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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155화 (155/297)

2. 사냥꾼.(127)

2. 사냥꾼.(127)

퓨리 다크니스는 연속으로 주사할시 강한 부작용을 동반한다.

이성을 잃고 날뛰게 되는 것이 문제인데.

약효가 떨어지기 전 또다시 주사하게 되면 이보다 더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마물로까지 변화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 것.

“처... 철수야!”

종탁이 철수를 향해 고함을 쳐 보지만.

이미 퓨리 다크니스의 약물은 전부 몸 안으로 들어간 상태.

그나마 다행이라면 정신력으로 버티는지 이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씨이발! 형도 어서 주사해! 크으윽! 허무하게 뒈질 거야!?”

철수의 외침에 종탁이 이를 악물고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하지만 이내 품에서 퓨리다크니스를 꺼내 든다.

이를 본 고정욱이 종탁을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로운 단검이 그의 심장을 향해 쇄도한다.

퓨리 다크니스의 회복력으로 인해 뇌 아니면 심장을 찔러야 확실히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휘이익.

터엉.

주사기를 꺼내 든 종탁에게 날아들던 단검이 철수의 주먹에 적중당하며 튕겨 나갔다.

“어서! 크으윽!”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제정신을 차리려는 듯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 모습.

“나사장!”

고정욱의 외침에 나대명이 총을 꺼내 들며 발포했다.

푸슛. 푸슛. 푸슛.

푹. 푹. 푹.

세 번의 발포가 이루어졌고 총알과 종탁의 사이를 철수가 끼어들었다.

양팔을 엑스자로 겹쳐 날아오는 총알을 막아 낸다.

총알은 그의 팔을 뚫지 못하고 손가락 마디만큼 파고들었다.

고정욱이 몸을 띄우며 팽이처럼 뱅글 돌아 그의 가드를 가격한다.

퍼억.

고정욱의 다리에 적중당한 철수가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

그 짧은 틈에 주사를 끝마친 종탁의 성대에서 괴성이 뿜어져 나온다.

“쿠와아아아!”

반쯤은 정신을 날려 먹은 듯.

광기에 휩싸여 이글거리는 눈.

거친 숨을 씩씩 내뱉으며 바닥을 발로 찼다.

동시에 눈앞 고정욱을 향해 쏘아져 나가는 종탁.

그 움직임이 말 그대로 쏜살같았다.

두 명의 사냥꾼에게 공격을 받게 된 고정욱.

이에 나대명의 손에서 또다시 총기가 불을 뿜는다.

푸슛. 푸슛.

방해를 받은 철수의 눈이 더욱 살벌해졌다.

총에 적중당한 부위가 빠르게 아물어간다.

회복을 할수록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 모습.

빙글 몸을 돌린 철수가 나대명을 향해 몸을 날렸다.

“허업!”

헛바람을 들이킨 나대명이 허리를 감싸기 위해 달려드는 철수의 얼굴을 향해 무릎을 들어 올린다.

몸에 익은 격투기 스킬이 여지없이 발휘된 것.

쩌억.

다가드는 속도와 맞물려 엄청난 충격이 동반되었을 진데.

머리를 한 차례 흔들고는 다시금 팔을 휘둘러왔다.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폭격에 맞서 내대명도 줄기차게 주먹을 내 뻗었다.

선수로 활동했을 만큼 뛰어난 격투기 재능과, 강인한에게서 받은 초월적인 육체 능력.

그리고 고정욱에게서 받은 훈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퍼버버버버벅.

둘의 주먹이 연신 맞부딪치며 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팽팽하던 맞대결이 조금씩 나대명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한 번씩 스치듯 공격이 철수에게 닿았던 것.

“크아아아아! 일반인이라며! 으아아아!”

철수가 괴성을 지르며 발광했다.

분명히 사냥꾼 한 명과 일반인 두 명에 대한 의뢰였다.

그런데 막상 목표물은 전부 평범한 인물들이 아니었다.

