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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06화 (206/297)

3. 경계안의 뱀파이어.(33)

3. 경계안의 뱀파이어.(33)

김영욱 팀장은 난감한 상황에 눈살을 찌푸렸다.

고정욱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등장한 삼영바이오의 둘째 아들 주현성.

그가 오리라는 것은 연락을 받았지만,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 있었다.

대외적으로 드러난 바른 이미지의 훈남 주현성이 개망나니라는 사실.

“김팀장님. 저는 저들을 그냥 보낼 마음이 없습니다.”

차분한 듯 말하고 있지만 주현성의 눈빛은 자신이 알고 있던 그 눈빛이 아니다.

이건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된 것 같지 않은가?

‘주이사가 이런 사람이었나?’

하긴, 그 대단하다는 삼영가다.

대한민국 최상단에 위치한 로열패밀리.

그 로열패밀리에서도 최상단에 위치한 인물.

한편으로는 그가 저리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이유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는 하겠으나, 그 정도가 넘치면 과한법이다.

남녀가 뒤섞여 여행을 갔다지만, 어디까지가 그들의 처지에서는 회사의 야유회라 볼 수 있었다.

정혼자가 회사의 야유회에서 실종이 되었다고, 그 책임을 그중 한 사람의 지인에게 전가할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자신은 일명의 일로 명령받은 팀장으로서 저들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겠다 말하지 않았던가.

이런 상황에서도 저렇게까지 나오는 것에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주현성과 김영욱의 실랑이를 바라보며 나대명의 이마에 혈관이 도드라진다.

그는 듬성듬성 자라 우스꽝스러운 머리를 한 번 쓸어 올렸다.

손을 찔러오는 머리카락의 감촉에 약간의 만족을 느끼며 주현성을 노려본다.

누가 뭐라 해도 깡패밥 먹은 것이 한두 해가 아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강일파의 2인자이자 새로운 힘까지 얻었다.

그런데도 참아 넘기려 했건만, 저 멀끔한 놈은 일성막내딸의 실종을 강인한에게 덮어씌우고 있지 않은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고정욱과 자신을 심문하겠다고 나서니, 그야말로 어이가 없어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런 나대명의 기색을 느꼈는지 고정욱이 살며시 그의 어깨를 짚었다.

“고문님?”

살짝 고개를 저어 보이며 한 발자국 나서곤 주현성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리는 당신에게 심문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서로 비슷한 목적을 지닌 듯한데 굳이 척을 질 필요가 있습니까? 김팀장님. 이야기는 다 나눈 것 같으니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아... 그... 그러십시오.”

그때, 지금껏 차분하게 말을 이어오던 주현성이 발끈했다.

“가긴 어딜 가! 내가 분명 심문을 하겠다고 했을 텐데?”

급 발작하는 주현성의 모습에 김영욱이 다급하게 말을 꺼냈다.

“주이사님! 저들과의 이야기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저희 일명에서 안전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를 강제하는 건 아무리 삼영이라도 일명의 행사를 방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의 말에도 주현성의 눈빛은 오히려 더욱 표독스러워졌다.

주현성의 눈빛을 보는 김영욱의 눈가가 파르르 떨린다.

‘씨발. 사람을 잘못 본 거야?’

그동안 보고 듣던 것과는 정반대되는 모습.

주현성에게 저런 표정이 있으리라곤 생각해 보지 못했다.

언제나 바른 이미지를 보여 오던 그다.

주현성의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삼영자체에서 그의 망나니 같은 성격이 퍼지는 것을 애써 막아왔기 때문이다.

김나연의 앞날이 심히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김팀장님. 일명의 행사라고 했습니까? 참으로 웃긴 말이군요. 김팀장님이야말로 제 입장은 생각도 않고 저따위 놈들 편을 들고 있네요? 제 부인이 될 사람이 실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용의자로 추정되는 놈의 지인이 저놈들이고요! 그런데 이것을 마냥 일명의 일이라 우기실 참입니까?”

모순이 가득한 주현성의 말에 반박하려던 김영욱은 그의 눈빛을 보고는 이미 글렀다는 것을 알았다.

뱀처럼 번들거리는 지독한 눈빛.

어찌 사람의 눈이 저토록 무시무시하단 말인가?

주현성이 말을 이었다.

“저야말로 따져 묻겠습니다. 저 두 놈이 일명과 삼영의 관계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은 많아 보이는 고정욱과 나대명에게 거리낌 없이 이놈저놈 하는 주현성이었다.

그리 질문하는 김현성의 입가는 비릿한 웃음이 자리하고 있다.

김영욱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입술을 질끈 깨문다.

입 안을 맴도는 비릿한 피 맛.

‘이걸... 어떻게 해야... 일단 보고를 올려야 하나?’

김영욱이 그렇게 머뭇거리는 사이 주현성이 크게 소리쳤다.

“저 두 놈 포박해서 끌고 와!”

