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경계안의 뱀파이어.(5)
3. 경계안의 뱀파이어.(5)
이동하기에 앞서 각자의 전력을 확인해 본다.
스쿡의 말에 의하면 우리가 처리한 뱀파이어들은 하급뱀파이어.
중급뱀파이어들을 기사라 하고, 상급뱀파이어를 기사단장이라 한다.
상급뱀파이어인 기사단장들은 다섯으로 순혈 뱀파이어라 하여 자신의 피로 권속을 만들 수 있었다.
적이 없는 이 곳에선 그저 로드의 명령을 수행할 뿐이다.
그 위로는 이곳의 주인이라 일컬어지는 진혈의 뱀파이어로드.
유일한 진혈의 뱀파이어로서, 이곳에 있는 모든 뱀파이어의 부모와 같은 존재이다.
일행들은 하급뱀파이어들과 상대해 본 바.
스톤구울을 상대하던 것보다 오히려 수월했다고 한다.
각자 두세 마리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자신했다.
으르렁거리며 열 마리도 충분하다며 장수언이 떠들어 대긴 했는데, 꼭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전력은 나, 나연누나, 성기형, 호랑이, 이은지, 스쿡이다.
이들 모두가 하급뱀파이어를 상대할 수 있으며.
스쿡을 제외한 이들은 몇 마리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확실히 전투를 하며 각자의 능력을 적절하게 발전시키고 있는 듯하다.
나 역시도 경계 안으로 들어오기 전보다 몇 배는 강해진 것 같다.
-주인님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로드에게로 가는 방향입니다. 그러면 필연적으로 마을들을 거쳐 가야 하는데, 그곳에는 마을을 관리하는 뱀파이어들이 있습니다.-
이 마을의 뱀파이어를 처리하면서 우리의 존재를 확실하게 인식하게 되었기에, 뱀파이어들은 만반의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목표지점까지 가는 동안 싸움을 피할 길은 없다는 이야기와 같다.
“들었지? 어차피 방법은 무조건 밀고 나가는 것밖에 없어.”
“어쩔 수 없네.”
“크르르~ 피가 끓어오르는군.”
“인한님을 따를 뿐이에요.”
“함께 꼭 나갈 거야.”
-저...-
마지막으로 스쿡이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우물거린다.
“왜?”
-저도... 주인님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따라 나가고 싶다는 말이냐?”
-그렇습니다... 어머니의 고향을 보고 싶습니다.-
“뭐, 네 충성심이 어떠하냐에 따라 다르겠지.”
-그 말은...?-
“만족스러우면 데리고 나가 준다는 말이야.”
-허억! 가... 감사합니다. 평생 주인님을 성심성의껏 모시겠습니다!-
스쿡은 처음 봤을 때와는 달리 제법 강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뱀파이어의 심장을 씹어 먹으며 강해진 탓이리라.
***
-마... 막아!-
우리를 발견한 뱀파이어들이 마을로 대피하며 문을 굳게 닫는다.
피잉. 피잉. 피잉.
굳게 닫힌 울타리위에서 쏘아지는 쿼렐.
쇠뇌를 든 뱀파이어들이 울타리에 숨어 쿼렐을 날려대기 시작했다.
카캉. 카캉. 카캉.
우리는 뱀파이어 놈들이 쏘아내는 쿼렐을 쳐 내며 울타리를 향해 내달렸다.
손에 느껴지는 얼얼한 충격.
그만큼 놈들이 쏘아내는 쇠뇌의 위력은 활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성기형! 호랑이!”
나는 성기형과 호랑이 근처에서 쿼렐을 쳐 내고 있었다.
“알았어!”
“크르르~ 알았다! 대장!”
콰앙. 쾅. 쾅.
힘차게 대답한 성기형과 장수언이 나무로 만들어진 정문을 두드린다.