하물며 경험이 없는 듯 보이지만, 이상연마저 초인이라 짐작되는 상황이다.

눈앞의 대머리는 이상연과는 달랐다.

날카롭게 들어오는 주먹과 발차기.

한 방 한 방이 급소를 노리며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퓨리 다크니스를 두 개나 주사를 했음에도 조금씩 밀리고 있었다.

요기를 발산하지 않는 것을 보면 요괴는 아니다.

변신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웨어비스트도 아니다.

그렇다고 뱀파이어(흡혈귀)처럼 싸늘한 기운을 뿜어내는 것도 아니기에.

초인.

초인이 아니고서야 퓨리 다크니스를 두 개나 주사한 자신을 압도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미친 듯이 손과 발을 내지르고 광분할수록 점점 정신이 아득해지기 시작한다.

혈관을 타고 꿈틀거리는 퓨리 다크니스가 뇌까지 뻗어 올라간다.

“크흐으으윽! 아... 안 돼! 큭. 끄으으! 크아아아아!”

발광을 하며 휘두르는 주먹을 막아 낸 나대명이 멀찍이 튕겨 나갔다.

갑자기 두 배는 빨라진 움직임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것.

중심을 잡은 나대명의 눈에 점점 몸을 부풀려가는 철수가 눈에 들어왔다.

180cm에 가까운 그의 몸이 크게 부풀며 2m를 훌쩍 넘어 버렸다.

근육이 부풀며 살이 쩍쩍하고 갈라진다.

갈라진 껍데기가 진물과 함께 녹아 흘러내렸다.

흐물거리는 붉은 속살과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는 힘줄.

기괴하게 일그러진 얼굴은 사람으로, 또는 요괴도로 보이지 않는다.

사냥꾼의 숙명과 같은 부작용.

마물화.

사냥꾼 생활을 접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도달할 수밖에 없는 마물화가 무리한 퓨리다크니스의 주입과 도를 넘는 분노로 인해 과속화가 된 것이다.

“이런... 썅!”

나대명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나이프를 손에 쥐었다.

정염귀라는 요괴를 보며 두려움에 떨었던 그때가 생각났다.

정염귀로 변한 구상두도 끔찍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마물의 모습은 더욱 끔찍하게 다가온다.

나대명의 반짝이는 머리에서 주르륵하고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듬성듬성 삐죽삐죽 자란 머리털이 어째 더 웃기게만 보인다.

언젠가부터 습관이 된 행동.

나대명은 손바닥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손바닥의 까칠까칠한 감각을 느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마음이 조금씩 안정이 된다.

각오를 다진 나대명이 나이프를 휘두르며 마물에게 달려들었다.

푸욱. 스거걱. 스걱.

나이프는 가차 없이 마물이 된 철수의 몸을 갈라낸다.

하지만 치명상은 용케도 잘만 피해낸다.

기괴한 괴성과 몸부림 속에서도 생존에 대한 본능은 살아 있는 듯했다.

“키에에엑! 크어어!”

발광을 멈춘 마물이 본격적으로 팔을 휘둘러왔다.

“으헉!”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을 지나는 손톱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압도하던 처음과는 달리 점점 밀려가는 상황.

마물이 된 철수의 움직임은 덩치가 커지면서 오히려 더욱 집요하고 빠르게 나대명을 압박해 왔다.

스가각.

“큭!”

마물의 손톱이 나대명의 몸에 상처를 하나둘 늘려갔다.

치명상을 빗겨 가곤 있지만, 도저히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빠드득.

그렇다고 넋 놓고 죽어 줄 수는 없는 일.

고정욱이 다른 놈을 처리할 때까지만 버티면 분명히 살 수 있을 것이다.

생존을 위한 집중.

나대명은 강인한에게서 부여받은 이 힘을 믿기로 했다.

밀리기만 하던 공방이 조금씩 대등해 지기 시작했다.

그때 마물의 팔이 기괴하게 꺾이며 후두부를 가격해 들어온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공격.

