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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164화 (164/297)

2. 사냥꾼.(136)

2. 사냥꾼.(136)

“으헉... 헉... 헉... 나연씨! 인한이는! 헉... 헉... 무사하겠죠?”

정신없이 달리는 와중에도 걱정이 그득한 눈으로 묻는 왕성기의 말에 김나연은 확신의 어조로 말했다.

“무사할 거예요! 그것보다 우리가 문제네요.”

그도 그런 것이 강인한이 대부분의 괴물들을 유인해 가기는 했지만.

전부가 따라간 것은 아니기에 둘은 몇 번이나 점핑들을 상대해야만 했다.

그리고.

-쿠어어어어!-

놈들의 눈을 모두 피했다고 생각할 무렵.

돌덩이 같은 덩치와는 다르게 빠르게 다가오는 괴물과 맞닥뜨려야 했다.

아무래도 저 덩치 괴물은 한 마리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

“아... 앞에!”

왕성기의 놀란 음성에 김나연의 몸이 고양이처럼 훌쩍 뛰어올랐다.

그야말로 신속하고 빠른 움직임.

스걱.

단숨에 머리를 잃은 점핑의 죽어버린 몸뚱이가 떨어져 내렸다.

뛰어올랐던 김나연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착지하며 재차 달려 나간다.

그 무심한 모습에 왕성기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원래... 저런 스타일이었나?’

김나연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그동안 알고 지내던 것이 있던 터라 몇 번이나 보아도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그 또한 강인한에 의해 각성이라도 한 듯 말도 안 되는 육체 능력을 지니게 되었지만.

아직도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몇 번이나 괴물들과 싸우면서 왕성기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는데.

김나연은 그의 상처마저도 말끔하게 치료해 버렸다.

마치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에서나 볼 법한 신기한 광경.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상을 완전히 부정이라도 하듯 뜬금없이 찾아온 세상의 이면.

보통 사람이라면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단 말인가.

-쿠어어어!-

뒤에서 들려오는 덩치의 끔찍한 울음소리.

빠르게 둘을 추적하고 있지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김나연과 왕성기에 대한 분노가 절절하게 느껴졌다.

우지직!

후웅~

쾅.

이제는 커다란 나무를 꺾어 던지며 그들의 진로를 방해까지 하고 있었다.

저 괴물들은 지능이 있는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이라면 상관없겠으나.

간간이 날아드는 점핑들에 의해 그들의 이동 속도는 늦춰질 수밖에 없었다.

“성기씨! 피해요!”

김나연의 다급한 목소리에 왕성기가 옆으로 몸을 날리며 바닥을 굴렀다.

“크으윽!”

동시에 뒷골을 스쳐 지나는 점핑의 날카로운 손톱.

헛손질을 한 점핑이 목표물을 찾아 눈을 돌리는 틈에 김나연의 단검이 목을 꿰뚫는다.

푸욱.

-케엑!-

“허억... 허억... 감사...”

감사를 표하려던 왕성기의 얼굴이 긴장으로 물든다.

그들의 진행 방향에서 몰려드는 점핑들.

그 수가 최소 열 마리는 되는 듯 했다.

문제는 뒤에서 괴성을 지르며 따라오는 덩치.

김나연의 인상도 지금까지의 무심함과는 달리 살짝 찌푸려졌다.

혼자라면 어떻게든 몸을 피할 수 있겠으나.

왕성기를 버리고 갈 수는 없는 노릇.

“나연씨! 제가 한 번 막아보겠습니다!”

저 커다란 덩치 놈이 강하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어차피 이 상태로 도망만 다닐 수도 없는 노릇.

놈의 괴성으로 인해 모여드는 점핑들까지 상대해야 했기에.

차라리 어떻게 해서든 이 자리에서 처리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고 볼 수 있었다.

으득!

김나연도 이 상황에서 달리 뾰족한 수는 없었다.

최악의 경우가 생기더라도 결국은 처리해야 할 일이다.

“조금만 버텨 주세요!”

김나연은 그 말과 함께 몰려드는 점핑들 틈으로 몸을 날렸다.

쿵. 쿵. 쿵. 쿵.

-꾸어어어어!-

드디어 잡았다는 듯 포효하는 덩치의 사나운 울음소리.

콰앙.

수 미터나 훌쩍 뛰어오른 덩치가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중앙으로 난입했다.

덩치 괴물의 무게에 땅이 발모양으로 움푹하고 파였다.

그런 놈의 앞에 서서 최대한 몸을 부풀리고 있던 왕성기가 외쳤다.

“이 괴물 새끼야! 어디 한 번 덤벼 봐!”

호기롭게 외치며 도발하는 왕성기는 결연한 눈빛으로 덩치를 주시했다.

두려움이 없다면 거짓이다.

이제는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좀비들도 아직은 낯설고 두려울 진데 눈앞의 거대한 놈은 말해 무엇하랴.

지금도 심장이 터져 나올 듯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막상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본 놈의 덩치는 생각보다 훨씬 거대했다.

못해도 3미터 50은 되어 보이는 키와 300킬로그램은 나갈 것 같은 근육질 체구.

돌처럼 단단해 보이는 붉은 피부는 해머로 두드려도 깨질 것 같지 않았다.

광기 짙은 눈을 번들거리며 콧김을 훅훅 내뱉는 모습은 절로 오금이 저려오게 만들었다.

