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경계안의 뱀파이어.(35)
3. 경계안의 뱀파이어.(35)
“서방님? 서방님이란 자가 강인한이라는 놈인가?”
이미 사진으로 강인한의 얼굴을 확인한 주현성.
그리 잘난 얼굴도 아니건만 어째 달고 다니는 여자들이 전부 쉽게 볼 수 없는 미인들이었다.
저런 미인들까지 달고 다니면서 김나연에게까지 손을 뻗쳤다는 것에 배알이 꼴려 뒤질 것 같았다.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눈앞의 미녀.
그녀의 뒤에 있는 미녀 또한 평범한 인물은 아니다.
“그렇습니다. 서방님을 돌려주십시오.”
“푸훗. 서방님? 이걸 어쩌나? 당신의 그 서방님은 내 정혼자와 사라져 버렸는데?”
“그게 무슨 말이죠?”
“무슨 말이긴. 내 정혼자랑 사라졌다고. 열 받지 않아? 나는 열 받아 죽겠는데. 그런 새끼는 그만 찾고 나랑 건실한 대화 좀 나누어 보는 게 어때?”
그러곤 수트안에 손을 넣어 명함을 꺼내 든다.
그가 손을 뿌리자 명함이 정수지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를 잡아 든 정수지가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나 그런 사람이야. 강인한이라는 놈 보다 훨씬 대단하다고.”
손에 잡힌 명함을 한 번 쓸어 본 정수지가 그대로 구겨 버리곤 바닥에 던져 버렸다.
“전혀 대단해 보이지 않습니다. 우선, 생김새가 별로입니다.”
“뭐... 뭐?”
주현성은 진심으로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이동하며 강인한의 신상정보는 이미 열람했다.
자신에 비해 너무나 평범한 외모.
가진 것도 자신에 비하면 너무나도 하찮았다.
유일하게 잘난 것이라면 키가 몇 센티미터 정도 더 크다는 정도?
“다시 한 번 말해드리겠습니다. 당신은 너무 못생겼습니다.”
“허... 이런... 씨발.”
살다 살다 못생겼다는 말은 처음 들어 보는 주현성이었다.
“크크큭~ 그래그래~ 제법 한 가닥 하는 것 같은데. 오늘은 날을 잘못 잡았어. 기껏 선심 써서 대화의 기회를 만들어줬는데, 아무래도 사람들은 말로 해선 말귀를 잘못 알아듣는단 말이야?”
주현성이 호위팀과 특수 기동대원들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저 두 놈은 처리하고 저 여자는 잘 잡아 놔. 심문을 좀 해야 할 것 같으니까. 그리고 저년은 내가 직접 잡지.”
말을 끝냄과 동시에 주현성이 발을 박차고 쏘아져 나갔다.
순간 이동을 하듯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든 그가 정수지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신속함에 이상연과 나대명을 제외한 모두는 정수지가 꼼짝없이 잡혀 들 것이라 여길 정도였다.
막 주현성이 정수지의 어깨를 잡아 챌 그 찰나.
파앙.
지면을 박차는 파공음과 함께, 둘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 이사님!?”
“수지야!”
“하... 하늘이다!”
“어어어?”
어느새 수 미터나 솟아오른 둘의 모습.
정수지가 꼼짝없이 잡혔을 거라는 생각과는 반대로 볼썽사납게 목이 잡힌 것은 주현성이었다.
“큭!”
주현성의 목 줄기를 거머쥔 정수지.
팔을 크게 휘두르며 주현성을 바닥으로 힘차게 내리꽂는다.
콰앙.
“커허억!”
어찌나 강하게 내다 꽂았는지 지면에 처박히며 한차례 더 퉁겨져 오른다.
정수지가 퉁겨져 오른 주현성의 배를 발판 삼아 다시 한 번 땅바닥으로 찍어 내리곤 즈려밟는다.
쿠웅.
“크흐윽! 이... 이런... 씨이발...”
불과 몇 초 되지도 않는 순간 일어난 일에 모두가 입을 벌리고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저 주현성이 누구인가?
삼영의 후계자들 중 선두에 올라서 있는 이다.
“커억! 커억.”
기침을 하는 주현성의 입에서 각혈이 터져 나왔다.
그런 그를 밟고 서서 무심하게 내려다보는 정수지.
그녀의 머리칼은 어느새 새하얗게 변해 휘날리고 있었다.
살랑. 살랑.
레깅스 위로 하늘거리며 흔들리는 아홉 개의 꼬리.
그 모습이 실로 요사스러우면서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구... 구미호?”
“구미호라고? 구미호가 저런 모습이라고!?”
구미호라면 요기를 풀풀 풍겨야 하거늘.
어찌 된 일인지 정수지에게선 어떠한 요기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그녀를 둘러싸고 흘러나오는 묵직한 기운.
“으으으으... 그... 그만... 커억... 컥! 컥!”
주현성은 정수지가 내리누르는 압력에 당장이라도 허리가 끊어질 것만 같았다.
자신이 이렇게 허무하게 한 번에 나가떨어지리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삼영가의 직계.
배경과 더불어 실력으로 지금껏 그를 발아래 둔 자가 있었던가?
주현성의 모습에 정신을 차린 호위팀과 특수 기동대가 정수지를 둘러싸며 총을 뽑아 든다.
“그만! 그 총 당장 던져 버리지 않는다면 이 밑에 있는 버러지는 그대로 허리가 끊어질 것입니다.”
정수지의 협박에 총을 겨누던 이들이 우왕좌왕 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
“끄아악! 뭐 해! 새끼들아! 쏴! 쏘라고! 당장!”
