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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152화 (152/297)

2. 사냥꾼.(124)

2. 사냥꾼.(124)

이면의 경계가 이런 식으로 반응할지 몰랐다.

결계부근을 살피던 훈이 말했다.

“이건 생각도 못 했는데?”

“그러게 말이야. 완전히 단절될 줄은 몰랐어.”

“이면의 경계가 아닌 걸까?”

“지금 나를 못 믿는 거야?”

현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하자 훈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훈의 능력은 결계나 경계를 구분할 수 있기에.

마음껏 범죄를 저지르고 다닐 당시 회사에서 펼쳐 놓았던 결계함정을 유유히 빠져나가곤 했다.

“이러면 재미가 없는데. 안에 설치해 놓은 카메라들도 전부 작동이 안 되는군.”

“젠장! 생생한 생존게임 한번 볼 수 있나 했더니 망했다.”

이들은 적절한 시간에 맞추어 경계를 폭파시키려 했다.

그러한데 갑작스레 이면의 경계가 공간을 먹어 버리고 막힐 줄이야.

“어쩔 수 없지. 아쉬운 데로 즐길 수밖에.”

그동안 회사의 눈치를 보며 본성을 적절하게 감추고 있었지만.

이미 한 번 풀려 버린 고삐는 잡을 수가 없었다.

소가 없으면 닭이라도 잡아 이 갈증을 해소하면 될 일.

“빨리 돌아가자. 우리가 없어진 것을 눈치 채면 곤란할 거야.”

그렇게 몸을 돌리던 훈이 흠칫 하며 몸을 뒤로 물렸다.

경계였던 곳을 어슬렁거리던 현이 그 모습에 의문스럽게 묻는다.

“왜?”

“씨발. 누가 있다.”

훈의 말에 현이 눈을 번들거리며 사방을 둘러봤다.

“젠장. 걸린 건가?”

“현. 준비해.”

“엉? 왜! 왜! 싸우면 좆 되는 거 아냐? 얌전히 가서 징계받자.”

“병신아! 정신 차려! 지금 살기 안 느껴져?”

“으... 빌어먹을.”

훈의 말대로 살기는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듯 살갗을 따끔따끔하게 찔러댔다.

훈이 단검을 꺼내 들며 조심스럽게 몸을 낮춘다.

이에 현도 소음기가 장착된 권총을 꺼내 들며 나머지 손으로 허공에 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현의 손을 타고 흘러나오는 붉은 기운이 결계를 만들어갔다.

막 결계가 완성될 즈음.

귓가를 울리는 총성.

푸슛.

“아아악! 씨발!”

허공에 진을 그리던 현이 손을 감싸 쥐며 고통을 호소했다.

어디선가부터 날아든 총알이 그의 손바닥을 관통해 버린 것.

“정신 차려!”

훈의 말에 이를 악물며 총구를 들어 올린다.

“씨이발. 죽여 버린다!”

현이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살기를 찾아내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이윽고 현이 한 곳을 바라보며 고함을 쳤다.

“거기냐! 뒤져라!”

푸슛. 푸슛.

소음기를 장착한 총구가 불을 뿜으며 발사되었다.

적막한 숲을 울리는 총성.

아무리 소음기를 장착했다고는 하나.

그 소리는 숲을 울리기 모자람이 없었다.

현이 총을 발사한 곳은 높다란 나무 위.

총알이 날아드는 동시에 검은 안개가 흩어지며 수 미터 떨어진 나무로 옮겨 간다.

현의 손가락이 안개를 따라 쉼 없이 움직였다.

푸슛. 푸슛. 푸슛.

검은 안개는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며 총알을 피해낸다.

훈의 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동시에 그의 팔이 변형을 일으킨다.

그러곤 양손에 들고 있는 단검과 융합을 하듯 합쳐졌다.

나무줄기처럼 단검의 손잡이를 감싸 쥐며 기다랗게 늘어난 팔.

“뒤에서 견제 해!”

그렇게 외친 훈이 모여드는 안개를 향해 땅을 박찼다.

그의 몸은 수 미터나 붕 뜨며 날아든다.

나무줄기처럼 변한 팔의 끝에는 하나가 된 단검이 날카롭게 자리했다.

훈이 안개를 향해 양팔을 휘두른다.

