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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09화 (209/297)

3. 경계안의 뱀파이어.(36)

3. 경계안의 뱀파이어.(36)

<관리자의 권한으로 출구를 활성화 합니다.>

<관리자의 능력부족으로 1분 후 출구가 개방됩니다.)

‘그래, 고맙다. 친절히 알려줘서.’

경계의 밖은 고작 7일이 흐른 후지만, 이곳에선 무려 70일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정말이지 하루도 빠짐없이 전투에 전투를 거듭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마지막은 꽤나 흥겨웠지.

이곳에서 나가는 인원은 쇼핑몰 직원들과 프리지아를 제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의찬이형과 여직원 둘은 내가 밖에 나가서 입구를 옮긴 후 깨우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냈다.

완벽한 일반인인 그들을 일단은 재워두는 것이 좋다는 판단에서였다.

프리지아같은 경우는 너무나 거대하기에 눈에 뛸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이대로 세상 밖으로 데리고 나갈 수는 없는 노릇.

길길이 날뛰는 그녀를 다독이며 방법을 모색한 결과.

그녀를 데리고 나갈 방법을 강구해낼 수 있었다.

진혈 뱀파이어들은 체구를 일반 사람들만큼 작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문제는 그녀가 워낙에(?) 어린 나이에 잡혀 오는 바람에 제대로 된 연습이 필요했다.

그런데 그게 그리 쉽지는 않은지 계속해서 실패에 실패를 거듭해 버린다.

따라서 일단은 확실하게 체구를 줄일 수 있을 때까지 이 곳에 남기로 했다.

그나마, 제대로 익힌 마법은 옷을 만들어내는 것 정도가 가장 능숙했다.

프리지아는 징징거리면서도 내 부탁에 모든 사람의 옷을 손수 제작해 주었다.

거대백사의 가죽에 마법적인 효과를 가미해 몸에 착 달라붙는 슈트가 만들어졌다.

문제는 디자이너적인 재능은 없기에 그저 그 사람의 몸에 딱 맞도록 만드는 것이 한계라는 것.

처음에 나연누나와 이은지의 옷을 자신이 입은 것과 비슷한 모노키니 형식으로 만들어 주어 얼마나 식겁했는지 모른다.

나는 한 번 더 설득해서 남자들과 똑같은 전신 슈트를 만들도록 부탁했다.

또한 프리지아도 전신을 가릴 수 있도록 조치했다.

프리지아를 어떻게 해 볼 생각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남자의 본능 상 어쩔 수 없이 힐끔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

백이면 백 누구를 데려다 놓아도 눈이 갈 정도로 폭발적인 볼륨이기에.

프리지아는 내 거나 마찬가지인데, 그것이 그리 달가울 리 없었다.

눈물을 글썽이는 거대한 프리지아의 배웅을 받으며 모두가 출구로 모여들었다.

활성화와 함께 공간이 찢어지듯 벌어지며 검은 공간을 드리워 낸다.

분명 내 눈에는 보이건만 다른 이들은 그저 이질적인 기운과 약간의 일그러짐을 보았을 뿐이다.

발을 들이기 전, 마엔에게 말을 걸어본다.

며칠이나 침묵하는 마엔.

역시나 아직 제대로 회복을 못 한 모양이다.

약간은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마엔 덕분에 땅과 프리지아를 얻었지 않은가?

마엔이 깨어나면 조금은 진중하게 수다를 들어 줘야겠다는 생각하며 입을 연다.

“가자.”

짧은 한마디.

70일간의 여정이 드디어 끝이 났지만 그 한마디면 충분하다.

원치 않던 일을 겪었고, 결국은 무사히 돌아간다는 것 자체가 중요할 따름이다.

다정스레 시선을 마주쳐오는 나연누나의 손에 깍지를 낀다.

자연스럽게 마주 잡아 오는 그 손길이 너무 좋았다.

이제는 내 여자라는 것에 벅차오르는 만족을 느낀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녀를 노려왔던가.

그뿐이랴, 머리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겉모습만은 쌔끈한 이은지도 나를 따르는 섹파가 되었다.

그렇게 행복한 기분으로 성큼 발을 내디딘다.

그때, 뒤에서 쩌렁하게 울리는 음성.

-인한! 빨리 데리러 와야 돼!-

아! 프리지아도 있다.

충격적인 풍만함의 대명사 아주 큰 귀염둥이 프리지아.

거대한 몸을 출렁이며 박아달라고 앙앙 거릴 때면 크기와 상관없이 너무나 귀엽고 섹스럽다.

눈물을 글썽이며 아이처럼 손을 흔드는 프리지아.

족히 천 년은 갇혀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떨 때 보면 참 천진난만한 아이 같다고나 할까?

“그래! 프리지아 금방 올 테니까 제대로 연습하고 있어!”

-응! 안녕! 인한 정말 빨리 와야 한다~? 빨리 와서 박아줘!-

순식간에 싸하게 내려앉는 분위기.

말을 다시 해야겠다.

그냥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사는 것 같다.

하긴, 이 안에서 권속들을 달고 살며 머리 아프게 생각할 것이나 있었겠나 싶다.

괜스레 얼굴이 달아올라 주위를 슬쩍 훑어보니 헛기침하며 시선을 돌리는 남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와중에 성기형은 왜 엄지를 치켜 올리는지...

저 형, 진짜로 빨리 아다를 떼 줘야 하는데...

조금만 더 지나면 동정만 가능하다는 진정한 마법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찌릿.

그 와중에 옆통수가 쿡쿡하고 쑤셔온다.

나연누나의 곱지 않은 시선.

관연 상상이나 해 봤을까?

자신이 여러 여자와 나를 공유하게 될 것이란 걸.

