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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154화 (154/297)

2. 사냥꾼.(126)

2. 사냥꾼.(126)

뱃가죽이 등까지 달라붙는 느낌에 철수의 허리가 새우처럼 웅크려졌다.

동시에 그의 입에선 클럽에서 마신 술과 안주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온다.

퓨리다크니스를 주사하지는 않았지만.

격투기 선수의 주먹을 받아 낸다 해도 버텨 낼 수 있는 맷집이 있었다.

그러한데 여자의 앙증맞은 주먹에 이런 꼴을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상연의 움직임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대로 철수의 머리채를 잡아 올리며 그의 몸을 빙글 돌렸다.

덕분에 주둥이에서 튀어나오던 토사물이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커어억!”

뒤에서 목을 팔로 휘감아 단단하게 그립을 만들어 낸 이상연.

나오던 토사물까지 막히며 숨을 쉴 수 없게 된 철수가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뭐야! 씨발!”

“저... 저년! 일반인 아니야!?”

이를 본 정배와 종탁이 놀라며 총과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자신들조차 눈으로 쫒지 못할 정도로 재빠른 움직임.

그렇다고 퓨리다크니스를 주사한 것도 아니다.

결론은 단 하나.

“씨이발! 말이 틀리잖아!”

초인이거나 인간이 아닌 존재.

사냥꾼 웹에서 의뢰가 온 것이기에 인간이 아닌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저... 정체가 뭐냐!”

종탁이 나이프를 당장에라도 날릴 포즈를 취하며 물었다.

“후우... 후우... 정체? 보면 볼라? 스카이클럽 사장이잖아.”

“누가 그걸 물었어?”

“내가 인간이 아니기 라도 하다는 말이야?”

정배가 날카로운 눈으로 총구를 겨눈다.

“씨발년! 인질로 막고 있다고 못 쏠 줄 아는 모양이지?”

정배는 인질 따위는 아랑곳 않고 쏘겠다는 듯 눈을 번들거렸다.

이상연은 그의 행동이 거짓이 아님을 깨닫는다.

실제로 이들에게 의리 따위는 없었다.

자신의 위기에선 쉽게 버릴 수 있는 그런 관계.

의뢰를 위해 형 동생하며 뭉친 것뿐이다.

이를 느끼고는 이상연이 철수를 있는 힘껏 정배를 향해 밀어냈다.

아무리 호리호리한 체격이지만 80킬로그램에 가까운 남성이다.

그런 철수가 여자의 힘에 너무도 쉽게 던져졌다.

그리고 그런 철수를 엄폐삼아 이상연이 정배에게 몸을 날렸다.

“이... 이런 젠장할년!”

철수보다 훨씬 체격이 작은 이상연의 몸은 완벽하게 가려져 버렸다.

철수의 몸이 눈앞에 다가온 그 순간.

그 뒤에 달라붙어 움직이던 이상연이 옆으로 빠져나왔다.

이에 정배가 다시금 총구를 들이밀려 했지만.

이상연이 발을 차올리며 하이힐의 끄트머리로 정배의 손을 가격했다.

“아악!”

손에 쥔 총이 떨어져 나가며 바닥을 굴렀다.

정배가 이상연을 낚아채려 반대 손을 들어올렸다.

휘익.

이를 확인한 이상연이 몸을 뒤로 젖히며 그의 손을 피해냈다.

동시에 다리를 들어 올리며 사타구니를 향해 뻗어낸다.

퍼억.

“크아악! 개 같은 년!”

정배가 사타구니를 잡으며 바닥을 구르는 순간.

오싹함을 느낀 이상연이 고개를 돌리곤 황급히 양팔을 들어 올렸다.

퍼억.

어느새 다가온 종탁의 주먹.

피할 틈 없이 파고든 주먹이 이상연의 가드를 강하게 두드린다.

“으윽!”

저릿하게 느껴지는 팔의 고통.

그와 함께 양발이 붕 뜨는 느낌이 들며 그대로 날아가 버리는 이상연.