바위도 부숴 버릴 힘으로 나무쯤이야 단숨에 부숴 버릴 수 있을 거로 생각하겠지만, 마을을 두른 울타리와 정문은 이곳에서만 자라는 특수한 나무로 만든 것이다.
바위보다 단단하고 고무처럼 탄성 있는 사기적인 나무다.
열이 넘는 놈들이 쏟아 내는 쿼렐이 정신없이 날아온다.
성기형과 호랑이를 제외한 모두가 쿼렐들을 쳐 내는 데 집중했다.
이 전에는 저 쿼렐에 몇 번이나 상처를 입었지만, 지금은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제대로 대응하고 있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지나친 마을만 일곱 군데.
계속해서 마을의 뱀파이어들이 죽어 나가자 이제는 방심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울타리에는 결계까지 쳐 놓았기에 점프해 뛰어넘기도 애매한 상황.
결국은 문을 부스고 들어가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콰지직. 콰직.
-으아아아! 문이 부서진다! 기... 기사들은 아직 인가!-
멍청한 뱀파이어 하나가 떠들어 준 덕분에 지원이 있음을 눈치 챌 수 있었다.
“형 빨리!”
“알겠어!”
콰아앙.
콰지지직.
“으랏차차! 어흐흥~”
콰아앙!
콰지직. 쿠우웅~
“부서졌다! 지원오기 전에 단숨에 간다!”
문을 통해 뛰어들자 그 뒤로 일행들이 따라 들어온다.
들어오자마자 그대로 뱀파이어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오... 오지 마!-
-이 가축새끼들이!-
-저리 가! 으아악!-
맹수처럼 달려든 일행들이 뱀파이어들을 처리해 나갔다.
너무나도 능숙해진 움직임.
지금에 와선 하나하나가 일당백과 같다.
혼자서 뱀파이어 한 둘 정도는 구울을 상대하던 때만큼 손쉽게 처리한다.
-커어억!-
-크아악! 너... 넌! 스쿡! 이 배신자!-
-크크큭~ 말이 많다! 그냥 죽어! 크하하하하~-
그때 귀를 강타하는 고성이 울려 퍼졌다.
-이 가축들이! 감히 로드님의 권속들을! 죽어랏!-
나는 귓가를 울리는 파공음에 앞에 있는 뱀파이어의 머리를 후려 버리곤 고개를 슬쩍 뒤로 젖혔다.
눈앞을 지나는 커다란 검날.
마치 중세 시대의 롱 소드를 닮은 검 날이 스쳐 지난다.
검은 그대로 지나지 않고 휘둘러진 상태에서 직각으로 꺾이며 그대로 찍어 내려왔다.
그대로 몸을 옆으로 회전시키며 피해내자, 날카로운 검날이 지면을 푹 하고 파고든다.
내가 수월하게 피해내자 다소 놀란 눈이 된 뱀파이어 한 마리.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몸을 날리는 뱀파이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갑옷과 검을 들고 날렵하게 다가드는 뱀파이어들.
한눈에 보기에도 지금까지 상대했던 놈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소 두 배는 강해 보이는 놈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부담이 될 정도는 아니다.
저 정도라면 누구라도 상대할 수 있을 터였다.
-주인님! 기사들입니다!-
스쿡의 말을 흘려들으며 몸을 비틀어 주먹을 올려친다.
-허업!-
헛바람을 들이킨 놈이 가까스로 피해보지만 얼굴을 스친 주먹에 피부가 길게 찢기며 벌어진다.
핏방울이 비산하는 것도 잠시.
이내 뇌기로 인해 피부가 검게 그을리며 뱀파이어가 비명을 토해냈다.
-크아악!-
검을 겨누며 한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놈은, 비틀거리며 나와의 거리를 벌렸다.
“어딜?”
나는 틈을 주지 않고 그대로 훌쩍 앞으로 다가간다.
당황한 놈이 팔을 휘저어 제법 매서운 공격을 해 왔다.
