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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158화 (158/297)

2. 사냥꾼.(130)

2. 사냥꾼.(130)

쩌어억.

이제는 익숙해진 도끼질로 좀비의 대가리를 깨부수는 성기형의 모습이 보인다.

처음과는 달리 육체 능력에 잘 적응한 듯.

좀비의 머리를 깨나가는 것이 능숙해졌다.

저 멀리 모습을 변화시킨 웨어비스트 장수언이 포효를 하며 날아다니듯 좀비들을 갈라내고 있었다.

그를 보며 웨어비스트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절로 실감할 수 있었다.

울버린의 칼날처럼 길게 세운 손톱은 여지없이 좀비들을 동강내고 있었다.

나연누나도 사뿐사뿐 몸을 날리며 좀비들의 눈을 하나하나 관통해 나갔다.

초인이라는 육체 능력을 타고나고, 꾸준한 훈련을 한 이답게 날렵하게 하나하나 처리하고 있었다.

득구 명우 이은지의 얼굴에는 지친모습이 역력했지만.

사냥꾼 생활을 한 이들답게 생존을 위한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다.

파다다다닥.

좀비들을 하나둘 처리해나가는 그때.

나뭇가지를 스치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줄기줄기 뻗은 나무 사이로 이동하는 놈들이 보인다.

나는 단검을 좀비의 눈알에 쑤셔 박으며 외쳤다.

“점핑이다!”

비쩍 마른 외형에 팔다리가 유독 긴 놈들.

살 껍데기가 없어 붉은 속이 훤히 드러나 근육조직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빠르게 접근해 온다.

이미 두 번이나 마주친 놈들이기에 일반 좀비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고 있다.

복잡한 숲 지형을 이용해 이리저리 나무를 타고 다니며 공격을 감행한다.

확실히 좀비와는 달리 생각이라도 하는 것인지 지형지물을 이용해 교활하게 공격해 왔다.

놈들이 나타나면서 득구, 명우, 이은지가 사격자세를 취한다.

푸슛. 푸슛. 푸슛.

불을 뿜기 시작하는 총구.

총알이 많지 않기에 그들은 신중하게 사격해 점핑 놈들을 하나하나 저격했다.

“제기랄! 너무 많아!”

성기형의 외침이 들려왔다.

하나하나의 좀비들은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지만.

숫자가 많아지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거기에 더해 점핑들의 숫자도 점점 불어나고 있었다.

나는 나무 위로 몸을 날리며, 굵은 나뭇가지에 착지하는 놈의 목에 단검을 쑤셔 넣었다.

푸욱.

-꾸엑!-

그러곤 놈들처럼 나무를 이리저리 타고 다니며 하나하나 베어 나간다.

사냥꾼에 버금가는 날렵함을 지닌 놈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그 정도로는 위협을 줄 수 없었다.

다만, 줄지 않는 그 숫자가 조금은 부담스러울 뿐이다.

내가 나무를 이리저리 타고 놈들을 유린하자.

장수언도 같은 방법으로 점핑들을 처리해 나갔다.

확실히 호랑이라도 고양이과의 웨어비스트이기 때문인지 그 움직임이 실로 날렵하다.

계속해서 놈들을 처리하고 있지만.

이 상태로는 물량공격에 하나둘 무너지고 말 거다.

“크르르!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점핑을 처리하며 다가온 장수언이 팔을 멈추지 않은 채 외쳤다.

그의 말에는 나도 동감한다.

하지만 도대체 어디로 도망을 가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는 미로에 갇히기라도 한 듯.

숲을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별장을 나선지 이틀 정도가 지났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결계의 시작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쿵. 쿵. 쿵. 쿵.

콰지직. 콰직. 콰직.

그때, 땅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높게 자란 나무들이 사정없이 부러져 나간다.

점점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검은 실루엣.

“저... 저게 뭐야!?”

성기형이 놀란 듯 외치고.

3미터는 훌쩍 넘을 것 같은 엄청난 덩치의 괴 생명체가 나무를 마구 뚫어내며 달려오고 있었다.

족히 300킬로그램은 나갈 것 같은 덩치.

붉은 갑주를 입은 듯 단단해 보이는 외형과, 덩치에 맞지 않게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무 기둥만큼 두터운 팔을 휘두를 때마다 나무들이 꺾어져 나간다.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나게 강해 보이는 놈.

그리고 그놈의 뒤에서 펄쩍펄쩍 뛰며 점핑들이 마구 밀려들고 있었다.

“이런... 씨발...”

절로 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도망이고 자시고 이미 지척까지 다가온 놈이 커다란 주먹을 휘둘러왔다.

놈을 맞이하게 된 것은 점핑을 처리하기 위해 앞서 있던 나와 장수언.

후우웅.

나와 장수언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동시에 양옆으로 몸을 날렸다.

놈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며 엄청난 풍압이 몰아친다.

저 주먹에 맞았다면 어찌 되었을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바닥을 한 바퀴 굴러 몸을 일으킨 나는 목청껏 외쳤다.

“반대로 뛰어!”

그 소리가 놈의 신경에 거슬렸던 것일까?

놈의 퉁방울 만한 눈이 나를 향하는 것이 느껴진다.

내 외침과 함께 사람들이 일제히 반대로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와 같이 몸을 날렸던 장수언이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 나간다.

‘저런 개새끼!’

-꾸어어어!-

놈에게서 가장 가까운 것은 나.

쿵. 쿵.

두 발자국을 내디딘 것만으로 당도한 놈이 주먹을 힘껏 내리꽂는다.

둔하게 생긴 몸뚱이로 점핑이상으로 빠른 몸놀림.