쿵.

벽까지 날아가며 등이 충돌하는 것을 느끼며 그녀의 입에서 신음성이 튀어나왔다.

“아악!”

그 충격이 가볍지 않은지 이상연의 입꼬리를 타고 흐르는 핏물.

비틀거리며 일어난 그녀의 눈에 붉은 눈을 번들거리는 종탁의 면상이 들어왔다.

“씨익. 씨익. 씨익.”

거칠게 숨을 내뱉으며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빛.

그의 뒤쪽에는 비어 버린 주사기가 땅을 구르고 있었다.

‘저게... 퓨리 다크니스.’

고정욱에게 들었던 약물인 퓨리 다크니스를 주사한 것이 분명했다.

“으아악... 죽여 버릴 거야!”

괴성을 지르며 일어난 정배가 주사기를 꺼내 들었다.

그러곤 자신의 심장에 푹 하고 꽂아 넣는다.

붉고 걸쭉한 액체가 가슴에서 사라지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오싹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더해 목이 졸려 기절했던 철수가 정신을 차렸다.

그러곤 눈을 부라리며 주사기를 꺼내 든다.

“흐흐흐~ 쌍년~”

실제로 누군가와 싸우는 것은 처음인 그녀였다.

더군다나 세 명의 남성은 사냥꾼으로서 실전이 풍부한 이들.

거기에 더해 악마의 약물이라는 퓨리 다크니스까지 주사했다.

철수의 목을 틀어잡았을 때, 모질게 마음을 먹었다면 목뼈를 꺾어 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싸움자체가 처음임에야 어찌 쉽게 사람의 목숨을 취할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이에 후회한들 이미 지나버린 후다.

“각오해라! 퓨리 다크니스를 쓰게 만든 값은 해야 할 거야.”

사타구니에서 손을 뗀 정배가 말과 함께 이상연에게 뛰어 들었다.

종탁과 철수도 정배를 따라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에겐 남자 셋이 여자하나를 상대한다는 것에 대한 거리낌조차 없다.

이미 셋이서 퓨리 다크니스를 주입하며 수 천 만원을 날린 상황.

더불어 목표인 이상연은 일반여성조차 아니다.

그리고 퓨리 다크니스의 효과도 10분 남짓.

정배의 주먹이 이상연의 복부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상연은 허리를 비틀며 가까스로 그의 주먹을 피해냈다.

조금이나마 훈련받았던 것이 도움이 되고 있었다.

고정욱의 주먹을 제대로 피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정배의 움직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정배의 주먹을 피해내긴 했지만, 이어서 종탁의 발차기가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이미 허리를 비틀며 피할 길이 없는 상황.

이상연은 본능적으로 팔과 다리를 겹치며 그의 발차기를 막아 냈다.

빠각.

“아흑!”

정강이뼈가 닿는 충격은 뼈가 금이라도 간 듯 묵직한 충격을 주었다.

그들의 공격은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철수의 손이 어느새 뻗어 나와 앞섬이 풀어진 블라우스의 옷깃을 잡아챈다.

강하게 잡아당기는 손에 찢겨져 나가며 맨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 반동에 앞으로 몸이 쏠리는 이상연의 복부에 철수의 무릎이 꽂혀든다.

이에 이상연이 옆으로 몸을 날리며 바닥을 굴렀다.

이를 본 정배의 발이 구르는 이상연을 걷어찼다.

퍼억.

“흐윽!”

한참이나 밀려난 이상연이 가격당한 복부를 팔로 감싸며 꺽꺽 거렸다.

“하하하~ 개 같은 년. 드디어 얌전해졌네.”

바닥을 기는 이상연을 향해 사내들이 다가왔다.

그중 정배의 눈이 가장 흉흉했는데, 아랫도리를 차인 것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는 탓이었다.

어기적거리며 다가선 정배가 이상연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개 같은 년아! 찰 때가 없어서 자지를 까?”

퍼억. 퍼억. 퍽. 퍽. 퍽.

