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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04화 (204/297)

3. 경계안의 뱀파이어.(31)

3. 경계안의 뱀파이어.(31)

<인공세계의 환경을 설정합니다.>

<관리자의 종족에 맞추어 최적의 환경으로 변화합니다.>

<관리자의 능력에 따라 기능에 제한이 발생합니다.>

<게이트의 이동에 제한이 발생합니다.>

경계의 설정이 재설정되며 환경이 변하는 모습은 절로 감탄이 나올 만했다.

잿빛의 하늘은 푸르게 변하였고, 우중충한 나무들도 푸르게 바뀌었다.

그 모습을 보는 일행들의 입은 크게 벌어져 다물어질 줄 몰랐다.

“내 눈으로 보고 있어도 못 믿겠다야. 판타지야 판타지. 허허허~ 세상은 판타지였어. 허허허~ 밖에 나가서 옷이나 팔고 있을 수나 있을까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 안이 대장의 소유가 되었다는 말이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장수언.

지금의 군인 같은 아저씨 얼굴보다 호랑이의 모습이 오히려 더 익숙하다.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대략적인 상황에 대해 말을 전했다.

그 도중에 프리지아가 나를 따르기로 했다는 것도.

일행들이 감옥에 갇혀 있을 때도 프리지아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처음 그녀를 접한 이들의 놀란 얼굴이 떠오른다.

이 전, 자신의 로드였기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스쿡은 둘째 치고, 나연누나와 이은지의 눈초리는 상당히 매서웠다.

반면, 성기형과 장수언은 프리지아의 거대한 아름다움에 힐끔거리는데 여념이 없었다.

만약 먼저 잡혀 온 이들이 무사하지 않았다면 프리지아가 받아들여지기는 힘들었겠지.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의찬형과 여직원 둘.

잡히자마자 고이 포장되어 특상품(?)처럼 모셔져 있는 상태였다.

잠들어 있는 그 상태로 일부러 깨우지는 않았다.

너무 오래 잠들어 있어 걱정스러웠지만, 프리지아가 괜찮다고 확신했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장수언 이은지와 함께 왔던 사냥꾼 둘도 부상이 있기는 하지만 무사히 살아 있었다.

나연누나에게 치료받고 합류한 상태.

세상의 이면에 대해 알고 있기에 의찬형과 여직원들처럼 손을 쓸 일은 없다.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입구와 출구를 선택해 주십시오.>

우리가 처음 발을 들였던 곳이 입구.

프리지아가 기거하는 이 성이 출구다.

나는 입구와 출구를 모두 프리지아의 성으로 설정을 마쳤다.

“휴우... 다 했다. 이거 생각보다 기운이 많이 빠지는데?”

설정을 모두 마치자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린다.

그만큼 뇌기의 소모가 상당했던 탓이다.

그 모습에 양옆에 껌딱지처럼 서 있던 나연누나와 이은지가 양팔을 잡아 붙들어온다.

그때, 그 둘의 사이로 커다란 손이 비집고 들어왔다.

-인한이 수고했어~-

비집고 들어 온 손이 나를 번쩍 들어 품으로 감싸 안았다.

뭉클.

단숨에 들려 프리지아의 품에 안기게 된 나는 뒤통수가 지그시 눌리는 것을 느끼며 거대한 미드에 얼굴을 묻게 되었다.

사람들 앞에서 여자에게 들려 안겨지는 모습은 생각보다 부끄러운 기분이다.

‘꽤 쑥스럽구만...’

“푸하~ 프... 프리지아.”

나는 거대한 가슴에 파묻힌 얼굴을 떼어내며 주변을 둘러봤다.

절로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 모습이 부러운 듯 입을 헤~ 벌리고 있는 성기형과 장수언.

스쿡은 프리지아와 시선을 마주치는 것 초차 꺼려했고, 사냥꾼 둘도 프리지아를 감히 마주 보지 못했다.

그만큼 프리지아의 존재감은 이 중에서 독보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두 여자만은 전혀 위축되지 않는 모습이다.

나연누나와 이은지의 싸늘한 시선.

등줄기로 싸늘한 한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인한이 내려놓으세요.”

나연누나의 기운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이곳에 들어선 후 그녀는 상당히 강해졌지만, 프리지아를 어찌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도 나연누나는 화난기색을 그대로 표출했다.

-왜? 내가 왜 네 말을 따라야 하니?-

“인한이가 싫어하고 있잖아요.”

그러곤 내 동의를 얻으려는 듯 시선을 마주해 왔다.

-인한이가 싫어 해? 인한이는 내 가슴 좋아하는데?-

나연누나의 얼굴이 터질 듯 달아오른다.

어어? 프리지아 제발 닥쳐.

나연누나의 얼굴이 저렇게나 붉어지는 건 처음 봤다.

경계에 들어선 후, 내게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을 허락해준 그녀.

2년 가까이 그녀를 내 여자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당연히 프리지아보다 소중한 존재이다.

그렇다고 마냥 프리지아를 나무랄 수도 없는 것이.

지금 그녀는 나보다 강하다.

아무리 내 말을 따른다 해도 그 것이 완전한 복종을 의미하진 않는다.

따라서 나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프리지아? 난 괜찮으니까 내려줄래?”