마물의 팔은 뼈가 없기라도 한 것처럼 기묘한 공격을 펼쳐왔다.

퍼억.

“커흑!”

뒤통수를 가격당하며 순식간에 중심이 무너진다.

슈우욱.

푸욱.

그러곤 기다렸다는 듯 날카로운 손톱이 허벅지를 파고들었다.

“아아악!”

조직생활을 하며 칼 빵을 맞아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날카로운 것이 살을 파고드는 것은 절대로 익숙해지지 못할 고통이다.

마물의 공격은 끝이 아니었다.

마무리를 짓겠다는 듯 들어 올려 진 팔.

펼친 손에는 누런 손톱이 날카롭게 번뜩인다.

‘끝인가...’

나대명은 최후의 순간에도 눈을 감지 않았다.

그저 어떻게 해서든 공격을 피하고자 몸을 움직인다.

하지만 허벅지를 관통당한 것은.

자연적으로 그를 굼뜨게 만들었다.

그때, 마물의 왼편에서 떠오르는 그림자.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는 아름다운 여성.

갈색의 웨이브 진 머리칼이 휘날리고, 브래지어에 가려진 풍만한 가슴이 출렁인다.

가냘픈 팔은 활시위를 당기듯 한껏 젖혀졌다.

덕분에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더욱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나대명은 저도 모르게 저 브래지어 안이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다.

전장의 여신처럼 역수로 쥔 단검을 찍어 내리는 여인은 이상연이었다.

그가 모시는 강인한의 여자.

그녀의 몸을 보며 그러한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나대명에게는 불순한 것이기에.

황급히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떨쳐 낸다.

그것은 강인한에 대한 불충이나 다름없다.

이윽고 이상연의 단검이 마물의 목과 쇄골사이에 푸욱 하고 틀어박혔다.

푸욱.

“캬아아아악!”

단검을 박아 넣음과 동시에 뒤로 훌쩍 몸을 날린 이상연.

마물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단검을 빼기 위해 손을 가져간다.

번뜩.

나대명의 눈이 순간 불타오른다.

그러곤 디딤 발에 힘을 줘 근육을 힘껏 부풀렸다.

관통당한 허벅지의 고통에 아찔함이 느껴졌지만.

찾아온 기회를 놓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타앗.

응축된 근육을 튕기며 나대명의 몸이 튀어 올랐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나이프가 꽉 움켜져 있었다.

튀어 오르는 반동을 실어 힘껏 나이프를 찔러 넣는다.

나이프가 향하는 목표지점은 마물의 턱.

푸우욱.

나대명의 나이프는 정확하게 마물의 턱을 뚫고 그대로 솟구치며 콱 틀어박혔다.

“꺼어어... 꺽... 꺽...”

마물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쇄골과 턱에 단검과 나이프가 박혔음에도 쓰러지지 않는 마물.

정말이지 지독하게 끈질긴 목숨이다.

빠각!

마물의 고개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옆으로 젖혀졌다.

어느새 다가와 의자로 마물의 머리를 가격한 이상연.

단단한 의자가 파편이 되어 터져 나간다.

나대명 또한 마무리를 하기 위해 마물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퍼퍼퍼퍼퍽.

“죽어엇!”

얼마나 마물의 얼굴을 가격했을까.

안 그래도 일그러진 마물의 안면은 완전히 함몰되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했다.

그런데도 굳건하게 몸을 지탱하는 다리.

그때, 소음기를 장착한 총성이 울렸다.

푸슛. 푸슛.

“끄르르르륵.”

기괴한 소리를 낸 마물이 힘없이 허물어진다.

쿠웅.

이내 바닥에 무너져 내린 마물의 뒤로 총을 쥐고 있는 이상연의 모습이 보였다.

“하아... 하아... 하아...”

정배가 흘린 총을 주워 마무리를 한 이상연.

이상연을 첫 순번으로 범하려던 철수는 그 바람과는 달리 그녀의 손에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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