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경계안의 뱀파이어.(13)
3. 경계안의 뱀파이어.(13)
빌어먹을...
이렇게 얻어 터져 본 적이 언제 인지 모르겠다.
학창시절 다구리 이외에는 이렇게 일방적으로 맞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호기롭게 달려들었던 나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았다.
하물며 바닥에 잔뜩 웅크려 양팔로 얼굴만을 가까스로 감싸고는 굼벵이 신세가 되어 자근자근 짓밟혔다.
400사이즈를 훌쩍 넘는 커다란 발에 밟히며 계집에처럼 꺅꺅거릴 수밖에 없었다.
얼굴을 가리곤 있었지만, 그 전에 이미 쥐어터진 덕분에 말도 못 하게 부어올랐다.
어찌나 모질게 매질을 당했는지 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깔깔거리며 신나게 발길질을 해 대던 뱀파이어로드의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앞으로의 미래가 어찌될지는 모르겠다만, 이후로는 절대로 영양가 없는 호기 따위는 부리지 않겠노라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다.
이미 늦어 버렸는지도 모르겠지만...
육체의 회복 속도는 일반인들에 비해 수배는 빠르다.
그런데도 부어터진 얼굴의 회복이 전혀 되지 않는 것은 이렇게 돌돌 말려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있기 때문일 터다.
거꾸로 매달려 얼굴로 피가 쏠리는 것이 이렇게나 고통스러울 줄이야.
뱀파이어 로드의 이름은 프리지아 즈글렝.
나를 밟아대며 자기 이름을 하도 떠들어 댔기에 머릿속에 콕콕 틀어박혔다.
‘어떠냐! 이 프리지아 즈글렝님의 발에 밟히는 것이! 깔깔깔깔~’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절로 오한이 밀려든다.
-호오? 벌써 정신을 차린 거야? 정말로 튼튼한 가축이네?-
움찔.
그 음성에 절로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나는 기절했었다.
정신이 든 후에도 같은 공간에 저 미친년이 있다는 생각에 깨어나지 않은 척을 하던 중이다.
하지만 이마저 저년은 귀신같이 알아 챈 모양이다.
조금은 뻘쭘한 마음에 이제야 정신이 든 척 낮게 신음성을 흘린다.
“으으으으...”
-깔깔깔~ 정말 재미있는 가축이야. 하지만 연기가 너무 어설픈데? 하는 짓이 너무 귀엽잖아?-
‘젠장 걸렸나?’
아무래도 저년은 내가 진즉에 정신 차린 것을 알고 있던 모양이다.
이내 낙담한 나는 벌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벌리며 물었다.
“나를... 어떻게 하려는 거... 것입니까...?”
반말로 지껄이려던 것을 은근슬쩍 존대로 바꾸었다.
함부로 하다가 얻어터지면 나만 손해일 터.
-으응? 어떻게 할까? 글쎄... 나도 고민이야. 그냥 권속으로 만들기에는 또다시 인형이 되어 버릴 거고. 흐으응~ 이를 어쩐다...?-
저년이 말하는 인형이라는 뜻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무협지 같은 것에서 나오는 실혼인 그런 것과 비슷하겠거니 생각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내 의지를 잃고 권속이 되고 싶지는 않다.
가만 생각해 보니 내 권속으로 등록된 이들이 있다.
그들과 같은 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권속이라고는 하지만 자신만의 의견과 생각을 하고는 있으니 말이다.
그저 나에 대한 믿음이 과할 정도로 충실하다는 것을 빼고.
“저... 저희가 프리지아 님의 즐거움이 아니겠습니까...? 그 권속인가 무언가로 만들면... 같은 것을 되풀이하는 것이겠지요...?”
말을 하는 동안에도 얼굴의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욕이 절로 튀어나올 것 같지만, 부어터진 얼굴을 최대한 부드럽게 만들며 말했다.
-까르르르~ 나름 머리를 굴리네? 어떻게 할까~? 응? 그냥 이대로 내가 널 가지고 놀기를 바라는 거양? 정 그렇게 원한다면~-
어째 찝찝함이 밀려들지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슬슬 일행들에 대한 걱정이 들고 있었다.
정말이지 내 비루한 능력이 너무나도 원통할 따름이다.
“저... 혹시... 제 일행들은...”
-으응? 그런 상황에서도 일행들을 챙기는 거야? 암컷들도 있던데, 네 암컷이 있기라도 하니?-
그 말에 별다른 대꾸는 하지 않았다.
괜히 내 여자라고 했다가 모진 꼴을 당할까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부탁드립니다. 제 일행들...”
말을 끝내기도 전에 끊어내며 후리지아 쌍년이 입을 열었다.
-죽이지는 않았어. 잘 가둬 놓았지~ 조금 놀라기는 했어. 정말 단장들을 전부 이길 줄은 몰랐거든.-
‘이... 이겼구나?’
그녀의 말에 나는 크게 안도했다.
그런데도 결국은 저 후리지아년에 의해 갇혀 버린 모양이다.
지금쯤 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힘들어 하고 있을 일행들이 눈에 선하다.
-정말로 흥미로워. 그나저나 버려진 아이는 어떻게 내 권속에서 벗어난 것인지 모르겠네? 너에게 나도 모르는 능력이 있는 걸까? 그것이 뭔지 말해 줄 수 있니?-
붉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얼굴을 들이미는 프리지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식겁하고 말았다.
개 같은 쌍년 인데 눈이 어쩜 이리 맑을까?
눈이 맑으면 성격이 좋다는 고정관념이 철저히 무너져 내린다.
나는 내 능력에 호기심을 보이는 프리지아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머리를 굴렸다.
어쩌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생기지는 않을까?