콰앙.

황급하게 몸을 피하자 놈의 주먹이 땅을 힘껏 강타했다.

단숨에 땅속을 깊이 파고든 주먹.

흙먼지가 날리며 뿌연 먼지를 만들어 낸다.

나는 놈의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몸을 돌렸다.

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두 사람.

나연누나와 성기형이 나를 향해 오는 것이 보였다.

“가라고! 왜 말을 안 들어!”

사냥꾼 개새끼들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데 나를 구하겠다고 돌아오는 모습이 답답하다.

내가 무사히 놈의 손에서 빠져나온 것을 확인했음인지 재차 몸을 돌려 달리는 두 사람.

쿵. 쿵. 쿵. 쿵.

뒤에선 덩치괴물의 발소리가 오싹하게 들려온다.

그리고 우리가 달리는 방향에서도 점핑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제기랄!”

앞뒤로 이루어지는 놈들의 압박.

이미 달려 나간 사냥꾼 놈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당해 버린 것인지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셋은 좆 됐다는 것.

남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지금은 이 방법이라도 써야 할 것 같다.

두 사람은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무사하길 바라고 싶은 사람이기에.

미리 앞으로 나간 사냥꾼 놈들이 도망치는 중이라면 속이 좀 쓰리겠지만.

어쩔 수 없다.

“둘 다 내 말 잘 들어! 지금부터 내가 뛰는 반대 방향으로 뛰어!”

그 말에 놀란 두 사람이 각각 외친다.

“무슨 소리야!”

“설마! 뭐 하려고!”

“부탁이니까 제발 그렇게 해! 나 혼자라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어!”

장담하듯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너무나 무섭다.

세상의 이면을 마주한 것도 불과 몇 달도 되지 않았다.

그러할 진데.

어찌 두려움이 없을 수 있겠는가.

나는 품에서 총을 꺼내 들었다.

그러곤 장착된 소음기를 분해했다.

“강인한!”

“강인한!”

동시에 울리는 두 사람의 음성.

“난 아직 내 힘도 전부 드러내지 않았어! 그러니까 방해하지 말고 제발 좀 가!”

그 말에 성기형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나연누나의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 글썽거렸다.

내가 살면서 나연누나가 울먹이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멀찍이 유인하고 빨리 찾아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더 이상 시간을 끌었다간 이도 저도 안 된다.

“꼭 다시 돌아와라!”

“강인한! 빨리 안 오면 정말 죽을 줄 알아!”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여준다.

지금의 급박한 상화에서 여유롭게 인사를 나눌 시간은 없다.

***

타앙.

숲을 울리는 총성.

그 커다란 총성에 덩치와 점핑들이 내 뒤를 따랐다.

느린 좀비들은 보이지 않는다.

좀비들까지 전부 유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놈들로는 나연누나와 성기형에게 위협이 될 수 없다.

이런 물량공세가 아니라면 위험할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타앙.

중간 중간 총을 쏘며 될 수 있는 한 많은 놈들이 몰려들 수 있도록 만들었다.

-쿠워어어어!-

쿵. 쿵. 쿵.

콰지직. 콰직.

여전히 들려오는 덩치의 괴성과 발소리가 오히려 안도감을 준다.

파다다다닥.

나뭇가지를 스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점핑들의 인기척 또한 반갑기 그지없다.

수많은 점핑들과 덩치가 나를 잡기 위해 눈을 번들거린다.

점핑들의 숫자만 최소 백은 넘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그 숫자를 훌쩍 뛰어넘을지도 모르겠다.

발이라도 삐끗하게 되면 정말로 좆 되는 순간이 될 것이다.

나는 미친 듯이 뛰고 또 뛰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숲.

이 숲의 끝은 어디일까 도저히 짐작이 되지 않는다.

한참을 뛰어 슬슬 놈들을 따돌려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끈질긴 놈들은 여지를 주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방법을 궁리하던 그때.

나무들이 시야에서 사라지며 숲의 끝을 알리듯 트인 공간이 눈에 잡힌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숲의 끝을 발견한 것.

어쩌면 이 끝에 빠져나갈 구멍이 있지는 않을까?

일말의 희망을 안고 단숨에 달려 나간다.

‘저건... 뭐야?’

시야에서 커져가는 누군가의 모습.

점점 가까워지며 낯익은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단발머리의 늘씬한 몸매의 여성이 발을 동동 굴리고 있었다.

여성은 먼저 도망갔던 사냥꾼 중 한 명.

이은주였다.

‘흩어진 건가?’

-꾸어어어어!-

쿵. 쿵. 쿵. 쿵.

여전히 내 뒤를 쫓는 덩치와 점핑들의 괴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경악의 눈으로 이 쪽을 바라보며 소리치는 이은주.

“안 돼! 이쪽으로 오지 마! 길 없다고!”

‘뭐? 길이 없어?’

살짝 경사가 있는 오르막.

이은주는 그 끝에 서서 도망갈 생각조차 못 하고 있었다.

내 시야에는 저 멀리까지 길이 보이건만.

불안함에 심장이 사정없이 뛰기 시작한다.

뒤에는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의 괴물들이 따르는 상황.

“무슨 소리야!”

그렇게 외쳤지만.

절망이 들어 찬 이은주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금세 드러났다.

“씨이발!”

이은주가 서 있는 그 뒤의 끝은.

깍지 바른 절벽이었다.

절벽과 절벽 사이의 틈이, 사람이라면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을 만큼 벌어져 있었다.

아니, 초인이라도 이건 불가능하지.

어떻게 이십 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거리를 뛰어넘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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