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냥꾼.(128)
2. 사냥꾼.(128)
회사에 입사하고 단 한 번도 사고를 치지 않았다.
그랬기에 이렇게 흔적을 지우고 일을 벌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도 했고.
훈과 현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
회사에서 작정하고 누군가를 붙이지 않은 이상에야 걸릴 일이 없다.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완벽이 감추었다고 생각한 그들의 눈앞에 리엔이 나타난 것이다.
둘의 움직임을 이미 파악하고 있던 것일까?
“리엔님... 하하하~”
훈이 멋쩍게 웃으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일을 벌였다곤 하나 저렇게 살기를 뿌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저 몰래 자신들이 일을 벌인 것에 리엔이 화났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징계를 받기는 하겠지만.
자신들의 가치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리엔의 살기는 수그러들 줄을 몰랐다.
“리엔님? 죄송합니다. 흐흐흐~ 일에 대한 징계는 순순히 받겠으니 이만 화를 풀어 주세요~”
현의 말에도 리엔의 표정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훈과 현이 사고를 쳐 회사에 타격을 가하길 바랐던 그녀였지만.
저들에 대한 살의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강렬했다.
무엇이 그녀의 마음을 이리 초조하게 만든 것일까.
자신이 왜 이 자리까지 왔는지조차 혼란스러웠다.
그날의 강인한을 떠올리자 이상하게 오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몸을 잠식한 더러운 기운.
어떠한 방법으로도 떨쳐 낼 수 없던 더러운 기운이 겁을 먹고 움츠리던 그날의 기억.
어쩌면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몸에서 이 저주를 풀어낼 수 있는 방법.
어쩌면 강인한에게서 비롯된 그 기운이 답은 아닐까?
그로 인해 결국은 여기까지 찾아오게 된 것 같다.
그런데 문제라면 저 미친놈들이 이면의 경계를 건드렸다는 것.
수시로 훈과현의 동태를 살피기는 했지만.
설마, 이면의 경계를 끌어들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강인한과 그의 일행들이 들어선 곳은 공간이 이면의 경계에 넘어가기라도 한 듯.
흔적도 없이 없어졌다.
딱 그 공간만 세상에서 없어진 듯 사라져 버리고.
자연스럽게 현실의 세상이 이어져 버린 것.
그로 인해 리엔은 저주의 기운을 풀어 낼 실마리조차 잃어버리게 되었다.
리엔의 무심함이 사라지고 표정이라는 것이 떠올랐을 때.
훈과 현은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꼈다.
그 어찌 눈치를 챌 수 없겠는가.
살육에 대한 것은 그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 자신하는 그들이거늘.
훈과현은 리엔의 반응에서 그녀가 자신들을 죽이고자 하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오히려 그들의 얼굴에 떠오르는 환희.
리엔은 충분히 두려울 만큼 강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혼자인 것이 확실하다.
무슨 이유로 혼자 이곳에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그들에게도 기회라 볼 수 있었다.
이 전에는 그녀에게 무력하게 당했지만.
그때는 그녀 외에도 타격대가 있던 상황.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이라면 그녀를 제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그들도 놀고만 있지 않았다.
아마도 둘이라면 가능하리라 생각되었다.
마치 어둠과 같은 강함을 가진 여인.
자신들의 상관이자 죽기직전까지 자신들을 지르밟던 것이 떠오르자 묘한 쾌감이 둘을 잠식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위에서 포식자의 역할을 했던 그녀를 만신창이로 만들어 배아래 깔고 마음껏 유린하고픈 욕망이 피어오른다.
성기를 구멍이란 구멍에 마구 쑤셔 넣으며 살점을 발라내며 고통에 찬 얼굴을 보고 싶었다.
피에 절은 그녀를 범하고 가슴을 도려내고 자궁을 끄집어내 승리의 축배를 들고 싶었다.
“크크크큭~ 리엔님 여기엔 혼자 오신 것 같군요.”
아름다운 상상을 하며 훈이 큭큭 거리자 눈을 빛낸 현도 덩달아 킥킥 거린다.
