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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00화 (200/297)

3. 경계안의 뱀파이어.(27)

3. 경계안의 뱀파이어.(27)

마엔이 깨어나며 몸을 부풀린 뇌기가 안정되어 간다.

그렇다고 완전한 안정을 찾은 것은 아니다.

이 강렬하고도 뜨거운 양기는 겨우겨우 고삐를 틀어 쥔 망아지 일 뿐이다.

완전한 컨트롤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네 기억으로는 저 덩치는 한 번의 기회만 준다고 한 것이다.]

‘그렇지. 그래도 지금이라면 상관없을 것 같은데?’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여전히 큰 눈을 껌뻑이며 바라보고 있는 후리지아년이 보인다.

황홀할 만큼 크고 농염한 육체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실오라기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은 마치 당장에라도 따 먹어 달라는 신호처럼 보인다.

‘흐흐흐~’

나와의 관계로 인해 더욱 빛이 나는 살결.

창백하던 피부 위로 은은하게 붉은 기가 감도는 것이 실로 탐스럽기 그지없다.

체감 상으론 몇 시간이나 지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론 얼마 지나지 않은 듯 프리지아의 탐스러운 살결위로 촉촉한 땀방울이 배어 나와 있다.

거대한 육봉의 첨단에 자리한 커다란 유실은 새벽이슬을 맞은 듯 보기 좋게 영글어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단단하게 부풀어 있는 모양.

유룬 안에는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빽빽한 돌기들이 일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맞물려 있는 살집 있는 허벅지의 중앙.

소담하게 올라온 붉은빛의 음모는 물기를 머금고 흐트러져 질펀했던 상황을 절로 떠올리게 만든다.

무릎을 접어 허벅지를 붙이고 앉아 약간의 경계와 은은한 열락이 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몸을 일으키자 프리지아의 눈동자가 또르륵 구르며 나를 따라 움직였다.

나에게 일어난 기운의 움직임에 그녀의 경계가 두터워지는 것을 느낀다.

몸을 일으키자 앉아 있는 프리지아와의 눈높이가 일치해졌다.

그런 그녀를 향해 한 발자국 다가갔다.

-멈춰! 무슨 수작이야! 너 이상해!-

“내가 이상하다고? 방금 전까지 하나가 되었던 우리잖아? 왜 그렇게 경계를 하고 있어?”

[웩! 그 말투 뭐야? 소름 돋는 것이다!]

마엔이 떠드는 것이 들려왔지만, 그 음성은 깔끔하게 외면해 주었다.

-당연하잖아! 왜 갑자기 네 기운이 그렇게 커진 거야? 날 속인 거구나!-

표독스럽게 변한 프리지아의 기운이 사납게 변한다.

그녀에게 다가가던 나는 등줄기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제길. 안 되겠는데?’

강제로 자빠트리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겨 버렸다.

조금 전 뇌기의 움직임에 자신감이 상승했던 나는 금세 쭈구리가 되어 버렸다.

내 힘으로 단숨에 제압에 범해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프리지아는 내 생각보다 더 강했던 모양이다.

[깔깔깔~ 바로 쫄아 버리는 거야? 꼬추를 떼어 버려야 하는 것이야!]

자존심을 쿡쿡 찌르는 마엔의 말.

나는 계획을 급하게 변경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를 그리고 천천히 손을 뻗어 나간다.

여전히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프리지아.

나는 뜨겁게 하나가 되었던 것을 상기하며 용기를 냈다.

내 손이 프리지아의 얼굴에 얹어지고 새침하게 변하는 프리지아의 표정이 보였다.

“더 예뻐졌네?”

-응?-

“변화된 것이 느껴져?”

그 질문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온다.

“왜 그렇게 경계를 하고 있어? 여전히 너는 나보다 강한데 말이야. 내가 너를 어떻게 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흥! 너 따위가 나를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맞아. 너는 이곳을 지배하는 뱀파이어 로드잖아. 나 따위가 너를 어떻게 할 수는 없지. 그래서 어땠어? 만족은 했어? 나는 정말 좋았는데. 너처럼 크고 아름다운 여자는 처음이야. 이제는 더 아름답고 강해졌네?”

프리지아는 나에게 박히던 것이 생각이 났는지 은은히 얼굴에 홍조를 띄었다.

얼굴을 붉히는 뱀파이어라니.

정말이지 꼴리는 상황이면서도 느껴지는 긴장감에 심장이 요동을 친다.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자칭 신과 같은 존재라던 마엔에 대한 원망이 솟아났다.

얼어 죽을 칼라쿠니아 같으니라고.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아직도 눈앞의 뱀파이어하나 어떻게 할 힘이 없었다.

[참으로 날로 먹으려 드는 것이다. 씨앗을 뿌렸으면 발아하고 열매를 맺는 것은 네 몫인 것이지. 어째서 내 탓으로 돌리는 것이냐? 네가 모자라다는 생각은 없는 것이냐?]

‘아무리 그래도 너희들이 놀이로 데려다 놓은 쟤하고, 너한테 몸을 빌려주고 있는 나하고는 차이가 있어야 하는 거 아냐?’

[푸후후~ 참으로 건방진 말인 것이다. 저 뱀파이어는 행성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행성의 가장 자질이 좋은 아이를 데려다 놓은 것이다. 거기에 더해, 이를 실행한 칼라쿠니아의 힘까지 더해졌을 테니 강한 것이 당연한 것일 테지.]

‘헐... 그럼 저런 것들이 얼마나 더 있는 건데?’

