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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163화 (163/297)

2. 사냥꾼.(135)

2. 사냥꾼.(135)

뇌기의 자극과 극도의 오르가슴을 느낀 이은지는 정신을 잃었다.

한참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린 그녀.

이은지의 얼굴은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었다.

자신을 죽일 것 같이 으르렁 거리던 이에게 목숨을 구함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육체의 능력 또한 변화된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모든 것이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은지.

“감사합니다...”

생각해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존대하고 있었다.

아마도 물에 빠진 것을 데려나온 이후부터였던가?

나는 알몸으로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를 아니꼽게 바라봤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마냥 호의가 생기지는 않는다.

저도 여자라고 알몸이 부끄러운 것인지 팔로 가슴과 음부를 교묘히 가리고 있다.

나는 그런 이은지의 턱을 거칠게 부여잡으며 말했다.

“알면 최선을 다해서 협조해. 만약에 내 사람들이 잘못된다면 오히려 살아난 것을 후회하게 해 줄 거니까.”

턱을 잡혀 얼굴이 들린 이은지의 시선이 잘게 흔들린다.

그래도 많이 고분고분해지기는 했다.

이것이 존슨의 힘인가?

“네...”

잡은 턱을 거칠게 털어내고는 무뚝뚝한 음성으로 말했다.

“옷이나 입어.”

그 말에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던 이은지.

나도 벗어놓은 옷을 입으려 몸을 일으키자 이은지의 시선이 덜렁이는 내 양물로 향한다.

“흡...”

그러곤 이내 놀란 듯 시선을 돌려 버린다.

축 늘어졌지만 그 크기에 놀란 듯하다.

“지랄은. 처녀도 아닌 게.”

수치감을 일으키는 말에 이은지가 고개를 푹 하고 숙였다.

별 말이 없는 것을 보니 확실히 처녀는 아닌 듯하다.

뭐, 크게 상관은 없지만.

이은지.

호감 : 55->75

신뢰 : 0->52

애정 : 0->48

복종 : 37

내가 목숨을 구해주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은지의 수치는 모두 나에게 좋은 쪽으로 올라가 있었다.

거기에 더해 새로 생긴 복종이 눈에 들어온다.

충성이라는 것은 나대명 등에게서 보았었는데.

복종은 또 처음이다.

충성과 복종은 다른 것일까?

정확하게 어떻게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작용을 하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내가 하는 명령을 따른다거나...

그렇게 나와 이은지는 끝없이 이어진 동굴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이 동굴의 끝이 어디에 닿아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은 끝까지 가 봐야 하겠지.

***

“죽어!”

촤아악.

스거걱.

내 손에 들린 단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어김없이 목이 떨어지는 스파이더 좀비 놈들.

이놈들은 점핑들과 닮기는 했지만, 더욱 끔찍한 외형을 하고 있었다.

피부가 없어 붉은 근육이 그대로 드러난 것만도 징그러운데, 팔다리는 기형적으로 길다.

점핑처럼 탄력적으로 잘 뛰어다니면서도, 신기하게도 벽을 타고 네 발로 기는 제주까지 선보였다.

동굴 천장과 벽을 타고 몰려드는 놈들을 베고 또 벴다.

그 모습이 거미와 같아 스파이더 좀비라 이름을 붙였다.

역시 내 작명센스만큼은 기가 막히다.

참고로 점핑도 내가 지어 준 것이다.

-캬아악!-

“씨끄러워!”

-캭캭!-

“반항이냐?”

목이 잘리거나 뇌에 직접적인 타격이 아닌 이상 놀라울 정도의 회복을 보이는 놈들.

하지만 놈들에게도 내 공격만큼은 천적과 다름없다.

뇌기가 덧 씌워진 단검에 갈라진 상처는 회복이 되지 않았던 것.

문제는 이놈들이 끝없이 밀려들고 있다는 것이지만.

몸이 회복된 것뿐만이 아니라, 육체 능력이 퓨리 다크니스를 주사한 것만큼 진일보한 이은지도 필사적으로 놈들의 목을 노리고 단검을 휘둘렀다.

“흐윽!”

짤막하게 들리는 이은지의 신음 소리.

이은지가 한 놈과 공방을 주고받는 사이 뒤로 돌아간 스파이더 좀비 한 놈이 날카로운 손톱으로 그녀의 등을 긁어 버린 것.

하지만 그녀는 고통을 참아내며 결국 상대하던 놈의 목에 단검을 꽂아 넣었다.

확실히 쓸모는 있었다.

문제는 뒤에서 등을 긁어 버린 놈의 손톱이 목을 노리고 날아들고 있다는 것이지만.

나는 천장에서 떨어져 내리는 놈의 공격을 피하며 목구멍에 단검을 찔러 넣었다.

찔러 넣은 단검을 뽑아내며 그대로 몸을 돌려 투척을 한다.

쒜에엑.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단검이 이은지를 공격하던 놈의 두개골에 정확하게 박혀 들었다.

-키엑!-

나는 무너져 내리는 놈을 확인할 틈 없이 그대로 주먹을 움켜쥐며 뻗어냈다.

뻐걱.

단검을 투척하기 위해 잠시 몸을 돌리는 틈에 눈앞까지 나다 왔던 스파이더 좀비의 머리가 함몰된다.

안면에 스파크를 튀기며 뒤로 날아가는 스파이터 좀비.

나는 주먹이 얼얼한 것을 느끼며 재차 주먹을 날린다.

뻐걱. 뻑. 뻑.

“달려!”

연신 스파이더 좀비의 대가리를 후두려까며 외쳤다.