“키키킥~ 리엔님도 흔적을 지우고 몰래 오신 거죠?”
순식간에 변한 훈과현의 분위기에 리엔의 눈썹이 저도 모르게 꿈틀거렸다.
그들의 살의가 그녀의 살을 스치고 지나간다.
후웅. 후웅. 후웅.
훈이 채찍처럼 변한 두 팔을 휘두르며 비릿한 웃음을 날렸다.
옆의 현이 허공에 진을 그리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본능은 숨길 수 없어.’
쌍둥이 형제가 지닌 살육의 본능.
억지로 눌러 놓았던 본능이 용수철처럼 고개를 치켜 올렸다.
리엔의 몸이 안개처럼 흩어지며 현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딜!”
그 순간 훈의 팔이 채찍처럼 휘둘러지며 리엔의 앞을 막아선다.
까강.
훈의 팔 끝에 달린 날카로운 단검이 리엔의 단검과 맞부딪혔다.
아무래도 쉽게 현을 공격하도록 놔두지 않을 모양.
리엔의 날카로운 단검이 훈을 향해 쏟아졌다.
카카캉. 카카캉.
불꽃을 튀기며 리엔과 훈이 서로를 향해 공격을 퍼 붙는다.
일반인의 눈으론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움직임.
핏. 핏. 피픽.
리엔의 단검 외에도 그녀에게서 시작된 안개가 유형화가 되어 훈을 압박해 갔다.
그로 인해 훈의 몸은 여기저기 베어져 핏물을 머금어간다.
“켈켈켈~ 화끈 해! 화끈하다고! 더! 더! 더! 찢어 줘!”
상처를 입고 있음에도 광기에 절어 마구 짖어대는 훈.
그의 입에선 맛 좋은 먹잇감을 먹어 버리겠다는 듯 붉은 혀를 죽 빼내고는 연신 타액을 줄줄 흘려 냈다.
리엔의 얼굴이 불쾌감으로 찌푸려졌다.
연기가 아닌 이상 언제나 무표정을 고수하는 그녀의 얼굴에 금이 가게 만든 것만으로도 훈에게서 느끼는 불쾌감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리엔이 쏘아 보낸 기운이 더욱 요란하게 훈을 압박한다.
그러곤 쑤욱 하고 내밀어지는 단검.
가슴을 향해 찔러 들어오는 단검을 향해 훈의 팔이 휘둘러진다.
찰나, 지척까지 다가왔던 단검이 거두어지고.
후우욱.
밑에서부터 차올린 리엔의 발이 훈의 턱을 강타했다.
쩌억.
“쿠억!”
투욱.
덕분에 내밀었던 훈의 혀끝이 이빨에 잘려 툭 하고 떨어진다.
꿀렁꿀렁.
훈의 입에서 붉은 피가 마구 쏟아져 내린다.
“쿠웁. 땨... 땽년! 내... 내 혀!”
주둥이에 피를 머금고 잘린 혀로 인해 말을 더듬는 훈의 눈은 분노로 물들었다.
이때, 결계를 완성한 현이 미친 듯이 폭소했다.
“푸하하하하! 땅년이래~ 훈! 혀 짤려 버렸어~ 푸하하하하!”
“개개꺄! 다쳐!”
“멍청아. 그러게 왜 발광을 한 거야? 크크큭~ 내가 복수해 줄게! 기다뎌~ 훈!”
“띠... 띱때끼가!”
현의 말과 함께 주변 공기가 바뀌었다.
전신을 억누르는 위화감.
결계가 쳐진 주변 반경 20미터가 현의 손에 들어갔다.
이 안에서만큼은 신과 다름이 없는 현이다.
깨어지지 않는 이상.
또는 자신이 죽지 않는 이상.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결계.
허공에서 점액질처럼 늘어지는 액체가 뾰족한 형태를 만들었다.
그러곤 리엔을 향해 위협적으로 날아든다.
그 속도가 과히 총알과도 같다.
“흐읍!”
헛바람을 들이킨 리엔의 몸이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했다.
적중당한다면 꽤 곤란한 상황.