배를 짓누르는 고통에 발악하듯 외치는 주현성.
머뭇거리던 호위팀과 특수 기동대가 슬쩍 내려놓던 총구를 다시금 겨눈다.
이에 정수지의 붉은 눈이 활활 타오른다.
이어서 그녀의 양팔이 크게 원을 그리며 휘둘러졌다.
번쩍.
그녀의 팔이 멎었을 때, 수 미터나 길게 자란 손톱이 번뜩이며 멈춰 섰다.
고요한 정적이 장내를 매우고.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특수 기동대와 호위팀의 눈이 경악으로 물든다.
“이런... 씨발...”
“주... 죽기 싫어...”
“커흑...”
그들의 몸 위로 붉게 그어지는 실선.
툭. 투툭. 툭. 툭. 털썩. 털썩.
그리고 반 조각이 난 신체가 미끄러지며 매끈한 단면을 드리워 낸다.
퓨퓨퓨퓨퓻.
뒤늦게 뿜어지는 피 분수의 향연.
열이 넘는 인원이 동시에 뿜어내는 피 분수는 상당히 그로테스트크한 광경을 만들어 냈다.
“여... 역시...”
입을 쩍 벌린 나대명의 흔들리는 시선.
역시나 정수지의 무력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이상연은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아직은 사람의 죽음을 익숙하게 바라보기 어려웠다.
“마... 말도 안 돼... 크으윽... 나 삼영가의 둘째야! 커헉! 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그때,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김영욱이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사건이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져 버렸다.
삼영가의 호위팀과 특수 기동대가 몰살되어 버린 것이다.
거기에 더해 주현성도 정수지의 발에 눌려 꼼짝을 못 하는 상태.
주현성이 잘못되는 것은 호위팀과 특수 기동대의 몰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염치없지만, 어떻게 해서든 주현성이 잘못되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그것이 저 철없는 주현성의 잘못이더라도.
“조이사는 삼영바이오그룹의 둘째 아들입니다. 그를 죽이기라도 한다면 삼영가와 완전히 척을 지게 될 겁니다. 저희가 어떻게든 중재를 할 테니 놓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김영욱의 말에 나대명이 코웃음을 쳤다.
“큭~ 삼영이나 일명이나 신뢰가 안 가기는 마찬가지지. 이미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또 중재를 하시려고? 더 쉬운 일도 막지 못한 양반이~?”
애초에 해코지를 하지 않겠다. 그렇게 약속했던 것이 무색하게 결국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물론, 중재하려 몇 마디 건네준 것은 사실이나, 결국은 이상연과 정수지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었을 일이다.
이미 기호지세다.
애초에 저 망나니가 관심을 보인 순간부터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저놈이 살든 죽든 결과는 결국 똑같다.
그러느니 차라리 없애버리고 말지.
김영욱도 찔리는 것이 있기에 더 이상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자기 말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알고 있던 탓이다.
“일명의 직계가 직접 중재를 해 줄 수 있습니까?”
고정욱의 물음에 김영욱이 휴대폰을 들어 보인다.
“어떻게든 협조를 바래보겠습니다. 그러니 잠시만... 잠시만 시간을 주십시오. 바로 연락을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고정욱의 말에 나대명이 발끈했다.
“고문님! 어차피 소용없습니다. 저들이 그런 말뿐인 명예를 지키겠습니까? 깡패보다 더 한 것들이 저들입니다!”
심호흡하며 감고 있던 눈을 뜬 이상연.
눈을 감았더라도 대화를 들을 귀는 있었다.
“나사장님. 잠시만 기다려 보도록 해요. 후우...”
그러곤 정수지에게 시선을 주었다.
무시무시한 눈으로 주현성을 내려다보는 모습.
평소엔 그렇게 순둥한 모습의 정수지였는데.
완전히 다른 이를 보는 듯하여 놀란 마음을 달랬다.
그녀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나 손속에 거침이 없을 줄이야.
그 모습에 절로 오싹한 기분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수지가 강인한의 여자인 것이 너무나 든든하게 생각되었다.
“언니... 어차피 후환이 될 벌레입니다. 서방님의 앞길을 두고두고 귀찮게 할 놈입니다.”
“알아... 알아 수지야. 잠시만... 잠시만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말의 기대라도 갖는 것이 사람인지라.
이 본능을 당장에 뿌리치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김영욱이 통화하는 것을 기다리던 중, 장내를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고성이 들려왔다.
“네 이놈들!”
전설의 사자후가 이러할까?
고막을 찢어버릴 듯 파고드는 음성.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누렇게 익어가는 나뭇잎들이 몸서리를 치며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쏟아져 내리는 나뭇잎들을 뚫고 날듯이 뛰어든 중년인.
그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다짜고짜 정수지를 향해 수도를 내질렀다.
갑작스러운 공격이었지만 정수지 또한 무리 없이 중년인의 수도를 강하게 쳐 낸다.
쩌엉!
퍼퍼퍼퍼펑.
두 공격이 부딪치며 공간이 터져 나가듯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
중년인과 정수지는 그 충격에 서로 몇 발자국이나 밀려나 버렸다.
“현성아!”
“쿨럭... 수... 숙조부...”
“괘... 괜찮은 것이냐! 네 이것들을 다 쳐 죽여 버리겠다!”
주현성을 부축한 중년인, 주무성이 무시무시한 안광을 번들거리며 살기를 줄기줄기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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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직장을 구했습니다. ㅜㅜ
앞으로 연참이...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