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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다보여-210화 (210/297)

3. 경계안의 뱀파이어.(37)

3. 경계안의 뱀파이어.(37)

반가움이 가득한 애틋한 눈빛들.

나를 바라보는 이들의 눈에 습기가 가득하다.

그리고 이어진 수지의 떨리는 눈망울.

그 눈망울이 이어진 곳은 나와 나연누나가 꼭 잡은 손.

‘이크!’

나는 시선을 조용히 굴리며 나연누나의 손을 슬쩍 놓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나연누나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

‘젠장.’

그나마 상연누나는 내가 돌아온 것만을 반기는 눈치라 다행이다.

내가 나연누나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수지보다는 꽤 담담한 눈빛이었다.

그저 안도가 가득한 시선.

여자들의 눈치를 보는 것도 피를 말리는 상황이건만, 지금 눈앞의 상황은 그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인 듯했다.

수지와 대치중인 중늙은이의 기색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그뿐이랴? 주위로는 반 토막이 난 시신들이 늘어져 있고 나사장과 정욱아저씨는 피 칠갑하고 있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지만 아무리 살펴보아도 내 사람들이 무작정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터다.

그때, 대치 상황에서 떨어져 있던 열 명의 인물들이 슬금슬금 이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공격을 준비했는데 나연누나가 반가운 음색으로 상대를 불렀다.

“김팀장님!”

“아가씨!”

“아는 사람이야?”

“응...”

“위험한 건 아니고?”

내가 김팀장이라는 자를 경계하며 묻자, 그의 시선이 곱지 않게 변한다.

“집안사람이야. 괜찮아. 날 찾기 위해 파견된 걸 거야.”

나연누나의 말에 화색을 띠곤 나를 향해 더욱 노골적으로 노려보는 모습.

나는 그런 그를 콧방귀를 뀌며 외면해 버렸다.

내 사람들이 저런 상황에 처했는데 구경만 하던 놈을 좋게 볼 이유는 없었다.

아무리 나연누나쪽 사람이라지만, 아니꼽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나저나 저쪽은 한창 뜨거운 상황인 것 같은데, 일단 내가 가 보는 것이 좋을 듯했다.

안 그래도 이쪽으로 당장에 오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것 같은데, 저 중늙은이 때문에 몸을 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가서 내 사람들 좀 데리고 올게.”

“으... 응? 그... 그래.”

내 사람들이라는 말에 서운한 기색을 보이는 그녀.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하였더라도, 막상 상연누나를 보자 복잡해졌으리라 생각되었다.

거기에 더해 나를 너무나도 애틋하게 바라보는 수지까지.

‘쩝... 어떻게든 되겠지. 나중에 생각하자.’

“저거 삼영쪽 같은데?”

장수언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성기형이 묻는다.

“삼영? 뭔 소리래.”

그 물음에 이은지가 답한다.

“삼영바이오를 말하는 걸 거예요.”

“삼영바이오? 그거 약 파는데 아니었어? 쓰벌... 그럼 거기도 그렇고 그런 건가? 이제는 놀랍지도 않네. 같이 갑시다.”

“큭큭큭~ 이봐 친구~ 대장이 가는데 우리까지 움직일 필요까지야~ 그냥 구경이나 하자고.”

“뭐요? 내가 언제부터 당신 친구요?”

“그럼 전우라 할까?”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몸을 돌렸다.

행여 이은지가 따라올까 싶었는데 빙글거리며 그저 눈웃음을 치고 있었다.

그 웃음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눈치는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주인이시여. 제가 모시겠습니다.”

이은지와 수쿡은 둘 다 복종으로 묶였는데 이렇게나 반응이 다른 것이 신기하기도하고.

“됐어. 금방 다녀 올 거야. 그리고 그놈에 ‘주인이시여’ 좀 그만 하라니까?”

“노력해 보겠습니다. 주인이... 죄송합니다...”

수쿡의 사과말을 들으며 편안한 발걸음으로 내 사람들을 향해 다가갔다.

내가 다가가며 양쪽의 표정이 대조적으로 바뀐다.

반가움과 불안.

그중 불안 쪽에서는 계속해서 욕지거리가 흘러나온다.

각혈을 토하면서도 꿱꿱거리는 사내.

‘저 새끼는 뭔데 저렇게 욕지거리야?’

괜히 기분이 확 하고 나빠진다.

느긋하게 행동한 이유에는 수지가 중늙은이를 막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도 엄청나게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수지에게 풍기는 기운은 거의 프리지아와 비견될 정도였다.

‘여난시대네... 쯧.’

자고로 남자가 강해 중심을 잡아야 하거늘.

아무래도 당분간은 그것이 요원할 것 같다.

그래도 확실히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있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

“죽여 버린다! 강인한! 쿨럭!”

고래고래 되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는 주현성을 보며.

“뭐야. 저 새끼는 왜 자꾸 날 죽인데? 너 나 알아?”

대답은 주현성이 아닌 주무성에게서 흘러나왔다.

혈압이라도 올랐는지 그 말을 끝으로 혼절해 버린 탓이다.

“현성아! 이... 이이익! 네놈!”

“뭐야? 노친네. 왜 반말인데? 그리고 왜 내 사람들을 공격한 거야?”

“뭐라? 감히 어디라고 그리 방자하게 지껄이느냐?”

“뭐야? 말투가 왜 그래? 조선 시대야?”

“삼영가의 사람들과 핏줄을 이렇게 만든 대가를 치를 것이다!”

