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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169화 (169/297)

2. 사냥꾼.(141)

2. 사냥꾼.(141)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

그렇게 외치곤 선두에서 조금씩 뒤로 몸을 뺐다.

이에 나연누나가 비명과 같은 음성으로 외친다.

“뭐 하려는 거야! 엉뚱한 생각 하지 마! 엉뚱한 짓은 한 번으로 족해!”

나연누나가 저렇게 뾰족하게 언성을 높이는 것은 처음 본다.

그녀에게도 내가 그만큼 크게 자리하게 된 것이겠지.

죽을지도 모르는 순간에 기쁜 마음이 들 수 있다니.

여자의 관심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마음을 들뜨게 만드는군.

“강인한! 나도 마찬가지야! 절대 용납 못한다!”

결연한 눈으로 나를 응시하는 성기형.

제기랄... 내가 미끼가 되어도 절대 가지 않겠다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진다.

“인한님! 안 돼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 거예요!”

뭐야... 이 미친년은 또 왜 이래?

그 사이 섹정이라도 든 것인가?

이은지.

호감 : 88->100

신뢰 : 65->100

애정 : 64->100

복종 : 79->100

동굴을 빠져나와 한 번의 펠라치오로 입싸를 하고.

두 번을 상당히 과격하게 박아주었다.

그리고 정보를 볼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은지의 정보는 모두 맥스를 찍고 있었다.

‘뭐가 이렇게 쉬워?’

복종이 맥스를 찍었는데 반항을 하는 걸 보니.

무조건적으로 내 말을 따르지만은 않는가 보다.

어떤 기준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자기 목숨만큼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크르르! 내 분명 말했지! 호랑이는 절대 은혜를 외면하지 않는다고!”

나는 달리는 와중에도 황당한 눈빛으로 장수언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본 사냥꾼 중 제대로 된 인간은 본 적이 없다.

‘저놈은 인간은 아니지.’

그나마 내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정욱아저씨도 일반인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랬다면 내가 손에 묻힌 피를 외면하지 못했겠지.

장수언.

호감 : 52

신뢰 : 79

애정 : 44

충성 : 66

호랑이놈의 정보가 갱신되어 있었다.

전부 제로에 가까웠던 수치들.

그리고 처음에는 적의도 있었건만.

호의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발로 차버리면서 미끼로 쓰려고 했는데, 크나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

물론, 좋은 방향으로 말이다.

“젠장! 이렇게 뭉쳐서 달아나서는 방법이 없어! 저 새끼는 반나절이나 쫓아왔다고!”

그 말에 모두의 표정이 비장하게 변했다.

홀로 놈을 막아서봤자 시간 벌이도 되지 않을 터.

놈은 계속해서 남은 사람들을 쫓게 되겠지.

결국은 다섯이 무사할 때 놈과 싸우기라도 해 보는 것이 일말의 희망이라도 바랄 수 있는 방법이었다.

“크르르! 도망가다 죽느니 한 번 붙어 보자고!”

호기롭게 외치는 장수언.

나연누나와 성기형도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 중에 가장 지쳐 보이는 이은지도 보신을 버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넓게 퍼져!”

내 외침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 거대백사를 중심으로 넓게 흩어졌다.

도망치기에 급급하던 인간들이 뜻밖의 행동을 하자 집요하게 들러붙던 백사가 흥미로운 듯 눈알을 굴린다.

마치 지금의 놀이가 참으로 재미있다는 듯.

-캬르르르~ 캬르르~-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우리를 향해 묻는 것만 같다.

이제 어쩔 거냐고.

다행이라면 놈의 공격이 잠시라도 멈추어졌다는 것.

나는 반나절이 훌쩍 넘은 지금에야, 확실하게 거대백사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정말이지 끔찍하게 크기는 크다.

길이만 최소 20미터는 훌쩍 넘어 보이고, 몸통의 두께만 해도 버스에 비견될 정도로 두꺼웠다.