“씨발년! 홀딱 벗겨서 보지를 차 버릴 줄 알아!”

퍼억. 퍽. 퍽.

한참이나 이어지던 정배의 발길질이 멈춰 들었다.

웅크린 상태로 온몸이 난타당한 이상연이 가늘게 경련을 일으켰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렇게나 구타를 당했던 적이 있었던가.

부모에게도 맞아본 경험조차 없는 그녀였다.

이미 죽어버린 남편 정염귀 구상두에게 맞았던 것이 전부.

아찔한 충격을 가까스로 버텨 낸 그녀는 가늘게 숨을 내뱉으며 정신을 부여잡았다.

“형님. 완전히 늘어졌어요.”

씩씩거리는 정배의 팔을 잡으며 진정시키는 철수.

그의 눈은 아직도 정욕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정배에게 밟히며 몰골이 말이 아니지만 육감적인 몸매는 여전했다.

“이 새끼 눈 봐라. 저년 보니까 초인이야. 싸움 경험이 별로 없어서 이 정도지. 허튼짓하다가 오히려 당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일단, 결박부터 하자. 마취약 가져온 거 전부 주사해 버려.”

콰앙.

그때, 커다란 충돌소리와 함께 문이 안쪽으로 퉁겨져 날아들었다.

“뭐야! 피해!”

갑작스러운 상황에 날아오는 문을 피한 삼인.

그리고 그들은 문 뒤에서 나타난 번뜩이는 시선을 마주해야 했다.

날카로운 도살자와 같은 눈빛에는 살기가 번들거린다.

쑤우욱.

어느새 튀어나온 팔이 정배의 어깻죽지를 가르고 지나갔다.

“크아악!”

순식간에 몸통에서 분리된 팔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며 펄떡인다.

이어서 날아드는 발길질.

퍼억.

발에 가격당한 정배가 나뒹굴며 꿱꿱 비명을 토해냈다.

“아아악! 내 팔!”

정배의 팔을 잘라 내고 차버린 사내.

고정욱의 얼굴은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그의 눈은 처참한 상태로 널브러진 이상연에게로 향했다.

그의 뒤를 따라 사장실로 뛰어 들어 온 나대명의 얼굴 또한 무섭게 일그러진다.

그러곤 재빠르게 이상연을 향해 다가섰다.

“사모님!”

나대명은 황급히 상의를 벗어 이상연의 몸을 덮어 준다.

“이런 개 같은 새끼들.”

두 사내의 등장에 종탁과 철수의 얼굴이 긴장으로 물들었다.

퓨리 다크니스를 주사했음에도 인지하지 못한 움직임.

그 또한 미리 주사를 한 상태일까?

소문으로만 듣던 미친개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뛰어난 것이 분명했다.

“으아악... 내 팔... 크아악.”

빠르게 잘린 부위가 아물고 있었지만, 정배는 그 고통에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고정욱이 정배를 향해 뚜벅뚜벅 다가갔다.

그런데도 종탁과 철수는 쉽게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이내 정배의 앞에서 내려다보게 된 고정욱.

그의 입이 무심하게 열렸다.

“너희들도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을 진데, 어찌 인간을 사냥하고 있나.”

차갑게 내려앉은 쇳소리에 정배가 두려운 눈으로 올려다본다.

“사... 살려 줘.”

정배의 간절한 음성.

하지만 고정욱의 입에선 유죄판결이 흘러나온다.

“죽어라.”

퍼억.

고정욱의 발이 정배의 머리를 힘껏 짓밟아버렸다.

푸확.

마치 고무공이 터지듯 으깨진 머리.

허연 뇌수와 함께 붉은 피가 바닥을 적신다.

이를 본 나대명의 얼굴이 찌푸려지며 고개를 돌렸다.

종탁과 철수도 두려움으로 물들며 몸을 덜덜 떤다.

“씨... 씨발!”

떨리는 음성으로 욕설을 내뱉은 철수가 허리춤에서 뽑아낸 퓨리 다크니스를 가슴에 꽂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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