아마도 그 위력은 총에 비할 바가 아닐 터다.
“파하하하하~ 리엔님 피하는 모습도 너무 섹시해!”
리엔은 공격을 피해내며 안개를 계속해서 유형화 시켰다.
카카카캉.
더불어 훈의 공격까지 막아 내느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몸에도 하나 둘 생채기가 늘어갔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요사하게 빛난다.
안 그래도 검은 눈동자가 더욱 어두운 암흑으로 물든다.
촤아아아악.
그녀의 등에서 8개의 다리가 돋아났다.
아니, 안개가 형상화 되며 다리처럼 변한 것.
리엔이 만들어낸 다리가 현의 공격을 무위로 돌린다.
그녀의 돋아난 다리와 부딪힌 공격들이 산산이 흩어져갔다.
“젠장! 저건 뭐야!”
“됴딤해!”
훈이 외치며 리엔의 다리 하나를 쳐 냈다.
코앞까지 다가왔던 공격에 화들짝 놀란 현이 뒤로 훌쩍 물러서며 공간을 일그러트렸다.
그러자 공간 정체가 리엔을 짓누르려는 듯 다가든다.
리엔의 다리들이 부산스럽게 공간을 가르고 쪼갰다.
부우욱. 부욱.
정말로 무언가가 닿은 듯 일그러지며 찢겨나가는 공간.
“쿨럭!”
현의 입에서 뭉텅이 같은 핏덩어리가 튀어나왔다.
그로 인해 결계가 한 차례 꿀렁이며 흔들린다.
“션! 뎡딘차여!”
현이 피를 머금은 이를 악물고 결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
훈 또한 더욱 요란하게 팔을 휘둘러 채찍처럼 후려친다.
둘이 힘을 합친다면 충분하리라 여겼거늘.
리엔의 힘은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욱 뛰어났다.
결계 안에서 무한에 가까운 현의 공격과, 훈의 채찍과 같은 변칙적인 공격이 하나하나 파회되어 갔다.
쩌저적. 쩌적. 쩍.
공격이 거세어질수록 갈라지는 결계.
두 팔과 다리.
등에 솟은 8개의 다리를 쉼 없이 움직이는 리엔의 모습은 실로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초인이라 부를 수 있는 자신들이 이렇게나 무력하게 무너져가리라곤 생각도 못 했다.
이 공간의 주인공은 자신들이 아닌 바로 리엔이었다.
저 아름다운 모습을 보라.
마치 전장을 휘젓는 악신과 같아 보이지 않는가.
“켈켈켈~ 띠바아! 녁씨 리에니믄 너머나 떽띠해!”
“크하하하! 훈! 너도 그래? 나도! 이것 봐! 벌써 아랫도리가 발기했어!”
리엔의 공격이 현의 공격을 흩어놓을 때마다 그의 입에서 흐르는 핏줄기가 진해져갔다.
훈의 팔 또한 상처가 늘며 점점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그런데도 두 쌍둥이는 붉게 충혈 된 눈을 번들거리며 아랫도리를 세워갔다.
그야말로 이상성욕의 극을 달리는 모습.
땅을 박차고 도약한 리엔.
그녀의 등 뒤로 솟았던 다리들이 합쳐지며 활짝 펼쳐진다.
그 모습이 마치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강림하는 어둠의 여신과도 같았다.
“캬아악! 니에니임! 함 주라앗!”
“크하하하! 리엔님의 도끼자국이닷! 나온다! 나와! 으헤헤헤헤!”
두 쌍둥이의 양물이 마구 꿀렁였다.
마치 무언가를 뱉어내기라도 하는 듯.
그리고 리엔이 두 쌍둥이의 중앙을 뚫고 지나쳤다.
“으헥!”
“커흑!”
각각 목과 아랫도리로 손을 가져가는 쌍둥이.
그들의 귓가에 나직한 리엔의 음성이 박혀 들었다.
“더러운 짓은 지옥에서...”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쌍둥이의 목과 함께 매끈하게 잘린 아랫도리의 앞부분이 땅바닥에 떨어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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