그 모습이 마치 채찍질을 하는 것과 같다.

팔 안의 뼈가 사라지기라도 했는지 실로 유연하기 그지없었다.

속도 또한 눈으로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빨랐는데, 그의 공격은 검은 안개를 압박하듯 사방에서 몰아쳤다.

슈슈슈슈슉.

공격을 피해 달아나려는 안개의 진로를 현의 총이 차단한다.

꼼짝없이 훈의 공격을 받게 된 상황.

그때, 안개의 모습이 사람의 형상을 띄기 시작했다.

팔의 형상을 뛴 안개의 손에는 날카로운 날붙이가 번뜩인다.

이윽고 훈의 공격이 검은 안개에 닿는 동시에 번쩍번쩍 불꽃이 튀어 올랐다.

까강. 깡. 캉. 캉. 캉.

단검과 융합된 훈의 팔과 안개에서 튀어나온 날붙이가 서로를 노리며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퍼억.

눈으로 쫓을 수 없을 만큼 빠른 공방 속에서 훈의 몸이 수 미터나 뒤로 밀려 날아갔다.

“큭! 개 씨발!”

공방에서 진 것이 분하기라도 한지 그의 눈은 시뻘겋게 충혈 되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안개를 노려본다.

그러곤 찢어질 듯 부릅떠지는 눈.

옆에서 동생 현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 훈... 저건...?”

현 또한 검은 안개의 정체에 상당히 놀란 듯하다.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자신들을 향해 검은 동공을 번뜩이는 저 모습을.

바스락. 바스락.

전신에 달라붙는 검은 슈트를 입고 다가오는 여성.

단발머리에 유난히 창백한 피부를 한 여성의 정체는.

“리... 리엔님?”

“리엔님!”

***

스카이 클럽의 주말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테이블을 잡아 킬킬거리는 남성 셋.

그들의 눈은 연신 짧은 치마를 훔쳐보며 술을 목구멍으로 넘기고 있었다.

“정배형님. 술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닙니까?”

“이 정도는 괜찮아. 임마~ 어차피 사냥꾼 하나에 일반이 둘인데 뭐가 걱정이야.”

정배의 말에 철수가 찝찝한 얼굴로 중얼거린다.

“아무리 그래도 찝찝해서 말입니다. 일반인 한 명 납치에 2억을 준다는 게 걸려서요. 무슨 생각일까요?”

“그 새끼들 생각을 어찌 알겠냐~ 한 번씩 이런 의뢰도 받아보고 하는 거지~ 낄낄낄~ 그나저나 여기 물죽이네.”

지나가는 여성들을 연신 훑으며 하는 말에 테이블의 제일 끝에 앉아 있던 종탁이 지나가는 여성의 엉덩이에 슬그머니 손을 가져갔다.

“어맛! 뭐야~ 이 아저씨!”

허벅지가 시원하게 드러나는 빨간 원피스녀가 정색하며 그의 손을 내리쳤다.

하지만 여성의 손은 뱀처럼 빠져나가 허리를 둘러오는 종탁의 팔을 쳐 내지 못했다.

“아씨~ 정말 뭐야!”

그렇게 소리친 여성의 눈이 빠르게 테이블을 훑었다.

그리고 자신의 허리를 감싼 종탁을 스캔한다.

다소 우락부락하게 생긴 외모.

얼굴에 난 흉터들이 저도 모르게 움찔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테이블 위에 놓인 샴페인을 보면 돈은 좀 있는 모양이다.

이미 비워진 돈 페리뇽 3병과 멀쩡한 2병이 놓여 있었다.

씨익.

그런 그녀를 보며 씨익 웃어 보이는 종탁.

“몇 명이서 왔어?”

종탁의 당기는 힘에 순순히 몸을 맡기며 무릎에 앉은 원피스녀가 화사하게 웃음을 머금는다.

“둘이서~ 오빠네는 셋이네?”

아저씨에서 오빠로 호칭이 바뀐 종탁의 입이 더욱 길게 늘어진다.

“크크큭~ 사실 상관없어. 나는 너만 있으면 되거든.”

“정말? 오빠~ 나도 술 한 잔 따라 줘.”

어느새 종탁의 무릎 위에 허벅지를 벌려 마주 앉은 원피스녀.