확신은 없지만 뭐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미 나는 그녀의 손아귀에 잡힌 물고기가 다름없으니 말이다.
“그것이... 저와의 관계에서 일종의 각성이라는 것을 합니다...”
-각성?-
각성이라는 말에 프리지아의 눈이 흥미를 보이었다.
“저와의 관계가 깊어지고 믿게 되면 조건이 갖춰지게 되는데, 그때 제 기운으로 각성이 됩니다.”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인 것 같은데?-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일행들 전부 그 조건이 충족되어 한계를 초월하게 되었습니다.”
-흐응~ 그건 모두가 너보다 약해서 가능한 거 아니야?-
“지금이야 그렇지만... 처음에 저들 중에는 각성당시 저보다 강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묘하게 반짝이는 눈동자가 더욱 반짝 거린다.
“그런데 프리지아 님은 이곳에서 얼마나 갇혀 있던 건가요?”
-나? 글쎄... 천 년은 되지 않았나?-
그녀가 말도 안 되는 내 말에 흥미를 보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누구도 직접 겪지 않는다면 믿을 수 없는 말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나 오랜 시간 이곳에 갇혀 지냈다.
생명체라면 적당한 자극이 있어야 살아갈 맛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것도 없다.
사소한 것이라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거다.
-그런데 그건 왜 묻지? 이상한 가축이네? 어찌 되었든 한번 해 봐. 지금부터 나는 너와 깊은 관계다.-
엥?
나는 물음표를 그릴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해 보라더니 깊은 관계라니.
너무 오래 갇혀 있어서 지능에 퇴화라도 온 것일까?
“저... 깊은 관계가 지금 시작한다고 바로 되는 것이 아닌데...”
-뭐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일단은 저부터 풀어 주시고...”
-호호호호~ 얘가 또 머리를 쓰네?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였니? 또 혼나고 싶어?-
나는 스산한 그녀의 눈빛에 찔끔했다.
일단은 진정을 시켜야 할듯하다.
“오해를 한 모양입니다. 제가 너무 하찮아 프리지아 님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음을 알고 여쭈어 본 겁니다.”
-아~ 그렇구나.-
휘이익.
서걱.
쿵.
“아악!”
말도 없이 그대로 묶어놓은 밧줄을 갈라버린 통에 그대로 머리부터 땅에 추락하고 말았다.
욱신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일그러진 얼굴을 가까스로 펴낸다.
머리로 쏠렸던 혈액이 쭈욱하고 내려가며 순간 눈앞이 아찔해졌다.
-자 이제 해 봐.-
나는 망할 후리지아년의 목소리를 들으며 정신을 차리기 위해 머리를 흔들었다.
머리뿐만이 아니라 온몸이 저리지 않은 곳이 없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비척거리며 일어섰다.
느껴지는 싸늘한 한기.
썰렁한 느낌에 고개를 내려 보니 홀딱 벗겨져 있는 몸뚱이가 보인다.
‘미친년이 옷은 왜 벗긴 거야?’
뜻하지 않게 벗겨져 서 있으려니 괜히 쪽팔림이 밀려왔다.
슬쩍 손을 가져가 양물을 가리고는 프리지아년의 시선을 마주했다.
“이게... 남자와 여자가 각성하는 조건이 좀 다른 데요...?”
-다르다고? 어떻게 다른 데? 그런데 네 자지는 왜 가리고 있는 거야? 부끄럽니?-
“아...? 하하하하... 아무래도...”
-푸후훗~ 달랑거리는 게 귀여운데 치워 봐.-
“네?”
순간 프리지아의 눈이 싸늘하게 식는다.
“치... 치울게요.”
나는 황급히 양물에서 손을 치웠다.
그러자 매가리 없이 축 늘어진 자지가 나타났다.
그것을 본 프리지아가 앞으로 다가와 쪼그려 앉더니 양물을 유심히 살핀다.
언제나 여자 앞에서 당당하게 깔 수 있는 거근이었건만.
프리지아 앞에서는 번데기가 된 기분에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진다.
고개 숙인 남성과 함께 자연적으로 내 고개도 슬쩍 숙여진다.
그때, 프리지아가 손가락으로 내 자지를 툭툭 하고 쳐 본다.
‘이런... 씨발...’
장난감처럼 톡톡 치며 건드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진다.
처참하게 무너지는 자존심.
-꺄하하하~ 제법 크잖아? 지금까지 가축들은 전부 새끼손가락 반 만하던데.-
그나마 제법 크다는 말에 무너졌던 자존심이 조금이나마 회복이 되었다.
참고로 후리지아년의 새끼손가락은 내 중지보다 크고 길다.
“저... 그렇게 자꾸 건드리시면...”
-왜에? 넌 내 가축이고 장난감인데?-
“죄송합니다...”
씨발.
욕은 마음속으로만 되 뇌이며 어정쩡한 포즈로 서서 프리지아의 손가락에 농락당한다.
빌어먹게도 커다란 프리지아의 검지 손가락에 슬슬 발동이 걸려온다.
너무나 쉽게 자존심을 버리는 소중이가 너무나 야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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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크후후~ 들꽃남자님 항상 재미있게 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연참에 이어 새벽에 한 편 더 올립니다.
잘하면 오늘도 연참이 가능할수도 있겠네요.
확실히 정신이 맑으면 연참도 가능하다는 것을 세삼 깨닫고 있습니다.
요 몇일 운동을 못했는데 오늘은 제대로 쇠질 좀 해야 겠네요.
아! 쇠질이라고 해서 어디 나가서 하는 건 아니고요.
홈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인들로 인해 부득이하게 외출을 한 날이면 연달아 삼일은 쉬어버리는 것이 문제네요.
모두 건강들 챙기싶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