그러면서도 쉽게 덤비지 못 하는 주무성이었다.

주현성이 사고를 치지 못하게만 하려 셋만 대동하고 빠르게 왔건만, 상황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특히 대치하고 있는 구미호.

배경도 무시 못 할 뿐 더러, 손쓰는 것을 보면 만만치 않은 년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자신이 진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았다.

물론, 그것은 주무성이 정수지보다 한참 떨어지기에 실력가늠을 못해 주체파악을 못 하는 것이다.

그러던 중, 사라졌던 이들이 툭 하고 튀어나왔고.

튀어나온 이들 하나하나가 무시무시한 기운을 뿌리고 있었다.

특히나 조카손자가 이를 가는 저놈은 도저히 상대할 자신이 없을 정도였다.

그나마 승산을 점치자면 20대중반이나 될 법한 강인한보다 오랜 시간 살며 쌓아온 경험?

‘어디서 이런 놈이 튀어나온 거야?’

주무성의 처지에서는 정수지보다 강인한의 기세를 더욱 크게 느꼈다.

그만큼 정수지와 주무성의 격차가 컸기에 제대로 파악을 못한 것이다.

사실 정수지가 주무성을 공격하지 않고 대치만 한 이유는 뒤에 있는 사람들의 몸에 생체기하나 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주무성을 처리하는데 1분이면 충분라고 넘친다.

다만, 1분 동안 뒷사람들이 주무성 쪽의 셋을 상대해야 했을 것이기에.

“어디서 개수작이야. 아무리 봐도 우리 쪽 잘못은 없는 것 같은데. 나사장님?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강인한이 나대명에게 묻자.

나대명이 빠르게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강인한은 나대명의 말을 들으며 수줍게 손끝을 잡아 오는 정수지의 손길을 느꼈다.

‘서방님.’

너무나 사랑스러운 모습의 정수지.

고작 손끝을 살포시 잡아 놓고 이렇게나 부끄러워하다니.

정수지의 얼굴은 싸늘했던 표정은 어디 가고 홍시처럼 붉히며 부끄러운 새색시의 모습이 되었다.

서로의 손을 살짝살짝 스치며 꽁냥 거리며 나대명의 이야기를 전부 들었다.

강인한이 주현성을 바라보곤 물었다.

“그렇다는데?”

“네놈들과 삼영이 같을 수 있다고 보는 거냐!”

주무성의 말에 강인한의 눈썹이 크게 휘어진다.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러면 먼저 위협을 하는데 나 ‘죽여주싶쇼’ 하고 목이라도 내밀어야 했단 말인가?

“존나 웃기는 노인네잖아? 씨발 그럼 니들이 죽일 거니까 그냥 목 내밀고 있어야 했다고?”

주무성의 얼굴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졌다.

계속되는 천것의 버르장머리 없는 말투에 혈압이 상승한 것이다.

으드득!

“좋다. 그 구미호년을 내준다면 기꺼이 이 일에 대해 자비를 구하도록 하겠다.”

“씨발. 초인가문들은 다 이런 거야? 진짜 좆같네.”

“서방님. 너무 걱정하십시오. 저쪽에서 저렇게 나온다면 마마도 가만히 있지 않으실 겁니다.”

사실 주무성의 경우 진퇴양난에 처한 상황이었다.

이곳에서 모든 흔적을 지워야 했거늘.

갑자기 실종된 이들이 귀환하며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저 구미호라도 인질로 잡아 구미호의 왕과 합의를 봐야 한다.

“그렇다는데?”

“꼭 피를 봐야겠다는 말이냐!”

“말은 바로 해. 피는 그쪽이 먼저 보려고 한 거고. 우리는 갈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마음 같아서는 내 사람들 핍박한 것에 대해 보상을 받아야 하겠지만. 특별히 자비를 보여주도록 하지. 오늘은 정말 기분이 좋은 날이거든.”

“자... 자비이? 이... 이... 이! 망종 같은 놈이! 감히 이 주무성에게 자비이?”

다혈질인 주무성은 결국 눈이 돌아버리고 말았다.

너무 오랫동안 갑의 위치에서만 있던 그.

그 망아지 같은 성격이 도져 버린 것이다.

숙조부나 조카손자나 둘 다 도긴개긴의 망아지였다.

주무성의 기세가 휘몰아치며 풍압이 거세게 몰아쳤다.

확실히 저렇게 막무가내를 부릴 정도로 대단한 기세였다.

그 모습을 강인한이 호승심이 동하는 얼굴로 바라본다.

‘대단한데? 이 게 진짜 초인이라는 건가?’

“서방님?”

주무성이 기세를 흘리자 나서려는 정수지의 허리를 둘러 안았다.

“내가 상대할게. 감히 내 여자를 위협했으니 남자인 내가 나서야지.”

정수지의 눈동자가 금세 촉촉이 물든다.

“서... 서방님... 머... 멋있습니다...”

씨익 웃어 준 강인한이 불쑥 앞으로 나섰다.

그러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를 향해 발을 박찼다.

그와 동시에 삼영가의 삼인과 정수지가 견제하며 서로를 봉쇄한다.

물론, 정수지에게 그들의 처리는 한낱 간식을 먹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으나, 사람 죽이는 것을 강인한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참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강인한과 주무성의 주먹이 동시에 뻗어지며 맞닿았다.

콰앙.

지축을 울리는 커다란 굉음.

주먹과 주먹이 부딪힌 소리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소리였다.

이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둘에게로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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