새하얀 비늘은 한눈에 보기에도 강철보다 단단해 보인다.

전설에서나 나오는 이무기의 모습이 이러할까?

나는 놈을 경계하며 놈의 모습을 자세하게 눈에 담는다.

총알에 적중당한 곳은 어디인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말은 총알자체가 어떠한 타격도 주지 못했다는 것.

과연 이 작은 단검이 저놈의 몸에 박히기는 할까?

나뿐만 아니라 각각 무기를 꼬나 쥐고 있는 일행들도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거대백사를 긴장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쓰... 쓰버럴... 이거 맞는 거지?”

저도 모르게 웅얼거리며 성기형이 손도끼를 질끈 부여잡는다.

“크르르르... 진짜 어처구니없는 놈이군.”

장수언이 양손을 뻗으며 날카로운 손톱을 끄집어냈다.

커다란 혀로 입술을 훔친 장수언.

음... 울버린 같군.

나연누나의 눈은 언제부턴가 새파랗게 변해 있었다.

그녀의 몸 주위로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푸른 아우라.

나연누나는 반푼이라는 처지를 완전히 벋어난 모습이다.

이은지도 단검을 쥐고는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여자인데다 늘씬하기에 비실해 보였기만, 아마도 성기형보다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터다.

비장한 표정의 다섯 명.

이것이 보스 레이드인가?

나는 거대백사를 바라보며 양팔에 뇌기를 흘려보냈다.

혈맥을 타고 양손으로 밀려드는 강렬한 힘이 느껴진다.

주먹을 쥔 왼손에 스파크가 튀었다.

오른손을 타고 단검을 감싼 뇌기.

파지직. 파직.

도주를 하며 상당한 양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마지막을 불태울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내 힘의 한계점이 어디까지인지는 모른다.

지금처럼 완전히 목숨을 내놓고 싸워 본 것은 처음 구상두를 마주했을 때뿐이니까.

그리고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서툴렀던 때이다.

모두가 거대백사를 경계하며 살피던 중, 나연누나가 땅을 박차며 뛰어오른다.

‘이런!’

어차피 놈과 대적하기로 했기에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거대한 놈에게 뛰어드는 나연누나의 모습은 불길에 뛰어드는 부나방과 같아 보였다.

“뭐 해! 공격 해!”

선뜻 먼저 공격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나는 고래고래 악을 질렀다.

그러자 나처럼 눈치만 보던 이들이 일제히 백사를 향해 덤벼든다.

당연히 한발 먼저 놈에게 당도한 나연누나의 공격이 먼저 시작되었다.

내가 세상의 이면을 알기 전부터 그 존재를 알았다곤 하지만.

여자의 몸으로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니.

이건 내 여자를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선봉장을 세운 꼴이 되어 버렸다.

나연누나의 단검에서 시퍼런 기운이 피어오른다.

마치 무협지의 검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며 나도 기합성을 내질렀다.

“하아아압!”

내 단검에서도 시퍼런 뇌전이 번뜩이며 백사를 향해 휘둘러진다.

그그그극. 가가각.

내 공격이 닿기 전 나연누나의 공격이 먼저 닿았다.

한눈에 보기에도 소름 끼치도록 날카로운 공격이었건만 백사의 비늘은 긁힌 흔적이상은 나지 않았다.

-캬아아아악!-

거대백사의 머리가 자신을 공격한 나연누나에게로 향했다.

나연누나는 아직 공중에 부유한 상태.

이대로라면 놈의 아가리는 그녀를 무참하게 씹어버릴 터였다.

직전 뇌기를 머금은 내 단검이 놈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파카카칵.

-캬으윽!-

나연누나가 뿜어내는 시퍼런 기운이 시리도록 차가워 보인다면, 내 단검에 실린 시퍼런 뇌기는 야생마처럼 흉포하다.

머리에 길게 그어진 자국이 시커멓게 변색되었다.

하지만 놈의 머리는 불과 1미터도 밀려나지 않았다.