확실히 맨 손보다 위협적이다.
길이가 있다 보니 다가가는 것이 꽤 긴장된다.
두근두근.
그 와는 대조적으로 묘한 흥분이 몸을 잠식해 간다.
-죽어라!-
나는 검의 간격을 계산하며 점점 앞으로 다가들었다.
몇 번이나 휘둘러진 검을 피해내며 놈의 지척에서 몸을 웅크린다.
후우웅.
머리 위로 지나는 검날.
그것을 피해내자 어느새 놈의 무릎이 얼굴로 올라오고 있다.
확실히 하급뱀파이어와는 달리 싸움에 능숙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빙글.
몸을 한 바퀴 돌리며 올라오는 무릎을 피하고는 그대로 놈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주었다.
퍼어억.
-꺼억... 컥... 컥...-
으드득.
주먹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옆구리가 눈에 들어온다.
못해도 갈비뼈 다섯 대는 나갔으리라 본다.
뇌기까지 실린 공격에 놈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진다.
나는 그대로 몸을 세우며 팔꿈치로 놈의 턱을 후려쳤다.
쩌어억.
팔꿈치로 턱뼈가 으스러지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확실히 단검으로 찔러 죽이는 것보다 손맛이 좋다고 해야 할까?
등을 타고 만족스러운 쾌감이 전해졌다.
충격에 뇌까지 진탕이 된 듯 그대로 뒤로 넘어가는 뱀파이어.
나와 놈의 사이로 또 다른 검이 파고든다.
‘빠르다!’
나도 모르게 즐기다 보니 방심을 한 모양이다.
막아 낼 수는 있지만, 맨몸으론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무리 육체가 단단해졌다곤 해도 뱀파이어가 휘두르는 날붙이를 견딜 수 있을까?
생각은 짧게.
행동은 빠르게.
허리춤에서 재빨리 단검을 꺼내 검을 후려쳤다.
놈의 검에 비해선 너무나도 허접해 보이는 단검.
‘깨지지는 않겠지?’
파카캉.
뇌기를 덧씌운 단검이 롱 소드를 쉽게 쳐 낸다.
확실히 뇌기를 덧씌우면 그 강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내 팔로도 막아 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모험을 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튼 잠시간의 즐거움을 방해한 값은 받아야겠지.
검이 팔과 함께 튕겨 나가며 훤히 보이는 놈의 모습.
생명체를 죽이는 것에 너무도 익숙해진 나머지 놈의 허점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인다.
‘장난은 그만.’
짧은 시간 빠르게 주변을 훑어 일행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기사뱀파이어들이 들이닥치며 팽팽한 공방을 주고받고 있었다.
수적으로 불리함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
계속해서 심장을 빼 먹은 스쿡도 기사하나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고 있다.
조만간 저 기사뱀파이어 놈들도 뛰어넘을 듯싶다.
휘이익.
파지지직. 팟. 팟.
뇌전을 튀기며 단검이 놈을 향해 휘둘러진다.
경악으로 물든 뱀파이어의 눈동자.
단검은 이내 놈의 목을 매끈하게 지났다.
서걱.
-어... 어떻게... 가축이...-
자신이 이리도 허무하게 죽게 되었다는 것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말투.
기사뱀파이어의 목이 상체에서 매끈하게 미끄러져 내린다.
퓻. 퓨퓨퓨퓻.
동시에 분수처럼 터져 오르는 핏빛의 향연.
비릿한 혈 향이 코 속을 가득하게 들어찬다.
덕분에 놈은 하고 싶은 유언을 전부 남기지 못했다.
무심하게 몸을 돌린 나는 양 때 속의 늑대처럼 놈들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세이프! 겨우 연참 약속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아슬아슬 했다~ ㅎㅎ
많은 선추코는 정말이지 큰 도움이 됩니다. 부디부디 작가를 도와주싶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