그 녀의 짧은 원피스 사이로 언뜻언뜻 팬티가 드러난다.

종탁이 한 손으로 원피스녀의 말랑한 엉덩이를 주무르며 돈 페리뇽 한 병을 집어 들었다.

“뭐야~ 잔에 따라 줘야지~”

애교 섞인 음성으로 둔부를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에 철수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린다.

사냥꾼 생활을 하며 오로지 빌어먹을 요괴들을 죽이는 것만 생각했기에.

이런 곳에서 즐길 여유 따위는 없었다.

서른이 된 지금까지 오로지 요괴들에 대한 복수심에 살았기에.

여자와 교재 할 시간조차 없었던 그.

“철수야, 이것 좀 따줘 봐.”

얼떨결에 술병을 받아 오픈을 하며 종탁의 손에 온 신경이 집중되었다.

그의 손은 어느새 짧은 원피스 안으로 모습을 감춘 상태.

저 우락부락한 외모로 단숨에 저런 쌔끈한 여성을 꼬신 종탁이 새롭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꿀꺽.

철수가 돔 페리뇽을 넘겨주자 종탁이 받아 병째로 여성에게 넘겨주었다.

“병 째 마셔.”

“정말?”

원피스녀가 야릇한 눈웃음을 치고는 병의 주둥이에 붉은 입술을 가져갔다.

그러곤 고개를 젖히며 꿀꺽꿀꺽 삼키기 시작한다.

한 병에 80만원이나 하는 샴페인이 입의 양옆으로 줄줄 흘러내린다.

흘러내린 술이 목을 타고 흐르자.

종탁이 재빠르게 혀를 가져가 목덜미부터 해서 쓰윽 훑어 올렸다.

“푸하~ 이 걸 병째로 들고 마시긴 처음이야~”

그러곤 다시 한 번 술을 입에 가득 담고는 목을 타고 올라오는 종탁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밀착시켰다.

원피스녀는 종탁의 입술 사이로 머금은 술을 흘려보냈다.

룸과는 달리 사방이 뚫린 테이블에서 이런 일을 벌이다니.

철수는 그 모습에 충격이라도 받은 듯 멍하니 바라볼 따름이다.

‘조... 좆나 부러워.’

가족을 잃고 오로지 요괴들에 대한 복수로 점철된 인생.

쭈우웁. 쭈웁.

종탁과 원피스녀의 입술이 떨어지고.

원피스녀를 향해 종탁이 입을 연다.

“혀 좆나 잘 굴리네.”

“헤헤~ 오빠 완전 남자야~”

그녀의 몸을 더욱 노골적으로 더듬기 시작하는 종탁.

종탁의 손에 원피스의 끈이 흘러내려 젖가슴의 반절이 드러났다.

“아잉~ 사람들 다 보잖아~”

철수는 내숭을 떠는 원피스녀를 보며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 반쯤은 헐벗겨져서 저런 말을 내뱉다니.

더군다나 여성은 어깨끈을 올릴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난 지금 하고 싶은데? 너 좆나 섹시해.”

“사람들 있는데 어떻게 해에~”

“아니야~ 찾아보면 당장 할 곳 많을 거야.”

종탁이 지갑을 꺼내며 오만 원 권을 움켜쥐고는 그녀의 가슴에 그대로 꽂아 주었다.

못 해도 열 장이 넘어 보이는 지폐.

“오빠~ 정말 남자답다앙~”

여성은 더욱 요염하게 몸을 비틀며 그의 품에 깊게 안겨든다.

“가자~”

그렇게 테이블을 떠나는 종탁과 원피스녀의 엉덩이를 바라보던 철수의 눈이 희번덕거렸다.

지금까지의 복수심에 불타 보냈던 이십 대의 삶이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일반인을 납치한다는 생각에 죄책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렇기에 발을 뺄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새로운 문물을 접하며 지금까지의 각박했던 삶에 회환이 밀려들었다.

“야~ 뭘 그렇게 멀뚱하게 있어~ 낄낄낄~ 우리는 뭐 너처럼 안 살아 봤겠냐? 그거 다 쓸 때 없는 짓거리다. 즐길 땐 즐겨야 살맛이 나는 거야.”

정배의 말이 철수의 귓가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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