넌 초인이잖아?”

“어... 어?”

모르겠다.

내가 정말 초인인 것인지.

아니면 특이한 계체인지는 말이다.

어찌 되었든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더구나 굉장히 특별한 것 같아.”

심장이 다시금 요동을 쳐 왔다.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무사히 나간다는 보장도 없어. 어떻게 생각... 해?”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에 나는 고개를 힘차게 저었다.

“아니야. 나갈 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누나랑 성기형을 데리고 나갈 거야.”

“나도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아직도... 나를... 음...”

말끝을 흐린 나연누나의 얼굴이 확 하고 붉게 달아올랐다.

고개를 푹 숙이는 모습에서 무언가를 고민하고 있음이 여실히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생각보다 눈치가 없는 놈이 아니다.

그린 라이트!

분명하다.

누나가 저리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는 적절하게 치고 나가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나는 황급히 대답했다.

“난 아직도 누나를 좋아해.”

나연누나의 숙여졌던 머리가 번쩍 들렸다.

“으... 응...?”

저토록 당황스러운 얼굴이라니.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이었다.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얼굴은 붉다 못해 터질 듯 새빨갛다.

“누나도 내가 좋은 거지? 그렇지?”

“으... 응...”

모기처럼 가는 목소리로 대답한 그녀가 다시금 고개를 푹 하고 묻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꿇어앉았다.

푹 숙이고 있는 얼굴과 치마위에 겹쳐 올려 진 양손.

그 다소곳한 모습이 너무나 설렌다.

나연누나의 손 위에 내 손을 겹쳐 올렸다.

바르르 떨리는 울림이 손바닥에 전해진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눈을 내리깔고 있는 누나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의 포개어진 손을 풀어 양손으로 맞잡는다.

그리고 내 얼굴을 조금씩 그녀의 얼굴로 이동시켰다.

가까워지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동자가 떨려온다.

점점 더 진해지는 나연누나의 향기가 뇌를 잠식해 간다.

단전에 웅크린 뇌기가 맛난 먹이를 찾았다는 듯 날뛰기 시작했다.

“자... 잠깐... 인한아...”

입술과 입술이 닿을 찰나.

이를 막아서는 음성에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렇게 가까운 것에 긴장이라도 한 듯 그녀의 호흡은 상당히 빨라져 있었다.

“왜...?”

“너... 넌... 만나는 사람 있잖아...”

무언가 망가진 것처럼 계속해서 말을 더듬는 모습이 귀엽게만 느껴졌다.

나연누나가 말하는 사람은 상연누나라고 짐작했다.

그날 병원에서 마주쳤을 때, 여자의 감이 발동이라도 한 모양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수는 없다.

이런 분위기가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상황.

무조건 밀고 나가야 한다.

“누나. 다른 생각하지 말고 나에게만 집중해 줘.”

나는 그녀의 허리를 단숨에 감싸며 입술을 부딪혀갔다.

“후웁!”

예고 없는 행동에 당황한 나연누나의 눈이 놀란 토끼마냥 부릅떠졌다.

츄우웁. 츄웁.

말랑하고 도톰한 입술이 느껴진다.

너무나도 부드러워 이대로 녹아버리진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할짝.

혀를 살짝 내밀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조심스럽게 핥았다.

아직은 굳건하게 닫혀 있는 입.

쪼옵. 츄우웁.

내 입술이 계속해서 애무를 할수록 놀랐던 눈동자가 조금씩 촉촉이 젖어 든다.

차분하게 기다린 덕에 나연누나의 닫혔던 입술이 살짝 벌어지기 시작한다.

동시에 뜨거운 숨이 입술을 덮어왔다.

벌어진 틈으로 천천히 혀를 밀어 넣었다.

아직은 반밖에 열리지 않은 가지런한 치아가 혀를 막아섰다.

나는 끈기 있게 치아를 두드리며 문이 열리길 기다린다.

“하아...”

젖어 든 나연누나의 눈이 나른하게 풀려갔다.

이내 그녀의 단단한 성벽이 완전히 무너진다.

그 사이를 비집고 쑤욱하고 혀가 진입했다.

나는 서두르지 않고 나연누나의 입 안을 조심스럽게 탐험했다.

쭈우웁. 쭙.

혀가 이리저리 노닐자 움츠렸던 나연누나의 혀가 수줍게 반응해 왔다.

조심스레 움직이며 나름의 발악을 하는 듯.

그 움직임이 상당히 어설펐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흥분이 몰려들었다.

‘처음인가...?’

이런 키스실력으로 성 경험이 있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

‘처녀...!’

어쩌면 나연누나는 처녀임과 동시에 첫 키스인지도 모른다.

이미 그녀의 입술과 맞부딪치며 반응하기 시작했던 아랫도리가 더욱 흉포하게 팽창했다.

20대 중반을 넘은 나이에 처녀라니.

그 믿을 수 없는 사실이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처녀가 아닐지라도 상관이 없다 생각했거늘.

나는 온몸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았다.

가볍게 시작했던 키스는 시간이 지나며 점점 더 농익어갔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 시작했는지 나연누나의 혀가 내 입안으로 침범했다.

더불어 가느다란 두 팔이 내 목을 힘껏 감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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