이미 한두 번 한 것이 아니기에.

이를 알아들은 이은지도 내 뒤를 따가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한다.

길막하는 놈들을 처리하고 달릴 정도의 틈이 생기면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러다가 또다시 막히면 처리하고 달리고를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하악... 하악... 하악...”

뒤에서 들려오는 이은지의 거친 호흡.

나도 점점 지켜가는 지금, 이은지 또한 정상은 아닐 터다.

-키에엑!-

“그만 좀 몰려 와!”

퍼억.

눈앞에 보이는 마지막 놈에게 주먹을 날린 후 잠시 멈춰 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후우... 후우...”

숨을 고르고 있자 비척거리며 다가온 이은지가 단검을 내게 건넸다.

이 상황 또한 몇 번이나 있던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단검을 받아들였다.

지금까지 저 지긋지긋한 스파이더 좀비들을 처리한 숫자만 못해도 백 마리는 훌쩍 넘어간다.

통로의 크기가 한정되어 있어 사방에서 포위당하지는 않기에 그마나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어느 정도 숨을 고른 후 말없이 발걸음을 뗀다.

쓰러질 듯 벽에 기대고 있던 이은지는 지친 표정과는 달리 내가 움직이자 불만 없이 뒤를 따랐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지친 몸을 이끌고 얼마나 전진했을까?

더 이상 놈들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처음 스파이더 좀비를 맞닥뜨리고 처음으로 생긴 여유.

슬쩍 뒤를 돌아보자 비틀거리면서도 악바리같이 따라오는 이은지의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이 상태라면 또다시 전투가 벌어지면 이은지는 버틸 수 없을 거다.

나 또한 어느 정도의 휴식은 필요하다 생각이 되었다.

더군다나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탓에 체력의 소모도 급격하다.

“잠깐 쉬자.”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일그러졌던 이은지의 얼굴이 안도감으로 물든다.

그렇다고 이은지를 배려해서 쉬는 것은 아니다.

나도 쉴 필요성이 있기에 쉬는 것일 뿐.

털썩.

내가 바닥에 앉자, 이은지도 풀썩 바닥에 앉는다.

도대체 이 동굴의 끝은 언제쯤 도달할 수 있을까?

동굴의 끝에는 나가는 출구가 있기는 할까?

이런저런 생각하면서도 청각에 집중하며 괴물 새끼들이 다가오는지 경계했다.

“으윽...”

낮게 신음을 흘린 이은지가 얼굴을 찌푸린다.

쉬게 되자 등에 난 상처의 고통이 이제야 인식이 된 모양이다.

“상처가 심한가 보지?”

“아... 아니에요.”

내 물음에 놀란 듯 강하게 부정하는 그녀.

어쩌면 부상당한 그녀를 두고 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이었을까?

이은지의 눈동자는 초조함으로 물들었다.

“옷 벗어.”

“네?”

“위에 옷 벗어보라고.”

“네...”

그 말에 조심스럽게 상의를 벗는 그녀.

“흡!”

고통을 참는지 헛숨을 내뱉은 그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본다.

말없이 묵묵히 바라보고 있자 이은지는 벗던 옷을 마저 벗었다.

상의를 벗자 브래지어가 툭 하고 떨어져 내린다.

놀란 이은지가 팔로 가슴을 감싸고는 시선을 돌렸다.

손톱이 등을 할퀴며 브래지어의 끈이 잘렸던 모양이다.

“돌아봐.”

머뭇거리던 이은지가 몸을 돌려 등을 드러냈다.

날카롭게 갈라진 세 개의 손톱자국.

그곳에선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는 중이다.

이대로 계속 피가 흐른다면 죽음을 피하진 못할 듯싶었다.

나는 그녀의 상처로 손을 가져갔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지혈하지 못하면 죽을 것은 자명하다.

파지직. 파직.

손가락에 뇌전을 튀기며 길게 난 상처 위를 지진다.

“아아악! 흐윽!”

갈라진 부위를 손가락으로 훑으며 지져서 출혈을 막았다.

그것이 상당히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지르던 이은지가 입을 손으로 틀어막는다.

“흐읍! 흐으읍!”

소리를 크게 낸다면 괴물들이 몰려들 수도 있기에 하는 행동.

그래도 개념은 잘 박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으로 바들바들 떨면서도.

이은지는 내가 지혈을 완료할 때까지 꿋꿋하게 참아내었다.

“하윽... 하아... 하아... 하아...”

모든 지혈을 마치자 무너지듯 땅에 엎어지는 그녀.

그 상태로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흠칫하며 몸을 일으키려는 이은지에게 말했다.

“그냥 누워 있어. 조금이라도 회복해야 쓸모가 있지.”

“네...”

힘없이 대답한 이은지는 몇 분도 되지 않아 잠이라도 든 듯 고른 숨을 내뱉으며 침묵했다.

나는 손을 가져가 뇌기를 발산해 이은지의 몸을 한 번 데워준다.

어디까지나 쓸모가 있기에 도움을 주는 것뿐이다.

사냥꾼으로 활동했던 이은지의 전투 센스는 생각 이상으로 뛰어났다.

거기에 더해 퓨리다크니스를 주입한 효과정도로 사냥꾼의 능력을 유지할 수 있으니 더욱 도움이 될 수밖에.

“좆나 배고프네...”

청각의 집중에 주의를 기울이며 손목에 찬 롤x렉스 시계를 바라본다.

지금가지 용케도 손목에서 떨어지거나 깨지지는 않았다.

“참 이상하단 말이야. 1,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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