[그것까지 내가 알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나는 그 프로젝트에 참여를 하지 않았다.]

저 빌어먹을 칼라쿠니아의 놀이는 지구를 정말로 위험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냥 똥을 싸 놓고 외면한 채 그대로 방치를 해 버린 것.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 위험한 상태였다.

결국은 처음 계획대로 좆으로 꿀리는 것밖에 없는 건가?

후리지아년은 과연 내 뜻대로 움직일까?

저년과 함께 경계에서 벗어나는 것은 사나운 짐승을 지구에 풀어놓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벗어난 후 나를 마음대로 휘두르며 성 노예로 부린다면 참으로 난감할 터다.

대가리가 달리는 것들은, 손에 쥐고 마음대로 부릴 수 없다면 더욱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후후훗~-

마엔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낮게 웃어 재끼고 있다.

‘왜 쳐 웃고만 있는 거야?’

뿔이 난 내가 심통스럽게 말하자 마엔의 웃음이 뚝 하고 끊긴다.

[감히! 나 칼라쿠니아의...]

또다시 허황한 말을 쏟아 낼 분위기에 단숨에 끊어 냈다.

‘아 됐고! 그 잘난 칼라쿠니아 마엔의 능력도 참으로 보잘것없어.’

[이... 이이! 내 너에게 좋은 정보를 주려 했건만, 너무 건방져 그럴 생각이 싹 사라지는 것이다!]

‘좋은 정보? 그래 봤자 저 뱀파이어년에게 붙잡혀 있는 것이 변할 것 같지는 않은데?’

[훗~ 과연 그럴까?]

‘그렇게 자신하면 말해 봐. 들어 보고 판단하지.’

오만한 것과는 반대로 어수룩한 마엔이 신나게 떠들기 시작한다.

어쩌면 그녀의 최애는 자화자찬이 가미된 수다가 아닐까?

[듣고는 놀랄 것이다. 후후후~ 너희들이 경계라 부르는 이곳 또한 하나의 세상. 경계의 핵을 부수면 이곳이 허물어지는 것은 네 생각이 맞다. 하지만 위대한 칼라쿠니아가 만들어 놓은 이곳을 그저 허물어버릴 필요가 있을까? 내가 보기에도 이 경계를 구축한 칼라쿠니아는 제법 위대한 축에 드는 것이다.]

‘.......’

[과거로 시간을 돌렸던 것은 이 위대한 존재 노히드르 다스리다 마엔님만이 가능한 것이었다.]

제 입으로 우연에 우연이 겹쳐 만들어진 현상이라 말해 놓고 자기 공으로 돌리는 마엔이었다.

나는 설렁설렁 마엔의 비위를 맞춰주었다.

‘그래. 확실히 대단하네.’

[푸흐흐흣~ 알면 된 것이다. 나야말로 진정 대단한 것이지만, 이곳을 담당했던 칼라쿠니아도 제법 대단한 것이니라. 시간을 열 배 가까이 늘린 것은 그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아마도 시간에 관한 능력이 탁월한 자였겠지. 후훗~ 내가 말하는 요지는 이곳을 네가 소유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 말에 흥미가 뚝 떨어져 버렸다.

이따위 칙칙한 경계를 소유해서 무슨 이득이라는 말인가.

그 생각을 읽은 듯 마엔이 음흉스럽게 웃으며 속삭였다.

[흐흐흐~ 역시 인간은 머저리만도 못 하는 것이다. 이곳을 네가 소유하게 되면 당연히 환경도 인간에 맞게 변형이 되는 것이지. 지금은 뱀파이어가 힘을 기를 수 있는 체적의 환경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뭐야? 나보고 이곳을 소유하고 다스리라는 말이냐? 나는 쟤도 못 이기는데? 그리고 나는 그냥 내 세상에서 사는 게 좋거든?’

밖에는 내 여인들도 있고 지인들도 있다.

그리고 이따위 곳에 박혀 살아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누가 너에게 이곳에서 살라고 했냐? 소유를 하라고 했는 것이지. 너에게는 칼라쿠니아의 힘이 깃들어 있어 소유가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소유하게 되면 네 능력에 따라 마음대로 경계를 열고 닫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모르는 것이냐? 무려 시간을 열 배나 늘린 곳을 말이다. 뿐만 아니라 저 뱀파이어는 이곳을 소유한 네놈에게 짙은 호감과 애정이 생겨날 수밖에 없지. 자연적으로 네 말을 어느 정도는 따를 수밖에 없다.]

오호?

그 말에는 눈이 번쩍 뜨인다.

이곳을 소유하게 되면 인간기준으로 살기 좋게 변하고, 내가 원할 때 열고 닫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 골칫덩이를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면?

‘조... 좋은데?’

[그런 것이다. 너는 내 말을 따르면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것이다. 그럼, 우선해야 할 것부터 하는 것이다.]

귓가로 경계를 소유하는 방법에 대한 마엔의 음성이 들려온다.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에 더불어 거대한 땅덩어리의 주인이 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항상 염원하는 것.

땅과 건물.

‘크크크크큭~’

그것도 밖에서보다 시간을 열 배나 늘릴 수 있는 판타스틱한 경계세상의 주인.

잠시 펜션 앞에 주차했던 애마 벤틀리가 떠올랐지만, 부서졌으면 좀 어떤가?

나는 땅과 건물을 넘어 이 넓은 땅의 주인이 될 것인데 말이다.

나는 최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시선으로 프리지아를 바라봤다.

‘이 년도 내 소유가 될 거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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