그의 명령에 특수 기동대가 우르르 몰려가 고정욱과 나대명을 둘러쌌다.

이미 그 둘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한 상황.

“주... 주이사님!”

김영욱이 다급하게 말려보려 하지만 주현성은 고집스러운 눈으로 그의 말을 외면했다.

“이런... 씨발... 고문님... 이거 어떻게 합니까?”

나대명이 품에서 쿠크리를 꺼내 들며 물었다.

아무래도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주현성의 눈빛은 절대로 심문만 하고 보내려는 눈빛이 아니었다.

살의.

그가 보내오는 살의로 보아 절대로 심문만 하고 돌려보낼 턱이 없다.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인간인지, 무조건 죽여 버리겠다는 악의가 느껴진다.

고정욱도 조심스럽게 품에 손을 넣는다.

“글렀군.”

그나마 다행이라면 김영욱이 나서진 않을 것 같다는 것.

그렇다고 전망이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김영욱의 팀보다 주현성이 데려온 이들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주현성의 앞에 늘어선 다섯은 한 명 한 명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인물들.

더군다나 주현성이라는 어린놈은 고정욱조차 어떻게 상대할지 답이 안 나올 정도였다.

정작 문제는 둘을 둘러싼 스무 명도 상대하기가 막막한 상태라는 것이다.

“젠장. 대표님 돌아오시기도 전에 명부에 이름 올리게 생겼네.”

웅얼거리듯 말을 내뱉는 나대명, 그리고 앞에 있던 고정욱이 양손에 단검 두 자루를 쥐어 들었다.

***

가장 재미있는 구경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 했다.

주현성은 낄낄 거리며 특수 기동대와 두 놈이 뒤섞이며 칼부림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이미 도착했을 때부터 거슬리던 놈들이다.

김영욱에게 저들의 정체에 대해 대략 듣긴 했지만, 겨우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은은히 풍기는 기운으로 보아 절대로 사냥꾼이나 깡패 놈이 지닐 힘이 아니었다.

진짜 정체가 뭘까 싶다가도, 김나연과 사라진 놈이 초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분노가 차올랐다.

평범한 놈이라면 그 콧대 높은 김나연의 마음에 찰 리 없다 여겼는데.

그런데 평범한 놈이 아닌 초인이라면?

그가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

찍어먹지도 못한 것을 다른 놈이 먹는다?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지인이란 놈들도 초인이라 볼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해 보였다.

‘싹 정리해 버려야 돼.’

거슬리는 것들은 애초에 뿌리까지 뽑아버려야 직성이 풀린다.

혹시라도 후환이 될 놈들이라면 더더욱.

“주이사님! 정말 피를 볼 생각입니까?”

김영욱의 말에 주현성이 싸늘한 눈빛으로 대꾸했다.

“김팀장님. 저들이 어떻게 사냥꾼과 깡팹니까? 저놈들은 퓨리다크니스도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정체불명의 초인에 근접한 이들이라... 사라진 그놈도 저들처럼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면? 제 정혼자를 의도적으로 노린 것이 아니겠습니까?”

억지로 끼어 맞춘다면 주현성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저 말이 빈틈투성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반박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를 꼬집었다가 정말 주현성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이지 난감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그 와중에도 고정욱과 나대명은 펄펄 날며 활개를 치고 있었다.

스물의 특수 기동대가 고작 둘을 제압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상황.

아니, 오히려 특수 기동대쪽이 하나둘 상처를 입고 있었다.

실로 대단하지 않은가?

초인가문도 아닐 진데 저런 능력들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아아악!”

서거걱.

“커억!”

“허윽!”

엉망진창이다.

삼영의 특수 기동대가 저따위로 무너지는 모습이.

아직 사망자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대로 가다간 누구 하나는 죽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주현성이 바라는 것.

그는 자신이 저들을 없애는 것에 명분을 만들어 놓기로 했다.

그 명분을 위해 부하 한 둘 죽는 거야 그에겐 별다른 감흥도 없었다.

마침 고정욱의 대검이 특수 기동대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서걱.

“컥!”

짧은 대검에 목이 댕강 잘리며 무너져 내리는 모습.

“기까지 실을 수 있는 수준이야?”

주현성은 그 모습에 상당히 놀랐다.

놀라기는 했지만, 저들의 죽음은 기정사실.

이제 본격적으로 사냥을 할 차례다.

“그저 제압해서 심문하려 했는데 삼영의 사람을 죽여!?”

되도 않는 분노의 연기를 하며 대기하고 있던 다섯을 향해 말했다.

“심문은 없다. 그냥 죽여 버려!”

주현성은 기어코 저 둘을 없애려는 모양이었다.

김영욱은 주현성이 외치는 것을 듣고는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자신이 한 말을 지키려 삼영과 척을 지는 것은 자신의 권한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애초에 주현성이 도착했을 때 바로 일명에 연락을 넣어 상황을 설명했어야 했다.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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