나는 나머지 주먹을 재차 휘둘러 놈의 머리를 강하게 후려친다.

쩌엉.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훌쩍 밀려나는 백사의 대가리.

나 또한 놀랄 정도의 위력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어쩌면 내 주먹은 폭탄보다 강력한지도 모르겠다.

-키에에에엑!-

그렇다고 공격이 완전하게 먹힌 것은 아닌 듯.

오히려 놈의 성질을 긁어놓은 모양이다.

금세 머리를 흔들며 달려드는 백사.

“여기도 있다!”

파카캉.

성기형의 도끼가 백사의 몸통을 후려치며 놈의 몸이 한 차례 꿀렁거렸다.

간담을 쓸어내리며 바닥에 착지한 나는 재빠르게 몸을 뒤로 물린다.

어느새 나연누나도 뒤로 물러난 상황.

‘어어?’

파캉. 파캉. 파캉.

놈의 몸통을 연달아 후려치고 있는 성기형의 몸이 엄청나게 불어 있었다.

마치 근육으로 갑주라도 입은 듯 부풀어 있는 몸.

성기형이 움직일 때마다 커다란 근육들이 율동하듯 춤을 춘다.

‘저건 또 무슨 효과야?’

그런 성기형의 머리 위로 힘껏 들려진 백사의 꼬리가 떨어져 내린다.

그때, 고양이처럼 놈의 몸을 밟으며 머리로 올라선 장수언이 팔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곤 날카로운 손톱을 그대로 백사의 눈을 향해 내리꽂는다.

-캬아아아악!-

눈이라는 약점에 상당한 타격을 준 듯, 머리를 흔들어대는 백사.

성기형에게 떨어져 내리던 꼬리가 방향을 바꾸며 장수언을 향해 휘둘러졌다.

퍼어억.

피할 겨를 없이 양팔을 교차해 놈의 꼬리를 막아 낸 장수언이 무기력하게 나가떨어졌다.

동시에 뒤로 물러났던 나와 나연누나가 재차 놈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이은지도 이에 동참해 이리저리 피하며 놈의 몸뚱이에 단검을 꽂아 넣는다.

까강.

카카캉. 카캉.

그그극.

-캬아아아아!-

단단한 비늘에 튕겨 나가면서도 계속해서 놈의 몸을 두드렸다.

미약하게나마 조금씩 비늘에 상처라는 것이 생겨나고 있었다.

나는 재빠르게 놈의 몸을 타고 머리로 이동했다.

장수언이 했던 것처럼 놈의 눈을 노릴 생각.

이를 눈치 챈 놈의 꼬리가 위에서 떨어져 내린다.

후우우웅.

엄청난 속도로 떨어져 내리는 꼬리.

나는 찍어 내리던 팔을 황급히 회수하고는 훌쩍 뛰어 그 공격을 피해내었다.

콰앙.

흥분한 나머지 미련하게도 제 머리를 가격한 백사가 머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역시 괴물새끼이기에 지능에 한계가 있는 듯하다.

“뭐 해! 공격 해!”

정신을 못 차리는 놈에게 모두가 합심해 달려들었다.

정신없이 단검과 주먹을 내리쳤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우리가 놈을 가격하는 소리뿐이다.

-쿠에에에엑!-

분노로 점철된 거대백사의 괴성이 숲을 가득 채웠다.

거대한 몸뚱이와 꼬리가 마구 휘둘러졌다.

쿠웅. 쿠웅.

놈의 몸이 바닥을 강타할 때마다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울려댔다.

퍼퍼퍽.

“커어억!”

도끼를 내려치던 성기형이 놈의 몸통에 맞고 날아갔다.

마치 분노버프라도 받은 듯 엄청난 속도로 휘둘러지는 꼬리.

퍼어억.

“크아악!”

“꺄악!”

장수언과 이은지도 피를 뿌리며 바닥을 구른다.

‘이런... 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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