-싫어! 넌 내꺼야. 기다리라고 해서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잖아! 빨리 내 방에 가서 그거 하자. 나 지금 하고 싶단 말이야.-

‘윽! 이런 막무가내를 마음대로 막기는 힘들다는 말이지.’

나는 절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경악의 눈으로 프리지아를 멍하니 바라봤다.

여기서 그런 폭탄 발언을 하면 어쩌자는 건가?

분명히 섹스에 대한 이야기하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거늘.

등을 찌르는 시선이 더욱 매서워졌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나연누나를 살폈다.

표정을 지우면 도도하다 못해 싸늘해 보이는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

그 와중에 분위기 파악을 못한 성기형이 중얼거린다.

“허... 사람 사이즈로... 가... 가능해?”

“쉿. 이 사람아. 다 들려 조용히 좀 해.”

그래. 다 들린다.

여기서 속삭이듯 중얼거린다고 못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도 타박은 못 하겠는 것이 성기형의 얼굴은 세상을 잃은 것 같은 충격으로 물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평균을 밑도는 소추의 주인이 바로 그였기 때문에...

“이... 인한이... 너... 설마... 정말이야?”

앙다문 입술 사이로 쥐어짜듯 뱉어지는 음성.

“뭐... 뭘...?”

나도 모르게 모르쇠로 대꾸를 해 버렸다.

그리고 그 병신 같은 대꾸가 시발점이 되어 나연누나의 눈에 물기가 아른거린다.

“지금... 그 걸 발뺌이라고 하는 거니? 흑...”

심각해지는 분위기에 남성종족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는 분위기.

불편하겠지... 나도 미치도록 불편하다.

“누... 누나... 그게 아니라...”

어떻게든 만회해 보려하는데, 프리지아가 또다시 입을 털었다.

-낑낑한 게 잘못이야? 우리는 좋았는데. 너는 싫었어? 그럼 나만 해야지.-

으아아아악!

섹스를 말하지 말라했더니 낑낑으로 표현해 버리다니!

이런 신박한 년!

나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멍하니 프리지아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여전히 자신이 무슨 잘못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

그래. 네가 무슨 잘못이냐. 쓰벌...

“인한님, 정말 대단해요.”

뭐가 대단하다는 거냐?

그런데 너는 왜 눈을 번뜩이면서 입술을 핥는 건데?

***

“고문님. 아무래도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나대명은 주변을 둘러싸고 다가오는 양복사내들을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나사장. 내가 길을 뚫어 볼 테니까 자네라도 먼저 빠져나가게.”

“어차피 빠져나가긴 그른 것 같습니다. 함께 발악이라도 해 보겠습니다!”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둘은 이미 늦어 버렸음을 직감했다.

눈앞의 사내들 말고도 자신들을 압박하는 인원이 느껴진 것이다.

일촉즉발의 대치.

양복사내들은 이 둘에게 당한 것이 있기에 함부로 몸을 날리지 않았다.

팀장의 명령에 따라 그저 에워싸고 경계를 할 뿐.

그나마 다행인 것이 사망자라도 나왔다면 이런 대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긴장감이 흐르는 적막 속에서 나직하게 울리는 발소리 하나.

저벅. 저벅. 저벅.

고정욱의 미간이 잔뜩 좁혀진다.

그토록 마주치지 않기를 바랐던 저들의 우두머리.

1:1의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주위를 둘러싼 양복쟁이들만 해도 열이다.

그 것도 만만치 않은 자들이 말이다.

“대단하군요.”

양복쟁이들 사이로 중년의 짧은 머리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그의 물음에 고정욱과 나대명은 침묵으로 답했다.

“고정욱형사님. 아니, 사냥꾼 고정욱씨라고 해야 하나요? 그리고 옆에는 강일파보스 나대명씨고요.”

고정욱과 나대명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저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던 것.

“우리 정체가 궁금한 모양이군요. 당신들에게 해코지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겠습니까?”

날카로운 눈으로 중년 사내를 노려보던 고정욱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부딪혀봤자 필패.

말하는 어투로 보아 적의감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습니다.”

“다행입니다. 말이 통하는 분이라서. 그럼 자리를 좀 옮겨볼까요?”

*

“그쪽으로 앉으시죠.”

이런 숲속에 전진기지를 구축하듯, 해 놓은 모양을 보니 범상치 않은 세력이 분명했다.

자리를 권하며 내미는 명함을 받아 든다.

“일명의 김영욱 팀장입니다.”

그의 소개에 고정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대명은 그저 일명이란 단어로만 놀란 얼굴.

하지만 고정욱이 놀란 이유는 나대명과 달랐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일명그룹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들리는 말들이 있기 때문이다.

확신할 순 없지만, 대부분의 사냥꾼들은 은연중 알고 있는 것.

초인가문.

저 자도 그냥 회사업무를 보는 팀장은 아닐 것이다.

“일명... 어째서...”

“서로의 신뢰를 위해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강인한... 강인한 씨와는 가까운 관계들이시죠?”

꿈틀.

고정욱과 나대명의 눈빛이 금세 스산하게 변했다.

“너무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강인한씨와 함께 일명의 막내 아가씨도 실종이 되었습니다.”

김영욱의 말에 놀란 얼굴이 된 둘.

강인한이 친우들과 여행을 간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중에 일명의 딸이 연관되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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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3연참~ 재미있게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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