감히 자신에게 도발을 한 인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바위만 한 양 주먹을 하늘높이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꾸어어어어!-

고막을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는 어찌나 강렬한지 왕성기의 머리칼이 마구 휘날릴 정도였다.

이를 악문 왕성기도 질 수 없다는 듯 놈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우아아아아! 덤벼 봐! 새끼야!”

두려움에 움츠려 있을 수만은 없다.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초라하게 죽는 것보다 발악이라도 하는 것이 낫다.

기왕이면 잠시라도 놈을 막아 내어 김나연이 도망갈 시간을 마련한다.

그런 생각을 하자 없던 용기도 샘솟는 것 같았다.

왕성기의 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더불어 그의 근육들이 불끈불끈 솟아올랐다.

곰처럼 보이지만 왕성기의 몸은 근육으로 꽉 들어찬 몸이다.

그런 그의 몸이 더욱 단단해지고 더욱 크게 부풀어 올랐다.

‘이 느낌은...?’

처음 몸의 변화를 느꼈을 때의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해 탈피를 마친 것과 같은 그 기분.

지금 그 때의 그 느낌이 다시 한 번 전신에 퍼져 나갔다.

목 속에 들어차는 힘을 느끼며 왕성기는 벅차오름을 느꼈다.

‘할 수 있어!’

후우웅.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덩치 놈이 손바닥을 내리찍어 왔다.

자신의 손보다 족히 두 배 이상은 큰 어마어마한 크기.

왕성기는 덩치 괴물의 찍어 내려오는 손바닥을 향해 팔을 내뻗는다.

터엉.

“크으윽!”

호기롭게 팔을 뻗어 놈의 손을 맞잡아 막았지만, 놈의 거력은 절로 심음이 터져 나올 정도로 강맹했다.

자신의 손이 막히자 덩치 괴물의 눈이 부릅떠진다.

자신보다 한참 작은 놈의 손에 붙잡혔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쿠어어어어!-

분노한 덩치 괴물이 반대 손을 재차 내리찍었다.

터엉.

“크으윽!”

가가각.

그 역시 잡아낸 왕성기.

하지만 발바닥이 땅을 긁으며 밀려나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양손을 맞잡고 마치 힘 대결을 하는 형국이 되었다.

-꾸어어어어!-

“으아아아아!”

서로의 손을 맞잡고 악을 쓰던 둘의 몸이 약속이라도 한 듯 떨어졌다.

그러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해 덤벼든다.

후우웅.

사선으로 가르며 날아오는 거대한 주먹을 피한 왕성기가 덩치 괴물의 측면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두터운 팔에 근육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장전하듯 뒤로 당긴 주먹이 덩치 괴물의 옆구리를 향해 쏘아졌다.

뻐어억!

쿵. 쿵. 쿵.

왕성기의 주먹에 몇 발자국이나 밀려난 덩치 괴물이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리며 재차 공격을 감행했다.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하며 왕성기의 주먹이 계속해서 덩치의 몸을 두드린다.

퍼어억. 퍼억. 뻐어억!

-꾸와아아아!-

계속해서 공격을 허용하자 더욱 미쳐 날뛰는 덩치 괴물.

무식한 주먹이 휘둘러질 때마다 애꿎은 나무들이 터져 나갔다.

‘통한다!’

왕성기는 날뛰는 덩치 괴물을 향해 미친 듯이 손과 발을 날렸다.

미약하긴 하지만 단단한 갑주와 같은 피부가 부서지듯 휘날리고 있었다.

퍼어억!

왕성기의 주먹이 덩치 괴물의 턱을 강하게 후려쳤다.

이에 번쩍 들린 덩치 괴물의 머리.

한 방 더 먹여주려던 왕성기는 스르륵 내려오는 덩치괴물의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이런!’

광기로 얼룩진 눈동자의 깊숙한 곳에는 이를 기다렸다는 듯 조소가 숨겨져 있었다.

터업.

어느새 다가온 덩치의 손이 왕성기의 팔을 잡아챘다.

그러곤 그를 향해 날아오는 반대쪽 주먹.

퍼어억.

“크허억! 쿨럭!”

복부를 강타한 충격에 왕성기는 아찔함을 느꼈다.

속에 있는 장기들이 목을 타고 뽑혀 나올 것만 같은 충격이었다.

여전히 덩치 괴물에게 잡혀 있는 팔.

덩치 괴물이 왕성기를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그러곤 바닥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

콰앙.

“커어억!”

눈앞이 번쩍하며 전신을 강타하는 격통.

왕성기는 아찔한 정신을 부여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이를 기다려주지 않겠다는 듯, 다시 들려지는 몸.

콰앙.

“크어억!”

콰앙. 콰앙. 콰앙.

덩치 괴물은 왕성기를 몇 번이나 땅에 내리꽂았다.

이윽고 움푹 파여 커다란 사발모양으로 변해 버린 땅.

“커헉... 컥... 컥...”

걸레짝이 된 왕성기가 힘겹게 숨을 토해냈다.

-쿠어어어어!-

자신이 승리했다며 자축하는 덩치 괴물의 괴성이 귓가를 강타했다.

왕성기는 생에 처음으로 죽음의 위기를 느꼈다.

아니, 지금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인지조차 인지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태였다.

힘겹게 들어 올린 눈동자에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덩치 괴물의 발이 왕성기를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성기씨!”

그때 들려오는 김나연의 외침.

‘흐으으... 도망쳐 나연씨...’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도저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그만큼 왕성기의 상태는 위중했다.

‘인한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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