그 뒤에서 히죽거리는 이은지도 보인다.

분명 제대로 된 섹스 경험은 별로 없던 것 같았는데, 아무래도 나와의 관계에서 그녀의 뭔가를 건드렸지 싶다.

나는 옆통수가 더 따끔해 지기 전에 황급히 출구로 몸을 밀어 넣었다.

내 손을 붙잡은 나연누나가 두 번째로 발을 들였고, 이후로 어미오리를 따라가듯, 한 명 한 명 줄줄이 뒤를 따라 출구에 몸을 밀어 넣었다.

***

주무성의 기운은 현장에 있는 모두가 느낄 만큼 흉포했다.

주현성이 부상당한 것에 그가 얼마나 분노하는지 절절하게 느껴질 정도.

“네년이냐! 계집아이야!”

“그 남자를 내 놓으세요.”

“으드득! 감히 삼영가의 자제를 이따위로 만들다니! 네가 벌인 일에 책임을 질 수 있기에 이런 일을 벌인 것이겠지. 이제 네년 목숨으로 그 대가를 받아 갈 것이다.”

주무성의 곁으로 그를 따르던 수행원들이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단 세 명의 수행원일 뿐이지만, 이들은 삼영가의 초인.

한 명 한 명이 주현성에 근접할 정도의 실력자들이었다.

정수지에게 윽박지르는 주무성을 향해 고정욱이 따져 물었다.

“그 잘난 삼영은 잘잘못도 따져 보지 않는 거요?”

고정욱의 말에 주무성이 어이없다는 듯 파안대소를 한다.

“하... 파하하하. 버러지들 주제에 잘잘못을 따지겠다? 너희들과 삼영의 무게가 같다고 생각하는 거냐?”

나대명이 빈정대며 중얼거린다.

“킥~ 무거워서 좋겠수. 손자가 싸지른 똥 닦아주는 할아버지 나셨네.”

그런 나대명을 주무성이 한껏 노려보자 찔끔하며 슬쩍 시선을 회피한다.

시선을 마주치는 것조차 간담을 시리게 만드는 그였다.

“전쟁으로 봐도 되는 것입니까?”

주무성을 향해 차분하게 입을 여는 정수지.

“뭣이? 전쟁?”

“우리를 핍박한 놈을 처단하는데 삼영이 나선다면, 마마도 나서게 될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그 모습... 네년은 마치 구미호와 흡사하구나!”

“마마나 서방님도 이년저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너도 네년이라고 하지 마십시오.”

정수지는 이유 없는 악의에 그냥 때려죽이고 싶었지만, 뒤에 나타난 이들이 눈에 거슬렸다.

주무성을 이기지 못할 것은 아니나, 방심한 주현성이나 다른 놈들처럼 쉽게 처리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주무성을 상대하는 동안, 서방님이 아끼는 이들이 잘못될 수도 있기에 애써 참아내고 있었다.

“으드득! 마마라고...?”

“구미호의 왕. 당신이 나선다면 마마와 구미호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 그리고 반말하지 마십시오. 당신 따위에게 듣는 반말은 역겹습니다.”

“그랬던 거군. 그러니 그리 오만한 것이야. 그렇다고 내가 가만있을 줄 알았더냐? 어차피 흔적도 없이 이곳에서 지워 버리면 될 일.”

“제가 너 따위를 어쩌지 못해서 이러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프하하하하~ 난 주무성이다! 주무성이야! 구미호의 자식 따위가 나를 상대할 수 있다 여기는 것이냐?”

어째 말하는 것이 주현성과 똑같은 주무성이었다.

장내에 있는 이들은 주현성이 나이를 먹으면 ‘주무성이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팽팽한 신경전.

누구 하나 쉽게 물러서려 하지 않는다.

정수지는 뒤의 일행들 때문에.

주무성은 부상을 당한 주현성 때문에.

그리고 정수지는 주현성을 살려 둘 생각이 없었고.

주무성 또한 정수지 포함 모두를 살려 둘 생각이 없었다.

그때, 갑자기 착시현상이 일어나듯 주변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팽배한가운데 갑작스러운 이상 현상.

“뭐... 뭐냐! 이 요녀야! 네 사술이냐!”

“원로님! 겨... 결계와 비슷한 작용인 것 같습니다!”

“뭐라고!?”

“호... 혹시 이 근방에 이면의 경계가 있는 건 아닌지...?”

일렁이던 주변이 급격히 팽창하기 시작했다.

시야가 환상에 물들 듯 사물이 마구 요동을 쳤다.

후우욱.

“어엇! 뭐야! 몸이 밀려난다!”

“피... 피해야 합니다! 이면의 경계 같습니다!”

정수지도 당황한 얼굴이 되어 이상연에게 외쳤다.

“언니! 이면의 경계라면 위험합니다. 이곳을 벗어나야 합니다!”

막 그렇게 외치던 정수지는 불쑥하고 나타난 주택을 보며 그대로 얼어붙었다.

갑자기 주택이 나타난 것도 놀라운데 그 주택의 앞에 늘어선 사람들.

그리고 그중에 너무나도 그리운 모습의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것도 여자의 손을 다정하게 잡은 채.

“서방님...?”

“인한이?”

“자... 자기?”

“대표님?”

놀란 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막내 아가씨!”

김나연을 찾기 위해 수색을 하다 졸지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 김영욱 팀장의 희열에 찬 음성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한 명은 손을 맞잡은 강인한과 김나연을 보며 피 토하는 절규를 질러댔다.

“저... 저... 저 새끼... 쿨럭! 야이 개새끼야! 그 손 안 놔!”

자신들을 반기는 사람들을 보며 벙 찐 표정이 된 강인한과 일행들.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며 강인한이 입을 열었다.

“이건... 뭐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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